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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언데드 100만-2화 (2/318)

# 2

< 내 언데드 100만 >

제2화  전승 (2)

“후…….”

추적자들에게 잡힐지도 모르는 극적인 순간에 랜덤 텔레포트를 하게 된 한성은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때 한성의 시야에 메시지가 하나 떠올랐다.

[전승 효과로 당신의 레벨과 직업이 초기화됩니다.]

“뭐, 뭐? 이런 씨…….”

갑작스러운 메시지에 한성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욕설을 내뱉으려고 했다.

하지만 욕설을 내뱉기도 전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랜덤 텔레포트가 완료됩니다.]

공간 이동이 끝나면서 눈앞이 밝아졌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레벨과 직업이 초기화된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한성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보창을 확인하려고 했다.

‘어?’

순간 한성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한성의 눈앞에 일련의 무리들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멀뚱멀뚱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그들의 선두에 있던 카슈발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성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와라, 트레인. 단거리 공간 이동은 처음이지?”

믿을 수 없게도 한성은 자신을 뒤쫓고 있던 추적자들 옆으로 공간 이동을 했던 것이다.

“이, 이런 미친!”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한성은 눈앞의 추적자들을 바라봤다.

고작 20미터였다.

최대 500km까지 이동할 수 있는 텔레포트가 고작 20미터 이동하고 끝나 버린 것이다.

그것도 자신을 쫓는 추적자들 바로 옆으로!

“네놈 운도 여기까지인가 보군.”

“각오는 되어 있겠지?”

“하늘 섬 대륙까지 엉덩이를 걷어차 주마.”

“등짝! 등짝 좀 보자!”

추적자들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마지막 놈은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한성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추적자들이 슬금슬금 포위망을 좁혀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한판 벌일 수밖에 없다.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포위망을 돌파하고 보스 룸에서 탈출하는 것뿐.

“내가 쉽게 당할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성은 날카로운 눈으로 추적자들을 노려봤다.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 미친개라고 불렸던 자신이다.

쉽게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그때 마법사 계열 추적자 한 명이 선제공격을 가해 왔다.

“파이어 스피어(Fair Spear)!”

허공에 화염으로 생성된 창 하나가 날카로운 파공성을 내며 한성을 향해 날아왔다.

“고작 이 따위 공격으로 날 잡겠다고?”

한성은 가소로운 웃음을 흘리며 자세를 낮췄다. 저 정도 공격 따위 얼마든지 쳐낼 수 있었다.

쐐애액!

눈 깜짝할 사이에 파이어 스피어가 눈앞까지 날아왔다.

한성은 파이어 스피어를 향해 건틀렛을 휘둘렀다.

그 순간 갑자기 한성의 몸에서 하얀빛이 터져 나왔다.

[당신의 레벨이 장비와 맞지 않습니다. 착용하고 있는 장비를 해제합니다. 해제한 장비들은 인벤토리로 이동됩니다.]

“어?”

갑작스러운 메시지와 함께 한성이 장착하고 있던 장비들이 사라졌다.

퍼억!

그 직후 파이어 스피어가 가슴에 꽂혔다.

이어서 떠오르는 메시지 하나.

[사망하셨습니다.]

“헐?”

어두워진 시야 속에서 한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다.

랜덤 텔레포트 중에 떠올랐던 안내 메시지를.

‘레벨과 직업이 초기화되었다고 했었지?’

그 바람에 모든 능력치와 방어구가 초기화되어 버렸다.

현재 한성의 레벨은 1.

스킬 공격 한 방에 죽을 수밖에 없었다.

[72시간 후 마을에서 부활합니다.]

‘이런 제길!’

회색빛으로 물든 시야 속에서 한성은 이를 악물었다.

티르 나 노이에서 죽음에 대한 페널티는 제법 크다.

일단 한 번 죽으면 3일간 시체 상태로 남는다.

거기다 일정 확률로 아이템을 드랍하며 경험치가 대폭 깎인다. 다행히 지금은 레벨이 초기화되었기에 깎일 경험치가 없었다.

그리고 현재 추적자들의 최우선 목표는 황금 열쇠였다.

한성이 황금 열쇠를 드랍할 때까지 계속 PK를 할 터.

아니 설령 황금 열쇠를 드랍한다고 해도 추적자들의 린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거 참, 천하의 미친개 님께서 단 한 방에 죽을 줄이야. 여기서 뭔가 좀 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됐나 봐?”

한성의 시체 위에서 카슈발이 히죽거렸다.

‘이 자식이…….’

한성은 이를 갈았다.

유저가 죽으면 부활할 때까지 영체 상태로 남아 주변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는 아무런 물리적 행사를 하지 못한다.

그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만 지켜볼 수 있을 뿐.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카슈발은 히죽 웃으며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하나 꺼냈다.

부활의 깃털이었다.

[카슈발 님께서 당신에게 부활의 깃털을 사용합니다.]

파아앗!

한성의 시체에서 하얀빛이 터져 나왔다.

[축하합니다. 부활하셨습니다.]

“이런 미친놈이…….”

한성은 이를 악물며 카슈발을 노려봤다.

설마 자신에게 무한 PK를 하려고 할 줄이야.

무한 PK는 방문자들 사이에서도 어지간해서는 하지 않는 비매너 플레이였다.

그리고 무한 PK를 하려면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가령 같은 클랜이든가, 아니면 파티든가.

현재 한성은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 탈퇴하지 않은 상태였다.

배신을 당한 직후, 창고 열쇠를 훔치면서 탈퇴 신청을 해 두긴 했지만, 탈퇴 신청을 한 뒤 현실 시간 기준 2일 뒤에나 클랜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지금은 무한 PK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부활의 깃털은 꽤 고가에 속하는 아이템이다.

그런데 그걸 카슈발은 한성의 눈앞에서 카드처럼 펼쳐 보였다. 대충 봐도 스무 개가 넘는다.

다른 추적자들이 가지고 있는 개수까지 합한다면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역시 블랙 레이븐 클랜은 한성을 망쳐 버리기로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레벨이 낮아진 모양이군. 뭐, 우리들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일단 장소부터 옮길까?”

카슈발은 실실 웃으며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곳은 던전 보스 룸이다.

언제 어느 때 다시 보스가 리젠 될지 알 수 없었다.

툭!

카슈발은 힘 조절을 하며 한성의 뒤통수를 내려쳤다.

기절시켜서 이동하는 게 편했으니까.

‘이, 이런 망할…….’

한성은 그대로 기절했다.

그사이 추적자들은 한성을 둘러메고 움직였다.

“여기가 좋겠군.”

얼마 지나지 않아 카슈발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곳은 보스 룸보다는 작지만 제법 큰 공간의 방이었다.

추적자들이 전부 들어가도 상당히 넓었다.

거기다 입구와 출구는 한 곳뿐.

물론 방 안에는 언데드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순식간에 처리됐다.

숫자는 제법 되었지만 레벨이 150정도로 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적자들이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사이 한성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럼 다시 시작해야지?”

카슈발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한성을 바라봤다.

어쩌다가 한성의 레벨이 낮아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일단 한성에게서 황금 열쇠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했다.

그후 한성을 기절시켜서 블랙 레이븐 클랜으로 끌고 가면 모든 게 끝난다.

클랜의 지하 감옥에 가둬 놓고 심심할 때마다 죽이면 알아서 게임을 접을 테니까.

‘결국 여기까지인가…….’

한성은 이를 악물었다.

우려했던 최악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추적자들은 연장을 챙겨 들고 한성을 향해 다가왔다.

푹! 찍! 푹! 찍! 푹! 찍!

[사망하셨습니다.]

[부활하셨습니다.]

사망과 부활 메시지가 번갈아가며 정신없이 떠오른다.

한성은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죽었다.

칼에 목이 잘려 죽는가 하면, 철퇴에 머리가 터져 죽기도 했다. 때로는 화염 마법에 불타 죽기도 했으며, 빙결 마법에 얼어 죽기도 했다.

가상 현실 게임이다 보니 실제와 같은 아픔은 없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더러웠다.

‘개자식들!’

한성은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죽이고 있는 서른 명의 얼굴을 잊지 않았다.

특히 그들의 대장 격인 카슈발이 즐거워하며 웃는 얼굴은 머리 깊숙이 새겨 놨다.

‘내가 당한 것보다 배로 돌려주마!’

한성은 이를 갈며 다짐했다.

그리고 로그아웃을 시도해 봤지만, 좀처럼 틈을 주지 않았다.

한성이 죽자마자 바로 살렸던 것이다.

그리고 부활의 깃털을 사용할 수 있는 쿨타임 시간을 조절하면서 죽이는 주도면밀한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10번째 죽었을 때,

[당신의 레벨이 -1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10번 PK를 당해 티르 나 노이 최초로 마이너스 레벨이 되었습니다.]

[전승을 한 플레이어 방문자에 한해서 레벨 1일 때 최소 10번 사망하면 마이너스 레벨이 될 수 있습니다.]

[단, 마이너스 레벨이 된 후, 다시 플러스 레벨이 되면 아무리 사망해도 마이너스 레벨이 될 수 없습니다. 기회는 한 번뿐입니다.]

번쩍!

순간 한성의 몸에서 붉은빛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한성은 마이너스 레벨이 되었다.

‘마, 마이너스 레벨이라고?’

한성은 아무도 모르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이너스 레벨이라는 건 듣도 보도 못했기 때문이다.

‘게임 시스템에 마이너스 레벨이라는 개념이 존재하고 있는 건가? 티르 나 노이 최초라는 걸 보면 버그는 아닌 거 같은데……. 이번에 새롭게 업데이트된 건가?’

한성은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 한참 신나게 한성을 밟고 있던 추적자들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한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 뭐야?”

“방금 뭐했냐?”

추적자들은 한성을 내려다봤다.

한성이 마이너스 레벨이 되면서 붉은빛이 터져 나온 탓에 놀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추적자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 새끼. 쪼렙이 된 주제에 놀래키고 지랄이야.”

“뒤지려고 진짜.”

“야, 계속 밟아!”

그저 붉은빛이 한 번 번쩍였을 뿐, 이전과 별다를 바가 없다고 판단한 추적자들은 다시 신나게 한성을 밟기 시작했다.

설령 한성이 뭔가 수작을 부렸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 상황을 뒤집어엎을 수는 없을 테니까.

[당신의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레벨이 -3이 되었습니다.]

추적자들에게 계속 죽었다가 살아날 때마다 한성의 레벨은 마이너스로 치달아 내려갔다.

그리고…….

[당신의 레벨이 -10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30번이 넘게 PK를 당해 -10레벨이 되었습니다. 히든 전직서의 조건을 클리어합니다. 소울테이커, 배틀레인저, 데스브링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히든 전직이라고?’

한성은 속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반적으로 10레벨이 되면 마을마다 존재하는 방문자 연합의 직업소개소에서 전직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도 전직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히든 전직서다.

다만 히든 전직서로 전직하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클리어해야 했으며, 한성이 얻은 히든 전직서만 해도 레벨 1에서 최소 30번은 죽고 마이너스 10레벨이 되어야 사용이 가능했다.

그것도 PK로 죽는 조건 하에서.

‘전직하는 수밖에 없나?’

전승 아이템은 이미 사용한 상황.

남은 건 히든 전직서뿐이다.

‘그래. 어차피 이대로 있어 봐야 저 빌어먹을 놈들이 먹기밖에 더하겠어? 저놈들이 먹을 바에 차라리 내가 사용하는 게 백번 낫지.’

히든 전직서의 가치는 상당히 크다.

그걸 블랙 레이븐 클랜이 가질 거라 생각하니 배가 아팠다.

거기다 한성의 본래 직업인 패왕은 일반 계열 직업이었다.

히든 직업인 쪽이 훨씬 더 좋을 터!

[히든 직업으로 전직하시겠습니까?]

다시 한 번 한성에게 전직을 하겠냐는 물음이 떠올랐다.

히든 직업은 세 가지였다.

과연 어느 직업이 좋을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한성은 세 가지 직업 중 하나를 선택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데스브링어로 전직하셨습니다!]

[능력치 지배력이 개방됩니다.]

[패시브 스킬 마력 충전이 개방되고 활성화되었습니다.]

[액티브 스킬 시체 소환이 개방됩니다.]

[액티브 스킬 좀비 소환이…….]

한성의 눈앞으로 정신없이 다양한 스킬들이 개방되었다.

드디어 한성에게 반격의 포구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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