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자라나라머리머리 (3).
기적 형님이 식당에 들어서고 30분.
식당의 손님과 종업원. 모두의 시선은 기적 형님에게로 쏠려 있었다.
심지어는 주방에서 요리하시던 이모님마저 나와서 기적 형님을 지켜볼 정도로 기적 형님은 어제 자신에게 일어난 기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었다.
마치 신을 영접한 광신도처럼.
기적 형님이 원래 말이 많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기적 형님은 마치 잃었던 자아를 되찾은 사람처럼 쉴 새 없이 말을 토해 내고 있었다.
요식업 경력이 30년이 넘었다는 사장님이 얼굴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말이다.
사장님이 구원을 바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슬며시 그 눈빛을 외면했다.
‘저게 다 제품 홍보지. 홍보.’
그렇게 30분의 시간이 흐르고, 내 앞에 놓인 국밥 그릇을 깨끗이 비워 냈을 무렵.
띠링.
알림음과 함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경이적인 업적!
-2022년 5월 25일 13시 57분.
-본 해피니스 시스템은 전(全) 우주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록을 세운 사용자 강현님의 업적에 찬사를 보냅니다.
-사용자 강현님이 세운 업적은 업적 창에 기록되며,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강현님이 세우신 업적에 대한 보상으로 선업(善業)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선업 포인트는 차후 오픈될 업적상점에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사용자 강현님의 업적에 찬사를 보내며 본 시스템은 강현님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
‘업적이라고?’
갑작스러운 시스템 메시지에 놀란 것도 잠시, 시스템 창을 열어 보니 본래는 세 개만 존재했던 아이콘이 하나 더 늘어나 반짝이며 빛을 내고 있었다.
별 모양의 아이콘.
‘이게 업적 창이란 말이지?’
헌터 와치를 조작하는 척 업적 창을 조작한 나는 내가 세운 업적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업적: 타인을 행복하게]
[해피니스 시스템을 이용해 타인을 행복하게 만든 당신. 이는 개인적인 행복보다는 타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당신의 성향이 드러난 업적입니다.]
[기존기록: 4일 3시간 19분.]
[새로운 기록: 22시간 5분.]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사용자 강현 님의 업적은 세계수에 기록되며 보상으로 1000의 선업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면 선업 포인트라는 게 주어지고 업적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소린가?’
발모제 사업을 하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 졸지에 말도 안 되는 업적을 만들어 낸 격이었다.
‘그런데 기적 형님이 행복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시스템이 어떻게 파악한 거지?’
나는 눈동자를 굴려 여전히 열변을 토해 내고 있는 기적 형님을 바라봤다.
‘행복해 보이네.’
확실히 지치지도 않고 입을 놀리는 기적 형님은 행복해 보였다.
잃었던 자존감을 되찾은 사람처럼 당당해 보이기까지 했다.
“형님. 그만하시고 오세요. 해장하셔야죠.”
하지만 나는 그를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민폐였으니까.
“아이고. 그러고 보니 국밥 다 식었겠다. 내가 데워다 줄 테니 앉아서 기다려요.”
사장님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식어 버린 기적 형님의 국밥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가셨고. 기적 형님의 발모제 홍보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
후룩, 쩝쩝.
“그래서 콜팡에 입점하겠다고?”
콜팡.
세계 10대 기업 중 하나인 이곳은 온라인 쇼핑몰이며 오픈마켓이고 세계점유율 40%의 물류회사이기도 했다.
S급 각성자 다비드 미첼이라는 미국인이 세운 콜팡은, 다비드가 가진 압도적인 텔레포트 능력을 이용하여 가장 빠르고 가장 안전하게 문 앞에서 문 앞으로 배송해 주는 시스템을 도입해 단 5년 만에 세계물류의 40%를 장악하며 물류업계의 공룡이 되었다.
물론 그만큼 수수료가 어마어마하게 비싸긴 하지만 발모제를 저가에 팔 생각은 없었기에 상관이 없었다.
“네. 아무래도 저 혼자서 배송까지 신경 쓰기엔 너무 벅차기도 하고. 수수료가 비싼 만큼 가장 안전하게 배송해 주니까요.”
“하긴 콜팡이 그거 하나로 뜨긴 했지. 배송 시작 후 10분 안에 문 앞에 도착하는 거 말이야.”
“거기에 배송보험도 가입돼 있으니 물건이 도난당하더라도 제가 부담이 없죠.”
“소량생산이니 가격을 높게 잡을 생각이야?”
“네. 1회분에 천만 원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내 말에 기적 형님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긴 모발 이식수술도 삼, 사백은 하니까. 이 정도 효과면 살 사람이 줄을 설 거다.”
상점에서 구매한 쿤타우리족의 발모제는 약 100㎖ 분량이었고 어제 기적 형님에게 사용한 발모제 양은 20㎖ 정도였다.
사용하고 남은 발모제를 다시 담을 방법이 없기에 폐기하긴 했지만 10㎖ 정도면 한사람이 사용하기엔 충분할 거라 파악되었다. 한 방울에 손등을 뒤덮을 정도로 털이 자라났으니 말이다.
“그럼 오늘은 바쁘겠네?”
“네. 콜팡에 판매자 등록하고 용기하고 포장재도 사야 해서요.”
“혹시나 돈 필요하면 말해. 내가 대출을 받아서라도 투자할 테니.”
“말씀은 감사하지만 사양할게요. 형님. 이 재료가 돈이 있다고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하하.”
기적 형님은 다시 투자를 해 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해피니스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는 돈으로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얼른 퀘스트가 떠야 할 텐데 왜 아무런 반응이 없지?’
문제라면 튜토리얼 퀘스트를 클리어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아무런 퀘스트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
형님과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용기와 포장재를 주문하고 콜팡에 판매자 등록을 마쳤다.
작기는 하지만 천만 원이나 하는 가격을 책정한 물건이니 용기와 포장재도 되도록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으로 주문을 했다.
용기나 포장재가 저렴해 보이면 싸구려 취급을 당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판매자 등록 수수료와 이것저것을 지출하고 나니 계좌에 남은 돈은 천만 원 남짓. 거기에 홍보대행사를 찾아 인터넷 홍보를 해 주는 대가로 낸 돈이 오백만 원이었다.
게다가 콜팡 전용 텔레포터까지 대여한 상태라 매달 백만 원의 대여비를 지급해야 한다.
한마디로 내 계좌에 남은 가용금액은 채 사백만 원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거다.
‘이거 안 팔리면 폭삭 망하는 건데….’
그렇게 기적 형님을 모델로 한 비포 에프터 사진을 편집해 제품등록을 하고 나니 손이 부르르 떨려 왔다.
제품명은 자라나라머리머리.
수천 개의 발모제가 등록돼 있는 발모제 카테고리에서 제일 끄트머리에 등록된 내 상품을 보자니 절로 긴장이 됐다.
‘이걸 가격 역순으로 하면….’
설정을 조정해 ‘높은 가격부터 검색’을 클릭하자 제일 상단에 내 제품이 떠오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10㎖ 용량에 천만 원이나 하는 바가지 가격이 아닐 수 없었다.
쩝.
‘가격을 너무 비싸게 잡았나? 아니야. 사용해 보면 천만 원이 아깝지 않을 제품이야. 너무 걱정하지 말자.’
그렇게 나는 내 상품의 링크를 홍보대행사에 보낸 후 무너지듯 소파에 널브러졌다.
그리고 잠시 긴장된 마음을 진정시키며 숨을 돌리고 있을 무렵.
띠링.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퀘스트가 도착했다.
[퀘스트: 영웅을 가족 품으로]
[등급: F]
[내용: 80년 전 F급 각성자 강기영은 자신의 몸을 던져 F급 던전 브레이크를 막아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장렬한 산화를 지켜보지 못했기에 그는 대한민국 역사 그 어디에도 기록되지 못했다. 강기영의 유품을 찾아 그의 가족에게 돌려주자.]
[진행상태: 선택 중.]
[보상: 포인트 20. 무작위 아이템 1.]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거부]
설레는 마음으로 퀘스트 창을 열어본 나는 어이가 없었다.
“80년 전 사망한 사람의 유품을 찾아 가족에게 돌려주라고? 그게 어디 있는 줄 알아서?”
각성자 특별법이 시행되는 지금 각성자의 정보는 특급기밀이다.
그런 상황에서 80년 전 사망한 각성자의 정보를 알아내고 그의 행적을 쫓아 사망한 장소를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니, 이건 각성자 특별법이 시행되지 않았더라도 불가능했다.
“아. 씨….”
하지만 나는 이 퀘스트를 거부할 수 없었다.
해피 포인트를 얻는 방법은 퀘스트를 완료하는 것밖에는 없었으니까.
“인생 씨바. 쉬운 일이 없네. 진짜.”
그렇게 내가 퀘스트 창을 보고 한탄을 하고 있을 무렵 온라인에서는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탈모 갤.
국내 최대 익명 커뮤니티인 이슈 인사이드의 대형갤러리 중 하나인 이곳에 폭탄이 던져진 것은 저녁 시간이 지난, 밤 9시 정도였다.
그 시작은 탈모 갤 상단에 떡하니 자리 잡은 광고 배너에서부터였다.
10㎖ 용량에 무려 천만 원을 받겠다는 발모제 광고.
그것을 본 탈모갤러들은 순식간에 끓어 올랐다.
<야! 머머리가 호구냐? 씨발!>
└아무리 대한민국에 1천만 머머리가 있다지만 이거 너무 한 거 아니냐?
└어케 10㎖에 천만 원짜리 발모제를 팔 생각을 하는 거냐?
└배너 눌러서 판매자 사이트 가봤는데 비포 에프터 사진이라고 올려놓은 건 누가 봐도 가발 쓴 거거나 뽀샵한 게 명백해 보임.
└설마 광고대로 10분 만에 저렇게 머리가 자란다고 믿는 흑우 없제?
└저게 진짜라고 믿고 구매하는 사람은 그냥 흑우 인증 쌉가능한 부분임.
└믿거.
수많은 게시물과 그 밑에 달린 댓글들.
<저거. 디옴이랑 네버 머머리 카페에도 올라왔던데, 판매자 제정신임?>
심지어 다른 인터넷 포털에서도 확인했다는 증언들이 속속 올라오며 탈모갤러들의 분노에 기름을 뿌렸다.
한마디로 홍보대행사에서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노이즈 마케팅이 확실히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분노한 머머리들의 테러가 콜팡 판매자 페이지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
그렇게 내 판매자 페이지가 불타오르고 있을 무렵.
나는 의외로 쉽게 풀리는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서울과 의정부의 경계에 있는 수락산.
지금 내가 가고 있는 목적지였다.
100m 앞에서 우회전입니다.
처음 나를 태우던 택시 기사님은 오밤중에 수락산에 가달라는 내 말에 의심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곧 내 손목을 보곤 의심을 풀었다.
헌터 와치는 각성자의 증표와 같은 것이고 수락산엔 수락산 F급 던전이 있었으니까.
이 오밤중에 수락산엔 왜 가냐고?
그거야 퀘스트를 수락하자마자 나타난 이 녀석 때문이다.
[퀘스트 내비게이션]
[목적지까지 500m 남았습니다.]
작은 지도위에 목적지를 표시해 준 퀘스트 내비게이션 덕에 나는 F급 각성자 강기영의 정보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 필요가 없어졌다.
하긴 정보조차 얻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퀘스트였다면 F급 퀘스트가 아니었겠지.
하여튼 그렇게 된 까닭에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수락산 던전 앞까지 올 수 있었다.
수락산 던전 앞은 밤이 깊어 가는 와중임에도 꽤 많은 사람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던전 입구를 지키고 있는 던전 관리국 소속의 케이트 키퍼, 자기들끼리 모여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헌터들, 그리고 그들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헌터 협회 소속의 던전 청소부들.
밤은 깊었지만, 사냥은 쉼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내가 택시에서 내리자 그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었지만 이내 흥미를 잃고 떨어져 나갔다.
아무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평상복 차림인 내가 던전을 들어갈 헌터로는 보이지 않았나 보다.
나 또한 그들을 일별하고 시야 오른쪽 위에 떠 있는 내비게이션을 확인했다.
[퀘스트 내비게이션]
[목적지까지 200m 남았습니다.]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택시를 타고 던전 앞까지 올라왔더니 50m까지 줄어들었던 거리가 조금 늘어나 있었다.
방향은 서쪽. 수락 폭포와 석림사의 중간지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