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내 언데드 100만 >
제 15 화 히든 미션, 어둠의 신봉자들 (2)
[히든 연계 미션(1): 어둠의 신봉자들]
네로폴리스 도시에서 어둠의 신봉자들이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그들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조사하십시오.
최소 요구 레벨: 50.
난이도: C랭크.
보상: 5000골드. Lv50 레어 등급 보물 상자. 히든 연계 미션(2)로 이동.
갑작스럽게 눈앞에 떠오른 히든 미션 설명창을 바라보며 한성은 속으로 득의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초대박이다!’
히든 던전만큼이나 찾기 어려운 히든 미션이라니!
거기다 단발성이 아니라 연계 미션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1단계 히든 미션 보상이 무려 Lv50 레어 등급 보물 상자와 5000골드였다.
최소 요구 레벨은 50.
즉 50레벨부터 히든 미션 어둠의 신봉자들을 무난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소리다.
난이도는 C랭크로 힘들지만 할 만하다.
일반적인 방문자들이라면 C랭크에서 어떻게든 솔로로 미션을 클리어 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B랭크부터는 다르다.
그때부터는 파티 플레이가 권장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레벨이 최소 요구치를 충족시켰을 때 이야기다.
그리고 난이도 랭크는 미션 최소 요구 레벨을 기준으로 해서 결정된다.
무조건 10레벨 미션이라고 해서 난이도가 F고, 300레벨 미션이라고 해서 SSS 난이도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레벨이었다.
50레벨 방문자가, 아무리 난이도 랭크가 낮다고는 해도 60레벨 미션을 클리어하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한성이 받은 히든 미션의 경우, 50레벨 방문자가 솔로로 플레이할 때 상당히 빡센 어려움을 느끼며 클리어할 수 있을 것이다.
난이도 랭크가 올라가면 당연히 미션을 클리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B랭크일 때부터는 다른 방문자들과 파티를 맺어야 했다.
그래야 미션을 클리어하기가 수월해지니까.
“걱정하지 마라. 내가 전부 해결 해 주지.”
한성은 셀라스틴을 바라보며 씩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성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기였다.
어둠의 신봉자들을 해결하면 히든 미션을 클리어할 테고, 동시에 자연스럽게 디아나와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너만 믿겠다.”
[은색의 마수, 셀라스틴의 호감도가 10 올랐습니다.]
‘오?’
갑작스럽게 떠오른 호감도 메시지에 한성은 속으로 피식 웃음을 흘렸다.
티르 나 노이 세계의 원주민 켈트인들에게는 호감도 시스템이 존재한다.
사실 이 호감도 시스템이라는 게 상당히 중요했다.
왜냐하면 켈트인들의 호감도에 따라 미션을 받을 수 있거나, 아니면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이야기했다시피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는 리얼리티를 중요시한다.
그 때문에 튜토리얼을 하고나서 본 게임에 진입하면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없다.
플레이어인 방문자들이 스스로 움직여서 미션을 찾아야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완성도 높은 게임성과 가상공간 덕분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티르 나 노이를 즐기고 있었다.
마치 게임 능력을 가지고 실제 이세계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맛볼 수 있었으니까.
‘벌써 호감도가 75네.’
셀라스틴을 바라본 한성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셀라스틴의 레벨이나 스킬부터 시작해서 나이, 신체 사이즈 등 개인 정보를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밝힌 정보와 호감도 수치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벌써 셀라스틴의 호감도는 75.
그녀의 수하들 호감도가 60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상태창.’
셀라스틴의 뒤를 따라 걸으며 이번에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상태창]
이름: 트레인.
레벨: 58.
칭호(1): 최초로 전승을 한 자.
칭호(2): 최초로 마이너스 레벨이 된 자.
칭호(3): 너도 한방, 나도 한방(근력+15%, 지력+15%).
명성: 2250.
직업: 데스브링어(히든 1차).
스텟: 근력 80(+12). 민첩 80. 체력 80. 지력 115(+27). 마력 125(+10). 지배력 140. 행운 15.
스텟 포인트: 0.
스킬 포인트: 92.
골드: 125400.
‘흠.’
현재 한성의 레벨은 58이었다.
그리고 이미 레벨 업으로 받은 스텟은 마력과 지배력에 투자했다. 보다 쉽게 언데드 소환수들을 다루기 위해서.
또한, 한성이 착용하고 있는 너도 한방, 나도 한방 칭호와 화려한 저주의 팔찌 옵션 능력으로 인해 지력과 마력이 각각 10씩 더 올랐으며, 근력과 지력도 추가로 15% 늘어나 있었다.
스킬 포인트는 하나도 쓰지 않고 계속 모았기에 84에서 92까지 모았다.
그 외에도 스케빈져 클랜원들을 때려잡으면서 명성도 좀 올랐으며, 전승 특전 붉은 유성 때문에 보상도 3배로 올라 어마어마하게 골드를 벌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성의 마음에 드는 것은 따로 있었다.
‘스텟이 참 착하단 말이야.’
한성은 뿌듯한 눈으로 스텟을 바라봤다.
현재 스텟 총합만 놓고 보면 120 레벨에 근접한다.
본래 레벨의 약 2배에 가까운 수치!
‘문제는 스킬이지.’
앞으로 2레벨만 더 올리면, 마력 충전, 시체 폭발, 해골 병사 소환 스킬의 레벨을 4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스킬 레벨보다 전용 스킬이 문제였다.
‘나, 참. 히든 전용 스킬 배우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한성은 턱을 쓰다듬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말이 안 된다.
데스브링거의 전용 스킬을 가르쳐 줘야 하는 디아나는 현재 어둠의 신봉자들에게 붙잡혀 행방이 묘연했다.
그것도 무려 30년간.
그 말은 곧 그녀에게 전용 스킬을 배우고 2차 전직을 해야 되는 데스브링어 직업을 가진 방문자가 직접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과연 일반 유저가 쉽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한성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래도 전승을 하고 마이너스 레벨이 되었…….’
순간 한성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 맞다. 히든 전직서랑 전승 아이템은 세트로 나왔지.’
어쩐지 히든 전직서와 함께 전승이라는 티르 나 노이에서 본적도 없는 아이템이 왜 나오나 싶었다.
아무래도 전승 아이템은 히든 전직서와 세트인 모양이었다.
‘그 말은 데스브링어가 아니라 다른 직업을 선택했을 때도 전용 스킬 배우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겠군.’
당시 히든 전직서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세 가지였다.
나머지 두 직업도 한성이 전직한 데스브링어처럼 뭔가 어려운 난관이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기대가 되기도 했다.
과연 데스브링어의 전용 스킬이 얼마나 강할지 말이다.
한성은 스마트 밴드워치를 조작하며 2차 히든 전직창을 눈앞에 띄웠다.
[히든 2차 전직 미션(1): 검은 숲의 은자 디아나를 찾아라!]
당신은 데스브링어의 히든 2차 전직 미션을 할 수 있는 레벨에 도달했습니다. 2차 전직 미션을 수행하려면 검은 숲의 은자 디아나를 찾으십시오.
최소 요구 레벨: 55.
난이도: E랭크.
보상: 다음 2차 전직 미션 2단계로 이동합니다.
‘흠.’
페스틸렌스 클랜의 양아치 3인방들을 처리한 한성은 55레벨이 되면서 히든 2차 전직 미션을 받았다.
2차 전직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 요구 레벨은 55.
난이도는 E랭크로 비교적 쉽다.
물론 검은 숲에 디아나가 있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지만.
‘역시 전직을 하려면 디아나를 찾아야 되는군.’
점점 더 어둠의 신봉자 놈들을 족쳐야 되겠다는 생각이 한성의 머리를 지배했다.
그놈들 때문에 전용 스킬과 2차 전직을 하는데 뺑뺑이를 돌게 생겼으니까.
“잠깐.”
한참 셀라스틴의 뒤를 따라 걸으며 히든 미션과 전직 미션, 상태창을 확인한 한성은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셀라스틴이 한성을 돌아봤다.
“왜 그러지?”
“생각이 바뀌었다.”
“뭐?”
갑작스러운 한성의 말에 셀라스틴은 동요했다.
달빛 주점에서 그녀는 한성이 상당히 강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꼈다.
그래서 한성이라면 어둠의 신봉자들에게 대항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니?
“지금 당장 어둠의 신봉자 놈들을 치러 가는 건 어때?”
“……!”
순간 셀라스틴과 그녀의 수하들의 얼굴에 경악이 스쳐갔다.
얼마나 놀랐는지 셀라스틴의 늑대 귀가 파르르 떨렸다.
“서, 설마 지금 우리들끼리 가자고 하는 건 아니겠지?”
“맞는데.”
태평스러운 표정으로 답하는 한성.
그런 한성의 대답에 셀라스틴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무리다. 아무리 네가 강하다고 해도 우리들만으로는 안 돼. 동료들이 더 필요하다.”
본래 셀라스틴은 한성을 중심으로 동료들을 좀 더 모아서 어둠의 신봉자들의 아지트를 칠 생각이었다.
아지트에는 고위 간부가 있을 테니까.
그들이라면 디아나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만큼 경비가 삼엄하고, 흑마법사들과 흑기사들이 쫙 깔려 있었다.
일반 병사 수십 명도 아니고, 어둠의 마력을 사용하는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자그마치 수십 명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셀라스틴은 답이 안 나왔다.
“괜찮아. 혼자 갈 생각은 없으니까.”
하지만 한성은 여유로운 미소로 셀라스틴을 바라봤다.
* * *
어둠이 내린 네로폴리스 도시의 외곽.
아무것도 없는 황야에 창고처럼 생긴 건물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이따금 붉은 눈을 번뜩이며 좀비나 구울들이 배회한다.
하지만 창고 건물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 갔다.
창고 건물 안에서는 횃불이 일렁거리며 생긴 그림자들이 창문들 너머로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안에서 약 수십 명이 넘는 인원이 구절을 암송하는 듯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또한,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 두 명이 창고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준비는 되었나?”
창고 건물 안에 위치한 대기실.
그곳에서 어둠의 신봉자 조직의 간부들 중 하나인 킬제든이 눈앞에 서 있는 사내를 바라봤다.
사내는 검은색 가운으로 몸 전체를 가리고 있는 것도 모자라, 검은색 두건과 복면으로 얼굴까지 가리고 있었다.
전형적인 어둠의 신봉자 복장이었다.
“예, 예. 제물로 바쳐질 소녀들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킬제든의 싸늘한 시선을 받은 사내는 흠칫 몸을 떨며 대답했다.
“예정보다 시간이 좀 늦었더군?”
“그, 그게 동맹 관계인 방문자들이 협조를 잘 안 해 줘서…….”
사내의 변명에 킬제든은 손에 쥐고 있던 강철 지팡이로 땅을 내려쳤다.
쿠웅!
“히익!”
킬제든의 행동에 사내는 사색이 된 얼굴로 땅바닥에 엎드렸다.
“안드로말리우스 님은 항상 우리들을 지켜보신다.”
“자,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킬제든의 앞에서 사내는 두 손을 빌며 애원했다.
하지만 킬제든은 싸늘한 시선으로 사내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용서는 마계에 가서 안드로말리우스 님에게 빌어라.”
서컥!
킬제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내의 머리가 허공을 날았다.
푸슈슈슛!
뒤늦게 사내의 목에서 피분수가 솟구쳐 올라왔다.
“안드로말리우스 님의 심기를 거스른 자는 오직 죽음뿐.”
흑마력의 칼날로 사내를 단숨에 쳐버린 킬제든은 대기실을 나섰다.
그러자 킬제든의 옆으로 흑기사 두 명이 따라 붙었다.
킬제든은 창고 건물의 중심부로 향했다.
그곳에 수십 명이 넘는 어둠의 신봉자들이 원을 그리고 빙 둘러 서 있었다.
킬제든은 뚜벅뚜벅 중심부를 향해 걸어갔다.
어둠의 신봉자들 중심에는 동물의 피로 새겨진 거대한 붉은색 마법진이 있었으며, 중심부에는 아직 10대로밖에 보이지 않는 앳된 소녀 다섯 명이 겁에 질린 얼굴로 주저앉아 있었다.
소녀들을 바라본 킬제든은 처음으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의식을 시작하라.”
조만간 공포와 고통으로 일그러질 소녀들의 표정을 떠올리며 킬제든은 짜릿한 미소를 지었다.
탐욕과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미소였다.
그 미소에 소녀들은 서로 손을 마주 잡으며 본능적으로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 순간.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땅이 흔들렸다.
“무슨 일이냐?”
곧 있을 광기와 광란의 파티를 기대하던 킬제든은 눈살을 팍 찌푸렸다.
“바깥에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라고?”
흑기사 한 명의 보고에 킬제든은 눈살을 찌푸리며 창가로 다가갔다.
어두운 밤하늘에 걸려 있는 하얀 달빛 아래.
지축을 흔들며 무언가가 어둠의 신봉자들이 있는 건물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저 먼 곳에서 다가오는 무언가를 바라보며 킬제든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게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