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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언데드 100만-1화 (1/318)

# 1

< 내 언데드 100만 >

제 1 화  전승 (1)

타락한 악몽의 숲, 흑사림.

그 중심에 미궁 던전이 하나 있다.

평균 레벨 150의 언데드 몬스터들이 돌아다니는 흑사림의 미궁 던전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근접 공격이 강한 듀라한이나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 스펙터들, 그리고 스켈레톤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니까.

카강! 카가가각!

미궁 던전의 보스 룸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방이 돔 형태의 벽으로 막혀 있는 보스 룸에서 한 청년이 데스나이트와 홀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큭!”

미궁 던전 보스 데스나이트의 흑색창을 막아 내며 청년은 신음을 흘렸다.

기본적으로 데스나이트는 인간형의 모습에 키가 3미터나 된다. 거기에 2미터가 넘는 흑색창과 검은색 전신 갑주로 무장한 데스나이트의 모습은 얼핏 봐도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데스나이트의 레벨은 160을 겨우 넘는 수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의 상대는 아니었다.

청년, 아니 한성의 레벨은 200이 넘었으니까.

“젠장!”

그럼에도 한성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2차 각성이라니 이건 대체 무슨 경우야?”

데스나이트를 거칠게 노려보며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데스나이트는 한 차례 죽었었다.

그런데 한성이 가지고 있는 흑기사의 정수와 데스나이트가 반응했다는 메시지가 떠오르더니 2차 각성이라는 걸 해 버린 것이다.

흑기사의 정수는 한성이 예전에 데스나이트를 잡았을 때 우연히 나온 유니크 아이템이었다.

꼭 필요한 아이템은 아니었지만, 명색이 유니크 등급이었기에 지금까지 가지고 다녔다.

‘지난번 업데이트의 영향인가?’

불과 하루 전, 가상 현실 게임인 티르 나 노이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아마 그때 흑사림의 미궁 던전도 무언가 바뀐 부분이 생긴 모양이었다.

‘나중에 확인해 봐야겠군.’

한성은 눈앞에 있는 데스나이트를 노려봤다.

2차 각성을 한 데스나이트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팔이 여섯 개로 늘어났으며, 하체가 말처럼 변했다.

마치 켄타우로스 족처럼.

거기다 흑색창도 여섯 개로 늘어났으며, 레벨도 190 가까이 상승했다.

한성으로서는 기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크오오오오오!

2차 각성을 한 데스나이트가 괴성을 내지르며 검은 피막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 모습이 한성의 눈에는 데스나이트가 시간을 벌며 도망가려고 수작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

“어딜 도망가?”

한성은 지면을 강하게 박찼다.

쾅!

순식간에 작은 크레이터가 파이면서 한성의 몸이 쏜살 같이 데스나이트를 향해 치솟아 올라갔다.

상공으로 날아오르던 데스나이트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흑색창 여섯 개를 고쳐 잡았다.

하지만 이미 데스나이트를 향해 돌진한 한성이 몸을 회전시키면서 강렬한 돌려차기를 날리고 있었다.

빠각!

데스나이트의 머리통에 발뒤꿈치가 꽂혀 들어가면서 기묘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콰콰콰콰쾅!

데스나이트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면에 쳐 박혔다.

“시간도 없는데 일을 번거롭게 만드네. 2차 각성을 하면서 인공 지능도 좋아진 건가?”

한성은 바닥에 쓰러진 데스나이트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데스나이트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조금 전 날아오르려고 한 건 도망치려고 한 게 아니라 상공에서 안전하게 공격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당한 수모를 갚아 주기 위해서.

그런 데스나이트에게 한성의 공격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2차 각성을 해도 결과는 별다를 바 없었으니까.

“시간 없다. 빨리 끝내자.”

한성은 차가운 눈으로 데스나이트를 내려다봤다.

순간 한성의 전신에서 황금빛 기운이 흘러나왔다.

4차 직업 패왕 각성기가 시전 되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잠시 후, 흑사림의 공터에서 어마어마한 황금빛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       *       *

[축하합니다! 당신은 최초로 2차 각성을 완료한 흑사림의 보스 몬스터 데스나이트를 처치하셨습니다.]

한성은 한숨 돌린 표정을 지었다.

200레벨의 각성기를 펼쳤음에도 데스나이트는 바로 죽지 않았다.

몇 번의 공방전을 벌인 끝에 겨우 쓰러트린 것이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군.”

한성은 보스 룸 입구를 슥 바라봤다.

그런 한성의 시야에 알림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전승을 할 수 있는 조건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전승 아이템과 히든 전직서를 획득합니다.]

“히든 전직서라고?”

한성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웃음이 귀에 걸렸다.

“대박이다!”

한성은 주먹을 꽉 움켜잡았다.

전승은 모르지만, 히든 전직서는 안다. 적어도 레전드 등급으로 취급받는 아이템이었으니까.

최소 수천만 원은 호가할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횡재에 한성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어났다.

한성은 전승 아이템과 히든 전직서에 관해서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인벤토리 창을 확인하려 했다.

그 순간,

“저기 있다!”

“……!”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한성은 화들짝 놀란 눈으로 보스 룸 입구 쪽을 바라봤다.

통로를 따라 다수의 인원이 몰려오는 게 보였다.

‘헉!’

미소가 피어나던 한성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흑사림의 미궁 던전에 들어오기 전부터 한성을 뒤쫓던 자들.

블랙 레이븐 클랜의 추적자들이 마침내 던전 보스 룸 앞까지 쫓아 왔던 것이다.

‘제길! 랜덤 텔레포트는 왜 발동이 안 되는 거야?’

한성은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들에게 쫓기면서도 폐쇄적인 미궁 던전에 들어온 이유가 있었다.

미궁 던전의 보스인 데스나이트를 때려잡으면 랜덤 텔레포트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블랙 레이븐 클랜의 추적을 피할 수 있으며, 훗날을 도모할 수 있는 찬스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데스나이트가 2차 각성을 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시간이 지체되면서 추적자들에게 따라잡힌 것이다.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랜덤 텔레포트는 발동되지 않고 있었다.

“트레인! 쓸데없는 저항은 그만두고 항복해라!”

한성을 쫓고 있던 추적자들 중에서 리더 격인 카슈발이 항복을 권고해 왔다.

트레인은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한성이 사용하는 캐릭터 닉네임이었다.

‘웃기는군.’

카슈발의 권고에 한성은 코웃음을 쳤다.

저들의 목적이 뻔히 보였으니까.

분명 자신이 가지고 있는 클랜 창고 열쇠일 테지.

‘시간을 벌어야 돼.’

한성은 황금 열쇠를 꺼내 흔들어 보였다.

“네놈들이 원하는 건 이거겠지?”

“그, 그건……!”

황금 열쇠를 본 클랜원들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황금 열쇠는 블랙 레이븐 클랜의 고가 장비나 아이템들을 보관하는 창고 열쇠다.

그것을 한성은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 들고 나왔다.

그 때문에 클랜에서 어마어마한 현상금을 공표한 상황.

추적자들의 눈에 탐욕의 빛이 서렸다.

“열쇠를 넘겨라. 그럼 그냥 보내 주도록 하지.”

카슈발은 한성을 향해 선심을 쓰는 척 말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황금 열쇠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하! 지금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배신자 놈들이.”

한성은 눈앞에 있는 추적자들을 노려봤다.

한때는 한성도 그들의 동료였다.

블랙 레이븐 클랜의 1군 공격대 대장, 트레인.

블랙 레이븐 클랜에 있을 때 한성의 직함이다.

비록 지금은 배신을 당해 쫓기고 있는 입장이었지만.

“그래서? 설마 우리를 상대로 싸울 생각은 아니겠지?”

카슈발은 비웃음을 흘렸다.

자신들의 숫자는 딱 서른 명.

평균 레벨은 180이며, 약 1억 명 정도 되는 전 세계 유저들 중에서 상위 10,000위권 안에 들어가는 랭커들이다.

10,000위권이라고 해도 약 1억 명 기준이면 무려 0.01% 안에 들어간다.

아무리 한성이 강하다고 해도 그들 모두를 상대할 수는 없을 터.

자꾸만 굳어지려는 표정을 애써 피며 미소를 지었다.

이쪽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걸 저들에게 보여 주어야 했다.

그래야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나갈 수 있으니까.

“한 가지 사실만 대답해 주면 이걸 넘겨 줄 수도 있어.”

“뭐지?”

“날 배신한 이유가 뭐냐?”

“그건 말 할 수 없다.”

“그럼 협상 결렬이군.”

한성은 주저 없이 황금 열쇠를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었다.

“후회할 텐데?”

가소롭다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카슈발.

그런 그에게 한성은 마주 웃어 주었다.

“내가 어떤 놈인지 잊은 거냐, 카슈발?”

한성의 말에 카슈발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블랙 레이븐의 사냥개…….”

한 번 목표를 정하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는 의미에서 붙은 별명.

하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트레인을 달리 부르기도 했다.

미친 사냥개라고.

그 이명을 떠올린 추적자들이 잠시 주춤거렸다.

그에 반해 한성은 속이 썩고 있었다.

‘아직이냐!’

지금 한성에게 남은 수단은 단 하나.

랜덤 텔레포트뿐이었다.

그런데 살펴보니 랜덤 텔레포트가 발동될 때까지 무려 7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눈앞에 있는 추적자들이 작정하고 달려들면 얄짤 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때 한성의 시야에 메시지가 하나 떠올랐다.

[전승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대기 시간이 끝났습니다. 지금 전승 아이템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전승 아이템을 사용하시면 랜덤 텔레포트를 즉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즉시라고?’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한성은 눈앞에 있는 추적자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까닥거렸다.

“다 덤벼 까마귀 놈들아. 하지만 나 혼자는 안 죽는다.”

미친개처럼 물고 늘어질 테니까.

“이런 망할 개새끼가…….”

광역도발을 시전하는 한성을 카슈발은 차가운 눈으로 노려봤다.

그런 카슈발에게 한성은 피식 웃으며 한마디 던졌다.

“새대가리 놈들이 간은 더럽게 큰가 보네. 그냥 덤벼 조류 독감 걸린 까마귀 대가리들아.”

“이런 망할 놈이!”

클랜명을 가지고 도발을 걸어오는 한성의 말에 결국 추적자들이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한참 전에 한성은 전승 선택창에서 예스를 눌렀으니까.

전승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블랙 레이븐 클랜의 추적부터 피해야 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티르 나 노이 최초로 전승을 하셨습니다. 랜덤 텔레포트가 가동됩니다.]

전승을 승낙하고 1초도 지나지 않아 한성의 몸에서 하얀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한성은 눈앞에서 다가오고 있는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쳐올리며 소리쳤다.

“잘 있어라, 병신들아!”

“이런 개놈의 자식이!”

“너 이 새끼 잡히면 뒤질 줄 알아!”

추적자들은 입에 거품을 물며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하기 바로 직전,

팟!

소리와 함께 하얀빛이 번쩍이더니 한성의 모습이 사라졌다.

랜덤 텔레포트를 해 버린 것이다.

남은 건, 닭 쫓던 개 꼴이 된 추적자들뿐.

그들은 바로 눈앞에서 한성을 놓쳤다는 사실에 나라 잃은 백성의 표정으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키이잉.

추적자들의 바로 옆에서 하얀빛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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