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391화 (391/430)

# 391화

해랑은 능숙하게 티슈를 뽑아 더클랜 멤버들에게 나눠 줬다.

우형의 옆에서 지내온 세월만 7년이 훌쩍 넘은 그는 누가 울면 그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주는 게 가장 효율적이란 것을 알았다.

그 울보 우형은 눈물이 전염되었는지 같이 눈물을 글썽거렸지만 말이다.

“여우 형이 여섯 명 있는 것 같아.”

“본체까지 포함하면 일곱이지.”

“아하.”

재민과 준해는 눈물로 하나가 된 우형과 더클랜을 보며 저들끼리 장난스레 쑥덕거렸다.

모노크롬 멤버들도 1위를 달성하는 순간 눈물부터 터지긴 했지만, 이 정도로 통곡한 건 우형뿐이었다.

“난 이담이담이가 특히 눈물이 더 많은 줄 알았는데 그룹 특색이었네.”

누가 이런 이들을 보고 무섭다고 했을까. 한이도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노크롬 프로듀싱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을 때, 주인은 더클랜이 항상 긴장 상태에 있어서 더 사나워 보이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이 정말인지 더클랜 멤버들은 모노크롬 앞에선 금방 여린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좋은 날에 왜 울게 되는지 잘 아는 모노크롬이었기에, 울지 말라고 달래는 대신 그저 눈물이 그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오늘도, 신경 쓸 일 많으실 텐데 직접 찾아와 주시고…….”

“잠깐 후배 보러 오는 게 뭐 그렇게 힘들다고.”

“우리도 몰려다녀야 할 일이 있어서 단체로 나온 거니까.”

수고스럽게 찾아오게 만들어 미안하다는 이담의 어깨를 해랑이 토닥이고, 한이도 손을 내저었다.

모노크롬 멤버들은 최대한 붙어 다니라는 주인의 말을 지키고 있었다.

이담은 티슈로 눈물을 닦아내다가 조금 진정되었는지 모노크롬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기, 이사님……이 이제 아니시죠. 두목님께도 감사 인사 드리고 싶은데…….”

이담도 주인이 뉴마를 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다.

모노크롬만큼이나 더클랜에게 도움을 주려 했던 주인이었다.

<쉰셋돌> 촬영 때도 주인은 자신감이 부족한 이담을 격려하며 특히 신경 써주곤 했다.

혹시나 주인이 같이 오지 않았을까 했는데 오늘 모노크롬은 스태프를 대동하지 않고 멤버들끼리만 찾아왔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주인을 찾는 이담을 보며 우형은 옆머리를 긁적였다.

주인은 자신이 할 일은 다 했다고, 이제 앞으로의 일은 남은 이들이 이어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사람의 빈자리는 어떻게 해서도 메울 수 없다는 점, 그리고 본인이 생각보다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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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현역 아이돌이 다른 아이돌 1위 만드는 걸 보는구나ㅋㅋㅋㅋ

신기방기 케이팝 세상이다

└태초에 신셋이 있었다고ㅋㅋㅋㅋㅋㅋ

└아 신셋 활동도 올해였지?? 작년 연예대상에서 무대한 거 생각나서 옛날인 줄ㅋㅋ

└그건 프리데뷔고 정식데뷔는 올초

└그럼 모노크롬 올해 후배 두 팀 1위 만든 거냐

└근데 본인들이 활동을 못 하고 있잖아ㅠㅠ

└아낌없이 주는 나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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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 엔터테인먼트는 기존에 계획되었던 러너스하이의 크리스마스 특별 싱글 계획을 취소하고 급히 캐럴 커버 컨텐츠로 선회했다.

공식 입장이나 해명이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박형주와 모노크롬 사이의 표절 문제가 대두되자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으니.

베터 엔터의 이런 결정이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는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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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ㅂㅎㅈ는 표절로 결론난 거?

런하 싱글도 취소되고 난리네

└회사가 먹금중이던데

└런하 싱글은 왜 취소됨?

└표절프로듀서가 작곡한 곡 쓰려고 했나보지

└박형주 히트곡 꾸준히 쌓아서 올해는 진짜 대상 받을 줄 알았음

└그 히트곡들 다 후배들 곡 빼앗아서 쓴 건지 누가 앎ㅠ

└이번에도 피해자가 아이돌이라 밝혀졌지 아니었으면 걍 지나갔을 듯ㅋㅋ

└표로듀서한테 대상 줄 바에는 걍 모노크롬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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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프로듀서 이미지를 꾸준히 쌓아 ‘차기 대상감’ 소리도 듣던 박형주가 고꾸라지자, 모노크롬이 상대적으로 부상했다.

마침 모노크롬도 프로듀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각인되고 있었고, 연초에 이어서 연말까지 후배 그룹의 1위 달성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성과를 추구하다 창작 윤리에서 벗어난 행동까지 한 프로듀서와, 고난을 겪는 와중에도 주변 사람들을 도와주는 프로듀서의 대립 구도.

사람들은 후자를 더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른 이유로 모노크롬의 문제없는 활동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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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범이 최고의팀메이트 그대로 방영하는거 맞지?

절친특집 찍었다구 한 거.. qbc라 혹시나 해서ㅠㅠ

└컬러즈분들이 상상카페도 그대로 나왔으니까 괜찮을 거라던데

└양심 있으면 다른 방송은 냅둬야지

└조금이라도 편집한 기미 보이면 시청자청원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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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절 문제는 애초에 QBC 내부에서 곡이 유출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을 문제였다.

SPID의 팬덤, 스피디 또한 QBC에 대한 불신을 보이며 아이돌이 받는 부당한 처우에 불만을 드러냈다.

‘내 아이돌’을 더 보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컬러즈에겐 고마운 반응이었다.

이렇게 컬러즈에게 호의적인 반응이 있는 한편, 어디에나 남이 잘 안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산재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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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은 각자 소속사 갈라져서 아직 공식 입장 안 나오는 거 아닌가 싶음

기존 소속사 아니면 누가 그룹 활동 담당해주냐; 그룹 활동은 기대 안 하는 게 좋을듯

└뉴마 직원이냐?

└희망사항은 일기장에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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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도 개인 SNS에 간간이 소식을 전해줬기에 컬러즈는 ‘앨범 준비 공백기 같다’라면서 잘 버텼지만, 문제는 공식 떡밥 부족이었다.

배고픈 팬 생활을 하던 것도 옛말. 작년과 올해 입덕한 많은 신입 컬러즈는 떡밥 보릿고개를 겪어본 적이 없었다.

갑작스러운 계약 해지로 모든 채널이 일시에 중지되어 굶어가고 있는데 옆에서 긁어대는 통에 매운맛 컬러즈가 되어버리기 전.

[모노크롬(monochrome) Special Clip 20xx.xx.xx PM6:00]

모노크롬의 SNS가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

대표는 주인이 쓰던 업무용 태블릿을 샅샅이 뒤졌다.

지문이 같아서, 그리고 주인이 쓰는 비밀번호는 대개 몇 가지로 정해져 있어서 어렵지 않게 모든 전자기기의 잠금을 해제할 수 있었다.

중간에 대표의 퀘스트가 끝나지 않았다면 신주인은 연말까지 어떤 것들을 하려고 했나.

대표는 주인의 흔적들을 찾아 기존 계획을 최대한 되살리고자 했다.

‘시즌 그리팅? 이건 너무 늦고. 미니크롬한테 산타 옷을 만들어줘? 이런 건 왜 메모해 둔 거야?’

아마 크리스마스 컨텐츠를 위한 메모인 듯했으나, 지금은 한가하게 인형 옷을 만들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환경이 바뀌니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도 많이 달라져서 넘겨야 하는 계획들이 많았다.

다행인 것은 모노크롬 전담팀 직원들이 아직 새 회사에 고용되기 전인데도 자발적으로 나서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문제는…… 뉴마야.’

모노크롬의 전속 계약이 해지되자 뉴마 입장에선 모노크롬이 그냥 남이 되어 버렸다.

그것이 주인과 모노크롬이 원하던 바이긴 했지만, 회사 내부 일을 우선하느라 모노크롬과 관련된 일을 지지부진하게 처리하는 것이 문제였다.

서비스 운영 측과 체결된 제휴 계약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시간이 걸리는 줄은 알겠지만,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는 게 느껴지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신주인으로서 쓸 수 있는 대표 대리 권한이라도 어떻게든 남길 걸 그랬어.’

이미 대표 자리를 정리한 데다가 지금은 신대표가 아닌 신주인이니, 뉴마를 움직이려면 뉴마에 남아 있는 최 비서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게 쪼아 줘. 일단 미튜브랑 SNS만이라도.]

“…….”

최 비서는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대표의 요청 메시지를 보고 복잡한 기분을 느꼈다.

주인이 이사로 부임하기 전, 대표를 보좌할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듯했다.

그때 대표에게 좀 더 감정이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을까.

‘조금 더 차분한 분이신 줄 알았는데…….’

최 비서의 머릿속에는 대표를 보좌하며 5년 동안 굳어진 대표의 이미지가 있었다.

주인은 대표와 다른 모습을 보여줬지만, 최 비서는 주인을 대표와는 다른 인격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아직도 남아 있던 최 비서의 ‘대표에 대한 환상’이 지금 대표 본체에 의해서 깨어지고 있었다.

‘회사를 쪼아달라고 하셔도…….’

이제 그에게 대표가 기대하는 만큼의 권한은 없다.

이전엔 대표의 비서였으니 대표가 시키는 일을 뭐든 쉽게 수행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비서팀 소속의 직원일 뿐이었다.

최 비서는 경영팀에 서류를 전달하다가 구석에 밀려나 있는 모노크롬 관련 서류를 발견했다.

“괜찮으시면 이것도 제가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

“아. 먼저 정리할 게 있어서 잠깐 둔 건데, 그러실래요……?”

“네. 제가 최근까지 아티스트팀 일을 맡았으니 제가 도와드리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최 비서는 대표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손을 보태기로 했다.

대표가 간접적으로 최 비서에게 추가 근무를 시킨 모양새가 되어 버렸지만 대표에겐 악의가 없었다.

그래도 최 비서는 업무에 조금 의욕이 생긴 듯한 기분도 들었다.

누군가 자신을 필요로 해 주는 것이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듯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의 노력이 모여, 모노크롬의 미튜브 채널에 의 스페셜 클립 영상이 공개되었다.

다섯 명이 의자에 나란히 앉아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영상에, 오래된 비디오 영상처럼 노이즈 텍스처가 깔린 흑백의 비하인드 장면들이 중간중간 삽입되었다.

자전적인 가사를 담은 노래가 끝난 후에는 [monologue. 모노크롬의 이야기.]라는 짧은 문구가 페이드아웃 되지 않고 유지된 채로 영상이 종료된다.

모노크롬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는 표현. 그야말로 모노크롬의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

[뷰이라이브 채널 관리자 권한 받는 대로 너희 시골집에서 라이브 하는 게 좋겠어.]

[네. 그런데 대표님은 안 와요?]

주인은 너무 바쁘지 않으면 모노크롬의 스케줄을 직접 챙기곤 했다.

주인의 스타일에 익숙한 재민이 물었으나, 영 사담할 기분이 들지 않는 대표는 그 물음을 무시하고 대화창을 닫았다.

‘퀘스트를 어떻게 만들라는 거야…….’

신주인을 돌려놓는 건 음악대상 퀘스트를 노리면 되지만, 엄마와 만나는 방법이 아직도 불투명했다.

주인과 엄마가 나눈 대화를 몇 번이고 다시 읽어도, 12월에 들어서니 날씨가 꽤 추워졌다는 엄마의 안부에 직접 대답을 해도.

퀘스트는 발생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간절한 마음이 부족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게임 속 세계에 갇힐 각오를 하고 주인을 엄마에게로 돌려보내려 했던 대표였다. 이보다 더 간절할 수는 없었다.

‘신주인이 돌아와도 엄마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야.’

신주인의 현실 복귀.

대표는 ‘이 세계를 현실로 만들고 사라진 신주인’을 신주인으로 여기고 돌아오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실’ 부분이 조금 걸렸다.

현재 신주인의 현실은 두 세계로 나뉘었다. 엄마가 있는 세계와, 대표가 있는 이 세계.

엄마가 이 세계로 넘어오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으나 관련 퀘스트가 뜨지 않아 대표는 초조해졌다.

주인이 새해 소원을 빌었다가 이 세계에 왔듯이, 대표도 새해 소원으로 ‘엄마를 이 세계로 데려오는 것’을 빌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음악대상 퀘스트 또한 새해로 넘어가는 시점에 끝나기에 소원을 빌 시간이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런 아슬아슬한 모험에 기댈 수만은 없었다.

‘엄마와 만나는 퀘스트가 생기지 않으면, ‘현실 복귀’ 보상으로 신주인을 엄마가 있는 현실로 돌려보내야 하나?’

그러면 결국 주인은 자신이 선택한, 모노크롬이 있는 이 세계와는 영영 이별하게 될 텐데.

대표도 원래는 주인과 이 세계의 연결고리를 끊고 그녀를 엄마가 있는 세계로 돌려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신주인은 자길 포기하면서까지 이 세계를 선택했잖아.’

대표도 이제는 주인이 이곳을 얼마나 아꼈는지를 안다. 하나의 세계만 선택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고민은 다른 고민으로 바뀌어 버렸다.

[주인아.]

어느 날, 메신저의 친구 목록에 등록되지 않은 상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보낸 이의 이름을 보고 대표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어떻게……?”

그녀는 대표가 이 세계로 오기 바로 전날, 생일을 앞둔 신주인을 집에 틀어박히게 만든 그 동기 겸 전 회사 동료였다.

‘분명히 이 세계에 이전 회사의 흔적은 없었는데.’

기존 현실의 요소가 이 세계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그것도 신주인이 가장 피하고 싶었던 것들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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