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아공간이 보여-184화 (183/202)

184. 디뷰에이프+신의 권능.

황 집사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부지는 꽤 넓었다.

대현 토털 아이템의 새로운 연구소가 들어서고 그 옆으론 대현 전자의 신규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라 하니 대현과 플리피의 연계를 생각하면 위치도 나쁘지 않았고.

그곳에 플리피 시티를 안착시키고 집에 돌아오니 밤 9시가 넘어 있었다.

‘역시 마도 과학이 최고야.’

무슨 얘기냐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플리피인들보다 마도 과학 문명이 조금 뒤처졌다곤 하지만, 마도 위성과 드론도 있고 요즘엔 MC 캠도 많이 날아다니니 외부의 시선을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돔 형태의 구조물로 도시를 가리면 어떻겠냐는 말에 엘류온은 허허 웃으며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눈앞에 있던 미니어처 도시가 공기 중으로 녹아드는 것처럼 주변 풍경과 동화되며 사라졌다.

이걸로 내 거간꾼 역할은 끝났다.

남은 문제는 강 회장님과 엘류온이 알아서 협의할 테지.

“자. 그럼 보상을 확인해 보실까?”

지아가 있었다면 같이 확인했을 텐데 아쉬웠다.

재단 문제로 바쁘다고 하더니 오늘도 야근인가 보다.

시스템창을 열어 퀘스트창을 클릭하자 전투 중이라 그 내용조차 확인하지 못했던 특수 퀘스트가 눈앞에 떠올랐다.

[특수 퀘스트: 위기탈출 플리피]

[등급: 반신(半神)]

[내용: 크롤러와 디뷰에이프에 의해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플리피인들을 구원하세요.]

[경고: 디뷰에이프는 @[email protected]!$ 우주의 절대신이었던 비에르에 의해 만들어진 신살 병기. 비록 프로토타입이긴 하나 디뷰에이프의 강함은 관리자에게 위협이 될 정도입니다.]

[진행상태: 완료]

[보상: 보너스 스탯 2,000. 신살 병기 디뷰에이프(귀속). 상점 포인트 1억. 선업 포인트 1억. 권능 카탈로그.]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을 수령하시겠습니까?]

[Y/N]

퀘스트 창을 확인한 나는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 어어…?”

디뷰에이프?

그 어떤 공격으로도 스크레치 하나 만들지 못해서 결국 ‘그 안에 숨어있는 크롤러를 처치하면 된다.’라는 답을 찾게 했던 괴물?

그걸 나한테 준다고?

한 번 두 번 세 번.

꿈인가 싶어 두 손으로 가열차게 눈을 비벼봤지만 퀘스트창의 문구는 변하지 않았다

“오! 오오-!! 심 봤다!!”

나는 두 손을 치켜들고 누워있던 침대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수락! 수락!”

자칫 잘못해 필리피인들에게 만뢰를 날렸더라면 퀘스트가 실패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은 고이 접어 기억의 저편으로 흘려보냈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거 아니냐고. 헤헤헤

보상을 수락하자마자 인벤토리를 열어 디뷰에이프를 꺼냈다.

어둠을 머금은 듯 검은 광택이 도는 외장갑.

네 개의 팔과 두 개의 다리.

머리와 어깨를 비롯해 팔다리 이곳저곳에 삐쭉 솟아있는 뿔도 적이었을 땐 흉물스럽게 느껴졌는데. 내 것이라 생각하니 그 뿔조차도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세워놓고 한참을 이곳저곳 둘러보다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아이템: 신살(神殺) 병기 디뷰에이프 프로토타입]

[등급: 신(神)급]

[종류: 방어구 겸 전투 병기]

[물리방어: 신] [마법방어: 신]

[물리공격: 신] [마법공격: 신]

[내구: 신]

[설명: @!#!$우주의 마도의 신이자 절대신인 비에르가 제작한 신살 병기의 시제품이다. 완제품에 비하면 장난감 수준에 불과하고 마도 인공지능조차 탑재되지 않았지만, 병기로는 그럭저럭 쓸 만하다.]

[추가 설명: 신격(神格)을 지니지 못한 존재는 사용이 불가하지만, 신성 스탯을 소모 시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이사항: 사용자 강현에게 귀속.

어…. 아이템 설명이 뭔가 개떡 같았다.

‘완제품에 비하면 장난감 수준이라고? 무려 신급인데?’

물론 설명이 개떡 같다고 해서 기쁜 마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공격력, 방어력, 내구, 자질구레한 숫자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빛나는 한 글자.

신.

저 말은 신급의 공격력과 방어력 내구성을 지녔다는 말이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

신격을 지니지 않은 자가 사용하기 위해선 신성 스탯을 소모해야 한다는 추가 설명이 약간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일단은 기뻐하기로 했다.

‘이제야 반신 나부랭이들하고 좀 비벼볼 수 있을 것 같네.’

인벤토리에 들어 있던 아폴론을 꺼내 디뷰에이프 옆에 나란히 세워놓았다.

“사령관님?! 이 괴물이 대체 어떻게 여기에??”

디뷰에이프를 보고 놀란 아폴론의 외침이 방안을 울렸지만 무시했다.

유려한 곡선을 가진 순백의 기사 로봇과 검은 광택이 번들거리는 신살 병기.

‘캬-! 그림 좋네-!!’

아주 그냥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커다란 로봇과 인간형 병기를 같이 놓고 보니 왜 피규어에 환장하는 사람들이 생기는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디뷰에이프도 혼자 움직일 수 있다면 좋겠는데…. 씨드. 플리피인들에게 부탁하면 어떻게 안 될까?”

혹시 시드가 조종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던진 물음에 들려온 대답은 단호했다.

“신급의 아이템을 만드는 건 오직 신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플리피인들의 마도 과학이 발전했다 한들 원리조차 파악하지 못할 겁니다.”

하긴, 이미 내게 귀속된 아이템이고 나조차도 사용하기 위해선 신성 스탯을 소모해야 하는데 힘든 일이긴 하겠지.

“쩝. 어쩔 수 없네.”

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남은 보상을 확인했다.

“보너스 스탯 2,000. 상점 포인트 1억. 선업 포인트 1억. 카탈로그 하나. 응? 카탈로그?”

다른 보상들은 이전의 특수 퀘스트 보상과 별다를 게 없었지만, 카탈로그는 달랐다.

“궈, 권능 카탈로그?!”

특성 카탈로그가 아닌 권능 카탈로그.

[업적 상점]

본 상점은 이용자의 레벨에 맞는 특성과 권능을 추천해 드리며, 사용자는 선업 포인트를 소모하여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한번 구매하신 특성과 권능은 환불이 불가하니 구매에 유의해 주십시오.

[권능 카탈로그]

전뢰화 -3억P

미약한 신성의 샘 -3억P

빛의 축복 -3억P

단죄의 검 -3억P

불멸의 혼 -3억P

“어억!!”

당첨확률 100%의 로또 번호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지금 내 기분이 그랬다.

머릿속이 멍해지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디뷰에이프만 해도 충분히 대박이었는데 그 대박 뒤에 잭팟이 기다리고 있었던 샘.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는 내가 걱정스러웠던지 씨드가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사령관님. 괜찮으십니까?”

“어? 어어. 괜찮아.”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다시 한번 카탈로그를 바라봤다.

[권능 카탈로그]

찬란하게 빛나는 그 이름.

그리고 그 안에 기록되어 있는 권능들.

‘근데, 선업 포인트가 3억이 필요하면 못 사는 거 아닌가? 보상으로 받은 1억 포인트가 있다고 해도 2억 포인트가 부족한데?’

그제야 구매 포인트를 확인한 내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특성 카탈로그는 구매 가능한 특성만을 보여줬었으니까.

한마디로 내가 보유하고 있는 선업 포인트가 부족하면 저 찬란하고 아름다운 권능들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는 의미였다.

반신급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받은 게 고작 1억 포인트인데 언제 저 포인트를 다 모을 것인가.

선업 포인트가 은행 적금처럼 가만 놔둔다고 이자가 붙는 것도 아니고.

그때 깜빡거리고 있는 업적창이 눈에 들어왔다.

[업적: 종족 구원.]

[신화적인 업적! 멸망을 앞두고 있던 외계종족을 구원해내셨습니다. 당신께 구원받은 100만의 플리피인들이 당신을 구원자로 여깁니다.]

[신화적인 업적을 이룬 사용자 강현 님의 이름이 세계수에 기록되며 보상으로 2억의 선업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그리고 그 밑에 영롱하게 반짝이는 숫자.

[보유 선업 포인트: 301,215,478]

“허. 허허허허허-.”

그것을 본 나는 미친놈처럼 너털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저 때깔 좋은 권능 중 하나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뚝.

복근이 당기도록 한참을 웃어젖힌 나는 진지한 눈으로 카탈로그를 바라봤다.

이제 저 다섯 개의 권능 중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을 골라야 했으니까.

***

화면을 통해 강현을 지켜보고 있던 울티아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아니! 저 많은 권능 중에 왜 저걸?!”

그도 그럴 것이 강현이 선택한 권능은 그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전뢰화! 아니 하다못해 단죄의 검이나 불멸의 혼 같은 것도 있는데 왜 하필!?”

전뢰화는 울티아 본인의 권능이기도 하고 강현의 뇌신일체와 합이 잘 맞기도 했다.

그런데 강현은 그런 전뢰화를 패스했다.

단죄의 검.

불멸의 혼.

빛의 축복.

이름만 들어도 뭔가 있을 것 같은 권능들을 모두 패싱한 강현이 고른 권능은 미약한 신성의 샘.

고작 신성 스탯을 쌓게 해주는 권능이었다.

신이 되면 숨만 쉬어도 회복되는 게 신성이다. 그런데 저런 권능을 골랐으니 답답할 수밖에.

그때 그의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에-. 저걸 골랐네-?”

네 발로 울티아의 머리를 딛고 선 강아지. 비토였다.

화면 속 강현을 바라보는 비토는 울티아와 달리 강현의 선택이 마음에 든 듯 미소짓고 있었다.

“똑똑해-. 키우면 쓸 만하겠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설마 저 미약한 신성의 샘이라는 권능에 다른 효과라도 있습니까?”

울티아는 뇌신. 번개의 신이다.

그런 그가 단죄의 검이니 불멸의 혼이니 하는 권능을 알 리가 없었다.

특수 퀘스트는 관리자가 임의로 부여하는 퀘스트.

자신도 가지고 있지 못한 권능을 어떻게 지급해 줄 수 있겠는가.

그런고로 저 권능을 강현에게 보상으로 지급하는 건 그의 권한 밖의 일이었다.

퀘스트를 부여한 것도 권능을 보상으로 건 것도 모두 비토가 행한 일이었다.

“다른 효과-? 그런 건 없어-. 네 말대로 신성을 쌓게 해주는 게 전부야-.”

“그럼 왜…?”

울티아의 반문에 비토는 귀여운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더니 혀를 찼다.

“너어-. 바보구나-?”

“에……?”

울티아는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여기서 바보라는 신격모욕적인 말이 왜 나온단 말인가?

“권능이 뭐야-?”

“그야. 당연히 신의 힘이자 근원이죠.”

“그래-. 권능은 신의 힘이자 근원이지-. 그래서 권능을 사용하려면 뭐가 필요하지-?”

“그야 당연히 신성…. 아?”

그제야 울티아는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 가지 사실에 고개를 숙였다.

신의 신성은 신도들의 신앙에서 나오며 신성을 소모해 권능을 발현하더라도 그 믿음에 의해 자연히 회복된다.

그렇지만 강현은 신이 아니다.

그러니 자연히 회복될 신성이 있을 턱이 없었다.

자신도 지니지 못한 권능들이 보상으로 나오자 눈이 돌아 버렸다.

시야가 좁아진 거다.

그런 당연한 사실을 망각할 정도로 카탈로그에 나온 권능들은 매력적이었다.

톡톡.

민망함에 고개를 숙인 울티아의 머리통을 두드린 비토가 말을 이었다.

“너. 좋겠다-. 곧 진급할 수 있겠어-.”

“네?”

“알지-? 하급 관리자를 키워낸 관리자는 중급 관리자로 진급하는 거-. 저 아이 똘똘한 아이니까 자알-키워봐-.”

말을 마친 비토는 울티아의 머리 위에서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이 공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비토가 떠나고 홀로 남은 울티아는 화면 속 강현을 보며 비토의 말을 곱씹었다.

“중급 관리자….”

중급 관리자가 된다는 말은 자신이 중급 신이 된다는 의미였다.

과거, 해피니스 시스템이 등장하기 전엔 짧게는 수백만 년, 길게는 수억 년을 인고해야 오를 수 있었던 그 길이 울티아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렇게 화면 속에서 권능 각인의 후유증으로 바닥을 구르고 있는 강현을 바라보는 울티아의 눈에 불꽃이 일어났다.

그것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픈 간절한 욕구의 표현.

“내가 널 어떻게든 하급 관리자로 만들고 만다.”

울티아는 그렇게 의지를 불태웠다.

물론 강현을 관리자로 만들 수 있는 건 강현이 영락한 신들의 침공을 막아낸 후의 이야기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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