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7화 (17/318)

# 17

< 내 언데드 100만 >

제 17 화  루루와 만나다

마계에는 마신이 존재한다.

마신 밑에는 7대 마왕들이 존재하며, 마왕 밑으로 72 귀족 마족들이 존재하는데 안드로말리우스는 그들 중 말석이었다.

하지만 귀족은 귀족.

마계 남작 지위인 안드로말리우스는 최소 레벨이 150이 넘어가는 레이드 랭크 보스다.

티르 나 노이의 세계에서는 보스 랭크가 존재한다.

바로 파티 랭크와 레이드 랭크다.

파티 랭크는 보스와 비슷한 레벨인 6인의 플레이어들이 모여야 잡으러 갈 수 있다.

한성이 필드에서 잡은 라자투스와 히든 던전에서 잡은 죽창팬더는 파티 랭크 보스였다.

그 때문에 그 당시 스텟 상으로 레벨이 90이었던 한성은 라자투스와 죽창팬더를 혼자서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파티 랭크에서는 대부분 보스가 혼자이거나 소수의 수하들이 등장한다.

그에 반해 레이드 랭크는 최소 24명은 모여야 전투를 해 볼 만했다.

레이드 랭크에서는 많은 수의 수하 몬스터들이 등장하며, 보스도 광역 공격을 종종 쓰기 때문이다.

레이드 랭크 위로는 익스트림 풀 레이드가 있다.

익스트림 풀 레이드는 대규모 전투가 가능한 등급으로 거의 국소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익스트림 풀 레이드 규모에 따라 인원도 천차만별이다.

최소 인원이 48명이었으며 티르 나 노이에서 기록된 최대 인원은 192명이었다.

“이제야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였구나, 방문자여.”

킬제든은 한성이 눈살을 찌푸리며 멈칫하자 득의에 찬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막 나가는 방문자들이라고 해도 마계의 72 귀족은 두려워해야 한다.

티르 나 노이 세계에서 강력한 존재들 중에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이미 늦었다. 네놈에게는 안드로말리우스 님에게서 받은 어둠의 마력으로 내가 직접 죽여…….”

콰콰쾅!

바로 그때 기분 나쁜 미소를 흘리며 말하는 킬제든의 목소리를 뒤덮으며 창고 건물의 벽이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렸다.

“무슨 일이냐!”

눈앞에 있는 건방진 방문자를 죽이기 위해 어둠의 마력을 끌어올리던 킬제든은 눈살을 찌푸리며 굉음이 울려 퍼진 곳으로 눈을 돌렸다.

꾸에에에에에엑!

그리고 그곳에서 삼각 블랙야크가 벽에 뿔을 박으며 건물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째서 블랙야크들이 이런 곳에?”

“그러게 내가 비키라고 했지?”

한성은 씩 미소를 지었다.

블랙야크들의 난입으로 어둠의 신봉자들은 난리가 났다.

삼각뿔에 이리저리 치이면서 날아다녔다.

그래도 그들 중에는 검은 기운을 피어 올리면서 대항하는 자들도 있었다.

“이놈!”

얼굴이 시뻘게진 킬제든이 손에 들고 있던 칠흑의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블랙 라이트닝!”

파츠츳!

칠흑의 지팡이 끝에 붙어 있는 수정구에서 다섯 가닥의 검은 번개가 한성을 향해 지그재그로 달려들었다.

“골골이 원 투 쓰리! 막아!”

“골골!”

한성의 외침에 소녀 세 명을 들고 있던 골골이 세 마리들이 소녀들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재빨리 한성의 앞을 가로막았다.

파지지지직!

그 순간 블랙 라이트닝이 골골이들을 휘감았다.

골골이 세 마리들은 한성을 뒤돌아봤다.

“골골.”

퍼어어엉!

그 직후 골골이들은 블랙 라이트닝의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했다.

하지만 한성은 봤다.

뒷일을 맡기겠다며 폭발하기 전 엄지를 세우던 골골이들의 모습을.

그렇게 골골이들이 킬제든의 공격을 막아 준 덕분에 한성은 일순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해골 병사 소환(Bone Soldier Summon)!”

해골 병사 소환은 스킬 레벨이 3이다.

그 때문에 한 번에 시체 3구에서 3기의 해골 병사들을 소환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어둠의 신봉자들이 대항하면서 블랙야크들의 시체들이 생겨났다.

한성은 블랙야크 시체를 베이스로 해골을 소환했다.

펑!

블랙야크 시체에서 탄탄한 검은 뼈를 가진 해골 병사 아홉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무.”

검은 뼈도끼를 들고 나타난 해골 병사들.

지금까지 한성이 소환했던 해골 병사들 중에서 가장 강해 보였다.

“가랏!”

한성의 명령에 흑골 아홉 마리가 킬제든을 향해 달려들었다.

“버러지 같은 네크로맨서가!”

킬제든은 같잖다는 미소를 지으며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킬제든의 지팡이에서 검은 기운이 몰려들었다.

“다크 레이(Dark Ray).”

번쩍! 콰콰콰쾅!

지팡이의 끝에서 쏘아져 나온 어둠의 빛줄기가 좌에서 우로 움직이며 흑골들을 덮쳤다.

다크레이는 흑골들을 날려 버리면서 쭉 뻗어 나가 창고 건물 벽까지 날려 버렸다.

쿠구구구궁!

“무, 무너진다!”

“피해라!”

다크 레이의 여파로 창고 건물 한쪽 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 덕분에 어둠의 신봉자들과 블랙야크 무리들은 난리가 났다. 서로 살려고 동료들을 짓밟으며 떨어지는 벽돌을 피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크하하하핫! 보았느냐! 이것이 바로 안드로말리우스 님에게 받은 나의 힘이다!”

건물 벽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는 어둠의 신봉자들이 속출했다. 그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킬제든은 자신의 힘을 과신하며 광소를 터트렸다.

마족과 계약을 맺은 간부답게 킬제든은 정신이 똑바로 박혀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이놈이 어디 갔지?”

한참 광소를 흘리던 킬제든은 눈살을 찌푸렸다.

눈앞에 있어야 한성과 소녀 다섯 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다크 레이로 없애버린 흑골 병사들도 아홉 마리가 아니라 여섯 마리였다.

“도망친 건가?”

“아니. 네놈 뒤에 있는데.”

“……!”

순간 킬제든의 눈이 부릅떠졌다.

퍼어어어억!

그 직후 킬제든의 옆구리를 향해 한성의 주먹이 꽂혀 들어갔다.

“크허어억!”

바람 빠지는 비명소리를 흘리며 기역자처럼 꺾인 킬제든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허공을 날고 있는 킬제든의 눈에 전신이 강철처럼 변화된 한성의 모습이 보였다.

쾅!

“허억?”

그리고 지면을 박차며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한성의 모습을 본 킬제든은 눈을 부릅떴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성은 허공을 날고 있는 킬제든의 바로 옆에 도달했다.

아이언 스킨으로 강화된 한성의 주먹이 킬제든의 명치를 내려쳤다.

퍼억! 쾅!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킬제든은 허공을 날다가 바닥에 꽂혔다.

쩌저저적!

킬제든을 중심으로 지면에 금이 갔다.

“어, 어떻게?”

입에서 피를 토하며 킬제든은 의아한 눈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한성은 소녀 다섯 명을 지켜야 했다.

한성에게 있어서 소녀들은 명백히 걸림돌이었다.

그 사실을 킬제든이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소녀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나한테 부하…… 가 아니라 동료들이 있거든.”

한성은 쓴웃음을 살짝 지었다.

킬제든이 다크 레이를 쏜 직후, 건물 안으로 커다란 은빛 늑대가 뛰어들었었다.

한성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블랙야크들이 일으키고 있는 혼란을 틈타 비밀 아지트 내부로 뛰어든 늑대가 은색의 마수, 셀라스틴이라고.

때마침 라이트닝 드라이브의 쿨 타임 3분이 끝났다.

다크 레이의 칠흑의 빛이 머리 위를 통과하고 있을 때, 한성은 라이트닝 드라이브를 시전하여 소녀들을 셀라스틴의 등 위로 옮겼다.

그리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흑골 세 마리를 호위로 붙였다.

한성에게서 소녀들을 넘겨받은 셀라스틴은 비밀 아지트 건물을 탈출했다.

그야말로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것이다.

그사이 한성은 라이트닝 드라이브의 스피드를 살려 킬제든의 뒤를 잡았다.

그리고 아이언 스킨을 시전하면서 킬제든의 옆구리에 바디블로우를 날렸던 것이다.

“허튼 수작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네놈에게는 알고 싶은 것들이 많으니까.”

한성은 입꼬리를 슥 말아 올리며 웃어 보였다.

*       *       *

당초 한성의 계획대로 어둠의 신봉자들은 쉽게 제압되었다.

비밀 아지트에 소녀들이 제물로 잡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었다면 갑작스럽게 난입하는 일은 없었을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블랙야크 수십 마리들이 난동을 부려 준 덕분에 셀라스틴과 그녀의 수하들은 어렵지 않게 어둠의 신봉자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물론 그중에서 한성의 활약이 가장 컸다.

혼자서 고위 간부 킬제든을 붙잡았으니까.

어둠의 신봉자들 레벨은 대략 40대 초반.

고위 간부인 킬제든의 레벨은 50이 넘었다.

거기다 안드로말리우스에게 받은 어둠의 마력 덕분에 실제 전투력은 70에 가까웠다.

‘흠. 마족이라…….’

어둠의 신봉자들 비밀 아지트에서 한성은 턱을 쓰다듬었다.

어둠의 신봉자들이 마족과 연관이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그들이 사용하던 검은 기운은 틀림없는 마계의 흑마력이었으니까.

“트레인.”

그때 셀라스틴이 한성의 캐릭터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그대에게 감사한다.”

그녀는 한성의 앞에서 허리를 숙였다.

“그대가 아니었다면 어둠의 신봉자 놈들을 잡지 못했을 테지.”

“그런 걸로 감사하지 않아도 돼. 서로 이해관계가 맞았을 뿐이니까.”

“그대는 겸손하군.”

셀라스틴은 가만히 한성을 바라봤다.

눈앞에 있는 청년 덕분에 셀라스틴은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숙원을 하나 달성했다.

어둠의 신봉자들이 제물을 바치는 비밀 아지트 하나를 날려 버림과 동시에 고위 간부 하나를 붙잡은 것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셀라스틴은 한성에게 고마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보는 얻었나?”

“확실하게.”

한성의 말에 셀라스틴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는 어딘가 모르게 섬뜩했다.

지금까지 보아 왔던 어딘가 모르게 푼수 같아 보이던 그녀의 모습과는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만큼 맺힌 게 많았다는 거겠지.’

한성은 속으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티르 나 노이 세계의 켈트인들은 게임 속 NPC들이다.

하지만 가끔 생각한다.

켈트인들은 너무 인간적이라고.

비밀 아지트에서 다섯 명의 소녀들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한성은 일이 좀 꼬였네, 라고밖에 생각 안 했다.

어차피 게임이었으니까.

소녀들이 죽든지 살든지 자신과는 관계없고, 그냥 운에 맡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셀라스틴은 바로 튀어 나갔다.

지축을 뒤흔들며 달려가는 블랙야크 무리들을 향해서.

그리고 한성은 지금도 기억이 났다.

셀라스틴의 뒤를 따르며 자신을 한 번씩 돌아보던 수하들의 눈빛을.

원망과 불신이 뒤섞여 있으면서도 도움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래서 도와주었다.

그들의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 때문에.

‘그들에게는 이곳이 현실이겠지.’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한성은 비밀 아지트 내부를 둘러봤다.

그러자 셀라스틴의 수하들과 한성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수하들은 한성을 향해 가슴에 손을 대고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보내 왔다.

그렇게 그들을 한 번 슥 둘러본 한성은 마지막으로 셀라스틴을 바라봤다.

무한한 신뢰가 깃들어 있는 그녀의 녹색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은 어디로 가면 되나?”

한성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어둠의 신봉자들이 가지고 있는 비밀 아지트는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의 목적도 알아냈다.

셀라스틴과 그녀의 수하들이 킬제든을 탈탈 턴 다음 쥐어짜 냈던 것이다.

“다음은 검은 숲이다.”

그렇게 셀라스틴이 선언했을 때.

파닥파닥.

한성과 셀라스틴이 장소로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계승자님!”

다름 아닌 루루였다.

손바닥 크기만 한 귀여운 소녀가 한성의 배를 향해 날아와 꽂혔다.

퍼억!

“크헉!”

결코 가볍지 않은 일격에 한성은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런 한성의 시야에 한줄 메시지가 떠올랐다.

[검은 숲의 은자 디아나의 소환수, 루루와 조우했습니다. 히든 2차 전직 미션이 새롭게 갱신됩니다.]

[당신은 어둠의 신봉자들이 꾸미고 있는 음모를 파악했습니다. 히든 연계 미션 2단계가 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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