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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 외전-13화 (413/430)

외전 13화

“우리나라에 섬이 꽤 많더라고. 개인이 소유한 섬도 있고. 그런 곳에 촬영 협조 받아놨어.”

“섬에 놀러 가는 게 아니라, 섬을 빌린 거예요?”

생각보다 큰 디테일에 준해가 입을 떡 벌렸다.

“거창하지는 않고 작은 섬이야. 일반적인 섬 옆에 붙어 있는 부속 섬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가볍게 걸어서 한 바퀴 돌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섬.”

기대감이 커지면 오히려 실망할지도 모르니 나는 손을 저었다.

외부도 내부도 휑하던 몬클하우스도 좋아해 주던 멤버들이지만, 하필 유럽 부자의 섬 바캉스 이야기를 나눈 탓에 머릿속에 비교 대상이 생겨나 버렸다.

다행히 멤버들은 내 설명을 듣고 호화로운 휴양지보다는 현실적인 풍경을 떠올린 듯했다.

“산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잖아.”

“하긴. 몬클하우스 앞에 있던 밭도 거의 이웃집 땅이었지?”

몬클하우스 이웃집 강아지 복실이가 그래서 그 주변을 자유롭게 배회하고 다녔다지. 시골 강아지가 내 땅, 네 땅 가리면서 돌아다니진 않지만.

우리는 육지와 연결된 섬까지는 차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다시 작은 배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다 위에 언덕이 하나 떠 있는 듯한 구조. 진입로에서 조금 올라가면 나무들이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위치에 별장이 하나 서 있었다.

“와! 나무 사이로 바다 보인다.”

별장 앞에 제일 먼저 도착한 재민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산들산들 부는 바람을 타고 파도 소리가 ASMR처럼 들려왔다.

재민의 옆에 가서 선 한이도 즐거운 표정으로 경치를 구경하더니, 올라오는 해랑을 불렀다.

“그러고 보니 형 이름 한자 그거였잖아. 바다 늑대.”

“그럼 형은 물범 같은 건가?”

“늑대 랑 아니라니까.”

바다 늑대가 아니라 바다의 물결이랬지.

그러나 해랑의 항변이 두 사람에게 닿지 않았는지, 한이와 재민은 바다 늑대가 어떻게 생겼을지 토론하며 상상의 동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바다에 왔다고 ‘바다 해’ 얘기로 신난 두 사람을 보다가, 나는 이름에 ‘해’가 있는 또 다른 멤버에게 시선을 돌렸다.

“준해의 해는 무슨 한자야?”

‘이해하다’의 해인가? 똑똑하니까.

“저는 ‘함께 해’요.”

“함께해요~.”

재민이 준해의 캐치프레이즈를 즉석에서 만들어냈다.

재민의 이름은 ‘재미’에 니은을 붙인 게 맞을지도 몰라. 재밌어 보이는 대화는 귀신같이 캐치해서 참여하는 그였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여유롭게 바다를 만끽하기엔 알맞은 날이었다.

바다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들뜬 멤버들 사이에서, 우형이 캐리어가 몇 개인지 세어보고 있었다.

“뭐 부족한 거 있어?”

“오늘 물에 빠질 일 없는 거 맞겠죠……?”

“…….”

무려 2년 전, <아이돌부 방학캠프> 촬영 때 여분 의상을 몰래 챙겨두고 마음껏 물에 빠트린 것을 그는 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었다!

‘얼마 전 팬미팅 때 우형이가 특히 물을 많이 맞은 게 원인인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오늘은 정말 아니었다. 짐도 딱 필요한 만큼만 들고 온 상태.

바다 늑대 대신 바다 여우를 볼 일은 없었다.

“여기 바닷가는 바위가 많아서 수영할 만한 곳이 아니래. 굳이 들어가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아뇨! 아니에요.”

우형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입수는 없다고 확인시켜주니 표정이 한결 편안해 보였다. 그가 상상하는 최대의 고난은 물에 빠지는 것이었나 보다.

‘덕분에 다른 고난은 의심 못 했나 보군.’

멤버들 몰래 씩 웃다가 윤희와 눈이 마주쳤다.

오늘은 컬러즈와 소통할 일이 많을 듯해서 윤희도 따라온 참이었다.

‘괜히 흑막같이 웃다가 의심받지 말자.’

표정을 갈무리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모노크롬은 ‘이런 섬은 어떤 사람이 사나’를 주제로 대화 중이었다.

“중요한 게 돈이 아니라…… 일단 배를 운전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자동차 면허로는 안 되지?”

면허 얘기에 멤버들의 시선이 준해에게 모여들었다.

“나, 나는 배 면허까진 안 딸 건데?”

“그냥 혹시나 해서 봤지. 머리 좋으니까.”

아직 자동차 면허도 발급받기 전인데 다른 면허까지 기대하다니. 막내를 강하게 키우는 모노크롬이었다.

그들의 말대로 섬은 평범한 사람이 혼자서 오가기에는 어려운 곳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도 모르게 또 웃었는지 윤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모습이 보였다.

***

몬클바캉스 컨텐츠의 취지는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가 보자!’가 아니라 모노크롬이 생활하기 좋은 환경을 알아보자는 것. 그를 위해 어느 정도의 노동은 필요했다.

점심까지는 섬에 들어오기 전에 자본으로 해결했지만, 저녁과 내일 아침은 멤버들이 직접 요리해 먹을 예정이었다.

몬클하우스처럼 게임기나 작곡 기기가 있는 것도 아니니, 할 일이 지정되는 게 시간을 보내기에는 좋았다.

별장 체험의 꽃, 장작 패기에 심취한 멤버들을 두고 스태프들은 필요한 것들을 사 오겠다며 장보기 리스트를 들고 다시 섬 밖으로 나갔다.

“여기는 진짜 배달 못 오겠다.”

해랑이 허리를 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원두는 있는데 장비가 마땅치 않아 활활 타는 화로 위에서 냄비로 커피를 끓이던 중이었다.

옆에서 커피 필터를 잡고 어떻게든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추출하던 한이도 해랑의 말에 깊게 동감했다.

“여기까지 오면…… 그 식당에는 리뷰 별점 십만 점 줘야 해.”

문명이 만들어낸 도구가 없으니 커피 마시기조차 쉽지가 않았다.

두 사람이 오후의 티타임을 준비하는 동안, 별장 안을 탐색하던 세 사람이 모호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안에 뭐가 너무 없다. 담요만 있고 이불도 없어.”

“가지고 오시나?”

“다섯 명 이불만 해도 부피가 커서 힘들 텐데.”

스태프들은 섬 밖으로 나가면서 ‘저녁 재료를 사 오겠다’라고만 했는데.

모노크롬보다 일찍 도착하여 거치 카메라를 설치했으니 별장 안은 미리 확인했을 테지만, 우형은 혹시 모른다며 핸드폰을 들었다.

또 왔다 갔다 하려면 수고스러우니 확인해 두는 것이 나았다.

“민형이 형 전화 안 받아?”

우형이 귓가에 핸드폰을 대고 한참 있자 준해도 자신의 핸드폰을 들었다.

이번에도 ‘뚜르르’ 소리만 몇 번 흘러나오고 반응이 없었다.

“윤희 누나도 안 받는데?”

“그럼 주인 님한테…….”

이번엔 발신음이 뚝 끊겼다.

“여기 신호가 안 좋나……?”

“나한테 한번 전화해 봐.”

우형이 한이에게 전화하니 멀쩡히 신호가 울렸다.

통신 신호는 잡히는데 인터넷 신호는 안 잡히고.

우형은 연결이 안 되는 메신저를 포기하고 SMS를 보냈다. 그러자.

[침실 서랍 뒤져봐]

“뭐야?”

우형은 민형의 메시지를 멤버들에게 보여주었다.

섬에 모노크롬만 남겨져 있고, 스태프들과 바로 연락이 안 되는 것이 전부 의도한 상황이라는 뜻이었다.

제이제이는 우당탕 다시 별장으로 들어가 침실 서랍에 들어 있던 것을 가져왔다.

“섬 지도야!”

“땅에 보물이라도 묻혀 있대?”

“아니……. 인터넷.”

옆 섬과 비교적 거리가 가까워 인터넷 신호가 터지는 곳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래 적힌 문구, [생존에 필요한 아이템을 컬러즈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재민이 그 문구를 보고 이마를 짚었다.

“속았어! 소고기 사 온대 놓고!”

“지금 소고기가 문제가 아니라…….”

소고기는커녕 음식이 전혀 없었다. 고작해야 지금 끓이고 있는 냄비 커피와 한이의 무설탕 사탕뿐.

모노크롬은 조난당했다.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서.

해랑이 멤버들을 쭉 둘러보았다.

“무인도 서바이벌…… 전에 누가 말했더라?”

“누구겠어. 재민이겠지.”

한이의 말대로였다. 전에도 좀비 서바이벌의 시작점이 되었던 재민은 “하핫.” 하면서 시선을 돌렸다.

당시 바로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들었던 우형이 기억을 되짚었다.

“너 또 뭐라고 하지 않았나? 밤에는 살인마가 나타난댔나…….”

“추리 소설 보면 항상 이런 외진 별장에서 살인 사건 일어나잖아.”

준해가 신빙성을 더하자 재민은 서둘러 부정했다.

“그런데 범죄자 나오면 연령 제한 걸어야 한다고, 귀신으로 바꿔야겠다고 하셨어.”

“그것도 들어본 적 있어. 고립된 사람들이 얘기 나누면서 밤새웠는데 한 명이 귀신이었단 얘기…….”

설마 귀신을 섭외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방금까지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던 파도 소리가 음산하게 느껴졌다.

청량과 납량은 통하는 게 있다던 누군가의 주장이 처음으로 와닿았다.

“그래도 컬러즈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돼!”

컬러즈가 누구던가. 세상에서 가장 모노크롬을 아끼는 이들이었다.

그런 컬러즈와 통신이 된다는 것은 희망적인 이야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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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가 몬클이들 뭐한다는 거야 ?_? 나 이해 못했어

모노크롬 서바이벌 시뮬레이션이 뭐야 서바이벌 어디서 하는데

└서바이벌 게임장 갔나?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몬클이들 도와줘?

└공지 더 떴다 울 애들 조난당했나봐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바가 진짜 생존 서바 말하는 거임?ㅁㅊㅋㅋㅋㅋ

└아하 다마고치구나!^^

└야 설마 예전에 팬미팅에서 얘기했던 거 검증하는 거 아냐? 무인도에서 살아남을 멤버

└무인도에 갇혔냐곸ㅋㅋㅋㅋ

└몬클이들 꺼내줘ㅠㅠㅠ그런데 너무 빨리 꺼내주지는 마.. 내 마음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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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

컬러즈가 뷰이라이브 알림을 보고 접속하자마자 한이의 외침이 들려왔다.

무인도에 갇히면 큰소리로 구조요청을 하겠다던 말을 그대로 이행하는 그였다.

모노크롬은 컬러즈가 이미 자신들의 조난 상황에 관해 안다는 것을 모른 채로 고자질을 시작했다.

“소고기 사준다고 안심시켜놓고 우리를 무인도에 떨구고 갔어요.”

“우린 아무것도 모르고 냄비에다 커피 끓여 먹고 있었는데!”

한이가 텀블러에 든 커피를 보여줬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왜케 잘 지내고있어ㅋㅋㅋㅋ]

[ㅠㅠㅠ어디 조난된 거야]

[경치 보여주세요]

“그런데 여기 날씨도 좋고 경치가 좋긴 해요.”

[오]

[와 진짜 휴양지같다]

[조난만 아니면 힐링컨텐츠인뎈ㅋㅋㅋㅋ]

준해가 카메라를 빙 돌려 주변 경치를 보여주자 컬러즈는 화면 너머로 대리 힐링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 이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었다.

“컬러즈가 우리한테 아이템을 줄 수 있다는데…… 이미 들었어요? 공지가? 왜 지금은 없지?”

모노크롬이 인터넷 사각지대에 있는 동안 올라왔던 공지사항은 이미 지워져서 증거 인멸된 상태.

모노크롬은 컬러즈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필요한 걸 말하면 컬러즈의 투표로 몇 가지를 뽑아서 보내준대.”

집중해서 채팅을 살펴본 해랑이 컬러즈의 이야기를 취합해 정리해냈다.

모노크롬이 발견한 섬 지도 뒷면에는 라이브 가능 시간과 배가 들어오는 시각이 적혀 있었다.

잠시 후 3시엔 휴식 아이템, 저녁을 준비해야 할 5시엔 식재료 등 각기 다른 종류의 아이템을 받을 수 있었다.

“우선 지금은 휴식 아이템을 보내줘야 하는데.”

“커피포트요? 냄비로 끓이는 법을 터득해서 그건 괜찮을 것 같아요.”

“배 운전하는 분 보내 달라고 하자.”

[ㄷㄷㄷ준해 천재야?]

[탈출 성공~!]

준해가 간단한 탈출 방법을 찾아냈지만 아쉽게도 아이템 후보는 스태프들이 가져온 것, 그리고 마트에서 바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제한되었다.

휴식 아이템은 무인도 생존에는 크게 상관이 없었기에 모노크롬과 컬러즈는 연습 게임처럼 마음 맞추기에 집중했다.

“마시멜로랑 목베개, 스피커 이렇게 세 개 꼭 투표해줘야 해요!”

“그리고 이따가 저녁엔 소고기 보내주세요, 컬러즈.”

“너 자꾸 소고기만 찾으면 컬러즈가 일부러 다른 거 보내주겠…….”

우형이 소고기만 찾는 재민에게 한마디 하려다가 입을 가렸다.

그리고 눈치를 보며 컬러즈의 반응을 확인했다.

“컬러즈 우리 편이죠……?”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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