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1화 (11/318)

# 11

<내 언데드 100만 >

제 11 화  은색의 마수, 실버 울프 (1)

네로폴리스의 내부는 한마디로 어두웠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주점이 이쯤에 있다고 했는데…….”

한성은 오르카 도시에서 주점 마스터 빈센트가 가르쳐 준 주점을 찾고 있었다.

주점의 이름은, 달빛 속에서 술 한 잔이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네이밍 센스가 범상치 않은 이 주점은 사실 정보 클랜이 운영하고 있었다.

겉은 주점이지만 실상은 정보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클랜이었던 것이다.

오르카 도시 주점 마스터 빈센트는 칼이라고 불리는 인물을 찾으라고 했다.

그가 검은 숲의 은자 디아나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여기군.”

네로폴리스 도시 내부를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던 한성은 빈센트가 알려 준 주점을 찾았다.

달빛 속에서 술 한 잔.

“저거 이름 지은 놈 진짜 얼굴 한번 보고 싶네.”

손발이 오그라지는 주점 이름을 바라본 한성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끼이익.

“…….”

주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내부에 있던 인물들이 한성을 돌아봤다.

주점 내부에는 방문자들과 켈트인들이 흥청망청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험상궂게 생겼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받아넘기며 한성은 주점 마스터를 향해 다가갔다.

주점 마스터는 산적처럼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인물이었다.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주점 마스터, 켈트인인 드미트리는 생긴 것과는 다르게 공손한 목소리로 물었다.

“샤또 몽페라 썬 라이트 한 잔.”

한성은 주점 마스터 빈센트가 말한 대로 주문했다.

한성이 주문한 와인 이름은 이를 테면 암구호였다. 한성의 주문에 드미트리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손님. 저희 본점에서는 와인을 취급하지 않습니다.”

‘헐? 이게 무슨 소리야?’

한성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본래대로라면 자신의 말에 주점 마스터가 추가 주문을 하겠냐고 물어 와야 했다.

그러면 한성이 추가 주문을 하겠다고 답하고, 주점 마스터는 한성에게 따라오라고 말해야 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어긋나 버렸다.

‘여, 여기가 아닌가?’

순간적으로 한성은 자신이 주점을 잘못 찾아왔나 싶었다.

네로폴리스에 주점이 이곳 하나만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럴 리 없는데…….’

하지만 달빛 속에서 술 한 잔 같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름의 주점은 흔치 않을 것이다.

즉 잘못 찾아오지 않았다는 뜻!

불현듯 한성은 빈센트가 한 말이 떠올랐다.

‘많이 시켜야 합니다.’

“샤또 몽페라 썬 라이트 열 잔.”

“추가 주문을 하시겠습니까?”

‘이거 완전히 사기꾼이잖아!’

한성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

설마 한 잔 시켰다고 발뺌할 줄이야.

달빛 속에서 술 한 잔의 주점 마스터 드미트리는 산적 같은 겉모습과 다르게 상술이 상상을 초월했다.

‘지금은 그냥 넘어가 주마.’

빈센트가 추천한 인물을 만나기 전까지는 조용히 있을 생각이었다. 깽판을 쳐도 일단 정보부터 손에 넣은 다음, 쳐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열 잔이라고 해도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었다.

드미트리에게 안내 받는 심부름 값이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그리고 만약 드미트리가 자신을 속인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덩치가 있는 편이니 일단 통뼈 1호라고 등록해 놔야지.’

여전히 웃는 얼굴로 한성은 드미트리를 바라봤다.

“추가 주문을 하도록 하죠.”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한성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드미트리는 씩 웃어 보였다.

“이쪽으로.”

드미트리는 한성을 데리고 주점 2층으로 올라갔다.

그때 한성의 눈에 3층에서 내려오고 있는 인물 세 명이 보였다.

“어?”

“응?”

멈칫.

3층에서 내려오던 인물들도 한성을 보더니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이내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두 눈을 부릅떴다.

“너, 너는……!”

“야생의 호구 자식!”

놀랍게도 3층에서 내려오고 있던 인물들은 카이센, 라이칸, 마빈스였다.

“아, 그놈의 호구 소리는 작작 좀 하지. 자기들은 양아치인 주제에.”

귓구멍을 후벼 파며 한성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러자 그들은 잠시 멍한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양아치 3인방은 한성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내 암흑멸천거어어엄!”

“내 재료 아이템을 돌려 줘!!”

“내 화려한 저주의 팔찌를 내놔라!!!”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계단에서 뛰어내렸다.

“이것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자신을 향해 뛰어 내리는 3인방을 보며 한성은 재빨리 죽창을 꺼내 들었다.

푹! 푹! 푹! 푸욱!

도합 네 번 죽창이 박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죽창은 양아치 3인방들을 꼬치처럼 꿰뚫었다.

그리고 드미트리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왜 나까지…….”

“아, 미안.”

무턱대고 찌르다 보니 그만 앞에 있던 드미트리도 함께 찔러 버린 것이다.

“이게 만인 앞에 평등한 죽창이다 보니 그만…….”

그냥 네가 냅다 찌른 거잖아, 미친놈아!

드미트리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그래도 어깻죽지를 찔렸을 뿐이니 죽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리고 어차피 너도 나 속였잖아. 안 그러냐? 이 시벌로마.”

한성은 벌에 악센트를 강하게 주며 말했다.

그리고 재차 죽창을 드미트리의 가슴에 찔렀다.

푹!

“크헉!”

억울한 표정의 드미트리는 단말마를 지르며 쓰러졌다.

“흥.”

드미트리는 그대로 절명했다.

보기보다 레벨이 낮은 모양이었다.

또한, 켈트인들은 한 번 죽으면 두 번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성은 별 감흥이 없었다.

‘어차피 게임일 뿐.’

아무리 리얼리티를 강조했다고 해도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드미트리를 죽였다는 사실에 한성은 마음을 두지 않았다.

거기다 드미트리는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다.

자신을 습격했던 스케빈져 3인조들이 3층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본 순간 한성은 모든 상황을 이해했던 것이다.

함정에 빠졌다고.

“야, 이 빌어먹을 놈아!”

“이거 빨리 안 빼?”

“침입자다! 누가 이 자식 좀 잡아 줘!”

그때 남은 양아치 3인방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 외침에 2층에서 누군가가 다급하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가리 닫아라. 냄새난다.”

혀를 한차례 찬 한성은 죽창을 벽으로 휘둘렀다.

퍼억!

“꽥!”

둔탁한 소음과 함께 양아치 3인방들은 괴성을 내질렀다.

아직 그들은 죽창에 꿰뚫려 있는 상태였다.

거기다 한성은 죽창에 디지즈 스킬을 걸었다.

그 덕분에 세 놈은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입고 있었다.

“뭐야?”

“벌써 들켰어?”

“어떤 놈이 들킨 거야?”

2층 문이 벌컥 열리면서 이미 무기와 방어구로 무장한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대로 그들은 2층에서 드리트리가 한성을 데려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또한, 그들의 가슴에는 양아치 3인방과 같은 검은 해골 문장이 붙어 있었다.

스케빈져 클랜, 페스틸렌스의 문장이.

‘망할 빈센트 놈!’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빈센트는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한 모양이었다.

PK 전문 스케빈져 클랜원들이 주점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으니까.

이미 암구호부터가 틀려먹었다.

이 주점의 이름에는 달빛이 들어간다.

그런데 썬 라이트라니.

한성이 알고 있었던 암구호는 사실 수상한 인물을 판가름하기 위한 비밀 단어였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빈센트는 스케빈져에 대한 이야기를 입도 뻥긋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한성을 함정에 빠뜨릴 작정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드미트리도 마찬가지였다.

‘흠.’

눈앞에 하나둘 나타나고 있는 페스틸렌스 클랜원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전체 인원은 열 명도 되지 않았지만 50레벨에서 60레벨 사이의 페스틸렌스 클랜원들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던 것이다.

거기다 클랜원들 뿐만이 아니라 1층 주점에 상당히 강해 보이는 켈트인들도 있었다.

한성은 죽창을 1층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 죽창에 꿰뚫려 있는 양아치 3인방들을 발로 찼다.

“우, 우와아아악!”

한성의 발길질과 무게를 이기지 못한 3인방들은 죽창에서 뽑히며 1층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 자식이!”

“감히 우리 클랜을 건드려?”

한성의 행동에 페스틸렌스의 클랜원들은 눈에 불꽃이 튀었다.

그리고 한성도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해골 병사 소환(Bone Soldier Summon)!”

펑!

드미트리의 시체가 터지면서 해골 병사 세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해골 병사 세 마리는 덩치가 컸다.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드미트리만큼.

거기다 기골도 장대했으며 무장도 튼실했다.

“통뼈들아. 가서 막아라.”

한성의 명령에 통뼈 세 마리가 2층 계단과 이어진 문을 통해 나오고 있는 페스틸렌스 클랜원들을 향해 달려갔다.

까앙! 깡!

이윽고 통뼈들의 뼈칼과 페스틸렌스 클랜원들이 맞붙기 시작했다.

그사이 한성은 1층 주점을 향해 뛰어 내렸다.

달빛 주점은 1층뿐이었고, 2층은 페스틸렌스 클랜원들이 사용하는 공간인 모양이었다.

3층은 클랜장이 한 층 전부를 사용하고 있을 테고.

“흠.”

한성은 1층 주점을 둘러봤다. 2층에서 있던 소란 때문인지 술을 마시고 있던 대부분 방문자들과 켈트인들은 도망갔다.

그럼에도 1층 주점에는 열 명이 넘는 인원이 한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중에는 죽창에서 벗어난 양아치 3인방도 있었으며, 한성에게 당한 데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생명력 포션을 무슨 마약 중독자처럼 벌컥벌컥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넌 씨발 죽었다고 생각해라.”

“튈 생각하지 마.”

“우리한테서 가져간 아이템 다 토해 내기 전까진 안 보내 준다.”

양아치 3인방은 독기가 바짝 오른 눈으로 한성을 노려봤다.

하긴 그럴 수밖에.

그들에게 있어서 한성은 철천지원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호구인 줄 알았던 한성에게 반대로 털렸기 때문이다.

거기다 고가의 장비를 뺏기는 바람에 클랜장인 칼스텐에게 욕을 한 바가지로 얻어먹었다.

그 후 자신들을 털어먹은 호구 자식이 어디에 있는지 찾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한성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허탕만 쳤을 뿐이었다.

그 때문에 칼스텐에게 얼마나 깨졌던가?

그런데 설마 제 발로 찾아올 줄이야!

“저 자식 조져 버려!”

한성에게 +12강 암흑멸천검을 뺏긴 카이센이 악을 쓰며 소리쳤다.

그러자 1층에 있던 켈트인들이 한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죽고 싶으면 덤벼.”

죽창을 앞으로 내밀며 한성은 피식 웃어 보였다.

죽창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방문자와 켈트인을 가리지 않는다.

2층에서 통뼈 세 마리가 시간을 버는 사이 한성은 1층 주점에 있는 페스틸렌스 클랜원들과 그 협력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바로 그때.

콰아아아앙!

별안간 폭음과 함께 1층 주점 문이 터져 나갔다.

그러자 1층 주점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화들짝 놀란 눈으로 입구를 바라봤다.

“거기까지다!”

그곳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차가운 느낌의 은색 머리카락과 숲속 같은 초록색 눈, 그리고 볼륨감 넘치는 아찔한 몸매의 미녀.

그뿐만이 아니다

그녀의 머리에는 늑대처럼 생긴 귀가 파닥파닥 움직이고 있었고, 엉덩이에도 늑대 꼬리가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은색의 마수, 실버 울프.

셀라스틴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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