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아공간이 보여-166화 (165/202)

166. 무력시위 (3).

꽈르릉.

높고 높은 하늘 위로 스무 개의 미사일이 꼬리에서 불꽃을 내뿜으며 나아갔다.

느려진 시간 속에서도 꽤 빠르게 날아가는 것을 보니 괜히 탄도미사일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지 싶었다.

‘그렇다 해도 나보단 느리지만.’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들 수십 개가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세계의 이목이 동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아마 저 마도 위성들은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쫓고 있는 것일 터.

이윽고 한반도에서 발사된 수백 개의 요격미사일이 뿜어내는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쾅!

그렇게 한반도와 산둥반도의 중간지점 공해상에서 만난 미사일들이 대기권 밖에서 부딪쳐 폭발했다.

번쩍!!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뿜어져 나온 화염이 시야를 가릴 무렵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어…?”

폭죽처럼 터져 나가는 미사일 속에서 유유히 나아가는 한 발의 미사일이 있었던 것.

우리나라 쪽에서 솟아오른 수백 개의 요격미사일은 이미 그 미사일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마치 인식을 못 하는 것처럼.

그때 씨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령관님. 해킹 완료되었습니다.’

느려진 시간 속, 일반적인 대화였다면 느리고 어눌했겠지만, 뇌파 통신으로 전달된 씨드의 보고는 선명했다.

‘보고해.’

‘해당 미사일은 중국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동풍’으로 12가지의 보호 마법과 6가지의 전파인식 저해마법이 인첸트 되어 있으며 전술핵을 탄두로 탑재한 마도 미사일입니다.’

마도 미사일이라.

우리나라에서도 마나 포와 마나 미사일 그리고 마나 건을 만들어 낸 것처럼 중국도 신무기 연구 개발에 투자를 멈추지 않았나 보다.

‘괜히 세계 3위 군사 대국이 아니란 거지.’

더욱 놀라운 것은 마도 미사일의 제원이었다.

12개의 보호 마법과 6개의 전파인식 저해마법, 거기에 전술핵 탄두라니.

이건 누가 봐도 대(對) 몬스터용 무기가 아닌 인간을 향한 무기였으니까.

‘중국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어.’

그리고 그건 이번 도발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 아닌 철저히 계획된 일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쉬샤오밍이라고 했던가?’

군복에 별을 세 개나 달고 있던 이가 하도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대기에 ‘언어의 마술사’ 스킬을 사용했었는데 그때 들은 이름이었다.

쉬샤오밍 주석이 반도 땅에 천벌을 내릴 거라느니, 쉬샤오밍 주석은 너희 같은 평범한 인간들은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천인이라느니 하는 말과 함께.

‘빅 웨이브 때 등장해 무려 25년간 장기집권하고 있는 중국의 독재자.’

이게 내가 알고 있던 쉬샤오밍에 관한 정보였다면, 자신을 위평천 상장이라 말하던 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같은 인간이 아닌 신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과도 같았다.

‘냄새가 나.’

고약한 냄새가 났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다.

‘저 미사일의 탄착 지점은 어디야?’

‘해당 미사일의 탄착점은 강화도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순간 가슴속에서 뜨끈한 것이 솟아올랐다.

‘이런 미친것들이!’

강화도는 대한민국 국토에서 육지와 연결된 몇 안 되는 섬 중 하나로 민간인이 거주 중인 섬이었다.

물론 해양 방어를 위한 군사기지가 있기에 군부대가 주둔 중이긴 했지만 분명한 건 군인보다 민간인이 더 많이 사는 섬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미친놈들은 그런 곳에 핵미사일을 떨구려 한 것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미사일의 대기권진입까지 몇 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명령하시면 대기권 밖에서 자폭시킬 수 있습니다.’

이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자폭시켜.’

‘네. 사령관님.’

내가 명령을 내리자 중국 쪽에서 날아온 미사일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탄도미사일이 거대한 폭발과 함께 소멸했다.

퍼펑-!

나는 대기권 밖에서 펼쳐진 커다란 불꽃놀이를 뒤로하고 서쪽을 노려봤다.

‘쉬샤오밍. 위치 파악됐어?’

‘네. 좌표 띄우겠습니다.’

군사 위성을 해킹해 중국의 군용 네트워크에 접속한 씨드는 손쉽게 쉬샤오밍의 현재 위치를 파악했다.

위치는 중국의 수도 남경.

무려 3천만 인구가 거주하는 대도시.

‘그럼, 핏값을 받으러 가볼까?’

서 영감님이나 구 영감님은 내 손에 피를 묻히지 말라 했지만, 아무래도 이번 생엔 그른 모양이다.

띠링.

-위대한 업적!

-귀신같은 판단으로 10만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선업 포인트…….

시스템이 뭐라 뭐라 떠들어 댔지만, 분노에 찬 내 눈엔 들어오지 않았다.

***

같은 시간, 남경. 창천국 국가전략회의실.

쾅!

쉬샤오밍은 미사일이 사라져 버린 위성 레이더를 보며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신자오 상장.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 보시오.”

목표를 향해 잘 날아가고 있던 미사일이 대기권진입 전에 갑작스럽게 폭발했다.

위성 카메라에 찍힌 것을 보면 요격미사일에 당한 것도 아니니, 답은 둘 중 하나였다.

미사일 자체에 결함이 있던가 아니면 미사일이 자폭했던가.

“….”

50대 중반의 상장, 신자오는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다물었다.

이건 어떤 변명을 해도 총살밖에 답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미사일 자체에 결함이 있었다면 연구 개발을 관리 감독한 로켓군의 사령관인 자신의 책임이니 총살이고.

미사일이 자폭했다면 그 또한 이유 불문하고 총살감이다.

군 내부에서 미사일의 자폭 코드가 유출되었다는 소리니까.

‘빌어먹을,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중국 내 소수민족인 조선족 출신으로 상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을 쏟았던가.

“할 말이 없는 거요? 말하기가 싫은 거요?”

그의 침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을까?

신자오를 다그치는 쉬샤오밍의 목소리에선 살기가 묻어나왔다.

그때.

“이걸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주석님.”

함께 동석해 있던 창천국 국장이 쉬샤오밍 주석에게 무언가를 전달했다.

“외부 해킹?”

“네. 군사 위성이 해킹되었고, 해당 위성을 통해 미사일로 자폭 코드가 전송되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신자오의 얼굴에 핏기가 돌아왔다.

“그 말은 우리 군의 보안이 뚫렸다는 소린가?”

서릿발 같은 쉬샤오밍의 물음에 창천국 국장은 간담이 서늘해졌지만 대답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말씀드리기 송구하지만 그렇습니다.”

“허…. 우리 천망이 뚫렸다고?”

천망(天網).

하늘의 그물.

쉬샤오밍 주석이 직접 관리하는 사이버 전투단이 만들어낸 중국군 보안 프로그램이다.

그것이 뚫렸다는 소리는 로켓군의 사령관인 신자오에겐 이번 일의 책임이 없다는 말이었다.

군사 위성과 마도 위성 그리고 우주발사체를 관리하는 창천 국장 또한 마찬가지고.

보고를 받은 쉬샤오밍의 이마에 깊은 골이 생겨났다.

군의 보안 프로그램인 천망이 뚫렸다는 건 그만큼 심각한 문제였으니까.

“신자오 상장. 3차 미사일 발사 시기가 언제요?”

어딘지 다급해 보이는 쉬샤오밍의 물음에 신자오는 이마에 흐르던 식은땀을 닦아내며 대답했다.

“발사 코드만 입력하시면 당장이라도 발사 가능합니다.”

말을 마친 그가 자그마한 패드를 쉬샤오밍 앞에 공손히 내밀 때였다.

우르르릉-.

먼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그 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 중 그 소리에 반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주석은 정말 한국과 전면전을 하려는 건가? 대체 이 시점에서 왜?’

신자오도 창천 국장도 주석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느라 바빴으니까.

‘이제야 내부를 정리하고 대국의 풍모를 찾았는데 갑자기 한국과 전쟁이라니…. 이해하기 힘들군.’

따라서 그들은 보지 못했다.

번-쩍.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서 푸른색 뇌전이 번쩍이며 그들이 머무는 건물 위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어차피 밀실에 있는지라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꽈과과과광!

와장창-! 퍼퍼퍼펑!!

거대한 폭음과 함께 모든 유리창이 터져 나가고 건물 내부를 밝히던 전등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폭발했다.

전면을 가득 채우고 있던 거대한 스크린이 검게 물들더니 이내 꺼져버렸고 밀실은 짙은 어둠에 잠식당했다.

“이게 무슨…. 뭐해? 무슨 일인지 알아봐!”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것도 잠시.

쉬샤오밍을 경호하던 경호실장의 명령에 부하들이 재빠르게 외부와의 연결을 시도했으나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마치 EMP가 터진 것처럼 모든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

원래라면 비상 전력이 공급돼 불이 들어와야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감감무소식이었다.

경호 실장은 왠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 머무는 곳이 밀실이긴 했지만 만일 내부에 적이 있는 거라면 외부와 연락이 끊긴 지금이 제일 위험했다.

“탈출로 확보해! 주석님 이쪽으로….”

다급한 경호실장의 목소리에 쉬샤오밍이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비상구 쪽으로 걸음을 움직일 때였다.

파직!

깨어져 나간 전등이 미약한 스파크를 튀기며 반짝였다.

“전기가 들어오려나?”

누군가의 희망찬 중얼거림이 끝나기도 전.

빠지지지지직!

소름 끼치는 방전음과 함께 밀실 안에 푸른색 뇌전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피해!”

누군가의 입에서 다급한 외침이 튀어나왔지만 이미 늦었다.

파지직- 파직!

사방을 휩쓸던 전류의 방전이 끝났을 무렵 밀실 안에 자리하고 있던 30여 명의 인원 중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은 단둘.

바로 경호실장과 쉬샤오밍뿐이었으니까.

찰나에 불과한 시간.

두 사람을 뺀 모든 인물이 감전돼 새카만 숯덩어리가 되어 사망한 것이었다.

“이런 미친….”

회의실의 한가운데.

푸른색으로 방전을 일으키는 뇌전의 불꽃.

그 빛에 의지해 주변을 둘러본 경호실장의 입에서 나직한 욕설이 흘러나올 때였다.

피직!

푸른색으로 일렁이던 전류 다발이 인간의 형상을 갖춰가더니 곧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빛이 사라지고 밀실엔 어둠이 찾아왔다.

“쉬샤오밍 맞나?”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익숙하지 않은 물음이 터져 나왔다.

“감히 천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 넌 누구냐?!”

대 중화를 이뤄낸 위대한 주석 쉬샤오밍을 마치 옆집 강아지 이름 부르듯 부르는 목소리.

쉬샤오밍이 국가주석의 자리에 오르고 25년.

그 누구도 쉬샤오밍을 이런 식으로 부르지 못했다.

천인(天人) 혹은 신인(神人).

중국 내에서 우상화를 넘어 신격화에 이른 쉬샤오밍의 이름을 이렇게 함부로 부른다는 것은 죽여달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피식.

어디선가 바람 새는 듯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인? 하늘이 내린 사람이란 뜻인가?”

한 점 빛도 없는 어둠.

들려오는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린 경호실장은 이내 짙은 어둠 속에 서 있는 한 인영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이십 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강현이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 속이었지만 SS급 각성자인 경호실장에겐 문제가 되지 못했다.

그렇기에 선명하게 보였다.

강현의 입꼬리에 매달린 비릿한 웃음이.

“너…. 천인을 시해하러 온 놈이군. 태자당? 공청단? 배후를 밝혀라. 누가 보냈느냐?!”

경호실장의 호통 섞인 물음이 계속될수록 강현의 입꼬리에 매달려있던 비웃음은 더욱 진해졌다.

“아무리 경호실장이라지만, 너무 앞으로 나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뭐?”

“네가 그토록 추앙하는 천인께서 바닥에 자빠져 오줌을 지리고 계시는데 너는 내 정체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러자 아차 하는 표정을 지은 경호실장의 눈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쉬샤오밍에게 향했다.

“으. 으으…. 사. 살려…….”

겁에 질려 벌벌 떠는 그 모습은 인간을 넘어 신으로 추앙받는 쉬샤오밍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쯧.”

그런 쉬샤오밍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경호실장이 가볍게 손을 움직였다.

콰직!

푸쉬쉬-!!

그 가벼운 손짓에 박살이 난 머리와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핏줄기.

손아귀에 묻어 있는 핏물과 뇌수를 털어낸 경호실장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강현을 돌아봤다.

“어쩐지 너무 쉽게 위치가 파악되더라니….”

아무리 씨드의 능력이 지구의 과학력을 뛰어넘었다 해도 쉬샤오밍의 위치가 너무 쉽게 파악됐다.

“…가짜였군.”

그렇다.

국무위원들과 창천국에 방문해 미사일 발사를 주도하던 쉬샤오밍.

그는 대역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