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만 아공간이 보여-24화 (24/202)

24. 던전은 노다지다 (5).

“어이가 없네?”

차가운 목소리가 강현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

“…….”

무릎을 꿇고 있던 이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강현이 던전에 들어와 한 실수라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무거운 발소리로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끌은 것.

그 실수 위에 오해와 오해의 탑을 쌓은 것은 자신들이었고, 끝내 강현에게 칼을 들이대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강현은 자신들을 살려줬다.

방패질 몇 번이면 충분히 죽일 수 있는 상황에서.

“잊지 말아. 당신들 모두 나한테 목숨을 빚진 거야. 그것도 두 번이나.”

강현의 차가운 말이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심장에 박히는 것 같았다.

“…네. 그 부분은 언젠가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최형석의 목소리는 마치 목에 돌덩이가 낀 것처럼 눌려 있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내가 던전에 들어온 이유나 궁금해하는 게 맞는 거야? 설마, 애초에 내가 서포터로 참여하지만 않았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강현의 말에 마침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이루미는 제풀에 놀라 몸을 움찔 떨었다.

“난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서폿이 왔으면 그 서폿을 여왕개미 미끼로 던져주고 코어나 부수고 탈출하는 걸로 끝났겠지!”

이게 던전 내에 서포터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짐꾼이자 잡부 그리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미끼.

그게 강현이 처음 던전에 들어왔을 때 이루미의 등 뒤에 선 이유였다.

만일 도주할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뒤에 남아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끌 미끼로.

그렇게 본 파티가 코어를 부수면 미끼로 남겨졌던 서포터는 어떻게 되냐고?

같이 던전 입구로 전송된다.

운이 좋으면 팔다리 한 짝 잃은 채이거나 운이 나쁘면 거의 죽기 직전인 상태로.

물론 최악의 경우는 던전에 남겨지는 것이다.

시체가 되거나 몬스터들에게 잡아 먹힌 채.

***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파티원들.

나는 그들을 차갑게 노려봤다.

나도 안다.

나 역시 그런 서포터의 역할에 대해 이해했기에 이 자리에 왔다.

짐꾼, 잡부 그리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 미끼.

그리고 그게 내가 이렇게 거추장스러운 장비를 챙겨입고 온 이유였다.

살기 위해서.

내가 이들을 이렇게 팩트로 후드려 까는 이유는 하나다.

내가 던전에 들어온 이유?

당연히 레벨업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설명하려면 해피니스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레벨업을 하는 각성자의 소문은 들어본 적이 없어. 그렇다면 이 지구상에 해피니스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거나, 숨기고 있거나 둘 중 하나란 건데.’

그렇다면 레벨업을 위해 던전에 왔다는 사실은 누구한테든 최대한 숨겨야 했다.

내가 강해지는 방식이 다른 각성자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일반적으로 각성자들이 등급을 올리는 방법은 간단했다.

던전에서 사냥을 하는 것.

던전의 몬스터를 죽이면 사망한 몬스터에게서 마나가 빠져나오는데, 이 마나는 그 순간 던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인원에게 균등하게 흡수된다.

서포터가 건당 40만 원이라는, 헌터들에 비하면 저렴하기 짝이 없는 임금을 받고 위험하기 그지없는 서폿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리고 이게 일반 각성자들과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는 사실을 첫 전투를 치를 때 깨달았다.

던전에 들어와 몬스터를 잡고 레벨업을 해 보니 확실히 알겠더라.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해피니스 시스템의 장점은 상점창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정한 장점은 바로 레벨업이라는 걸.

‘해피니스 시스템이 적용된 사람이 나 하나뿐이라면, 가장 객관적으로 자기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사람도 현재는 나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헌터 와치가 제공하는 상태창은 해피니스 시스템처럼 실시간으로 내 상태를 표시해 주지 않는다.

각성자 센터는 연 1회 각성자들의 등급측정을 의무화하고 있고 그때 측정한 데이터를 전산화해 헌터 와치를 통해 제공한다.

물론 등급측정을 원하는 각성자라면 연 1회가 아니라 아무 때나 가서 자비로 등급측정을 할 수도 있지만.

각성자 센터의 규정상 무료로 제공하는 등급측정은 연 1회였다.

한마디로 해피니스 시스템으로 항상 내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내 마음대로 스텟을 분배해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는 건 특별하다는 의미다.

‘특별한 건 다른 누군가에겐 질투와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

과거 내가 메이커들을 동경하고 부러워했던 것처럼.

그리고 질투와 부러움, 동경이라는 감정은 때론 과격한 폭력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해피니스 시스템은 최대한 숨겨야지.’

“쓸데없는 얘기 말고, 보스 방을 어떻게 공략할 건지나 얘기해 보죠.”

그리고 지금 그들이 집중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보스 방에 있는 여왕개미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줬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여왕개미는 잡고 가야지. 그게 다 경험친데.’

***

사건이 일단락된 뒤, 파티원들은 각자의 인벤토리에 있던 예비 장비로 넝마가 된 장비를 교체했다.

약간 어색한 분위기에서 나와 파티원들은 빠른 속도로 던전을 클리어해 나갔다.

물론 그전에 파티원들이 내게 사과를 해 왔고, 나는 너그러이 그 사과를 받아들였다.

‘목숨값은 따로 계산해야 할 테지만.’

다시 시작된 사냥은 막힘이 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사냥이 계속될수록 어색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간간이 약간의 대화를 나눌 정도로 분위기가 풀어졌다.

보스 방 외곽을 돌며 한두 마리 혹은 세네 마리씩 거대개미를 유인해 숫자를 줄이는 최형석의 리딩은 생각보다 수준급이었다.

그의 리딩에 따라 우리는 잔몹을 처리하고 어렵지 않게 여왕개미와 마주할 수 있었다.

여왕개미와 마주한 나는 최형석과 함께 탱커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커다란 타워 실드를 앞세웠다.

쿵!

나의 방패 소리와 함께 최형석은 도발 스킬을 발동했다.

키이익!

도발 스킬에 반응해 고개를 돌리는 여왕개미.

여왕개미는 모두의 예상을 깬 모습으로 우리 앞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비로운 은색 머리칼과 새하얀 피부, 피를 머금은 듯한 붉은 눈동자에 선홍빛 입술.

“허업-.”

그 모습에 놀란 듯 크게 숨을 들이켜는 이해찬.

중요 부위를 가리고 있는 암갈색 키틴질 외갑과 머리에 돋아있는 한 쌍의 더듬이만 아니었다면 여왕개미가 아니라 인간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아찔한 모습.

‘던전 가이드’에서 그림으로만 봤던 여왕의 실제 모습이었다.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여왕의 실체를 마주한 나와 일행들은 모두 입을 다문 채 말을 잃었다.

‘이러니까 여왕의 사체가 그렇게 비싼 값에 거래되는구나.’

‘여왕’을 본 팽호 아저씨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검을 아래로 늘어뜨렸고.

내 등 뒤에선 이해찬의 멍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에-. 여왕님….”

마치 여왕개미에게 매혹된 것처럼.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감상하듯 지켜보던 여왕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처럼 입술 근육을 움찔거렸다.

여왕의 입술로 일행의 시선이 집중되고.

쿠에에에엑!!!

“아 시바! 깜짝아-!”

기대와는 다른 여왕의 육성에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키에에엑!

도발 스킬에 반응한 여왕이 괴성을 내지르며 최형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최고의 먹잇감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달려드는 궤적을 따라 여왕이 흘린 침방울이 허공을 수놓으며 떨어져 내려 진득하게 바닥을 적셨다.

두두두두두두

콰아앙!

거대한 발소리에 이어, 육중한 몸체가 실드에 부딪혀 왔다.

카가각!

방패가 갈리는 날카로운 소음.

그제야 다른 인원들도 정신을 차렸는지, 계획했던 대로 분주히 몸을 움직였다.

“크윽-!”

그동안 여왕을 막아선 최형석이 조금 힘에 부치는지 신음을 흘렸다.

뚝뚝.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한 여왕의 입에서 흘러내리는 침.

치이익-!

강력한 산성을 띠고 있는 침이 닿은 부위가 무언가 녹아내리는 소리와 함께 희뿌연 연기를 내며 증발했다.

“지금! 빨리!!!”

최형석은 점점 부식돼 가는 자신의 갑옷을 보며 외쳤다.

곧, 공략 가이드에 등록된, 여왕개미의 허리 쪽에 있는 급소를 노리고 이해찬의 파이어볼이 작렬했다.

콰앙-!

키에엑!

메케한 연기와 함께 피어오른 흙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모두가 여왕을 주시하던 그 순간, 최형석이 마법의 문장을 내뱉었다.

“끝인가…?”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은 최형석을 향했다.

여왕개미를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시선.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죽일 듯한 기세가 실려 있다는 점일까?

모두의 조마조마한 심정과는 다르게 최형석의 마법은 성공했고.

키에에엑!!!

여왕은 괴성을 지르며 자신의 생존을 알려왔다.

이해찬에게 급소를 공격당한 여왕의 어그로는 풀렸고, 날카로운 눈이 저릿한 살기와 함께 자신을 공격한 이해찬을 향했다.

그리고 여왕의 날카로운 손톱이 이해찬의 목을 향해 쏘아져 갔다.

크에엑!

“으악!! 망할 최형석!”

공포에 질린 비명을 내지르며 뒷걸음질 치는 이해찬.

더 시간을 끌면 위험하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급히 아이템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앤츠 페로몬.

혹시 몰라 준비했던, 오직 여왕개미의 어그로를 끌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아이템.

급하게 구하느라 웃돈을 주긴 했지만,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과감하게 질렀다.

설마 진짜로 쓸 상황이 생길 줄은 몰랐지만.

“다들 비켜!”

나는 파티원들의 앞으로 나서며 앤츠 페로몬이 든 병을 내 가슴팍에 내리쳤다.

쨍그랑!

키익?

나의 체향(體香)과 엔츠 페로몬의 향이 융합되며 여왕의 눈이 나에게 향하고.

두두두두.

거친 걸음 소리와 함께 여왕이 내게 달려왔다.

키힝-♡

왠지 애교가 섞인 듯한 여왕개미의 울음소리.

소름 돋는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인벤토리에서 단검 하나를 꺼내 들었다.

두 팔을 벌린 채 안겨 오는 여왕.

그렇게 여왕이 나를 껴안으려는 순간!

나는 이해찬이 노렸던 여왕의 급소에 정확하게 단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키잉? 키에에에엑!!!

소름 돋는 마지막 단말마를 토해내며 여왕은 내 바로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여왕을 해치운 나는 고개를 돌려 파티원들의 얼굴을 확인하곤 미간을 찌푸렸다.

이루미를 제외한 모두가 나를 마치 짐승을 보는 것처럼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눈빛으로 내게 묻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여왕개미 사체에 되도록 비싼 값을 받고자 앤츠 페로몬까지 사용하고 단칼에 여왕을 처리했는데, 조금 억울했다.

그중, 이해찬은 마치 내가 철천지원수라도 되는 양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야…. 너 나 아니었으면 목에 공기구멍 생길뻔했어.’

내가 아니었으면 여왕의 손톱에 목이 뜯겨 나갔을 놈이.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이 입안을 맴돌았지만, 그냥 꿀꺽 삼켰다.

‘원래 미친놈들은 상대하지 않는 법이지.’

그때 이루미의 중얼거림이 그 기묘한 적막을 깨부쉈다.

“퉤! 몬스터도 예뻐야 대접받는 더러운 세상….”

그 목소리를 들은 파티원들이 정신을 차린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목소리에선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거든.

띠링.

그 순간 맑은 종소리와 함께 시스템의 목소리가 내 귓속에 울렸다.

-퀘스트 진행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특성: 아공간 청소부 F (LV1) 이 발현됩니다.

-특성: 공간시 F (LV2) 가 발현됩니다.

-특성: 아공간 조작 F (LV1) 이 발현됩니다.

-버려진 아공간을 찾아 청소를 진행하세요.

특성이 사용된다는 말과 함께 썰물처럼 마나가 빠져나가자 순간 아찔한 느낌에 나는 몸을 휘청였다.

‘와…. 이거, 마나의 묘약 안 먹었으면 큰일 날뻔했네.’

슬쩍 상태창을 확인해 보니 마력이 90이나 소모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마나의 묘약을 먹지 않았다면 특성발현조차 못 할 뻔했다.

“형. 피곤하시죠. 잠깐 앉아서 쉬고 계세요. 여기 마나석은 저희가 챙길게요.”

내가 휘청이는 걸 본 것인지 이해찬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나에게 앉아서 쉴 것을 권했다.

“그래도 될까?”

“물론이죠. 형 아니었으면 이 던전 클리어도 못 할 뻔했는걸요. 그렇죠. 형석이 형?”

“맞습니다. 강현 씨. 오늘 너무 무리하셨는데 좀 앉아서 쉬세요. 해찬이 말대로 여기는 마나석까지 저희가 채취할게요.”

“그럼. 잠깐만 쉬도록 하죠.”

계속되는 파티원들의 권유에 나는 마지못해 쉬는 것처럼 자리에 주저앉았다.

한번 우악을 질렀더니 이렇게 사람들이 순해진다. 다만, 힘의 우위를 보여줘야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점에 나는 조금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약 10여 분 정도 쉬고 있을 무렵, 마나석 채취를 마친 파티원들이 하나둘 내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럼 이제 나가실까요?”

마나석과 아이템을 모두 챙겼으니 이제 이곳의 일은 던전 청소부들의 몫이었다.

최형석의 말에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파티는 처음 던전에 들어왔던 곳으로 걸음을 움직였다.

출구는 입구가 생성됐던 자리에 생기니까.

그렇게 한참을 걸어 저 멀리 검은색 빚덩어리처럼 생긴 던전의 출구가 보일 때쯤.

“어? 뭔가 이상한데?”

내 앞에서 걷고 있던 이해찬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곤 나를 돌아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형. 혹시. 버프 쓰셨어요?”

이해찬의 물음을 들은 파티원들도 자리에 서서 나를 돌아봤다.

“왜? 무슨 일인데?”

“아니. 강현이 형 발걸음 소리가 안 들려서요.”

“어? 그러고 보니….”

모두가 의구심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자 나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응. 보스 방에서 입구까지 거리가 좀 되다 보니….”

“하긴. 그 무거운 갑옷 입고 여기까지 버프 없이 오는 것도 곤욕이겠네요.”

이해찬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른 파티원들의 눈은 그렇지 못했다.

‘고작 걷는 게 힘들다고 3억을 태워?’

‘공략도 끝났는데?’

‘대체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

그들이 나를 보는 눈빛은 마치 괴기스러운 무언가를 본 사람처럼 질려 있었다.

사실 내가 스크롤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 변태 중갑을 입고 무리 없이 걸을 수 있게 된 이유는 당연히 해피니스 시스템에 있었다.

[이름: 강현

종족: 인간

레벨: 11

힘:51 민첩:1 체력:1

마력:101 내구:1 지혜:1

보유 스텟 포인트: 0]

‘레벨 11. 힘 51.’

그동안 레벨업을 하며 얻은 모든 스텟 포인트를 힘에 투자하자 스트랭스 스크롤을 사용하지 않아도 갑옷이 전혀 무겁지 않았다.

물론 올 힘에 몰빵한 액세서리의 영향도 컸지만.

저벅. 저벅.

덕분에 나는 이 변태 중갑을 입고도 쿵쿵거리는 중장비 같은 소리를 내지 않고 걸음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

“분배금은 내일 중으로 각자의 계좌에 입금하겠습니다.”

던전을 나오자마자 파견 나온 센터의 직원에게 다녀온 최형석은 분배금 얘기를 꺼냈다.

“응? 왜 내일이야? 오늘 주면 안 돼?”

“그냥 거대개미만 있으면 지금 바로 정산할 수 있는데, 여왕개미 사체가 있어서 금액 산정이 쉽지가 않대.”

“아. 여왕개미는 시가였지? 알겠어.”

분배금 입금이 늦어지는 데 의문을 표했던 이루미는 최형석의 설명에 이해가 됐는지 금방 수긍했다.

다시 이어지는 그의 목소리.

“이번 분배금은 5분의 1로 나눌 겁니다. 그 뒤 각자의 몫에서 절반을 떼 강현 씨에게 입금할 예정입니다. 그래도 최하 1억씩은 입금될 거예요. 강현 씨. 계좌 좀 알려주시겠어요? 분배금 입금해 드릴게요.”

최형석의 말이 끝나자 모두의 시선은 내게로 향했다. 내게는 의외의 말이었지만 파티원들은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래도 양심은 있는 것 같다.

하긴. 이번 사냥에 최대 공헌을 한 사람은 누가 뭐래도 나니까.

파티원들의 양심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분배금을 받는 게 맞겠지.

“좋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은데.”

부탁이란 내 말에 최형석이 돌아봤다.

“저희가 들어드릴 수 있는 거라면 들어드리겠습니다.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최형석의 말에 나는 내 요구사항을 말했다.

“지금 곧바로 다시 던전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내 요청에 파티원들의 얼굴엔 의문이 떠올랐다.

공략이 끝나서 던전 청소부들이 들어가 있는 던전에 다시 들어가겠다는 내가 이상하게 보일 터.

나는 그들의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던전에 들어가서 스킬을 익히기 위해 서폿으로 온 겁니다.”

당연히 아공간 청소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다시 던전에 들어가려 한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이놈의 시스템에 선택된 이후로 비밀도 늘고, 거짓말도 느네….’

각성자가 스킬을 익히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던전 내에서 직업과 연관된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것.

같은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몸속의 마나가 자연스럽게 동작에 스며들게 되는데 각성자들은 이를 스킬 습득이라고 불렀다.

마법사나 힐러, 텔레포터와 같은 특수한 직업이 아닌, 근접계열의 헌터들과 메이커 그리고 서포터로 분류되는 잡다한 직업들은 대개 이런 방식으로 스킬을 습득한다.

“그런데 그게 누구한테 보이기 민망해서요. 괜찮으시면 제가 추가금을 지급하고 조금 더 던전에 머물고 싶습니다. 스킬을 습득할 때까지만 이라도요.”

“아…. 네…….”

“하긴, 오늘 쓰신 돈이 몇십억인데 스킬 하나 못 익히면 억울하긴 하겠네요.”

스킬을 익히고 싶다는 내 말에 최형석을 포함한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그렇게 하시죠. 강현 씨의 분배금은 미리 시간 예약을 걸어 던전 이용료로 예치해 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코어는 제가 스킬을 익히게 되면 파괴하고 나오겠습니다.”

그렇게 의도하지 않은 나의 첫 파티사냥은 끝났고 파티는 그 자리에서 해산했다.

그렇게 파티원들이 떠나가고.

후.

나는 퀘스트 창을 열어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제한시간: 03:25]

3시간 30분이 채 남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그리 조급하지 않았다.

이미 던전을 나오며 특성이 어떻게 발현됐는지 파악해 뒀거든.

그렇게 청소부들이 청소를 마치길 기다리며 인벤토리를 정리하던 내 눈에 하나의 아이템이 들어왔다.

[아이템: 무료 뽑기 이용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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