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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언데드 100만-10화 (10/318)

# 10

< 내 언데드 100만 >

제10화  범죄와 향락의 도시, 네로폴리스

[축하합니다. 당신은 방문자들과 켈트인들을 죽이는데 기쁨을 느끼는 악질적인 스케빈져들을 처치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당신의 레벨이 55가 되었습니다. 히든 2차 전직 미션을 확인하십시오.]

“헐.”

놀란 표정으로 한성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봤다.

양아치 3인방들을 때려잡으면서 한성은 55레벨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히든 2차 전직 미션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까지 레벨 업을 하면서 받은 스텟 포인트는 전부 지배력에 투자했다.

아직 지력과 마력 부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용 스킬도 배우지 못했는데 벌써 2차 전직을 할 때가 왔네.”

보통 2차 전직은 50레벨에서 받는데, 간혹 55레벨이나 60레벨에서 받는 경우도 있었다.

히든 직업 데스브링어는 후자였다.

“디아나라고 했던가? 빨리 만나 봐야겠군.”

아무래도 빨리 디아나를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진정한 데스브링어의 능력을 쓸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이거 좀 괜찮은데?”

한성은 양아치 스케빈져들을 때려잡으면서 짭짤한 수익을 얻었다.

양아치 놈들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들을 드랍했던 것이다.

대부분 잡다한 재료템들이었지만 나름 괜찮은 것도 있었다.

[화려한 저주의 팔찌]

타입: 팔찌.

최소 요구 레벨: 50.

등급: 레어.

옵션: 지력 +10. 마력 +10.

내구도: 500/500.

설명: 지력과 마력을 올려 주는 팔찌.

“당분간 쓰기에 좋겠군.”

한성은 씩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화려한 저주의 팔찌는 무려 지력과 마력을 10씩 올려 주는 장신구 아이템이었다.

그 외에도 카이센이 드랍하고 간 +12강을 한 암흑멸천검도 있었다.

하지만 임팩트 있는 이름에 비해 능력치는 조금 좋은 정도였다. 다만 +12강이었기에 상당히 좋았다.

나중에 팔면 돈이 제법 될 것이다.

“멍청한 놈들. 그러게 상대를 가려 가면서 덤볐어야지.”

한성은 스케빈져들을 처치하고 얻은 전리품들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스케빈져들 덕분에 어느 정도 장비를 맞출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페스틸렌스 클랜이라고 했었지?’

한성은 카이센과 라이칸이 죽어가면서 욕하던 말을 떠올렸다. 그놈들은 클랜 소속이었다.

PK를 전문적으로 하는 스케빈져의 클랜원이었던 것이다.

‘듣보잡 클랜이군.’

대규모이거나 적어도 중규모의 클랜이었다면, 블랙 레이븐 클랜에 있던 시절 이름을 한 번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봐서 기껏해야 중소 규모인 것 같았다.

거기다 양아치 3인방의 레벨은 50대 초반.

페스틸렌스 클랜의 평균 레벨은 50에서 60정도 선이지 않을까 한성은 추측했다.

애초에 50레벨 대 방문자들이 많은 네로폴리스에 자리 잡은 것만 봐도 대충 견적이 나왔다.

“아, 이왕이면 클랜 위치가 어딘지 물어볼걸. 그럼 내가 직접 찾아갔을 텐데.”

한성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아무리 상대의 레벨이 높고 숫자가 많다고 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스텟이 깡패였으니까.

거기다 네크로맨서 스킬로 함정 파 놓거나 해골 병사들을 활용하면 상대하기가 좀 더 수월했다.

“일단 네로폴리스에 가 봐야겠군.”

아직 한성은 히든 전용 스킬조차 배우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검은 숲의 은자인 디아나를 찾아서 스킬을 배워 두는 편이 앞으로가 편했다.

그렇게 한성은 디아나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네로폴리스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어두운 지하.

작은 수정들이 벽면에 박혀 있어서 주변은 은은하게 밝았다.

그리고 지하 중심부.

그곳의 중심에는 거대한 수정 하나가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벌써 30년이 흐른 건가.”

수정 앞에 검은 로브를 입고 있는 사내가 서 있었다.

사내의 이름은 테오도르다.

겉으로는 40대 초반으로 보이지만 실제 나이는 60이 넘었다.

“스승님. 30년이 지난 지금, 스승님을 찾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기분 나쁜 손놀림으로 테오도르는 수정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무에게도 당신을 넘겨주지 않을 테니까.”

테오도르는 탐욕스러운 미소로 수정을 바라봤다.

지하 중심부의 공터를 환하게 밝히는 자줏빛 수정체.

그 안에는 아름다운 여성이 있었다.

화려하게 빛나는 은색 머리카락.

곱게 감겨 있는 두 눈과 매력적인 붉은 입술.

그리고 은색 머리카락 사이로 뾰족한 귀가 솟아있는 초콜릿색 피부가 매력적인 다크 엘프 여성이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의 여성은 풍만한 가슴과 아찔한 몸매를 팔과 다리로 가리고 있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당신은 너무 아름다워.”

수정 속의 아름다운 여성을 바라보는 테오도르의 눈에서 색욕이 일어났다.

가지고 싶다.

당장 눈앞에 있는 수정을 깨부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여성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 노예처럼 부리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다.

하지만 이내 테오도르는 욕망을 내려놓았다.

눈앞에 있는 수정은 그녀 자신이 스스로 만든 것.

그녀가 해제하지 않는 한 수정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스승님.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 30년간 당신은 마음의 벽을 쌓아 올렸겠지만, 저는 벽을 허물 방법을 찾아냈지요. 머지않아 당신이 만들어 놓은 마음의 벽을 허물어 드리겠습니다. 그때가 오면 당신은 오직 나만의 것이 되겠죠.”

테오도르는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수정을 올려다봤다.

이 수정만 사라진다면 그녀는 자신의 포로가 될 터.

테오도르는 광소를 터트리며 몸을 돌려 지하 중심부를 빠져 나갔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 순간 자줏빛 수정 밑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이윽고 검은 기운은 한 곳에 모이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손바닥 크기만 한 작은 소녀로 변한 것이다.

소녀의 허리 부분에는 앙증맞은 박쥐 날개 붙어 있었다.

보라색 피부의 작고 귀여운 소녀는 수정 속 다크 엘프 여성을 보더니 고개를 한 번 꾸벅 숙였다.

그리고 다시 검은 연기화하더니 작고 귀여운 박쥐로 변했다.

작은 박쥐는 수정 주위를 한 번 맴돌고 나서 밖으로 나갔다.

*       *       *

범죄와 향락의 도시 네로폴리스에 터를 잡고 있는 스케빈져 PK전문 클랜, 페스틸렌스.

페스틸렌스는 말이 스케빈져 클랜이지 하는 짓은 강도와 다름없었다.

지나가는 사람의 목을 쓱싹한 다음 아이템을 강탈해 가기 때문이다.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다.

총인원이 열 명 내외였으니까.

다만 레벨은 50대 중후반으로 좀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셋이서 겨우 한 놈 당해 내지 못하고 털리고 왔다는 거냐?”

스케빈져 클랜 페스틸렌스의 사무실에서 걸걸한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클랜장 칼스텐의 목소리였다.

“아니 그게 말입니다. 그놈이 생긴 건 참 호구스럽게 생겼는데 강하더라구요.”

칼스텐의 앞에서 카이센이 땀을 뻘뻘 흘리며 항변했다.

카이센 일행은 한성에게 사망하고 난 뒤, 운 좋게 페스틸렌스 클랜원에게 도움을 받아 다시 되살아날 수 있었다.

카이센 일행과 마찬가지로 영업 중이던 페스틸렌스 클랜원들이 근처에 있었던 것이다.

클랜원들의 도움으로 부활한 카이센 일행은 입을 꾹 다물고 페스틸렌스 클랜의 본거지인 네로폴리스 도시로 곧바로 돌아왔다.

그들이 생각해도 한 놈에게 세 명이 당했다는 사실은 쪽팔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클랜 마스터인 큰형님에게 숨길 수 없었다.

털린 고급 장비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지금 카이센 일행들은 클랜 마스터인 칼스텐에게 욕을 신나게 처듣을 예정이었다.

“야, 이 병신아! 그러니까 호구한테 털리고 왔다는 말 아냐, 지금?”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카이센의 변명에 칼스텐은 역정을 내며 강철 재떨이를 집어 던졌다.

쾅!

강철 재떨이는 카이센과 라이칸 사이를 지나치며 벽에 박혀 들어갔다.

“에라이, 병신 같은 놈들.”

칼스텐은 멍청한 부하 3인방을 노려보며 씩씩거렸다.

셋이서 한 놈한테 당한데다가 아이템까지 털렸다.

거기다 카이센 저놈은 유니크 등급 무기인 +12강 암흑멸천검까지 털렸다고 하지 않는가?

암흑멸천검은 클랜에서 돈을 좀 보태서 12강을 띄운 보물이었다.

그런데 그걸 뺏기다니?

페스틸렌스 클랜을 이끌고 있는 칼스텐은 빡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놈 지금 어디 있어?”

칼스텐은 카이센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 그게 잘…….”

카이센은 머리를 긁적이며 머뭇거렸다.

“그놈 어디 있는지 알아 뒀어야 할 거 아니야! 내가 지금 우습냐? 우습냐고!”

“아, 아닙니다!”

칼스텐의 말에 카이센은 부동자세를 취하며 대답했다.

그때 뒤에 있던 마빈스가 앞으로 나섰다.

“그놈 네로폴리스로 오고 있을 겁니다.”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책임질 수 있어?”

“예.”

칼스텐의 반문에 마빈스가 확고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본적으로 스케빈져 클랜은 체면을 중요시한다.

네로폴리스에서 무시당하는 순간 살아가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하게 보여 주어야 했다. 당하면 열배, 백배로 갚아 주는 게 네로폴리스에서 살아가는 스케빈져들의 불문율이었으니까.

“상철아. 영호야, 준식아.”

“네, 형님.”

“똑바로 해라. 안 그러면 진짜 죽는다.”

“네, 넵!”

칼스텐의 부름에 양아치 3인방들은 칼 대답을 했다.

스케빈져 클랜, 페스틸렌스.

그들은 한국인들로 현실에서도 서로 아는 사이였다.

정확히는 조직원들이었다.

조직 사회에서도 티르 나 노이가 돈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사업 투자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페스틸렌스 클랜도 규모는 작지만 그러한 조직 중 하나였다.

“그럼 그놈 어디 있는지 당장 알아내서 보고해라. 알겠냐?”

“넵!”

칼스텐의 말에 양아치 3인방은 굳은 얼굴로 대답한 후, 사무실을 나갔다.

“후. 어떤 개새끼가 감히 내 클랜을 건드려. 다시는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주마.”

사무실에 혼자 남은 칼스텐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       *       *

“여긴가?”

약 하루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한성은 네로폴리스 도시 입구에 도착했다.

자신을 습격한 페스틸렌스 클랜원들을 처치한 후, 안전한 장소에서 로그아웃을 하고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를 종료한 다음 집에서 좀 쉬었던 것이다.

밥을 먹고 잠도 잤다.

그리고 다시 티르 나 노이에 접속해서 지금에서야 네로폴리스 도시에 도착한 것이다.

네로폴리스 도시 입구에서 한성은 눈앞을 바라봤다.

입구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아찔한 몸매를 거의 다 드러내다시피 한 관능적인 미녀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범죄와 향락의 도시 네로폴리스.

그 이름에 걸맞게 입구에서부터 아름다운 여인들이 도시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티르 나 노이에서는 성인 콘텐츠도 즐길 수 있었기에 이런 윤락 업소 또한 존재했다.

물론 성인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엄격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기에 미성년자는 이용할 수 없었다.

거기다 플레이어 방문자들이 성인 콘텐츠를 즐기려면 상대가 켈트인이라고 해도 서로 동의를 해야 했다.

그러고 나서야 서로 사랑을 나누는 행위를 할 수 있었다.

“거기 지나가는 멋진 오빠. 망토 좋아 보이네.

‘1골드도 안 하는 싸구련데 좋아 보이긴 무슨.’

한성은 네로폴리스 입구를 지나 내부로 향했다.

입구에서 머뭇거리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실제로 네로폴리스에 당도한 초보 방문자들이 입구에 있는 미녀들에게 붙잡혀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눈앞에 있는 미녀들은 네로폴리스에 들어가는 첫 관문인 셈이었다.

한성은 주변 미녀들의 매혹적인 손짓을 뿌리치며 네로폴리스의 내부로 들어갔다.

검은 숲의 은자, 디아나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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