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4화 (14/318)

# 14

< 내 언데드 100만 >

제 14 화  히든 미션, 어둠의 신봉자들 (1)

“흠.”

조금 전까지 디아나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셀라스틴으로부터 들었다. 덕분에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감이 잡혔다.

‘젠장. 일이 더럽게 꼬였네.’

한성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검은 숲의 은자, 디아나를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성은 다시 눈앞에 있는 셀라스틴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디아나의 수하들이란 말이지.”

“그렇다.”

“그리고 디아나는 30년 전에 어둠의 신봉자들에게 납치당한 채 깜깜 무소식이고.”

“맞다.”

“그럼…….”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한성은 셀라스틴과 그녀의 부하들을 바라봤다.

“지난 30년 동안 너희들은 뭘 하고 있었던 거지?”

‘큭!’

한성의 말이 비수가 되어 셀라스틴에게 꽂혔다.

그렇다.

무려 30년이다.

어둠의 신봉자들에 의해 디아나의 소식이 끊긴 지 30년간 자신들은 정말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말이 너무 심하세요! 셀라스틴 님은 노력해 왔다구요.”

셀라스틴의 여부하 중 한 명인 카린이 너무하다는 얼굴로 소리쳤다.

“흥. 웃기는군. 노력을 좀 했다고 해서 변명하면 끝나는 줄 아나? 세상 사는 건 호락호락하지 않지.”

그때 칼스텐이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럼 여기서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요? 우리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도 모르면서!”

“노오오오력을 했었어야지, 노오오오오력을. 그랬으면…….”

푸욱!

순간 칼스텐의 가슴에 만인 앞에 평등한 죽창이 꽂혔다.

“그건 너나 해라, 미친놈아.”

“어, 어째서……?”

억울한 눈으로 칼스텐은 한성을 바라봤다.

그는 한성에게 정보를 넘겼다.

그 대가로 죽어서 경험치나 아이템을 떨구지 않아도 되었다.

그랬는데 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갈 것을, 왜 쓸데없이 노력 드립을 해 가지고는. 가뜩이나 살기 힘든 세상인데 말이야.”

푸푸푸푸푸푹!

리드미컬하게 죽창을 움직이며 한성은 칼스텐을 마구 찔렀다.

“끄어어억!”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칼스텐은 바닥에 축 늘어졌다.

[칼스텐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죽창은 만인 앞에 평등하지.”

가만히 있었으면 중간은 갔을 테지만, 되도 않게 참견을 하는 바람에 칼스텐은 죽창의 이슬이 되어 사라졌다.

한성은 다시 셀라스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희들이 힘들었다는 건 알겠어. 그럼 적어도 디아나가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겠지?”

“…….”

셀라스틴과 그녀의 부하들은 한성의 눈을 피했다.

그 모습에 한성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너희들 진짜 지금까지 뭐했냐?”

“우, 우리도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동료들이 디아나 님의 위치를 찾다가 죽어 갔지.”

한성의 행동에 셀라스틴은 변명하듯 입을 열었다.

지난 30년 간, 디아나의 수하들은 백방으로 조사를 벌이며 어둠의 신봉자들에게 대항해 왔다.

네로폴리스 도시에서 몇 차례 충돌을 일으키며 싸운 적도 있었고, 잠입 조사를 비롯한 정보전까지 벌였다.

하지만 어둠의 신봉자들의 힘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져 갔다. 어둠의 신봉자들은 이제 이백 명이 넘었으며, 상당한 자금력을 구축했다.

그에 반해 디아나의 수하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들었다. 이제는 고작 스무 명을 조금 넘을 뿐이다.

현재 단순히 구성원 수만 놓고 보면 약 10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우리들 중 몇 명은 어둠의 신봉자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각지로 흩어졌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지. 그리고 어둠의 신봉자들에게 정보를 보내면서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언젠가 어둠의 신봉자들 세력에 들어가려고 말이야.”

어둠의 신봉자들 속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을 터.

하지만 많은 수의 동료들이 발각되어 죽어 갔다.

하지만 디아나의 수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디아나가 숨겨져 있는 위치를 찾고 구출하기 위해서.

“오르카 도시에서 만난 빈센트도 그중 한 명이다. 어둠의 신봉자들 세력에 잠입하기 위해 활동 중인 에이전트지.”

“뭐라고?”

순간 한성의 눈매가 가늘어지며 전신에서 날카로운 살기가 흘러나왔다.

페스틸렌스 클랜이 운영하는 주점에 한성을 보낸 인물은 다름 아닌 빈센트였으니 말이다.

갑작스러운 한성의 살기에 셀라스틴은 미안한 얼굴로 다급하게 말했다.

“확실히 빈센트는 너를 함정에 빠뜨렸다. 그 점에 관해서는 내가 사과하마. 하지만 우리도 그냥 두고 보지만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은 너를 구하기 위함이었으니까.”

그녀의 말에 한성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살기를 거뒀다.

냉정하게 말해서 셀라스틴 일행들은 한성을 구하러 올 필요가 없었다.

빈센트의 함정에 빠져 죽든지 말든지 그녀들이 상관할 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구하러 오지 않는 편이 더 나았다.

생면부지인 한성을 위해 굳이 위험을 무릎 쓸 필요는 없었으니까.

“너희들 사정은 알겠어. 그런데 좀 무른 것 아닌가? 굳이 나를 구하러 올 필요는 없었을 텐데?”

한성은 은근히 셀라스틴의 마음을 떠봤다.

“우리들 때문에 누군가가 희생 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나중에 디아나 님을 볼 면목이 없어진다.”

아무래도 검은 숲의 은자, 디아나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인물인 모양이었다.

“과연.”

한성은 피식 웃어 보였다.

셀라스틴은 모르겠지만, 만약 그녀가 부하들을 이끌고 한성을 구하러 오지 않았다면 줄초상을 치렀을 것이다.

자신을 속인 빈센트는 물론 그 배후 조직이 있다면 전부 작살내 버렸을 테니까.

지금의 페스틸렌스 클랜처럼.

“그럼 이제 사과를 받으면 되나?”

한성은 씩 웃으며 셀라스틴을 바라봤다.

“미안하다!”

한성의 말에 셀라스틴은 즉각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그 뒤를 이어 셀라스틴의 수하들도 허리를 숙이며 사과를 해 왔다.

“설마 그걸로 끝?”

한성은 헛웃음을 흘렸다.

“이게 말로 해서 끝날 일인가?”

“워, 원하는 게 있나?”

허리를 숙이고 있던 셀라스틴이 고개를 살짝 치켜들며 반문했다.

그런 그녀의 늑대 귀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물질적인 보상이 있어야지. 그냥 입으로만 사과하면 끝나나? 나는 목숨이 날아갈 뻔했는데?”

“그, 그래서 우리들이 구하러 오지 않았나.”

셀라스틴은 바로 항변했다.

어둠의 신봉자들 세력에 가담하기 위해 빈센트는 한성을 함정에 빠뜨렸다.

어둠의 신봉자들 세력에 팔아넘긴 것이다.

그리고 셀라스틴에게도 정보를 흘렸다.

한성이 함정에 빠질 테니 구출하라고.

빈센트의 입장에서는 한성이 함정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어둠의 신봉자들 소관이었으니까.

“너희들이 여기 와서 한 게 뭐가 있는데?”

“……!”

비수와 같은 한성의 말에 셀라스틴은 가슴을 움켜잡았다.

머리에 달린 늑대 귀는 쫑긋 서고, 꼬리도 바짝 일어선다.

하지만 한성의 공격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너희들은 아무것도 안하고 구경밖에 안 했잖아. 거기다 몰래 도망치려고 했었지, 아마?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진짜 너희들 여기 왜 온 거냐?”

“크윽!”

셀라스틴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신음성을 흘렸다.

설마 이런 식으로 매도당할 줄이야!

“아, 맞다. 그러고 보니 너희들 여기 온 이유 있었지. 내가 잠깐 잊고 있었어.”

“그, 그래. 우리는 너를 구하려고…….”

숨통을 열어 주는 한성의 말에 셀라스틴은 옳다구나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건 외통수였다.

“술 마시려고 왔잖아. 나는 피똥 싸게 혼자 싸우고 있는데 너희들은 옆에서 술 퍼마시고 있더라? 맛있냐? 아주 그냥 와인이랑 샴페인 병이 바닥에 막 굴러다니고 있네.”

“으윽……! 큭!”

카운터펀치와도 같은 강렬한 한성의 매도에 셀라스틴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무리 내가 술을 마시며 기다리라고 했지만 이건 아니지. 아예 대놓고 퍼마시더만.”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거듭되는 한성의 매도에 셀라스틴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한성을 바라봤다.

“아, 알겠다. 네가 원하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들어주도록 하지.”

“무엇이든?”

“그, 그래.”

한성의 반문에 셀라스틴은 붉어진 얼굴로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녀의 수하들은 이미 세상 다 산 노인처럼 모든 걸 포기한 표정이었다.

‘셀라스틴 님에게 저런 식으로 말하다니.’

‘고단수다.’

‘이거 당분간 셀라스틴 님 저 상태로 계속 있겠는데?’

지금 셀라스틴은 늑대 꼬리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며 붉어진 얼굴로 한성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한성의 입에서 어떤 부탁이 튀어나올지 기대를 하며.

“그럼 나를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한성은 살짝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       *       *

셀라스틴과 대화를 나누며 한성은 모든 상황을 파악했다.

가장 중요한 디아나의 행방을 손에 쥐고 있는 건 어둠의 신봉자들이었다.

네로폴리스 도시에서 어둠의 신봉자들은 동맹 세력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페스틸렌스 클랜이었다.

페스틸렌스 클랜의 협력자 켈트인들이 바로 어둠의 신봉자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놈들은 말단들이라 디아나의 행방을 모르고 있었다. 살려 두면 성가셔질 것 같아 한성은 일단 그놈들을 전부 처리했다.

“어둠의 신봉자들은 대체 뭐하는 놈들이지?”

달빛 주점에서 어둠의 신봉자들을 처리한 한성은 셀라스틴 일행의 아지트로 향하는 중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마족 신봉자들이다.”

“마족 신봉? 그런 걸 대체 왜 해?”

“잘은 모르지만, 제물을 써서 마족으로부터 마력을 부여받으려고 한다더군.”

“마족이라고?”

셀라스틴의 말에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티르 나 노이 세계관은 방대하다.

방문자들과 켈트인들이 활동하는 거대한 중앙 대륙, 투아하 데 다난뿐만이 아니라, 정령계, 천상계, 마계, 환수계도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금 한성이 있는 지역은 중앙 대륙에서 조금 떨어진 레벨 100 미만의 방문자들이 모여 있는 작은 대륙이었다.

100레벨 이상이 되면 중앙 대륙인 투아하 데 다난에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다른 계층은 필드가 개방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켈트인들은 물론 방문자들도 갈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계층에 존재하는 종족들이 투아하 데 다난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종종 있었다.

대부분 이벤트성 미션이 있을 때였으며, 그럴 경우 미션을 클리어한다면 그 보상이 어마어마했다.

단, 보통 그런 경우에 목표가 되는 종족의 레벨이 높다는 사실이 문제지만.

이번 일에 관계된 마족 같은 경우 최소 150레벨은 넘을 것이다.

“역시 너도 놀라는군. 하지만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가진 힘이라면 어둠의 신봉자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 줄 수 있을 테니까. 부디 우리들과 함께 디아나 님을 구해다오.”

셀라스틴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때,

[축하합니다. 당신은 숨겨진 미션을 발견했습니다. ‘히든 미션: 어둠의 신봉자’들이 발동합니다.]

한성의 시야에 히든 미션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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