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 내 언데드 100만 >
제 3 화 전승 (3)
데스브링어로 전직하면서 패시브와 액티브 스킬들이 개방되었다.
한성은 새롭게 개방된 스킬들을 쭉 확인했다.
데스브링어라는 직업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스킬은 알 수 있었다.
‘이거 네크로맨서 계열인가?’
시체 소환과 좀비 소환, 시체 폭발 같은 스킬들이 개방되어 있었던 것이다.
기본적인 네크로맨서 스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레벨이 낮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스킬들이 비활성화 상태였다.
‘이거라면…….’
한성은 가슴이 뛰었다.
이 스킬들을 잘만 활용하면 지금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단 시험 삼아 시체 소환을 시전해 봤다.
‘시체 소환!’
팟!
순간 한성의 바로 옆에 시체가 하나 나타났다.
최대 거리 10미터 안이라면 시전자가 원하는 장소에 시체를 소환할 수 있었다.
“뭐, 뭐야?”
난데없이 시체가 나타나자 추적자들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들의 당황한 행동을 보고 한성은 피식 실소했다.
신나게 자신을 죽이다가 놀라고 있는 추적자들의 꼴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네놈이었냐!”
한성의 웃음소리를 들은 것일까.
다짜고짜 카슈발이 한성의 배에 발길질을 날렸다.
퍼억!
“크헉!”
[사망하셨습니다.]
한성은 또다시 죽으며 잡템을 바닥에 떨궜다.
“트레인. 네놈이 뭔가 하려고 하나 본데 쓸데없는 짓은 그만둬라.”
부활의 깃털로 다시 살아나고 있는 한성을 카슈발이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봤다.
한성이 무슨 짓을 하든지 간에 지금 상황을 뒤집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고레벨 장비들이 보관된 창고의 황금 열쇠만큼은 토해 내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 다음에 한성을 데리고 블랙 레이븐 클랜으로 돌아가면 될 터.
“여기서 네놈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죽는 것 외에는 말이지.”
카슈발은 차가운 미소로 한성을 비웃었다.
그의 말대로 한성은 죽고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덕분에 한성의 레벨은 마이너스 쪽으로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두고 보자, 망할 놈들. 앞으로 얼마 안 남았어.’
한성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하지만 이미 한성의 머릿속에는 이곳을 탈출할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대로 착실히 마이너스 레벨로 성장하면 스킬이 활성화가 되기 때문이다.
[당신은 -15레벨이 되었습니다. 좀비 소환 스킬이 활성화됩니다.]
계속 죽었다가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사이 한성은 -15레벨을 찍었다.
그와 함께 데스브링어 스킬이 하나 더 활성화되었다.
‘앞으로 조금만 더 버티면…….’
한성은 이를 악물었다.
시체 소환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이후부터 계속 바닥에 시체들을 소환했다.
바닥에는 한성이 소환한 시체들이 제법 쌓였다.
“말을 듣지 않는군.”
카슈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성이 무슨 꿍꿍이로 시체 소환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레벨이 낮으면 의미가 없지.’
이미 카슈발을 비롯한 추적자들은 한성과 자신들의 레벨차가 어마어마하게 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또한, 지금까지 한성이 하고 있는 짓거리를 보고 직업도 눈치 챘다.
“설마 그 레벨에 네크로맨서로 전직할 줄은 몰랐군. 하지만 네놈의 선택은 최악이다. 하필 전직을 해도 네크로맨서 따위를 하다니.”
카슈발은 비웃음을 흘렸다.
사실 네크로맨서는 티르 나 노이에서 최악의 직업 중 하나였다. 확실히 언데드들을 소환해서 싸운다는 개념은 좋았다.
문제는 언데드 소환수들을 컨트롤할 지배력과 소환하고 유지할 마력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거기다 언데드 소환수들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네크로맨서를 선택한 유저들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
초반에 키우기가 너무 힘들었으니까.
“내가 네크로맨서를 하든 뭘 하든 네가 뭔 상관이야. 오지라퍼 자식아.”
한성은 여전히 굴하지 않는 눈빛으로 카슈발을 쏘아봤다.
“지랄 같은 새끼. 내가 이래서 네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때와 장소를 구분도 못하는 미친놈이.”
“나도 예전부터 너 싫었어, 박쥐 새끼야. 박쥐처럼 여기저기 달라붙을 줄만 알지 실력은 쥐뿔도 없는…….”
퍼억!
“컥!”
순간 한성은 숨이 턱 막혔다.
카슈발의 주먹이 명치에 꽂혀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자식이…….”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카슈발을 노려봤다.
그때 한성의 시야에 떠오르는 메시지.
[사망하셨습니다.]
그렇게 또 한 차례 죽은 한성은 이내 부활의 깃털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살아난 한성의 머리채를 카슈발이 붙잡아 올렸다.
“왜 네크로맨서 같은 쓰레기 직종으로 전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번 다시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해 주마.”
“지랄하고 자빠졌네.”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마 죽었다 다시 깨어난다고 해도 카슈발은 모를 것이다.
한성이 전직한 히든 직업은 데스브링어.
직업소개소에서 전직할 수 있는 일반 네크로맨서와는 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시체 소환!’
번쩍! 번쩍!
한성은 카슈발을 무시하며 다시 시체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시체 소환 스킬의 쿨타임은 길지 않았지만 마나 소모가 컸다. 하지만 죽었다 살아나면 마나가 다시 회복되기에 소환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단지, 시간이 좀 오래 걸릴 뿐.
“미친놈.”
한성이 꾸준히 시체를 소환하자 카슈발을 비롯한 추적자들도 다시 린치를 가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추적자들에게 얼마나 죽었을까.
바닥에는 한성이 소환한 시체들과 백골들로 가득 찼다. 시체 소환 스킬을 사용하면 때때로 하얀 백골들이 소환되기도 했다.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블랙 레이븐의 클랜 창고 열쇠를 드랍하지 않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잡템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축하합니다. -20레벨이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시체 폭발 스킬이 활성화됩니다.]
‘시체 폭발!’
시체 폭발 스킬이 활성화되었다는 메시지에 한성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디어 반격의 때가 왔다는 걸 직감한 것이다.
“좀비 소환!”
스으윽.
한성의 외침과 함께 지금까지 소환된 시체들 중 약 10여 구 정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뭐야?”
한순간에 10여 구의 시체들이 푸른 안광을 빛내며 노려보자 신나게 한성을 죽이고 있던 추적자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이놈이…….”
설마 시체들을 일으켜 세울 줄이야.
갑작스러운 상황에 카슈발은 한성을 노려봤다.
푸른 안광을 번뜩이며 날뛰기 시작하는 시체들이 크게 위협적이진 않았지만 왠지 신경이 쓰였다.
“쓸데없는 짓을…….”
카슈발을 비롯한 추적자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시체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공격에 시체들이 맥없이 쓰러졌다.
“멍청한 놈. 고작 이따위 숫자에 레벨도 쓰레기인 시체 따위로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냐?”
카슈발은 한성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카슈발의 말대로 시체들은 레벨이 낮았다.
추적자들의 공격에 맥도 못 추고 산산이 부서졌다.
도저히 한성이 유리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
“아니, 이걸로 됐어.”
한성은 굳은 표정으로 추적자들을 노려봤다.
어차피 좀비 소환으로 시체들을 살아나게 한다고 해도 별로 기대 하지 않았다.
카슈발의 말대로 레벨차가 컸으니까.
한성이 기대하고 있던 것은…….
‘시체 폭발. 믿을 건 이것밖에 없지.’
약 10여 구 정도 되는 시체들이 날뛰면서 한성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반경 12미터 이내에.
시체 폭발은 반경 12미터 내에 있는 시체들만 터트릴 수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시체들이 날뛰는 동안 한성은 시폭 스킬 준비까지 마쳐 놓았다.
그리고 지금 한성과 추적자들이 있는 방 안에는 다른 시체들도 많았다. 한성이 소환한 시체들뿐만이 아니라 던전 몬스터들의 시체도 있었다.
추적자들이 한성을 죽였다가 살리기를 반복하는 동안 던전 몬스터들도 여러 번 리젠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추적자들은 리젠된 몬스터들을 처리했고 시체가 남겨졌다.
그 수까지 합하면 이래저래 200체는 가뿐히 넘었다.
“너 죽고 나 죽자! 이 이 자식들아!”
한성은 카슈발을 비롯한 추적자들을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콥스 익스플로젼(Corpse Explosion)!”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잠시 후, 흑사림의 미궁 던전에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한성과 추적자들이 있는 방 안에서 붉은 화염이 터져 나오며 던전 내부를 집어삼켰다.
뒤이어 시체 폭발의 부가 효과인 보라색 부패 가스가 던전 내부로 퍼져 나갔다.
던전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에 피해는 엄청났다.
폭발력이 중첩되고, 던전 내부 통로에 위치한 몬스터들이 붉은 화염과 보라색 부패 가스에 휩쓸리면서 어마어마한 데미지를 입힌 것이다.
“크윽! 트레인 이 빌어먹을 놈이…….”
눈살을 찌푸리며 카슈발은 이미 죽어 버린 한성을 노려봤다.
시체 폭발, 즉 콥스 익스플로전은 피아 불문의 스킬이었다.
따라서 스킬을 발동한 한성도 시체 폭발의 데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카슈발을 비롯한 추적자들에게는 사실 그리 큰 데미지를 입히지 못했다.
한성의 레벨은 -20.
그에 반해 추적자들은 평균 레벨이 180이었으며, 던전 몬스터들은 레벨이 150이었다.
200개체가 넘는 시체들을 동시에 폭발시켜서 데미지를 주었지만 지력 비례이기에 사실상 큰 데미지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다만 부패 가스로 인한 데미지가 제법 컸다.
일정 시간 동안 퍼센트 데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적자들의 생명력은 반도 채 깎이지 않았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카슈발은 핏발이 선 눈으로 한성의 시체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건 다른 추적자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들은 한성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이미 한성은 시체 폭발로 그들을 처리하지 못할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성이 시체들을 끊임없이 소환해서 폭발을 일으킨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쿠구구구구구구궁!
“뭐, 뭐야?”
“더, 던전이……?”
흑기사의 미궁 던전이 흔들리며 천장에서 흙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흑기사의 미궁 던전은 지하에 있었다.
그런데 지하 미궁의 한 방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는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젠장!”
“모두 도망쳐!”
시체 폭발에서 살아남은 추적자들은 다급한 표정으로 우왕좌왕했다.
대폭발의 중심지인 한성과 추적자들이 있던 방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쩌저저저적!
“으아아아악!”
추적자들은 십 미터도 가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천장에서 돌무더기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