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393화 (393/430)

# 393화

라솔은 이 메시지를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주인이 라솔에게 했던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보면 다른 사람처럼 변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는데, 기억을 잃은 컨셉인 걸까.

[이름이 호명되면 놀라면서 받는 거죠.]

[그렇군요.]

그래서 라솔도 당시와 같은 대답을 했는데 이대로 대화가 끝나 버렸다.

‘뭐였지……?’

농담으로 물어본 줄 알았는데 다른 대답을 하는 게 나았나.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주인의 반응을 떠올리며 라솔은 말을 이어나갔다.

“이사님이 전부터 음악대상 얘기를 많이 하셨는데, 시상식에는 계속 관심을 보이시는 모양이에요.”

“나한테도 연말 시상식 얘기를 하셨는데.”

“그만큼 신경을 많이 쓰시는데 왜 음악대상을 한 달 앞두고 여행을 가신 걸까요?”

임원이 연말 장기 휴가를 간다고 생각하면 이상하진 않지만, 작년만 해도 모노크롬과 같이 음악대상 스케줄을 소화했던 주인이다.

갑자기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난 것은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아무튼 선배님 시상식 스케줄은 저희가 맡게 됐네요. 의상도 준비해야 하는데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뭘 그리 거창하게.”

“으음. 제 생각엔 거창해야 할 듯한데…….”

대상 후보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라솔만큼이나 잘 아는 사람이 없었다.

배명희도 사람들이 자신을 대상 유력 후보로 여기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배명희는 무언가 다른 생각을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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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희님 신인상 받을 수 있다vs없다 어느쪽?

본인 주장: 20년 넘게 쉬었으면 신인으로 봐야한다

└네?

└어우 신인상.. 대상보다 더 어려운데 그 길을 가시네

└20년이면 인생 한 번 더 산 거나 마찬가지긴 한데ㅋㅋㅋㅋㅋ

└송투유 나오기 전까지 노래 안 불렀다고 하셨으니.. 새로 데뷔하는 기분이실 수도

└같이 신인상 받는 팀 중에 20살 안 넘는 멤버가 있을 것 같은데요??ㅋㅋㅋㅋ

└아니 선생님 노래가 그대로 남아있잖아요

└받고싶으시다는데 그냥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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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희가 가수로 복귀하며 그녀를 부르고 싶어 하는 곳은 많았다.

배명희는 활발하게 방송에 출연할 생각이 없었고, 홍보를 위해 굳이 방송에 나가야 할 연차도 아니었기 때문에 회사도 그녀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했다.

하지만 공백기가 길었고 대중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궁금해한다는 것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잔잔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에는 나가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라솔의 회사에 함께 소속되어 있는 한은아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

그곳에서 배명희는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쌓은 공로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데, 난 별로라고 생각해요. 공로패는 은퇴 전에 마지막으로 받아야 의미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죠. 새롭게 가수 생활을 시작하셨으니까 아직은 먼 얘기네요.]

[그래서 말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신인상을 한번 받아보고 싶네.]

신인상은 인생에서 딱 한 번 받을 수 있는 상이고, 배명희는 신인상 수상 경력이 없었다.

농담이 아니라 자세히 상상해 봤는지 배명희는 이 이야기를 꽤나 길게 이어나갔다.

[20년이면 강산이 몇 번이 바뀌는 거야. 사람도 새사람이 될 만한 기간인데. 내가 20여 년 만에 아무 말 없이 예명 달고 나왔다고 쳐 봐, 신인 가수인 줄 아는 사람도 많았을걸요?]

[그럼 제가 선배님이 아니라 후배님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그럼요. 나도 지금 가수분들한테 도움을 받는 처지인데. 내가 가요계에 들어와서 보니까, 참 좋은 선배들이 많아요. 나보다 어려도 훨씬 대단한.]

그런 사람들이 없었다면 자신도 복귀할 마음을 먹지 못했을 것이라고 배명희는 덧붙였다.

여기엔 흔쾌히 자신을 돕겠다고 나선 라솔이나 예란, <상상 카페>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할 기회를 준 게스트들 등 많은 사람이 포함되었지만.

사람들은 모노크롬을 가장 많이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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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이 올해 센세이션하긴 했음

신셋부터 더클랜까지.. 중간에 이터널 모은 거나 배명희님 복귀도 그렇고

└몬클 자체도 계속 커하 찍지 않았나

└그와중에 표절에 회사에 난리도 아니었는데 어케 잘 넘겼네

└그러고 보니 예상 대상 후보가 박표절/배명희님이었는데 다 모노크롬이랑 연관됐네;

└ㅇ0ㅇ 모노크롬 진짜 대상받는거 아님?

└이렇게 되니까 모노크롬 아니면 누가 받나?싶기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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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는 현재로선 아예 후보에 오르기가 어려워졌고, 배명희는 대상 같은 큰 상을 저어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기존 경력이나 후보에 오른 횟수 등, 올해 활동과 관련 없는 조건을 전부 배제하고 누가 ‘올해의 음악인’이 될지 진지하게 토론하기 시작했다.

가수가 아닌 다른 장르 음악인의 이름이 나오기도 했으나,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되는 이들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것은 단연 모노크롬이었다.

대표는 이런 반응들을 최 비서나 윤희에게 전달받으면서도 진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아직 방심할 수는 없어.’

인터넷상의 여론이 전부 들어맞지는 않는다. 원래 수상자를 호명하는 순간 직전까지 설왕설래하는 것이 시상식이다.

그래도 사람들의 이런 반응이 흐름을 타는 것은 좋은 현상이었다.

이 흐름이 계속 모노크롬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어져 준다면.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을 하늘에 기도하고만 있는데, 피차 볼일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임주미 PD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에 제가 모노크롬은 최대 최우수상일 거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상황이 이렇게 되니 그게 생각이 나서.]

모노크롬이 대상을 받아야 엄마를 만날 수 있는 신주인 앞에서 그런 소리를 했단 말이야?

대표는 황당한 기분으로 이어지는 말을 기다렸다.

[이번에 전직 QBC PD로서 기자분이랑 얘기할 자리가 생겨서요. 도움을 좀 드릴까 해요.]

“도움이요?”

[네. 덕분에 일이 커져서 안 선배도 팽당할 위기더라고요. 하아, 얼마나 꼴좋던지. 저는 받은 만큼은 돌려드리거든요.]

돌려준다는 게 대표의 계획 덕분에 일이 잘 풀렸으니 그 보답을 하겠다는 뜻인지, 안지택 PD에게 당한 것을 복수하겠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둘 다일 수도 있지.’

대표의 계획은 박형주를 겨냥한 것이었으나 임주미 PD도 만족할 만한 결과로 이어졌다.

<쉰셋돌> 제작진이 박형주에게 곡을 유출했고, 그것이 표절로 이어졌다는 의혹이 일자 QBC도 책임자인 안지택 PD를 마냥 눈감아주기가 어렵게 되었다.

자숙이 불가피했고 담당하던 프로그램도 다른 PD에게 넘겨야 했다.

그중에서도 안지택 PD가 가장 뼈아프게 하차한 것은 원만호의 <캠핑투어>였다.

이 방송으로 원만호가 연예대상을 받았고, 안지택 PD는 그 성과에 도취한 탓에 음악대상까지 자신이 담당한 방송에서 내고자 한 것이었다.

[원만호 씨가 <캠핑투어> 다음 메인 PD를 직접 지목하셨더라고요. 그분도 안 선배한테 밀려서 계속 조연출에 머물러 있던 분인데. 아마 안 선배가 자숙 끝내고 돌아와도 이 프로그램은 못 돌려받을걸요?]

원만호가 원맨쇼를 하듯이 이끌어나가는 프로그램이라 원만호가 중요하지, 기존 PD가 하차한다고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임주미 PD는 설명했다.

[배명희 선생님도 대상엔 크게 뜻이 없어 보이시길래. 그럴 거면 모노크롬을 밀어주는 게 저한테도 좋겠더라고요. 안 선배가 그렇게 원하던 호박이 저한테 굴러왔으니.]

“……그래서 기자분한테 무슨 얘기를 하시려고요?”

[제가 잘 말해둘 테니까 나중에 기사로 확인하세요. 그냥 미리 말씀드리려고 전화한 거예요.]

얼마 후, 대표는 임주미 PD가 주겠다는 도움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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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상상 카페>를 함께한 모노크롬에겐 특히 각별한 마음이 있으시다고.

A. 정말로 일부 관계자가 이 일을 묻으려 했다면 모노크롬의 활동도 방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상상 카페>에 잡음이 일기도 했고.

우리 예능 PD들에게 연예대상이 중요하듯 가수들에게도 음악대상은 상당히 의미가 크다고 알고 있는데, 혹여나 이번 일이 영향을 줄까 봐 걱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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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움인가?’

QBC를 향한 도발이 아니고?

모노크롬이 음악대상에서 좋은 상을 못 받는다면 전부 QBC의 비리 탓이란 거잖아.

대표는 이 기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서 이마를 짚었다.

‘모노크롬이 대상을 못 받으면 QBC가 욕을 더 먹는 것 외에 의미가 있나……?’

대표는 임주미 PD의 본성을 알기에 의구심부터 품었지만 대중들은 달랐다.

최근 터진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사람들은 임주미 PD를 QBC 내부 파벌의 안타까운 희생양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모노크롬을 콕 지목하여 시상식 결과를 걱정하자, 음악대상에 크게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덩달아 모노크롬의 수상 여부에 주목했다.

그냥 수상에 실패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방송국 내부의 비리로 특정 후보를 배제하는 것은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QBC는 팔이 안쪽으로 굽어서 일부 임직원들의 행태를 눈감아준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그 탓에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할 기미를 보이자 더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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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클 백해랑이랑 스핃 하범은 어케 친해진 거임

데뷔년도 같아서 자주 봤나?

└백해랑이 원래 에이펙트 연생이었음

└헐 백해랑 연생 나갈때 회사 피눈물 흘렸겠는데

└근데 스핃 분위기랑 몬클 분위기 생각하면 백해랑도 그룹 잘 맞게 찾아갔지ㅋㅋ

└글킨해ㅋㅋㅋ 운명은 따로 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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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해랑과 하범이 친한 모습을 보이면 두 사람이 어떻게 친해졌는지 묻는 사람이 많았다.

해랑이 에이펙트 엔터의 연습생으로 있었다는 대답을 들으면 ‘에이펙트에서 데뷔 실패해서 규모 작은 뉴마로 옮겼나 보다’ 하고 추측하는 것이 정해진 흐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노크롬 들어가서 잘됐네’ 하는 반응이 많아졌다.

<최고의 팀메이트> 절친 특집이 방영될 때도 사람들은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해랑이 그 얼굴로 아이돌을 해주는 것에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같은 시각, 몬클하우스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형, 출연 금지를 당하고 오면 어떡해?”

“내가 문제가 아니라 이하범이.”

회사도 없는데 숙소까지 정리해서 뿔뿔이 흩어졌다고 하면 컬러즈가 불안해할 듯하여 모노크롬 멤버들은 몬클하우스에 자주 모였다.

오늘은 모인 김에 다 같이 거실 TV로 <최고의 팀메이트>를 시청하던 중이었다.

MC에게 출연 금지 딱지를 받은 TV 속 해랑을 보고 준해는 옆에 있는 실물 해랑을 바라봤다.

자리에 없는 하범에게 책임을 돌리는 해랑을 보며 한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딱 보니까 형이 하범 형을 살살 긁었구먼.”

절교 특집으로 유명한 절친 특집이었으나, 함께 출연한 해랑과 하범은 다행히 사이가 틀어지지 않았다.

다만 <최고의 팀메이트>와는 절교하게 되었다.

둘만의 경쟁에 심취하여 피지컬 게임에서 기록을 세워대는 통에 ‘다른 팀들과 밸런스가 안 맞다’라는 이유로 이후 출연 금지 선고를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해랑과 하범에게만 축객령이 내려진 것이 아니라 방송을 거쳐 간 몇몇 게스트도 이 ‘출연 금지’ 형을 받았다.

어쨌든 게임을 그만큼 잘했다는 뜻이었고, 시청자들에게 ‘출연 금지’는 ‘명예의 전당’과 비슷한 의미로 통했다.

온갖 특집을 만들어내는 방송이었으니 다음엔 ‘출연 금지 연예인 특집’을 하게 되지 않을까 추측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처럼 방송을 생각하면서 적당히 잘했어야지.”

“…….”

<최고의 팀메이트> 출연 경력이 있는 재민이 자신의 가슴을 툭툭 두드리며 자랑스레 말했다.

재민은 1등 상품인 한우 세트를 받아왔는데 자신은 출연 금지 선고를 받아왔으니. 해랑은 할 말이 없었다.

지금은 아무도 확인할 길이 없게 되었지만 예능 레벨이 3인 해랑에게는 아직 어려운 길이었다.

“자, 그러면 출연 금지당한 소감을 뷰이라이브로…….”

한이가 모노크롬의 뷰이라이브용 핸드폰을 찾아 일어섰다.

작년에 주인이 철저히 카메라 기능만 보고 골라왔던 그 스마트폰은 아직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다.

그러나 뷰이라이브용 핸드폰을 찾기 전에 자신의 핸드폰에서 알림 소리가 나자 한이는 멈춰 서서 주머니를 뒤적였다.

알림이 울린 것은 한이의 핸드폰뿐만이 아니었다. 멤버 전원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린다는 건 모노크롬 전담팀 대화창에 무언가가 올라왔다는 뜻이었다.

가장 먼저 메시지를 확인한 우형은 잠시 말이 없다가 동생들을 바라봤다.

“이사님이 우리 시상식 의상 미리 생각해 두셨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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