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6화 (16/318)

# 16

< 내 언데드 100만 >

제16화  히든 미션, 어둠의 신봉자들 (3)

어마어마한 덩치의 블랙야크 무리들.

블랙야크의 겉모습은 버팔로처럼 생겼다.

하지만 어깨 높이만 3미터가 넘어가고 머리에는 세 개의 뿔이 달려 있었다.

거기다 어둠 속에서 붉은 안광을 허공에 수놓으며 달려가고 있는 블랙야크 무리들은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었다.

그 숫자는 약 50마리가 넘는다.

달그락 달그락.

수많은 블랙야크들 앞에서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는 해골들이 있었다.

다름 아닌 골골이들이었다.

“많이도 모아 왔네.”

한성은 혀를 내둘렀다.

지금 한성을 비롯한 셀라스틴 일행들은 어둠의 신봉자들이 있는 비밀 아지트에서 약간 떨어진 작은 언덕 위에 있었다.

지난번 일각사자들 때처럼 한성은 골골이들을 소환해서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유인해 오라고 시켰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많은 몬스터들이 끌려온 것이다.

두두두두두두두!

“대체 어디서 저것들을 끌고 온 거야?”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주변 몬스터들은 거의 언데드들이다.

골골이들이 몰고 올 몬스터들이라고 해 봐야, 구울 정도?

아니면 여기서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서식 중인 좀비 도그나, 좀비 울프들을 데리고 올 줄 알았다.

그런데 삼각 블랙야크라니.

“해골 병사들 능력이 대단하군.”

한성의 옆에서 셀라스틴이 늑대 귀를 쫑긋 세웠다.

그리고 살짝 붉어진 얼굴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부럽다.”

‘방금 뭐라는 거야, 이 여자가?’

한성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잠시 셀라스틴을 바라봤다.

살짝 붉어진 얼굴로 골골이들을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녀.

불현듯 한성의 머릿속에서 셀라스틴이 왜 아직까지 디아나의 행방조차 찾지 못했는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한성은 셀라스틴의 수하들을 바라봤다.

“…….”

그들은 고개를 미세하게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격렬했다.

‘방문자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게 아닙니다.’

‘그냥 이해를 좀…….’

‘저희는 열심히 노력했어요!’

그들의 눈빛에서 한성은 많은 고충을 느낄 수 있었다.

“고생이…… 많았구나.”

“음? 방금 뭐라고 했나?”

“아니, 아무것도.”

의아한 얼굴로 반문하는 셀라스틴의 말에 한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애초부터 어둠의 신봉자들과 디아나의 수하들은 전력 차이가 컸다.

디아나가 있었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었겠지만, 그녀가 없는 현재 셀라스틴이 이끌고 있는 세력만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

셀라스틴의 성격과는 무관하게 말이다.

한성은 다시 블랙야크들에게 쫓기고 있는 골골이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남은 골골이들은 두 마리.

약 스무 마리를 보냈었는데 블랙야크들에게 한 마리씩 당하면서 2마리가 남은 것이다.

그리고 어둠의 신봉자들이 의식을 진행하고 있는 비밀 아지트에 거의 근접해 있었다.

비밀 아지트의 위치는 이미 셀라스틴이 파악해 둔 상태였다.

이제 곧 있으면 블랙야크 무리들이 어둠의 신봉자들이 모여 있는 비밀 아지트를 한차례 짓밟고 지나갈 터!

그 뒤 잔당을 소탕하면서 어둠의 신봉자 간부를 잡으면 끝나는 간단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데 정말 괜찮은 건가?”

“뭐가?”

“비밀 아지트에는 어둠의 신봉자 놈들이 납치한 소녀들이 잡혀 있다. 비밀 의식을 치루기 위한 제물들이지. 그런데 블랙야크 무리들을 어둠의 신봉자들 아지트로 유인해도 괜찮은 건가?”

“……!”

‘흐어어어어어억!’

한성은 뒷목을 부여잡았다.

“그걸 왜 이제 와서 말하는 건데!”

“그, 그야 이미 알고 있는 줄 알았지…….”

“하.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말을 해 줘야 알지!”

“그, 그럼?”

“이거 위험할지도 모르겠는데.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운에 맡기는 수밖에.”

블랙야크 무리들은 저돌적으로 어둠의 신봉자들이 있는 비밀 아지트 건물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터.

그 속에서 과연 제물로 잡힌 소녀들이 무사할 수 있을까?

“아, 안 된다! 사람들을 구해야 돼!”

“자, 잠…….”

한성이 붙잡기도 전에 셀라스틴은 정색한 표정으로 다급하게 언덕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그녀의 수하들도 셀라스틴의 뒤를 따라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성은 말없이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제물로 잡힌 켈트인 소녀들이 어떻게 되든 한성과 상관없었다.

‘어차피 게임일 뿐인데…….’

하지만 눈앞에서 블랙야크 무리들을 향해 뛰어가는 셀라스틴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다.

그리고 어둠의 신봉자들에게 제물이 되기 위해 납치당한 소녀들이 겁에 질려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길!”

파앙!

결국 한성은 언덕 위에서 지면을 박찼다.

드미트리 때는 냉정하게 행동했다.

그놈은 자신을 함정에 빠뜨려 죽이려고 했었으니까.

하지만 소녀들은 어둠의 신봉자들에게 제물이 되기 위해 납치당했을 뿐이었다.

블랙야크 무리들이 비밀 아지트를 짓밟고 지나가면 분명 무사하지 못할 터.

눈 깜짝할 사이에 한성은 셀라스틴 일행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셀라스틴이 따뜻한 미소로 맞이했다.

“도와주러 온 건가?”

“흥. 별로…….”

슬며시 눈을 돌리는 한성.

아무리 티르 나 노이 세계가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어린 소녀들이 죽는다면 결코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도와주러 온 것이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희들은 물러서 있어. 뒷일을 부탁하지.”

한성의 말에 셀라스틴은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셀라스틴은 수하들을 데리고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녀들이 블랙야크 무리들의 진행 방향에서 벗어나자 한성은 고개를 돌려 골골이들을 바라봤다.

“골골이 원투! 왼쪽으로 꺾어!”

“골골?”

한성의 외침에 골골이들은 오랫동안 기름칠을 하지 않은 로봇 같은 움직임으로 목을 돌렸다.

한성을 돌아보는 골골이들의 얼굴은 한 몇 십 년은 폭삭 늙어 보였다.

거기다 다리도 후들후들 떨고 있다. 지팡이라도 하나 갖다드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다.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골골이들은 한성의 명령대로 빠르게 움직이며 왼쪽으로 꺾었다.

쿠에에에에엑!

두두두두두두!

그 뒤를 따라 블랙야크들도 움직였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빠른 속도로 한성이 달려오자, 골골이들이 어미를 만난 아기새처럼 팔을 활짝 펼치고 뛰어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둠의 신봉자들의 비밀 아지트 방향에서 왼쪽으로 거의 90도로 꺾이며 해골 병사들과 블랙야크 무리들이 한성을 향해 달려왔다.

“야, 이 미친 뼈다귀들아! 그렇다고 나한테로 오면 어떡하냐?”

기가 막힌 표정으로 소리치며 한성은 비밀 아지트 쪽으로 내달렸다.

블랙야크 무리들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퍼석!

순간 한성의 등 뒤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힐끔 돌아보니 결국 힘이 다 떨어졌는지 골골이 두 마리가 바닥에 쓰러진 채 블랙야크 무리들에게 짓밟히고 있었다.

‘쯧. 애썼다.’

그래도 자기 할 일은 다 하고 하얀빛으로 산화되고 있는 골골이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엄지를 척 올려 줬다.

어찌되었든 블랙야크 무리들을 이만큼이나 모아 왔으니까.

남은 건…….

“속전속결이지.”

한성은 지면을 한차례 강하게 찼다.

쿠웅!

굉음과 함께 지면에 1미터 정도 되는 작은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라이트닝 드라이브(Lightning Drive)!”

번쩍!

황금빛이 한차례 번쩍인 후, 어둠을 가르는 한줄기 빛처럼 한성은 어마어마한 스피드로 비밀 아지트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공속과 이속을 500% 올려 주는 라이트닝 드라이브가 발동한 것이다.

질주의 흔적으로 한성의 등 뒤에로 흙기둥이 치솟아 올라왔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한성은 비밀 아지트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달려가던 기세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뇌전처럼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비밀 아지트 건물의 창문을 향해 뛰어든 것이다.

콰장장창!

건물 안으로 뛰어들며 몇 바퀴를 구른 한성은 재빠르게 내부를 살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직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검은 옷의 사내들과, 건물 중심부에 다섯 명의 귀여운 소녀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스팟!

한성은 지체 없이 소녀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소녀들이 있는 장소에 도착한 순간, 라이트닝 드라이브의 지속 시간이 끝났다.

한성은 소녀들을 바라봤다.

찢어지고 남루한 원피스 같은 옷을 입은 소녀들.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한성과 검은 옷의 사내들을 번갈아 바라본다.

“괜찮아. 오빠가 구해 주러 왔어.”

일단 한성은 소녀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안심 시켰다.

그리고 바로 스킬을 하나 시전했다.

“시체 소환 (Corpse Summon).”

팟!

한성의 발치에 시체 세 구가 나타났다.

“해골 병사 소환(Bone Soldier Summon)!”

펑!

시체들에서 골골이 아홉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꺄악!”

해골 병사들을 본 소녀들은 놀란 표정으로 비명을 질렀다.

“괜찮아. 오빠 믿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한성은 소녀들을 바라봤다.

“네…….”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다섯 명의 소녀들.

소녀들을 안심시킨 한성은 해골 병사들을 바라봤다.

“세 놈은 이리 와서 들고 나머지는 몸을 써서라도 막아라!”

그러면서 한성은 소녀 두 명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나머지 세 명은 해골 병사들에게 맡겼다.

“아, 안 돼!”

“막아라!”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 어둠의 신봉자들은 다급한 기색으로 소리쳤다.

“골골!”

“골골!

그러자 해골 병사 여섯 마리가 어둠의 신봉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해골 병사들이 어둠의 신봉자들을 상대로 시간을 버는 사이 한성은 소녀들을 데리고 입구 쪽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네놈은 대체 뭐냐!”

하지만 한성의 앞을 막아서는 존재가 있었다.

‘이놈이 간부인가?’

다른 어둠의 신봉자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지만 지금 한성의 눈앞에 서 있는 싸늘한 인상의 사내는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다름 아닌 킬제든이었다.

“비켜!”

“그럴 수는 없지. 감히 내 일을 방해를 하다니.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보구나.”

“방문자가 죽음을 무서워하는 걸 봤냐?”

“흥. 너희 방문자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내가 모시는 안드로말리우스 님은 두려울 테지.”

싸늘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킬제든은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안드로말리우스라고?”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안드로말리우스.

마계 귀족들 중 한 명으로 네임드를 가진 레이드 랭크 보스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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