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아공간이 보여-46화 (46/202)

46. 아빠 없는 하늘 아래 (6).

강현과 연쇄살인마들이 던전 안에서 드잡이질을 하는 동안 바깥세상은 뒤집혔다.

아직 마나 캠 개발도 감감무소식인 상황에서 신기술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던전 스트리밍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dkdk0122: 와 씨. 미쳤네! 이게 진짜라고?

└한강라면: 어? 여기 내가 아는 곳 같은데? 서울역 E급 던전 아니냐?

└김준식임돠: 이걸 믿는 ㅂㅅ이 여기 있네. 딱 봐도 촬영 세트 만들어 놓고 찍는 거구만.

└소설팬임: 제목 어그로 오지구요. 던전 연쇄살인마. ㅇㅈㄹ.

└clean0624: 촬영 세트라고 해도 이 정도로 진짜같이 만들었으면 인정해 줘야 하는 부분 아니냐?

처음 방송이 켜졌을 때는 소수에 불과했던 시청자 수가 입소문을 타고 금세 불어났다.

그리고 첫 몬스터가 등장하고 사냥이 시작되자 채팅창은 말 그대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다아: 어? 슬라임?

└아이크론: 고블린하고 코볼트도 나오는데?

└말발도리: 저거 지금 피 튀는 거 실화?

└janek00: CG라고 보기엔 너무 리얼함.

└dkdk0122: 지금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 정보 떴다!

└dkdk0122: 잠룡회라고 길드 후계자 모임이 있는데 거기에 속한 사람들이라고 함.

└clean0624: 잠룡회? 뭔 이름이 그래. 개 구리네.

└dkdk0122: 참고로 10대 길드 후계자들도 참여한 모임이란다.

└clean0624: 참으로 멋스러운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형님들 안 그렇습니까?

시청자 수는 순식간에 폭증해 플랫폼마다 1만 명씩을 넘어갔고 유명 스트리머까지 여기에 가세했다.

└BJhyunki: 새로운 스트리머의 시대가 열렸다는 곳이 여긴가요?

└한강라면: 오! 현기님 등장?!

└BJ평가맘: 이렇게 방송이 가능해지면 앞으로 헌팅 스트리밍하는 스트리머들이 늘어나겠네요.

└clean0624: ㄹㅇ 무슨 전투 장면이 영화 한 편 보는 것 같음. 대체 카메라를 몇 대나 사용하는 거야?

└janek00: ㅇㄱㄹㅇ 슬라임 잡는 장면이 이렇게 박진감 넘칠 거라곤 생각도 못 해봐따.

그렇게 점점 늘어나는 시청자들이 채널명 씨드 TV에서 보여주는 몬스터와의 전투 장면에 점점 매료되어가고 있을 때였다.

└물물방울: 그런데 방제가 왜 이래요? 던전 연쇄살인마들의 민낯이라니 방제 한번 살벌하네요.

그 채팅이 올라오는 순간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의 머릿속엔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던전 연쇄살인마들은 대체 누굴 말하는 거지?’

***

‘흐음. 대체 어떤 일이기에 그 친구가 힘을 써달라 한 거지?’

강산호는 자신의 집에서 평소 즐겨 마시던 차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무슨 일인지도 알려주지 않고 도와달라는 말만 하니 도통 알다가도 모를 친구로군.’

80대의 나이와 90대의 나이, 언뜻 들어보면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은 나이지만 강산호에겐 큰 차이가 있었다.

그의 나이 82세에 은퇴를 하고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그때의 그는 여전히 호랑이였다. 지금처럼 늙은 호랑이라 불리는 게 아닌 대현의 호랑이 말이다.

유클리안 잎사귀 차를 마시고 10년의 세월을 역행한 그는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아니, 그때로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나저나 대체 어디서 이런 귀물을 구했을꼬?’

그가 그렇게 강현과 차에 관한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다.

“회장님. 이걸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황 집사가 태블릿 하나를 손에 들고 강산호에게 다가왔다.

“흠? 무슨 일인가?”

“강현 군이 보내준 링크를 따라 들어가 보니 이런 방송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황 집사에게 태블릿을 받아든 강산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건 무슨…. 새로 나온 영화인가?”

과거에도 헌터와 관련된 액션 영화들이 많이 나왔었기에 그의 물음은 당연했다.

“아닙니다. 회장님. 영화가 아닌 인터넷 개인방송 스트리밍입니다.”

“인터넷 개인방송? 스트리밍?”

“개인이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여행이나 운동, 혹은 음식 먹는 걸 보여주는 방송이라 생각하시면 편하실 것 같습니다.”

“그럼…. 이게 지금 진짜 던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란 말인가? 영화가 아니고?”

“네. 회장님. 그리고 화면에는 비치지 않고 있지만, 저들과 함께 강현 군이 던전에 들어간 거로 보고받았습니다.”

잠시 얼굴을 굳힌 채 생각에 잠겼던 강산호가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대현전자에서 개발 중이던 마나 카메라 사업은 어떻게 돼가고 있다고 했지?”

“저번 달에 대현전자 사장에게 아직 개발이 지지부진하다고 보고 받으셨었습니다.”

“음…. 그래. 그랬지. 그런데 이런 카메라가 만들어졌단 건가? GL? 성삼? 어느 쪽일 것 같나 황 집사?”

“제 생각엔 둘 다 아닐 것 같습니다.”

강산호는 황 집사의 말에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이미 그도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역시, 강현 그 친구라는 소리군.”

“강현 군이 알려준 링크를 따라 들어간 사이트에서 나온 방송이니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게 실시간 화면이라면 던전 내부와 통신을 할 수 있다는 소리겠지?”

“네.”

“흠…. 앞으로 꽤 많은 게 바뀌겠군.”

순간 강산호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마치 먹이를 발견한 호랑이처럼.

‘우리 대현도 해내지 못한 일을 일개 개인이 해냈다?’

마법이 등장한 이래, 간혹 그런 천재들이 나오긴 했다.

대표적으로 현재 세계 10대 기업 중 하나이자 세계점유율 40%의 물류회사인 콜팡만 해도 그랬다.

S급 각성자 다비드 미첼이라는 미국인이 세운 콜팡은 그가 가진 텔레포트 능력을 기반으로 만든 ‘텔레포터’라는 아이템으로 그동안 정체되어있던 세계물류에 혁신을 가져옴과 동시에 세계 10대 기업 중 하나로 떠오르지 않았던가.

물론 강현이 그 다비트 미첼 같은 천재냐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지만.

하지만 강산호의 입장에서 강현은 다비드 미첼보다 더 특이한 사람이었다.

“강현 그 친구가 바란 도움은 이걸 최대한 많이 퍼트리는 거겠지?”

톡. 톡.

의자 팔걸이를 두드리며 잠시 말을 멈춘 강산호는 태블릿 상단에 띄워져 있는 방의 제목을 보며 조용히 차를 들이켰다.

“황 집사. 공중파, 케이블, 각 신문사와 인터넷 찌라시까지 모든 매체에 연락해서 지금 당장 이걸 내보내지 않으면 앞으로 대현의 광고는 없다고 전하게.”

단호한 강산호의 명령에 황 집사는 놀란 눈으로 반문을 던졌다.

“회장님.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빚.”

“네?”

“지금 나는, 강현 그 친구에게 빚을 지우는 걸세.”

“!!”

“그리고 원하는 걸 받으려면 그 빚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겠나?”

강산호의 말을 이해한 황 집사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대청마루를 벗어났다.

“시대가 바뀌겠군.”

단지 인터넷 방송에 불과한 스트리밍 채널.

그것을 본 강산호는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마나 카메라와 송 수신기, 거기에 던전 스트리밍.

단편적인 정보지만 강산호는 이것만으로도 앞으로 던전 헌팅의 패러다임이 바뀌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했다.

시대를 앞서나갔던 장사꾼답게 말이다.

***

구정철은 오늘 아침 말도 안 되는 기적을 맛봤다.

올해 딱 여든이 된 그.

SS급 각성자이기에 일반인들보다 노화가 더뎠지만 최근 들어 나이가 들었다는 걸 체감하던 그의 몸이 10년 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말 그대로 기적.

그리고 그 기적을 경험한 구정철은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마스터.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그의 수족인 그림자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말이다.

“무슨 일인가?”

“강현이 송종혁 파티와 함께 던전에 들어갔습니다.”

“그 말은 강현이 그놈들의 행적을 파악했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림자의 보고에 구정철은 어이가 없었다.

정보를 전해준 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거기에 전해준 정보도 정보라 불리기에도 뭐한 간단한 프로필 정도였다.

‘어떻게 벌써 놈들의 정보를 파악한 거지?’

“설마 강 회장 쪽에서 정보가 새어나간 건가?”

“아닙니다. 우리를 제외하곤 싸울 아비 말고는 아무도 그들에 관한 정보를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어떻게?”

구정철의 물음에 그림자는 고개를 숙이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 점은 자신들도 파악하지 못했으니까.

그림자의 침묵에 그 의미를 아는 구정철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럼 강현에게 우리 말고도 정보를 얻을 곳이 있었다고 보는 게 옳겠군.”

“어쩌면 싸울아비 쪽에서 흘러나간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림자의 의심은 합당했다. 화랑 말고 그 망나니들의 정보를 조사한 곳은 싸울아비가 유일했으니까.

강현이 싸울아비에도 손을 내밀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확신은 금물이야. 그 차가 귀물이긴 하지만 자기 수족을 잘라낼 정도로 서가 놈이 미련하진 않으니.”

구정철은 싸울아비의 길드 마스터 서태촌을 떠올렸다.

자신과 같은 연배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길드 마스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는 늙은 여우.

교활한 그놈이라면 이토록 티 나게 자신의 수족을 내치지 않는다.

“그런데 고작 E급에 직업은 전투계열도 아닌 청소부가 던전에 들어가서 무엇을 하겠다는 거지?”

구정철의 의문은 당연했고 그 의문은 그림자가 내민 태블릿화면을 보며 풀렸다.

“아무래도 제대로 한 방을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으음….”

구정철은 스트리밍 채널 상단에 떠 있는 제목을 보고 침음을 흘렸다.

“이게 설마 지금 던전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가? 조작된 게 아니라?”

“네. 그 네 놈과 강현이 들어간 서울역 E급 던전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주목하셔야 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음?”

“같이 들어간 힐러가 서울경찰청 각성자 범죄 전담팀 소속의 신입 형사입니다.”

“경찰이 이미 눈치를 채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모양이군.”

그렇게 구정철과 그림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태블릿에서 출력되는 화면이 급작스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나찬수라는 녀석이 포션과 소모템을 분배하고 있던 서포터를 등 뒤에서 검으로 찌른 것이었다.

순간 채팅창은 폭발하듯 타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정철은 그것보다 쓰러지는 서포터에게 시선이 갔다.

‘왜 이기지도 못할 걸 알면서 굳이 죽을 자리를 찾아간 거지? 대체 죽고 나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고 해서 본인에게 무슨 이득이 있다고?’

구정철은 칼을 맞아 쓰러진 서폿이 강현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렇기에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강현이 목숨을 걸고 위험을 자초하는지 말이다.

“설마, 증거를 모으기 위함인가? 일단 싸울아비의 움직임부터 파악하게. 잘못하면 일이 커질 수도 있어.”

화면에서 눈을 뗀 구정철은 그림자를 향해 명령을 내리고 다시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쓰러져 있는 강현의 옆구리에 나찬수가 검을 박아넣는 장면이 여과 없이 비치고 있었다.

‘대체 자네가 원하는 게 뭔가?’

강현의 목숨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렸지만, 구정철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강현의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오랜 시간 헌터로서 치열한 전투를 치러왔던 그의 감이었고. 그의 감은 대체로 정확했다.

***

갑작스럽게 변한 상황.

꼼짝없이 죽는구나 싶었는데, 난데없이 몸을 일으킨 서포터가 모든 상황을 뒤집었다.

허공에 뜬 채 모습을 드러낸 30개의 화살은, 이젠 용의자가 아닌 범죄자라고 불러도 무방할 놈들의 급소 앞에서 날카롭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렇게 변해버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있는 설수민의 귓가로 강현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사님. 그 새끼가 목 잘라 줄 때까지 기다리시는 거예요?”

“아?”

강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설수민이 나직하게 탄성을 토해냈다.

‘하. 뭔 형사란 양반이…. 저래서 잘도 형사 노릇 하겠다.’

강현은 설수민을 보며 대한민국 공권력의 현주소를 체감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믿음이 안 갔다.

자신의 개입으로 경찰의 계획이 틀어진 것을 모르는 강현으로서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계속 그대로 있으실 거면. 그냥 제가 일 처리합니다?”

강현은 그렇게 말하며 최진기를 향해 걸음을 움직였다.

이대로 계속 두면 과다출혈로 조만간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강현이 나찬수에게서 등을 돌리고 멀어지는 순간.

기회를 보던 나찬수가 몸을 일으켜 세우며 강현의 등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 했다.

“위, 위험해요!”

그 모습을 본 설수민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그녀가 우려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푹. 푸푸푸푹.

“크아아악!!”

그 어떤 소음도 없이 쏘아져 나간 화살들이 순식간에 나찬수를 고슴도치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어? 이번엔 움직이지 말라고 했는데도 움직였네?”

고개를 돌린 강현은 그런 나찬수의 모습을 보곤 피식 웃음을 지어 보였다.

“급소는 다 피했으니까. 이번엔 포션 들이부을 생각하지 마. 포션 쓰겠다고 움직이면 그 손목부터 잘라낼 거니까.”

강현의 경고에 인벤토리를 열려던 나찬수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것은 강현의 말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느새 그의 몸에서 빠져나온 화살들이 예리한 촉으로 그의 목을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화살들이 자기 스스로 움직여?’

분명 강현은 몸을 돌린 채 나찬수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화살들은 스스로 움직여 그의 급소를 조준하고 있었다. 그가 몸을 움찔댈 때마다 조금씩 각도를 틀어가며.

강현은 피를 흘리며 놀라고 있는 나찬수를 뒤로하고 송종혁과 최진기에게 다가갔다.

당장이라도 눈에서 레이저를 쏠 것 같은 눈으로 강현을 노려보는 송종혁.

“왜? 그 갑옷이 화살을 막아낼 것 같아?”

강현은 그런 송종혁의 눈앞에 바짝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궁금하면 한번 시험해 보던가.”

강현의 빈정거림에 송종혁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하지만 검을 쥐고 있는 송종혁의 손은 덜덜 떨고 있을 뿐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강현이 피식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지 목숨은 소중한 줄 아는 새끼였네. 버러지만도 못한 새끼.”

송종혁을 바라보는 강현의 눈엔 짙은 경멸이 담겨 있었다.

살아오며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눈빛에 모멸감을 느낀 송종혁이 온몸을 부들거리며 떨어댔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는 강현이 자신을 지나쳐 가는 동안 여전히 그 자세 그대로 미동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송종혁을 지나친 강현이 이내 최진기의 머리맡에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그 순간 정신을 차린 설수민이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던 천재원을 제압해 마나철로 만든 수갑과 족쇄를 채우곤 송종혁에게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강현이 최진기에게 포션을 먹이고 상처에 뿌리는 동안 설수민은 송종혁과 나찬수도 마나철로 만든 수갑과 족쇄를 채워 바닥에 눕혀 놓았다.

‘완전 맹탕은 아닌 모양이네.’

최진기를 치료한 강현은 그의 숨소리가 안정을 찾는 것을 확인하고 설수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형사님이 하실래요? 제가 할까요?”

“네? 뭐, 뭘요?”

갑작스러운 강현의 물음에 당황한 듯 말을 더듬는 설수민.

“하아…. 설마 이 새끼들 경찰서 취조실에 앉혀놓고 변호사 불러주며 심문하실 생각은 아니시죠?”

“그건….”

한숨 섞인 강현의 물음에 최수민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강현의 말대로 진행하는 게 적법한 절차였으니까.

“그럼 형사님은 잠깐 저쪽으로 빠져 계시죠. 저는 이 새끼들한테 꼭 줘야 할 선물이 있어서 여기 온 거니까.”

바닥에서 버둥거리는 네놈을 향해 날카로운 단검을 뽑아 들고 다가서는 강현을 본 설수민이 외쳤다.

“설마 고문을 하려는 건가요?!”

“그건 이놈들의 대답 여하에 따라 달라지겠죠.”

강현의 눈빛이 위험스럽게 반짝였고 그 눈빛을 본 설수민은 강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본인이 생명의 위협을 당해서 화가 난 건 이해하지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사적인 보복행위는 용납할 수 없어요.”

그리고 그 말을 하는 그녀의 손엔 마나건이 들려있었다.

강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설수민, 그녀 혼자 감당하지 못하던 놈들을 순식간에 제압한 사람에게 마나건을 들이대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생명의 은인인데 나한테 총을 겨눠?’

강현은 순간 이 여자도 제압해 버릴까 진지하게 고민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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