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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 외전-15화 (415/430)

외전 15화

컬러즈를 향한 신뢰를 회복한 모노크롬은 다시 뷰이라이브를 켰다.

“컬러즈는 저녁 먹었어요?”

“야식 메뉴 추천이요? 소고기에 짜장라면…….”

저녁 식사가 만족스러웠는지 준해는 같은 메뉴를 추천했다.

그러나 이미 투표 결과를 예상하여 멤버들과 같은 메뉴로 저녁 식사를 마친 컬러즈가 적지 않았다.

“디저트로는 마시멜로 먹냐고요? 그것도 있고, 저희 간식 있어요.”

[오]

[투표에 그거 없었는데?]

재민이 부스럭거리며 후드 집업 주머니에서 에너지바를 꺼내 보여주자 컬러즈는 출처를 궁금해했다.

“매니저 형이 줬어요. 형 외투가 저희한테 잡혀 있었거든요.”

강탈 사실을 자랑하는 멤버들. 컬러즈는 [잘했다 잘했어] 하며 그들의 수확을 기뻐했다.

아무튼 에너지바를 자랑하려고 라이브를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우형이 간절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봤다.

“컬러즈, 아까까지 좋았으니까 한 번 더 부탁해요! 저희 이불이 없어요.”

“기온이 그렇게 낮지는 않은데 여기 바닷가라 공기가 습해서…….”

해랑이 논리적인 이유를 대며 뒤쪽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연기자 한이를 필두로 동생들이 몸으로 추위를 표현하며 달달 떨었다.

생존을 위한 멤버들의 노력에 컬러즈는 화면 너머에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많은 거 필요 없고 이불이랑 베개만이라도 부탁해요.”

“컬러즈도 감기 안 걸리게 따뜻하게 하고 자고요.”

우형은 달달 떠는 동생들과 같이 컬러즈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노을빛에 물든 바닷가를 배경으로 다 같이 모여서 건네는 상냥한 밤 인사.

모노크롬 서바이벌 시뮬레이션의 마지막 라이브는 훈훈한 분위기로 종료되었다.

***

“컬러즈으으……!”

오늘의 마지막 보급품을 확인한 한이가 또 컬러즈의 이름을 외쳤다.

저녁이라 인근 섬 주민들의 이른 취침을 방해할까 걱정됐는지 볼륨은 조금 작아졌다.

민형이 처음으로 건넨 물건은 ‘천에 솜이 든 물건’이긴 한데 베개나 이불은 아니었다.

압축팩에 쭈글쭈글하게 들어있어서 형태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색상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작년 재민의 생일 컨텐츠 때 받은 상어 인형이라는 것을.

“이것도…… 침구라면 침구인가?”

우형이 이해하기 어렵단 표정으로 쪼그라든 상어 인형을 받아들었다.

피곤하면 침낭 대신 쓰자면서 재민이 회사 휴게실에 가져다 놓은 것이 왜 여기 와 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눈에서 희망의 빛이 2할쯤 사라진 우형과 다르게 준해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 그래도 이거 크니까 베개 대신 쓸 수 있어. 한 세 명은 넉넉히 베겠다.”

푹신해서 멤버들이 베고 쉬기도 했으니. 한 번에 전달할 수 있는 아이템 개수가 한정적이라 가장 효율이 좋은 아이템을 찾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준해의 희망을 부수듯이 다음으로 민형이 건넨 건 인스턴트 핫초코였다

“마시멜로 남았으니까 띄워 먹으면 되겠다.”

포기했는지 미련이 없어 보이는 재민 옆에서 해랑은 개구리 슬리퍼를 받아들었다.

스태프들이 미리 챙겨온 동물 세트는 3종이 아니라 4종이었다. 그걸 지금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나머지 아이템은 낮에 요청했던 목베개와 스피커였다. 시차는 좀 있어도 컬러즈는 나름대로 약속을 지켰다.

“이불이 하나도 없어?”

더는 전달받을 물건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해랑은 동생들에게 눈짓했다.

“잡자.”

외투 강탈 사건 때문에 외투 대신 후드티를 겹쳐 입은 민형은 끈질기게 매달리는 제이제이에게 후드티를 또 빼앗겨버렸다.

흑화한 준해는 후드티를 둘둘 말아 자기 거라는 듯 품에 넣었다.

“난 이거 덮고 잘 거야.”

“잠깐, 잠깐. 너희 내일 아침도 먹어야 하잖아.”

반소매 차림으로 밤의 바닷바람을 직방으로 맞을 위기에 처한 민형은 바로 협상을 시도했다.

“아이템 받을 기회 한 번 더 있어. 이번엔 컬러즈 투표 아니고 미션. 이 미션지랑 내 옷이랑 바꿔.”

“옷 아니더라도 그건 우리한테 줘야 해서 가져온 거 아니야?”

“어쨌든 아직 안 줬잖아.”

필요한 물품을 얻을 수단이 이것뿐이었기에 모노크롬은 어쩔 수 없이 순순히 교환에 나섰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민형은 조금 꼬깃꼬깃해진 후드티를 입고 떠나갔다.

그가 준 미션지에도 섬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별장 안에서 찾은 지도와는 다르게 구역이 나뉘어 있었다.

“다음 배 올 때까지 아이템 이름이 적힌 쪽지를 찾으면 그 아이템을 주겠대.”

“이 밤중에 보물찾기를……?”

준해가 설명을 듣고 이미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다봤다.

소풍 가서 하면 즐거울 게임이겠지만 지금은 조난자 신세. 게임이 아니라 생존을 해야 했다.

구역별로 인원을 어떻게 배치할지 회의하려는데, 뾰족한 털 뭉치가 해랑의 시야에 들어왔다.

“늑대 머리띠는 왜 쓰고 있어?”

“동물의 감에 의지해서 찾아보려고.”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재민이라서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인원 배치를 끝낸 우형이 비장한 표정으로 멤버들에게 당부했다.

“어두우니까 손전등으로 길 표시 잘 확인하면서 다니고. 핸드폰은 주머니에 잘 넣고.”

민형이 떠나면서 한 당부이기도 했다. 안전한 길을 표시해놨으니 으슥한 곳은 들어가지 마라, 혹시 모르니 핸드폰은 지니고 있어라.

조금 으스스했지만 멤버들은 안락한 밤과 아침을 위해 흩어졌다.

***

“혀엉…….”

쪽지 찾기에 몰두하던 해랑의 귀에 재민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두리번거리며 소리가 난 방향을 가늠하니, 벗어나지 말라고 리본으로 표시된 길 바깥이었다.

“넘어졌어? 다쳤어?”

어두워서 발을 잘못 디딘 걸까. 발목이라도 삐끗했다면 정말 큰일이었다. 그게 재민이라면 더더욱.

으슥한 곳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당부가 있었지만, 스태프가 없는 지금 그를 도울 수 있는 건 모노크롬뿐이었다.

해랑은 심각한 표정으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살피다 길을 벗어났다. 그 순간, 해랑의 뒤에 무언가가 덮쳐왔다.

이 습격이 있고 또 몇 분 후.

“까악!”

조명 하나 없는 어두운 무인도.

공포심을 애써 외면하며 쪽지를 찾던 우형의 귀에 한이의 짧고 굵은 비명이 들려왔다.

“뭐, 뭐야. 유한이! 어디서 굴렀어?”

큰소리로 그를 불러봤으나 한이의 대답은 없었다. 대신 자신처럼 한이를 걱정하는 준해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이런 일이 있을까 봐 민형이 핸드폰을 챙겨 다니라고 한 걸까.

주머니에서 바로 핸드폰을 꺼내 한이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발신음이 뚝 끊겼다.

전화 받을 상황이 아니라면 큰일이었고, 일부러 끊었다면 그것도 문제였다. 지금 이곳에서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는 뜻이니까.

“으으. 뭔데…….”

일단 한이를 찾아서 안전한지 확인해야겠다고 판단한 우형은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들려오는 또 다른 비명에 발걸음을 우뚝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악! 살려주세요!”

이번엔 준해의 목소리였다. 팬미팅에서 했던 것 같은 SOS 요청이 아니라, 급해서 저절로 나오는 비명.

이어서 “아악! 오지 마!”라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내 준해의 비명도 사그라들고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 소리만 들려왔다. 섬에 혼자 남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혀, 현준해……?”

바짝 얼어서 청각에만 집중하던 우형은 조금씩 발을 움직였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귓가에 들려오는 이질적인 소리에 다시 멈춰 섰다.

공포 영화에나 나올 법한,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끼기긱’ 하는 높은 효과음.

‘아니…….’

귀를 잘 기울여보니, ‘깨애앵’ 하는 악기 소리였다.

어두워서 얼굴은 잘 안 보이지만 셀프캠과 음표를 든 늑대 한 마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형이 마지막이야.”

음표 모양 악기에 늑대 귀 머리띠까지. 차림새는 너무나 재민다웠지만 우형은 자연스레 방어 태세를 취했다.

“애, 애들은 어떻게 된 거야?”

“다들 편한 곳으로 갔어.”

팬미팅 때, 무인도에서 가장 잘 살아남을 것 같은 멤버로 뽑힌 것이 바로 재민이었다.

자신은 ‘나머지는 죽는 거야?’ 같은 소리를 했고.

‘말이 씨가 된다더니.’

그게 이곳에서 실현되는 걸까.

안 그래도 재민의 지나가는 한마디로 실현된 무인도 조난이었다. 우형이 그때 괜한 말을 했다며 후회하는 사이, 재민이 다가오는 속도가 빨라졌다.

“무서워, 무서워!”

“형도 빨리 편해지는 게 좋을걸.”

누군가가 쫓아오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도망가기 마련.

우형은 어두운 와중에도 최선을 다해 도망쳤으나, 피지컬로는 따라올 자 없는 해랑까지 사냥하고 온 재민을 이길 수 없었다.

“멤버들 있는 곳으로 보내줄게.”

“그런 악당 같은 멘트는 어디서 배웠냐고!”

보나 마나 영화를 보고 습득했겠지만.

재민은 우형을 끌고 출입 금지 안내문이 붙은 곳으로 들어갔다.

위험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출입 금지 구역. 그 안쪽에는…….

“여기 뭔데…….”

“서프라이즈~.”

손님을 초대한 늑대는 기쁨의 연주를 선보였다.

나머지 멤버들이 편한 곳으로 갔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출입 금지 구역이라고 쓰여 있어서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던 섬의 안쪽엔, 집이 한 채 더 있었다.

그것도 방금까지 모노크롬이 있었던 별장보다 더 호화로운!

안에는 모노크롬이 그렇게 원하던 이불뿐만 아니라 침대, 아침 재료가 넉넉히 든 냉장고까지 있었다.

“찾아도 찾아도 쪽지가 안 보인다 싶더니…….”

허탈해하는 우형을 보고 소파에 반쯤 누워있던 준해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했다.

“빨리 탈락할 걸 그랬어. 아깐 무서워서 안 잡히려고 전력으로 도망갔는데.”

“해랑이 형이 제일 잡기 어려웠어. 진짜 안 끌려가려고 기를 쓰고 버텨서.”

“나는 네가 입수라도 시키려는 줄 알았어.”

해랑은 오늘 입수는 없다고 단언한 주인의 말을 못 들은 모양이었다.

폭신한 러그 위에 누워 있던 한이도 뭔가 생각났는지 벌떡 일어났다.

“생각해 보니, 컬러즈는 다 알고 있었나? 이불 안 보내준 거 보면.”

“어쩐지 컬러즈가 봤다는 공지를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라. 우리 몰래 전달받았나 봐.”

인터넷이 안 통한다고 이렇게나 정보 격차가 벌어지다니.

무인도 조난을 경험해 보고 새삼스레 인터넷의 소중함을 깨달은 멤버들이었다.

호화로운 별장에서 안락한 섬 휴양을 보내고 다음 날.

“하……. 컬러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요?”

모노크롬은 자신들을 탈출시켜 줄 배를 기다리며 라이브를 켰다.

저녁 뷰이라이브 이후로 많은 일이 있었다며 한탄하는데, 고생한 것치고는 잘 자고, 잘 먹고, 매우 멀쩡한 모습이었다.

“이 섬이 무인도인데…… 사람은 없어도 야생 동물이 있더라고요.”

[고라니 같은 거?]

[동물이 섬에 어떻게 들어갔지]

같은 서바이벌이라서 그런지 컬러즈는 좀비 서바이벌 때의 고라니를 바로 떠올렸다.

“진짜 빠르고, 덩치는 이만하고.”

“‘깨애액!’ 하고 울더라고요.”

[고라니 맞는데요?]

[고라니 수영 잘해서 섬에 들갔을수도ㄷㄷ]

고라니가 된 늑대 재민은 채팅을 보며 웃기만 했다.

“그래서 어젯밤에 많이 달렸는데.”

“진짜 살벌했지.”

[??]

[고라니랑요?]

“치열한 바캉스였어.”

컬러즈의 궁금증이 깊어졌으나 멤버들은 더 스포일러 하지 않았다.

멀리서는 모노크롬을 구조할 배가 다가오고 있었다.

***

즐거운 조난을 마치고 돌아온 멤버들은 나를 보고 잠시 말이 없었다.

“말조심해야지…….”라는 우형의 중얼거림이 들린 것 같은데.

말을 씨로 만들어 새싹을 틔운 게 나라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그런데 거기 계시던 분은 스태프분이에요?”

“응? 어디에 누가 있었는데?”

다시 서울로 돌아갈 준비를 하며 차에 짐을 싣는데, 준해가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섬이라 전력이 걱정되셔서 그랬나? 창밖에서 불 끄라고 알려주시길래요. 밤까지 거기 계셨던 것 같아서.”

전력 문제로 불을 끄라고 밤에 알려줘……?

“농담하는 거지?”

“네?”

“스태프가 거기 있었으면 너희 뷰이라이브 보조를 맡겼겠지. 아무도 없는 집에 밤까지 혼자 두는 게 아니라…….”

준해도 생각해보니 이상했는지 고개를 기울였다.

“어어…… 잘못 들었나?”

“바람 소리 아니었을까? 지난밤에 바람 잠잠하긴 했지만 거긴 섬 위니까.”

“그런가……. 그, 그런 것 같아요. 그럴 거예요.”

확신은 없으나 그러리라고 믿고 싶다는 표정.

하지만 재민이 준해의 기대를 깨며 대화에 참여했다.

“나도 불 끄라는 소리 들었는데. 처음 듣는 목소리라 집주인분이 계신가 했어요. 그때 나도 거실 불 끄러 같이 나갔잖아.”

“아. 그래서 갑자기 일어난 거였어? 난 무슨 창문 두드리는 소리만 들었는데.”

한이도 목소리까지는 아니지만 같은 시각에 창문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옆을 보니 우형과 해랑도 비슷한 소리를 들은 눈치였다.

“섬 소유주분은 카메라 설치할 때 같이 오셨다가 주의사항만 알려주고 가셨어.”

“그러면…….”

그 목소리는 뭔데?

의문을 입 밖으로 꺼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같은 생각을 했는지 모두가 조용해졌다.

어제처럼 화창한 날씨였으나, 어째서인지 바닷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왔다.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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