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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만 아공간이 보여-105화 (105/202)

105. 집으로 (3).

산처럼 쌓여있던 마나석과 부산물이 사라지자 휑하니 비어 보이는 천막 안.

와르르르.

전투를 끝내고 천막으로 돌아온 나는 들고 있던 부산물과 마나석을 바닥에 쏟아 냈다.

아직 전투의 흥분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일까?

꽤 힘든 전투를 치렀음에도 몸이 피곤한 걸 모르겠다.

‘S급.’

각성자라면 누구나 올라서기를 바라는 등급.

심장이 울렁거렸다.

언젠가는 도달할 거라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S급이 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풍부한 마나만큼이나 강한 몬스터들이 넘쳐나는 태초의 별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S급이 되는 건 불가능했을 터다.

물론 내게 경험치를 몰아준 세 스승의 배려 또한 빼놓을 수 없고.

이름: 강현

종족: 인간

직업: 해피니스 청소부

레벨: 717

힘:1000 민첩:978 체력:984

마력:1019 내구:912 지혜:400

뇌기:142(스탯 포인트 사용 불가)

보유 스탯 포인트: 0

[특성]

아공간 청소부 E (LV1)

공간시 E (LV6)

아공간 조작 E (LV2)

[스킬]

언어의 마술사 E (LV1)

작은 마력의 샘 D (LV7)

뇌신일체(雷身一體) E (LV4)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

금식충 S (LV1)

금속을 흡수해 몸의 경도와 강도를 해당 금속의 경도와 강도로 변환시킬 수 있다.

스킬의 유지시간은 흡수한 금속의 질과 양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흡수한 금속: 1/3

└아다만티움: 195시간 47분

스킬 각성: 난 아이템도 먹어.

액티브 스킬이 내장된 금속류 아이템을 흡수해 그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흡수 스킬

└패력(覇力): 한 시간 동안 힘이 1000 증가한다. (9/10)

└미확인 포털(Unidentified Portal): 어디로 통하는지 알 수 없는 포털을 생성한다. (2/10)

상태창을 열어보니 내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불과 한 달 만에 올린 레벨이 500.

지혜를 뺀 스탯은 모두 천에 가까워져 있으며 특성과 스킬들도 조금씩이지만 성장했다.

심지어 도연우의 스마트폰을 충전하기 위해 사용한 뇌신일체 스킬과 뇌기 스탯마저도 올랐다.

성장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상점 등급: A]

[검색: ]

[구매] [판매]

[보유 포인트: 212,458,172.7]

A급이 된 상점 등급과 2억이 넘는 보유 포인트.

상점창에 판매등록할 수 있는 숫자의 제한이 없다 보니 A급 이하 모든 마나석과 부산물을 판매등록해 버렸다.

팔고자 하는 것들은 시세보다 약간 저렴하게, 그리고 팔고 싶지 않은 것들은 등급당 맥시멈 가격으로.

한마디로 상점창을 일종의 인벤토리로 사용해 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도 팔릴 물건은 팔려버리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거고.’

덕분에 내 판매창엔 수만 개의 물건이 올라가 있었다.

마나를 머금고 있는 물건은 상점창에 등록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알 수 없는 광석이나 이름 모를 과일들을 채집해 모조리 상점창에 등록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금 서태촌이 베이스캠프를 비운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세 사람은 돌아가며 샤이닝 에로우 한 대를 대동하고 주변에 채집을 나갔다. 오늘은 서태촌의 차례였고.

그렇게 상첨창에 조금 전 사냥으로 얻은 마나석과 부산물을 판매 등록한 후.

나는 업적창에 있는 업적상점을 열었다.

영롱한 빛과 함께 눈앞으로 떠오르는 한 장의 카탈로그.

[특성 카탈로그]

위대한 초인 F-200,000P

방구석 여포 E-210,000P

선행 F-190,000P

이 구역의 미친X E-350,000P

승자독식 E-420,000P

씨드의 권유로 선택을 미뤄 두었던 특성 카탈로그.

지난 며칠간 세 사람과 의논을 한 끝에 선택할 특성을 이미 정해 두었다.

위대한 초인 F-200,000P

└초인의 기틀을 마련한다. 해당 특성은 일회용이며 특성을 습득하는 즉시 사용자가 가진 스탯을 영구적으로 두 배 증가시킨다.

원래도 좋은 특성이었다.

가지고 있는 스탯을 두 배로 뻥튀기시켜 주니까.

하지만 처음 카탈로그를 얻었을 때보다 무려 500레벨이 넘게 레벨업을 한 지금.

특성 위대한 초인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지혜를 제외하고 모두 천 단위가 넘거나 그에 근접해 있는 스탯들. 이것들이 한꺼번에 두 배로 뻥튀기되는 거니까.

그것도 영구적으로 말이다.

후우.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는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긴장을 털어 낸 나는 손가락을 놀려 카탈로그를 클릭했다.

-특성: 위대한 초인 F를 구매하시겠습니까?

-[Y/N]

‘당연히 예스.’

-선업 포인트 200,000이 차감됩니다.

-특성: 위대한 초인 F가 사용자 강현 님에게 ‘각인’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끝나기 무섭게 화면에 떠올라 있던 카탈로그가 붉은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반짝거리며 허공을 부유하던 그것이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코를 통해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

“에, 이게 뭐…?!”

깜짝 놀라 터져 나온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끔찍한 고통이 몸속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끄아아아아악!!”

그제야 머릿속으로 한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각인(刻印).

시스템 화면에 출력되었던 메시지.

‘젠장! 이런 건 좀 미리 말하라고!!’

마치 온몸을 잘게 찢었다가 다시 붙이는 것과 같은 고통을 내 정신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끄르륵.

기절을 선택했다.

***

깜빡.

눈을 뜨자 보이는 건 지난 한 달간 익숙해진 천막의 천장.

“일어났어?”

들리는 건 도연우의 목소리였다.

“어. 오셨어요. 형.”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이계에서 함께 보낸 우리는 꽤 많이 친해진 상태였고, 서로 호칭 정리가 끝난 상태였다.

“응. 왔다. 네 비명이 너무 커서 안 올 수가 있어야지. 구 영감님은 네 비명 듣고 몰려온 몬스터들 처치하는 중이고. 그런데 무슨 일이야? 더 강해졌던데.”

역시 SSS급. 그저 흘끗 보는 것만으로도 내게 일어난 변화를 알아챘다.

“저번에 말씀드렸던 특성 선택했거든요. 내일부터는 바빠질 것 같아서 미리 받았는데 어마어마하게 아프네요.”

“아. 그 특성? 위대한 초인인가 그거 선택한다고 하지 않았어? 스탯 두 배로 뻥튀기시켜 준다고.”

“네. 그거 맞아요.”

“와…. 그래서 좀 더 강해진 느낌이었구나. 아까까지만 해도 S급 초반이었는데 지금은 중반 정도 되는 느낌이야.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우리는 마나의 절댓값을 느끼는 거라 정확하진 않지만 딱 그 정도 느낌이 나네.”

연우 형의 말이 끝날 때쯤. 나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제가 얼마나 쓰러져 있었죠?”

“한 10분? 와- 근데 다른 특성 받을 때도 그랬어? 막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뼈가 부러졌다 다시 붙고 그러던데. 난 뭐 환골탈태하는 줄.”

“아…. 그랬어요?”

“하긴. 넌 기절해서 모르겠구나. 다음부턴 이런 거 할 때 주변에 사람 있을 때 해. 옆에서 보는데 잘못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더라.”

그렇게 말을 마친 연우 형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난 이만 가서 구 영감님 좀 도와줘야겠다. T렉스 떼거리가 와서 혼자선 힘드실 거 거든.”

T렉스는 첫날 우리 베이스캠프를 습격했던 괴물 공룡에게 붙인 이름이었다.

원래는 티라노사우루스라고 불렀는데 연우 형이 이름이 너무 길어 부르기 힘들다며 T렉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몸길이만 200m에 달하는 거구에, 티라노사우루스와는 다르게 긴 앞발, 날카로운 손톱과 이빨로 무장한 녀석은 분명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생태계 포식자와 같은 녀석이 무리생활하는 녀석이라는 점이었다.

쾅!

퍼퍼펑!

크아아앙-!

뻐버버벙-----!!

크롸롸롸!!

꽈-----앙!

그제야 천막 밖에서 들려오는 괴성과 폭음이 이해가 되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5마리에서 10마리씩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놈들을 혼자서 상대하는 건 구정철이 아무리 SSS급이라도 무리다.

“그럼. 저도….”

“아니. 넌 조금 쉬고 있어. 조금 있으면 서 영감님도 돌아올 테니까. 무리할 필요 없어.”

연우 형은 천막을 열고 나가며 말을 이었다.

“갑작스럽게 스탯이 두 배나 늘었으니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거야.”

그 말이 맞았다.

스탯이 1, 2포인트 늘어난 것도 아니고 모든 스탯이 1천 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상태.

적응이 쉬울 리 없었다.

이 상태로 전투에 참여해 봤자 도움은커녕 사고나 안 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네. 죄송해요. 형.”

“죄송은 무슨. 얼른 적응 마쳐서 쿠아르탐파 잡을 때 한 손 거들면 되지. 간다. 쉬고 있어.”

그 말을 끝으로 연우 형이 떠나가고 나는 가만히 눈을 내리감았다.

뭐랄까.

온몸에 주체할 수 없는 기운이 넘쳤다.

살며시 주먹을 틀어쥐었다.

꽈드드득.

무엇이든 쥐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바스러트릴 수 있을 것 같은 강대한 악력이 손아귀에서 느껴졌다.

인벤토리를 열어 아다만티움 와이어를 꺼내 들었다.

아다만티움과 오리하루콘 그리고 미스릴을 가닥가닥 엮어 만든 이 와이어는 어지간한 힘으로는 끊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고 질기다.

하지만.

투둑.

양손에 거머쥔 와이어에 힘을 주자 팽팽하게 당겨졌던 와이어가 미약한 파열음과 함께 가닥가닥 뜯어졌다.

너무나도 쉽게.

“허…!”

가느다란 철사라곤 하지만 아다만티움을 오로지 악력만으로 끊어낸 것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막 나중엔 아다만티움 판금도 종잇장처럼 찢고 그러는 거냐?’

왠지 이 상태라면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도 구 영감님의 붕천격을 흉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력(覇力): 한 시간 동안 힘이 2000 증가한다. (9/10)

‘패력 스킬까지 사용하니까 하늘도 찢어발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농담이 아니라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킬 사용. 패력.”

“스킬 사용. 금식충-아다만티움.”

패력을 사용하니 힘 스탯이 무려 4천이 넘어갔다.

넘치는 힘만큼 자신감도 뻥튀기되나 보다.

‘T렉스하고도 한번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자신 있게 천막의 입구를 열고 밖으로 검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퍼거거걱!

“으합!”

콰지직! 퍼억!

금식충-아다만티움 바디를 활성화하고 패력 스킬을 사용한 나는 그저 힘만으로 T렉스를 찢어발기는 괴물이 되어 있었다.

크롸롸롸!

후웅-!

카앙-.

T렉스의 날카로운 발톱도 경악스러운 치악력도 나의 아다만티움 바디를 뚫지 못했고.

콰직. 쫘아악!

녀석의 강철과 같은 비늘과 뼈는 무식하기 그지없는 힘 앞에서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키에엑!

힘차게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나는 고통에 찬 괴성을 내뱉는 놈의 턱을 향해 전력을 다해 주먹을 뻗었다.

뻐어억!

케엑!

목이 부러질 것처럼 덤프트럭과 같이 거대한 놈의 대가리가 뒤로 젖혀졌다.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 이빨 몇 개가 폭죽처럼 피와 함께 하늘로 솟구쳤다.

후드득.

쿠웅---.

몸길이가 200m나 되는 놈이 쓰러지자 땅이 진동했다.

쓰러진 놈의 눈은 초점이 풀려 흐릿했지만, 코로는 연신 거친 숨을 빨아들이고 내뱉으며 살아있음을 알려왔다.

나는 그런 놈의 두개골에 대고 정권 지르기를 준비했다.

구 영감님의 성명 절기라 불리는 붕천격. 그것을 흉내를 내 볼 심산이다.

물론 마나 회로는 모른다.

배운 적이 없으니까.

그저 오른손에 마나를 불어넣고 또 넣을 뿐.

우격다짐으로 밀어 넣은 마나가 오른손에 뭉쳐 푸른 불꽃처럼 타올랐다.

무식하기 그지없는 방법으로 권기를 형상화한 것이었다.

후흡.

나직하게 숨을 들이쉬고.

빠르게 내질러진 주먹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T렉스의 머리에 닿는 순간.

뻐어어어엉---!!

거대한 폭음과 함께 거대한 T렉스의 머리가 폭죽처럼 터지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와…. 이 괴물 새끼…. 이거 완전 사기 아니에요. 영감님?”

“허…. 힘만 놓고 보면 나랑 비슷할지도 모르겠군. 설마 붕천격을 흉내 낸 건가?”

어느새 옆에 다가온 연우 형과 구 영감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누구보고 괴물이라고 하는 건지….’

베이스캠프를 습격한 T렉스는 모두 일곱 마리. 그중에 내가 상대한 건 고작 한 마리에 불과했다.

남은 여섯 마리는 연우 형과 구 영감님이 사이좋게 세 마리씩 제압했다.

그렇다.

처치가 아니라 제압이다.

경험치는 내가 먹어야 했으니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냥 처지하는 것보다 이렇게 제압하는 게 몇 배는 힘들다.

내가 고작 한 마리 가지고 아웅다웅하는 사이 두 사람은 각자 세 마리씩 제압해 놓은 상태에서 내가 싸우는 것을 관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괴물들.’

그 광경을 보자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아 있던 자신감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수그러들었다.

또다시 깨닫는다.

내가 오르려 하는 산이 얼마나 높은 산인지를.

동네 뒷산인 줄 알고 호기롭게 중턱쯤까지 올라와 보니 구름 뒤에 가려져 있던 봉우리를 보고 이 산이 에베레스트였음을 깨달았달까?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진리였다.

S급에 오르고 보니 SSS급이 얼마나 대단한 경지인지가 보이는 거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바쁘게 걸음을 움직였다.

행여 가쁜 숨을 내쉬며 쓰러져 있는 T렉스들을 보고 쿠아르탐파가 내려오기 전에 빨리 죽이고 사체를 처리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쓰러져 있는 놈들의 숨을 모두 끊고 부산물 채취를 시작했을 때, 서 영감님이 돌아왔다.

“자네 구가의 붕천격을 흉내 냈었다지?”

“…네.”

사실 흉내랄 것도 없었다. 그저 우격다짐으로 주먹에 마나를 불어넣어 권기를 형상화해 내지른 것뿐이니까.

구 영감님이나 연우 형이 보기엔 그저 마나 낭비라고 볼 수밖에 없는 행위.

그 결과 또한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내가 원한 것은 송곳처럼 꿰뚫는 것이었지만, T렉스의 머리는 풍선처럼 터져버렸으니까.

그렇기에 시무룩해 있는 나의 귀에 나직한 서 영감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 내 진전을 이을 생각 없나?”

‘에……뭘 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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