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아공간이 보여-146화 (145/202)

146. 영웅.

강현이 보상을 받고 있을 시각 각성자 센터 밖.

푸른 결계에 휩싸인 각성자 센터 밖은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려와 있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주변 건물의 사람들을 소거하고 1차 저지선을 만든 수도방위군단.

“총구는 전방! 언제 테러리스트 놈들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긴장해!”

“네!!!!”

갑작스럽게 몰려든 수만 명의 민간인과 그들의 접근을 통제하기 위한 경찰.

“거기 그쪽 잘 막으라고!!”

“더 접근하시면 위험합니다. 물러서세요.”

“제 딸이 각성자 센터에서 근무 한다니까요! 그냥 살아있는지만 확인할 수 있게 해주세요!!”

거기에 방송국과 언론사에서 나온 기자들까지.

“…현재 각성자 센터가 테러리스트들에게 점거된 지 두 시간이 흘렀습니다. 초반엔 SNS나 전화로 내부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지만 보시는 바와 같이 결계가 나타난 이후론 내부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경찰은 약 3만 명이 각성자 센터에 갇힌 것으로 추산했으며 그중 100대 그룹의 회장들과 10대 길드의 길드장들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각성자 센터에 이토록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은, 각성자 센터가 생겨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어어! 결계! 결계가 사라진다!!”

누군가의 외침에 수십만 쌍의 눈동자들이 일제히 각성자 센터를 향했다.

경계를 서던 군인, 민간인의 접근을 통제하던 경찰과 연신 말을 쏟아내던 기자들까지.

모두의 시선이 향한 그곳엔 각성자 센터와 외부를 차단하고 있던 결계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와 함께.

띠링.

우웅-. 우우웅-.

꿀톡! 꿀톡!

막혀있던 봇물이 터진 것처럼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스마트폰과 헌터 와치가 울어댔다.

그리고 그렇게 연락을 받은 이들의 얼굴엔 희비가 교차했다.

***

“어…?”

죽음의 기운에 의해 다친 이들을 상층으로 옮기던 도연우의 발걸음이 멈췄다.

“무슨 일인가?”

뒤따르던 구정철의 물음에 도연우가 창밖을 가리켰다.

“결계가….”

“결계가 사라지고 있군.”

각성자 센터와 외부를 나누고 있던 경계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건 하나.

“…현이가 이겼군요.”

바로 강현의 승리였다.

자신은 손가락 하나 댈 수 없었던 압도적인 강자.

반신이라는 존재와의 싸움에서 강현이 승리했다.

그것을 확인한 도연우의 마음속에선 알 수 없는 감정이 꿈틀거렸다.

기쁘면서도 어딘가 씁쓸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였다.

“그럼 이제 이 녀석들을 옮길 필요가 없어졌군.”

구정철의 태평스러운 중얼거림에 도연우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지금 속 편하게 그런 말이 나오십니까?”

“그럼 뭘 해야 할까? 제자의 재능을 시기해 화라도 내야 하는가?”

구정철의 말에 도연우는 말문이 막혔다.

지금 자신의 말과 행동이 저열한 질투와 시기심에서 나온 것이란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세기의 천재.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

어린 시절부터 세간의 기대를 받았으며 종래에 그 기대는 그를 향한 추앙이 되었다.

대한민국 유일의 SSS급 재능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그는 불과 서른다섯이라는 나이에 그 기대를 사실로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 천재 도연우의 단단했던 자아는 흔들리고 있었다.

자신이 가르친 제자 강현에 의해.

‘제자의 재능을 시기하는 나 따위가…. 뭐가 세기의 천재라는 거야…. 빌어먹을.’

그런 도연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구정철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도 길드장 자네가 SS급에 오른 게 언제였지?”

“갑자기 그건 왜….”

“말해 보게. 언제였는지.”

“서른 살 때니까. 오 년 전이군요.”

도연우의 말에 구정철은 한껏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호오-. 정말 빠르군. 나이 서른에 SS급이라니 천재라 불릴 만해.”

그 말에 도연우는 얼굴을 찡그렸다.

“지금 절 놀리시는 겁니까? 대단하긴 뭐가….”

“자네가 지금 느끼는 감정. 우리라고 안 느꼈을 것 같나?”

“그게 무슨….”

“내 나이 오십에 SS 급이 되고 길드장 자리에 올랐네. 그리고 무려 삼십이 년이 지나서야 SSS급에 올라섰지.”

32년.

3년만 더하면 지금 도연우의 나이와 같은 세월.

구정철은 그 긴 시간을 SSS급 문턱에 서 있었다.

불과 5년 만에 SSS급에 올라선 도연우와는 다르게.

“SSS급에 올라서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뭐였는 줄 아나?”

“…….”

“후회였네. 내가 조금만 빨리 승급을 했더라면…. 어쩌면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를 동료와 길드원들…. 그들을 지키지 못한 후회 말일세.”

구정철의 말에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도연우라고 어찌 떠나보낸 동료와 길드원들이 없었겠는가?

“그리고 그건 저기 서가 놈도 마찬가지일 테고.”

구정철의 말에 막 4층에 들어서던 서태촌이 인상을 찡그렸다.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군. 빌어먹을 영감쟁이가.”

서태촌의 날카로운 반응에 어깨를 으쓱거린 구정철이 말을 이었다.

“자네는 그런 후회 하지 말게.”

“이미 후회하고 있습니다. 저라고 왜 떠나보낸 동료가 없겠습니까?”

“아니 그거 말고.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뭘 말입니까?”

“SSS급이 끝이 아니란 거.”

“아….”

구정철의 말대로 SSS급은 끝이 아니었다.

SSS급에 오르자 도연우는 더 두껍고 높은 벽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음을 느꼈었으니까.

“우린 늙어서 그 벽을 넘을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을 것 같네만. 자네는 다르지 않은가.”

구정철은 뜨거운 열망을 담아 도연우를 바라봤다.

도연우의 나이 서른다섯. 그의 재능이라면 아직 그 누구도 밟지 못한 그 경지에 올라설 수 있을 테니까.

애초에 깨달음의 벽이라는 게 없는 강현은 논외로 치고 말이다.

“질투나 시기심 같은 조잡한 감정 따위에 휘둘리지 말고 정진하게. 더 많은 사람을 지킬 수 있게. 적어도 제자에게 부끄러운 스승이 되지는 말아야 할 게 아닌가.”

그때 아공간 안으로 사라졌던 강현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저 아이에겐 아직 우리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네.”

도연우는 자신들을 향해 해맑게 웃고 있는 강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저 녀석은 자기가 한 일이 어떤 일인지 모르는 것 같으니까.

***

다음날 대한민국이 뒤집혔다.

사상 초유의 테러.

추정 사망자만 무려 1만.

실종자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불어났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단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대참사.

국민이 분노했고 언론은 그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1만 2천 명의 테러리스트는 어디에 숨어있었나?!’

‘충격! 백두 길드 길드장과 대상 그룹 회장. 욱일회 소속으로 밝혀져!’

‘정부의 방만한 길드 관리 이대로 괜찮은가? 백두 길드를 제외해도 욱일회가 만들어 놓은 대형길드만 무려 세 곳!’

‘광화문 광장 합동 분향소 추모의 물결이 이어져.’

‘이상학 대통령 담화. 이 모든 일의 배후엔 일본이 있다. 반드시 일본에 책임을 물을 것.’

‘이시하라 일본 총리. 이 대통령의 발언에 깊은 유감 표명. 욱일회라는 테러단체는 일본 정부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 발뺌.’

‘분노한 시위대 부산 일본인 자치구로 몰려가.’

욱일회의 테러 때문에 재한일본인들은 집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언론이 나쁜 소식만을 다룬 것은 아니었다.

어둠이 있으면 당연히 빛도 있는 법.

강현에 관한 소식이 바로 그것이었다.

‘대참사를 막은 영웅! 강현은 누구인가?’

‘각성 5개월 만에 S급에 오른 천재 강현의 모든 것을 파헤쳐 보자.’

‘서태촌, 구정철, 도연우. 세 사람의 공통점은? 강현의 스승!’

‘독립유공자재단. 국가 유공자 재단. 소아암 재단 등 기부단체에 5천억을 기부한 사람이 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던전 연쇄 살인마들을 검거한 설수민 경위 범인 검거에 강현의 도움이 컸다 밝혀.’

‘대현 그룹 강산호 전 회장. 훈민정음 주영본의 기증자는 강현이었다.’

‘서태촌 전 싸울아비 길드장. 강현의 도움이 없었다면 구름 가오리를 잡는 건 힘들었을 것.’

‘마나 중독 치료제의 개발자는 강현?’

언론이 강현을 물고 빨고 하는 사이. 정부는 이번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물타기로 영웅 만들기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 이번 참사를 막는 데 공을 세운 이들에게 훈장 수여를 검토 중이라 밝혀. 강현 보국훈장 통일장 수여 가능성 시사.’

보국훈장 통일장이라는 1등급 훈장 수여자로 강현을 지목하며.

***

대한민국 매스컴이 테러와 내 이름으로 타오를 때.

훈장을 받을지도 모르는 나는 언론의 막강한 힘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거실을 가리고 있던 두꺼운 암막 커튼을 걷자.

촤라라락!

눈부신 빛이 명멸하며 망막을 자극했다.

집 앞에 진을 친 기자들이 그 찰나의 순간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들췄던 암막 커튼을 내리고 물러선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아---.”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신 걸까?”

그간 내가 해왔던 모든 일을 오픈해 버린 세 사부와 강산호를 향한 짙은 원망을 담아서.

“사령관님에 관한 기사가 갱신되었습니다.”

씨드의 목소리에 눈을 돌리자 조금 전에 찍힌 사진이 포털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 들어왔다.

“뭐. 이 미친…….”

정말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른 업로드였다.

기사의 내용은 없었다.

그냥 제목 한 줄에 사진 한 장.

하긴 암막 커튼 사이로 밖을 내다본 게 전부인데 내용이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할 터다.

“허….”

하지만 그 밑에 달린 댓글은 정말 가관이었다.

└그저 빛!

└빛빛빛빛!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강현을 보게 하라.

└커튼 사이로 빼꼼 내다보는 것조차도 빛이 나는군요.

└저거 기자들 플래시 때문에 그런 거 아님?

└너 사탄 들렸어? 어떻게 우리 강현 님께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플래시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거든요?! 우리 오빠는 존재만으로 자체발광이시거든요!!

└이분이 대한민국 일천만 대머리들의 구세주라는 그분이신가요?

└이건 또 뭔 개솔?

└이분이 그분 맞아요. 자라나라머리머리 발모제 만드신 분.

└ㅇㄱㄹㅇ?

└ㄹㅇㅋㅋ.

└옼. 그 빛이 이 빛이었냐고ㅋㅋㅋ.

└님아. 연우 형 말로는 님이 반신급 몬스터를 이겼다는데 사실임?

└딱 보면 모름? 그건 걍 MSG 친 거임.

└ㄴㄴ 서씨 할배랑 구씨 할배도 같은 말 함.

└와…. 그저 빛…….

댓글은 거기까지만 읽기로 했다.

그 밑으로 쓰인 댓글은 항마력이 달려서 더 읽을 수 없을 수준이었다.

“이건 뭐…. 종교 하나 만들어도 되겠네.”

“지금 상황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실 것 같습니다.”

내 중얼거림에 진지한 목소리로 답을 하는 씨드.

‘우리 씨드는 지구 생활 반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농담과 진담을 구분 못 하는 것 같네. 쩝.’

쓰게 입맛을 다신 나는 헌터 와치를 확인했다.

씨드에게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정말 종교를 말들 태세였으니까.

『구 사부님▶: 뒷일은 우리가 해결할 테니 자네는 좀 쉬게.』

『서 사부님▶: 어설프게 감출 바에야 자네가 한 일을 완전히 드러내는 게 좋을 거야. 그래야 하루살이들이 꼬이지 않을 테니 말일세.』

『연우 형▶: 현아. 뉴스에 나온 기부금 진짜임?! 너 부자였구나!』

『대현 강 회장님▶: 내 자네에게 주려고 준비한 선물이 있네. 원래는 직접 전해주려 했네만 일이 이렇게 되었군. 황 집사를 통해 보낼 테니 받아보도록 하게.』

‘음? 갑자기 웬 선물?’

밀려있는 메시지들을 확인하던 나는 강 회장의 메시지에 잠시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넘겨 버렸다.

‘황 집사님이 오면 알게 되겠지.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당분간은 던전 공략은 힘들겠는데?’

집을 빙 둘러 몰려 있는 인파만 수백 명이니 밖으로 나가기는커녕 창문도 못 열 판이었다.

나는 복잡한 머리를 정리할 겸 이번 싸움을 통해 얻은 것들을 정리할 생각으로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강현

종족: 인간

직업: 해피니스 청소부

[칭호]

하지 말라는 건 꼭 하는.

인필리언의 구원자.

레벨: 931

[스탯]

힘:3123 민첩:3151 체력:3315

마력:3419 내구:3507 지혜:2982

[특수 스탯]

뇌기:4579

신성:100

*해당 스탯은 스탯 포인트를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보유 스탯 포인트: 0

[권능]

사망 선고

[특성]

아공간 청소부 S(LV1)

공간시 SS (LV1)

아공간 조작 S (LV2)

모태 솔로 A (LV9)

공간의 미학 SSS (LV1)

[스킬]

언어의 마술사 D (LV4)

작은 마력의 샘 C (LV5)

금식충 S (LV2)

뇌신일체 SSS (LV3)

왠지 가슴이 먹먹했다.

처음 시스템을 얻었을 땐 고작 한 페이지에 불과했던 상태창이 이젠 상세 정보를 숨기지 않으면 한눈에 담기도 힘들 정도였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두 개의 칭호.

레벨은 900을 넘겼고 지혜를 제외한 스탯은 모두 3천을 넘겼다.

고작 300 정도에 불과했던 뇌기 스탯은 권능 전뢰화의 영향으로 4500을 넘었으며 신성이라는 새로운 스탯도 생겨났다.

사망 선고라는 새로운 권능을 얻었고 모태 솔로를 제외한 모든 특성은 S급으로 승급했다.

거기에 더해 카탈로그에서 새로 뽑은 공간의 미학이란 SSS급 특성까지.

아직 빈약한 스킬들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뇌신일체가 SSS급으로 승급해 그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이 모든 게 리퍼와의 싸움에서 성장하거나 얻은 것들이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이 정도로 퍼주면 파산 신청해야 할 판인데?’

보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상점 등급: A]

[검색: ]

[구매] [판매]

[보유 포인트:100,115,451.2]

1억의 상점 포인트.

태초의 별 이후로 처음 보는 억 단위 포인트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리퍼는 경고했다.

열하나의 재해급 몬스터와 열한 명의 신의 사도들이 나를 노리고 우리나라를 공격해 올 거라고.

나는 지금부터 그에 대해 준비를 할 생각이다.

시작은 쇼핑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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