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 내 언데드 100만 >
제6화 라자투스의 송곳니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는 수많은 던전들이 존재한다.
그중 히든 던전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일반 던전보다 더 큰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히든 던전은 여러 가지 제한이 있었다.
레벨 제한은 기본이고, 특정 아이템이나 조건을 충족시켜야 히든 던전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지금 한성이 가려고 하는 히든 던전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라자투스의 송곳니를 얻어야 하지.’
라자투스의 송곳니를 구해야 히든 던전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열 수 있었다.
라자투스는 초보자 마을에서 상당히 떨어진 초원에 서식하는 필드 보스 몬스터였다.
티르 나 노이의 세계가 워낙 방대한데다가, 대부분 방문자들은 초보자의 마을에서 전직을 하고 나면 바로 다른 도시로 가 버린다.
그 때문에 라자투스가 있는 필드로는 사람들이 잘 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의미로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으허어어엉!
두두두두두!
한성의 눈앞에서 이마에 뿔이 하나씩 달린 사자 무리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덩치도 일반 사자보다 더 컸으며 이마에 붙어 있는 뿔이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눈에는 붉은 안광이 번뜩이고, 입에서는 하얀 침이 질질 흐른다.
한눈에 봐도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 미친 사자들 보소. 더럽게도 많이 모여 있네.”
자신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는 일각사자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덜그럭덜그럭!
일각사자들 앞에서 뼈만 앙상한 해골 병사 세 마리가 죽어라 뛰고 있었다.
역시 히든 직업 해골 병사들이라 그런지 약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는 골다공증이 걸렸네, 관절염이네 뭐네 말이 많았었다.
하지만 해골 병사 소환 스킬 레벨이 3이 된 덕분인지 한성이 소환한 해골들은 상당히 다부졌다.
그래서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끌게 했다.
지금처럼 몹 몰이를 시키기 위해서.
처음에는 열 마리였지만, 몹 몰이를 하는 동안 한 마리, 두 마리 당하면서 지금은 세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일각사자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 남은 세 마리는 역전의 용사라고 할 수 있었다.
크아아아앙!
빡!
그때 해골 병사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일각사자의 앞다리에 맞고 쓰러졌다.
그러자 나머지 두 마리가 화들짝 놀라며 한성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미친 듯이 뛰어오기 시작했다.
동료 하나가 짓밟히면서 일각사자들의 진격 속도가 주춤한 사이에.
쓰러진 해골 병사는 일각사자들에게 짓밟히면서 운명했다.
“쯧쯧.”
역전의 용사는 개뿔.
한성은 혀를 차다가 손가락을 딱 튕겼다.
“콥스 익스플로젼(Corpse Explosion).”
콰콰콰콰쾅!
순간 일각사자들 사이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해골 병사들에게 일각사자 무리들을 몰아오도록 시켜 놓고, 그 사이 한성은 시체 소환을 하면서 함정을 파 놓고 있었던 것이다.
크와아아아앙!
순식간에 일각사자들이 시폭에 휘말리면서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거기다 부가 효과인 부패 가스가 퍼지면서 초당 1% 데미지를 입혔다.
자욱하게 퍼진 보라색 부패 가스 속에서 약 빤 일각사자들은 괴성을 지르며 전멸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일각사자들을 잡자 단순에 한성의 레벨이 하나 올랐다.
일각사자들의 레벨이 낮긴 했지만 마리수가 많았으며, 전승 특전 보상 300% 덕분이었다.
그리고 제법 묵직한 골드를 벌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이었다.
필드 내부로 들어가려면 상당한 숫자의 몬스터들을 처리해야 했다.
“골골이 원 투야. 다음 가자. 아직 갈 길이 멀다.”
“골골…….”
골골이라고 불린 해골 병사 두 마리가 한성을 돌아봤다.
방금 전에 일각사자무리들을 몰아왔는데, 그 짓을 또 해야 한다고?
해골 병사들은 마치 나라 잃은 백성들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한성은 단호했다.
“뭐해? 빨리 안 와? 뼈다귀 새끼들이 빠져 가지고. 편하냐?”
“골! 골!”
한성의 외침에 해골 병사들은 군기가 바짝 들린 병사처럼 움직였다.
그렇게 한성과 해골 병사들은 초원 안쪽 깊숙이 들어갔다.
* * *
초원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한성은 약 빤 몬스터들을 해골 병사들과 함께 잡았다.
스킬 숙련도 레벨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해골 병사들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쓸 만했다.
그리고 초원 안으로 진입한지 몇 십 분 후.
드디어 한성의 눈앞에 라자투스가 나타났다.
라자투스는 3미터 몸집의 호랑이처럼 생겼다.
얼룩덜룩한 호피 무늬와 투박하면서도 커다란 앞발.
그뿐만이 아니라 송곳니가 30cm 정도로 길었다.
날카로운 눈으로 한성을 노려보던 라자투스는 우렁찬 포효 소리를 내질렀다.
크와아아앙!
“쪼렙 주제에 소리는 졸라 크네.”
눈앞에서 포효하는 라자투스의 우렁찬 성량에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200레벨을 넘은 적이 있는 한성에게 40레벨 보스는 성에 차지 않았다.
최대한 빠르게 처리할 생각이었다.
“골골이 원 투 투입.”
“골골?”
부들부들.
한성의 말에 해골 병사 두 마리가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뼈칼을 꽉 움켜쥔 해골 병사 둘은 한성을 돌아봤다.
정말 가야 되냐고.
“뭐해? 빨리 안 가?”
하지만 한성은 단호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명령을 내리는 한성의 말에 해골 병사들은 라자투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골골골골!”
까앙!
라자투스의 무지막지한 앞발과 골골이 원의 뼈칼이 맞부딪쳤다.
까앙! 까앙!
라자투스는 해골 병사 두 마리를 향해 앞발을 마구 휘둘렀다. 그래도 해골 병사 스킬 숙련도 레벨이 올라서 그런지 골골이 원 투들은 라자투스의 공격에 제법 버텼다.
한성은 해골 병사들과 라자투스의 전투를 가만히 지켜봤다.
그렇게 얼마나 싸웠을까.
조금씩 해골 병사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크와아아앙!
까아아앙!
포효와 함께 라자투스의 앞발이 빛살처럼 빠르게 해골 병사들을 후려치고 지나갔다.
콰지직!
뼈칼에 금이 가면서 해골 병사들이 나가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치명상을 입긴 했지만 소멸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골골…….”
다만 바닥에 쓰러져서 골골대고 있는 게 문제였지만.
크르릉.
해골 병사들을 넉다운시킨 라자투스가 한성을 노려봤다.
“네가 노려보면 어쩔 건데?”
한성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한성의 레벨은 50.
스텟 상으로는 90레벨 정도 된다.
그에 반해 라자투스의 레벨은 고작 40.
그리고…….
키기긱.
한성의 등 뒤에서 푸른 안광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무려 수십 쌍이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잠시 후, 수십 개체가 넘어가는 해골 병사들이 뼈칼을 휘두르며 일제히 라자투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축하합니다! Lv40 보스 라자투스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3000 골드를 획득합니다.]
[축하합니다. 라자투스의 가죽 갑옷 상의와 가죽 어깨 보호구, 송곳니를 획득하셨습니다.]
[전승 특전으로 모든 보상이 300% 증가합니다.]
[9000 골드와 가죽 갑옷 상의 3개, 어깨 보호구 3개, 송곳니 3개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헐. 미쳤네.”
라자투스를 잡고 주르륵 떠오르는 메시지에 한성은 웃음을 터트렸다.
모든 보상을 3배로 받았기 때문이다.
“보상이 300% 증가한다고 하긴 했었지만 설마 이런 것일 줄은…….”
아이템은 물론이고 경험치도 3배로 받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상 3배 전승 특전이 만능인 건 아니었다.
명성이나 등급이 높은 장비는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다 죽었을 때 생기는 페널티도 3배였다.
“일단 장비가 생겨서 다행인가.”
지금 한성은 초보자의 마을에서 구한 가장 기본적인 최하급 장비를 쓰고 있었다.
그래도 일단 없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그 외에는 혹시나 몰라 얼굴을 가리기 위해 사용 제한이 없는 망토 하나를 뒤집어쓰고 있을 뿐이었다.
개인 창고에 여러 장비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대부분 100레벨 이상일 때 쓸 수 있는 아이템들이었다.
한성은 라자투스의 가죽 갑옷 상의와 어깨 보호구를 착용했다.
팟!
순간 한성의 몸에서 빛이 흘러나오더니 날렵한 디자인의 갈색 가죽 방어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좀 낫네.”
한성은 씩 미소를 지었다.
가죽 방어구를 착용하자 일부 능력치가 소폭 상승하고 방어력이 올라갔다.
“이제 히든 던전을 털러 가 볼까?”
라자투스의 송곳니를 구했으니 남은 건 히든 던전을 공략하러 가는 것뿐이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지금 한성이 가려고 하는 히든 던전은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오직 한성만이 알고 있는 히든 던전들 중에 하나다.
티르 나 노이에서 200레벨이 넘고 4차 전직까지 하면서 한성이 알아 놓은 히든 던전들이 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레벨 제한에 걸렸다.
대부분 레벨이 100이하였던 것이다.
그 때문에 히든 던전들은 그대로 킵 해 두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봤자 좋을 게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물론 돈을 받고 팔아넘긴 히든 던전도 몇 개 있었다.
“그나마 50레벨이라 다행이지.”
지금 한성이 가려고 하는 히든 던전은 제한 레벨이 55다.
최저 50레벨에서 최대 55레벨 사이만 히든 던전에 입장할 수 있었다.
다행히 한성의 레벨은 아직 55가 아니었다.
그리고 히든 던전 레벨 제한은 각양각색이었다.
예를 들어 레벨 제한이 55레벨에서 65레벨 사이인 히든 던전들도 있으니 말이다.
“분명 여기 어디 근처일 텐데…….”
라자투스의 송곳니를 챙긴 한성은 이동을 시작했다.
히든 던전의 위치는 라자투스가 있는 장소에서 멀지 않았다.
“여기다.”
히든 던전의 입구는 거대한 나무 아래에 가려져 있었다.
그것도 덩굴과 나무뿌리에 가려져 입구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굵은 나무뿌리 위에 라자투스의 30cm가 넘어가는 송곳니 두 개를 꽂아 두면…….
파앗! 드드드드드득!
하얀 섬광과 함께 라자투스의 송곳니가 사라지고 거대한 나무뿌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라자투스의 송곳니를 꽂아 두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제한 레벨에 걸린다는 안내 메시지가 뜨면서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축하합니다! 최초로 히든 던전 베어 케이브를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이 100 상승합니다.]
이제는 들어갈 수 있었다.
한성의 눈앞에서 나무뿌리가 사라지면서 히든 던전, 베어 케이브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성은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들어가는 던전은 50레벨 대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히든 던전은 일반 던전보다 난이도가 높은 편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한성이라면 여유롭게 클리어할 수 있었다.
“그럼 가 볼까?”
한성은 히든 던전 베어 케이브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