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4화 (4/318)

# 4

< 내 언데드 100만 >

제4화  전승 (4)

[카슈발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레인첼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흑마탄환자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이웃집 또털려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내오늘이라도 빚갚으리요 님이 사망…….]

아무도 없는 흑사림의 미궁 던전에서 한성을 쫓던 추적자들이 사망했다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       *       *

덜컥. 위이잉.

낮은 기계음이 울려 퍼지면서 가상 현실 캡슐의 덮개가 열렸다.

“망할 놈들…….”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캡슐 밖으로 나왔다.

흑기사의 미궁 던전에서 카슈발을 비롯한 추적자들에게 당한 기억들이 떠오른 것이다.

시체 폭발로 한성은 자폭을 감행했다.

그 결과 추적자들이 부활의 깃털을 쓰기 전에 로그아웃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때문에 시체 폭발을 사용하고 난 뒤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한성은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고 닥터페이커 탄산음료를 꺼내 마셨다.

톡 쏘면서 알싸한 체리향이 느껴졌다.

“캬! 이제 좀 살 거 같네.”

시원한 탄산이 몸속으로 스며들자 한성은 찌뿌둥한 기분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닥터페이커를 들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다시 접속하려면 3일을 기다려 하나? 망할 카슈발 놈들.”

한성은 투덜거리며 컴퓨터를 켰다.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이것저것 알아볼 작정이었다.

‘2차 각성 보스몹에 전승과 히든 전직이라…… 마이너스 레벨도 확인해 봐야지.’

본래 흑기사의 미궁 던전의 특징이라고 하면 흑기사라고 불리는 데스나이트 보스몹과 랜덤 텔레포트였다.

2차 각성 같은 건 없었다.

“얼마 전에 있었던 대규모 업데이트로 새로 생겼다고 봐야겠지?”

아마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바뀐 게 많을 것이다.

티르 나 노이의 세계는 방대하니까.

던전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일반 공용 던전부터 시작해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히든 던전까지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였다.

거기다 불과 이틀 전에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를 개발한 게임 회사 오딘에서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신대륙 하늘 섬을 추가한 것이다.

하늘 섬의 크기는 상당히 컸다.

티르 나 노이 세계에 존재하는 전체 대륙의 약 3분의 1크기였으니까.

거기다 레벨 제한도 300까지 풀렸다.

그 외에도 업데이트 상으로 알려 주지 않은 숨겨진 퀘스트나 던전, 보스, 아이템들이 있을 것이다.

“더럽게 많네.”

정보를 살펴보던 한성은 혀를 찼다.

대규모 업데이트인 탓에 내용이 너무 방대한 까닭이었다.

티르 나 노이를 개발한 오딘에서 추구하는 건 리얼리티였다.

그 때문에 게임 안내가 불친절했다.

처음 시작하면 튜토리얼만 가르쳐 줄 뿐, 그 이후는 유저들이 알아서 미션을 받고 레벨 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저들은 게임을 하면서 알게 된 정보나 경험들을 각종 사이트에 올리기 시작했고, 그 양은 지금에 와서 엄청난 분량이 되었다.

현재 티르 나 노이는 전 세계에서 약 일억 명이 넘는 유저가 즐기는 대박 게임이다.

또한 티르 나 노이에서 유저, 즉 플레이어들은 방문자, NPC들은 켈트인이라 불렸다.

유그드라실 인텔리전스 시스템 인터페이스 유닛(Yggdrasil Intelligence System Interface Unit).

통칭 이시스라 불리는 인공 지능 프로그램이 티르 나 노이 서버를 통합 관리하고 있었다.

언어 문제 또한 자동 번역이 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찾았다.”

어마어마한 분량의 업데이트 내용을 확인하던 한성은 마침내 2차 각성 보스 몬스터와 관련된 항목을 찾아냈다.

[일부 특정 던전들에서 숨겨진 조건을 충족하면 보스가 2차 각성을 합니다. 2차 각성을 한 보스 몬스터를 잡을 경우 새롭게 추가한 보상 아이템이 일정 확률로 드랍됩니다.]

“과연. 그래서 데스나이트가 2차 각성을 한 건가?”

업데이트 내용을 확인하며 한성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데스나이트를 잡으면 흑기사의 정수를 아주 가끔 드랍한다.

그것을 가지고 데스나이트를 잡으면 2차 각성을 하는 모양이었다.

“운이 좋았었네.”

한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일정 확률이라 쓰고 극악 확률로 읽는다.

일반적으로 2차 각성한 데스나이트를 잡고 나서 전승 아이템과 히든 전직서를 동시에 얻을 확률은 1%도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한성이 두 가지 모두 획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최초로 2차 각성을 한 데스나이트를 때려잡았기 때문이리라.

“역시 전승에 대한 건 없나.”

내친 김에 전승에 대한 정보도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이번 업데이트 때 비밀리에 추가된 모양이었다.

마이너스 레벨도 마찬가지.

업데이트 내용뿐만이 아니라 홈페이지 전체를 찾아봐도 전승과 마이너스 레벨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무슨 잠수함 패치도 아니고…….”

한성은 자신이 찾는 정보가 나오지 않자 툴툴거렸다.

애초에 티르 나 노이의 세계는 방대하고 넓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오딘사의 운영 방침에 따라 대부분의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아직 한성이 모르고 있는 티르 나 노이 세계의 비밀이 더 많았다.

특히 한성은 무투가 직업에서 4차 전직을 했고, 레벨도 200이 넘었지만 순전히 노가다로 그 자리까지 올라갔기에 더욱 정보가 어두웠다.

물론 정보에 어둡다고 해서 한성이 기본적인 것마저 모르는 건 아니었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전승에 대해 알아본 후, 한성은 자신이 히든 전직한 데스브링어에 대해 알아봤다.

하지만 데스브링어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다만 데스브링어가 네크로맨서와 연관이 있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데스브링어이라는 단어로 검색하니 네크로맨서와 관련된 정보들이 검색되어 나왔던 것이다.

“설마 네크로맨서였다니…….”

한성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네크로맨서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초반에 썩 좋은 직업은 아니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성은 티르 나 노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네크로맨서에 대한 정보를 쭉 검색해 봤다.

“역시 네크로맨서는 안 좋은 건가?”

레벨 10에서 전직할 수 있는 일반 네크로맨서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 한성은 혀를 찼다.

악평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네크로맨서 개쓰레기 아닌가요?]

[해골 병사는 무슨 골다공증 걸린 것 같음. 몬스터가 툭 치면 퍼석거리면서 그냥 부서짐.]

[내가 소환한 해골은 무슨 관절염에 걸린 것처럼 절뚝거리던데.]

[님들, 그 정도면 양반임. 내가 본 해골 병사는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가만히 서 있는데도 막 후들후들거림. 지팡이 하나 갖다 드려야 되는 줄.]

[여러분! 네크로맨서 소환수가 이렇게 키우기 어렵습니다. 소환수 상향 패치 좀!]

“나, 참.”

네크로맨서의 소환수에 대한 이야기를 본 한성은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안 좋은가?’

하나같이 네크로맨서가 좋지 않다는 말에 한성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자신은 히든 직업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일반 네크로맨서랑 데스브링어가 같을 리는 없겠지.”

한성은 애써 불안감을 떨쳐냈다.

필요한 정보들을 확인한 한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가로 다가갔다.

드르륵.

창문을 열자 하얀 달빛 아래로 어둠이 깔린 도시의 야경이 펼쳐져 보였다.

그와 함께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틱. 틱.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한성은 잘 켜지지 않는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 담배도 끊어야 하는데.”

한성은 창밖으로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담배가 몸에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습관적으로 계속 피우고 있었다.

“그래도 놈들에게서 도망칠 수 있었으니 다행인가?”

블랙 레이븐 클랜의 추적자들에게 붙잡힌 후 한성은 계속 죽었다가 살아나기를 반복했다.

만약 시체 폭발로 로그아웃을 할 타이밍을 만들지 못했다면 진짜 게임을 접어야 했을 것이다.

“빌어먹을 슈타인 자식.”

한성은 능글능글하게 인상이 좋아 보였던 인물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슈타인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독일인이었다.

티르 나 노이는 전 세계인이 플레이하기 때문에 외국인과 만나는 일이 제법 있었다.

한성은 게임을 플레이 하던 중 슈타인과 만나 블랙 레이븐 클랜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각을 드러내며 1군 공격대 대장 자리를 차지했다.

한성의 나이는 아직 20대 초중반으로 비교적 어린 편이었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레벨과 랭킹이 모든 걸 증명한다.

한성의 레벨은 200이 넘으며, 랭킹은 1000위권이었다.

그 때문에 모두 한성을 따랐으며 1군 공격대 대장이라는 위치까지 올라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날 배신한 걸까?’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지난 일을 회상했다.

느닷없이 슈타인은 블랙 레이븐의 클랜원들을 이끌고 자신을 공격해 왔다.

그 때문에 한성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성도 마냥 당하지만은 않았다.

블랙 레이븐의 창고 열쇠를 빼돌렸던 것이다.

한성이 가지고 나온 열쇠가 없으면 창고에 잠들어 있는 최소 유니크 등급 이상의 고레벨 장비들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 되어 버린다.

슈타인의 발등에 불꽃을 던지고 나온 것.

그렇게 도망쳐 나온 한성은 흑기사의 미궁 던전으로 몸을 피신했다.

이후는 아는 대로다.

턱밑에까지 쫓아온 블랙 레이븐의 클랜원들 앞에서 한성은 무사히 랜덤 텔레포트에 탑승했다.

그 와중에 전승을 하면서 레벨과 직업이 초기화됐다.

황당했던 건 랜덤 텔레포트를 한 곳이 추적자들의 바로 옆이었다는 사실이지만.

“빌어먹을 놈들. 이렇게 당한 채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한성은 이를 갈았다.

믿었던 인물에게 배신당했다.

어디 그뿐인가?

카슈발을 비롯한 추적자들에게 셀 수 없이 죽었다가 살아나며 마이너스 레벨이 되어 버렸다.

거기다 그 당시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아이템을 드랍했다.

그나마 주요 장비들과 황금 열쇠를 드랍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다행이랄까.

‘한 번 죽이는 걸로는 어림도 없지.’

자신이 당한 만큼 아니, 그보다 배로 돌려주어야 할 터.

“그런데 다른 녀석들은 무사하려나…….”

블랙 레이븐 클랜 내에는 한성의 지인들이 몇 명 있었다.

슈타인은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 모두 내쫓아 버렸던 것이다.

한성은 도망치면서 그들에게 언질을 주었다.

혹시 모르니 안전한 장소에 숨어 있으라고.

한성을 붙잡지 못한 슈타인이 지인들에게 해코지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연락 한번 해 봐야겠군.”

지금 시간은 밤 12시가 넘었다.

“일단 자자.”

자세한 상황은 나중에 다시 접속해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       *       *

3일 후.

드디어 티르 나 노이에 접속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다.

마지막으로 접속이 끊어지기 전, 한성은 평균 180레벨대의 추적자들과 평균 150레벨의 던전 하나를 무너트렸다.

분명 그로 인한 보상이 있을 터였다.

거기다 티르 나 노이에서 최초로 전승이라는 걸 했으니 그에 맞는 특전이나 어마어마한 보상이 있을 것이다.

‘접속하면 데스브링어 직업 스킬이나, 마이너스 레벨의 상태창 정보부터 확인해 봐야지.’

접속하면 이래저래 확인할 것들이 많았다.

[꿈과 모험의 세계, 티르 나 노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상투적인 인트로 메시지를 들으며 한성은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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