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390화 (390/430)

# 390화

신셋 앨범에 수록된 우형, 성운의 데모곡이 타이틀곡 후보 중 1번 곡과 비슷하다는 의견은 앨범 발매 당시에도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나중에 공개된 우형, 성운의 곡이 해당 후보곡을 따라 만들었다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원만호가 신셋의 뷰이라이브에서 데모곡이 먼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밝힌 덕분에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1번 후보곡은 누가 작곡했는지 알려지지도 않았고, 결국 창고행이 되었기에 모두의 기억 속에서 금방 지워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 일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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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형이랑 성운님이 곡 만들어갔는데 그거 뺏으려고 한 거?

어떻게 이렇게 온세상이 몬클이들을 방해할 수가 있냐ㅠㅠ

└진짜 개속상해

└당시에도 좀 찜찜하긴 했는데 팬들이 유난 떤다고 할까봐 말도 못 함..

└곡이 좋으면 당당하게 받아서 쓰지 왜 굳이 작곡가 세탁을 하지

└궁예하긴 좀 그렇지만 표절이 진짜면 친분 있는 작곡가 밀어주려고 한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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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모노크롬은 현재 회사와의 갈등으로 조기 계약 해지 후 활동이 멈춘 상태였다.

바로 얼마 전에는 모노크롬이 출연했던 <상상 카페>의 마지막 화가 QBC 내부 문제로 방영되지 못할 뻔했고.

모노크롬이 이곳저곳에서 치이고 산 것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는 소문이 퍼져나가자, 모노크롬을 향한 동정 여론이 거세졌다.

피해자가 명확하다면, 사람들은 가해자를 찾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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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타이틀곡 후보들 받기 전에 qbc 안에서 유출됐단 소리 아니야?

신셋 멤버 회사 연관된거면ㅋㅋ 멤버도 꽂아넣었을 가능성 있지 않나

└더클랜은 아닙니다~~ 아우름 컴퍼니는 로비할 능력이 없어요

└아 알았어요 무죄

└아우름 쩌리라 의심도 안 받는거 왜이렇게 웃프냐ㅋㅋㅋ

└몬클이랑 친한 쪽은 아니겠지 설마

└몬클라인 아닌거 제오밖에 없지 않나 그럼 브이스타일 회사?

└딱 봐도 각 나오던데ㅋㅋ 쉰셋돌 시즌2 검색해보셈ㅋㅋ

└아? 베터 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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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사람들은 몇 가지 사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안지택 PD가 <쉰셋돌>의 시즌2 격인 <타임스테이지>를 제작했다는 것.

그리고 <쉰셋돌>의 라솔과 모노크롬처럼, <타임스테이지>에선 베터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박형주가 프로듀서 역할을 맡았다는 것.

게다가 두 방송에서 만든 프로젝트 그룹에는 베터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연예인이 한 명씩 끼어 있었다.

안지택 PD와 베터 엔터테인먼트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터져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들 반응이 생각보다 빠르게 흐름을 탔네요.”

[지금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화제잖아요? 시상식 시즌은 다가오지, 모노크롬은 활동을 못 하고 있지. 장작만 던지면 척하면 척이죠.]

대표와 통화로 이 일을 공유하던 임주미 PD가 웃었다.

커뮤니티 중독이던 주인은 팬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모노크롬의 팬매니저와 특히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래서 대표도 온라인상의 여론을 만드는 일에 윤희의 도움을 받을까 했는데, 이쪽은 임주미 PD가 나섰다.

대표는 ‘친한 작가들이 커뮤니티 아이디를 몇 개씩이나 가지고 있다’라면서 자랑스럽게 웃던 임주미 PD의 얼굴을 떠올렸다.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신주인한테 메모를 남겨놔야겠어.’

도움이 되는 사람과 친하게 지낼 만한 사람은 별개니까.

대표가 이런 생각을 하는 줄 모른 채, 임주미 PD는 기대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러너스하이 팬덤이 나서 줄까요?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쉬쉬할 수도 있잖아요.]

“제가 아는 그쪽 팬덤 분위기라면 조용히 지나가진 않을 거예요.”

대표가 공략한 것은 컬러즈가 아니라 러너스하이의 팬덤, 러너였다.

‘신주인이 러너들 반응을 특히 신경 썼지.’

우형과 성운의 프로듀싱 앨범을 발매할 당시, 주인은 러너들의 반응을 가장 걱정했었다.

뉴마를 욕하던 컬러즈 반응은 아무렇지 않게 구경하면서 말이다.

대표가 뭘 그리 전전긍긍하냐고 물어보니 주인은 <쉰셋돌> 촬영 당시 있었던 일을 알려주었다.

대개 그들이 팬덤 내외부를 견제하며 기 싸움을 펼치고 다녔다는 이야기였다.

‘각 멤버 팬들끼리도 싸우는데 멤버도 아닌 프로듀서를 실드 쳐줄 리가 없지.’

러너스하이는 2년 차밖에 안 된 떠오르는 신인 그룹.

연말 무대와 시상식이 몰린 이 시즌은 팬들도 매우 예민한 시기였다.

대표의 예상대로, 러너들은 러너스하이와 박형주가 같이 언급되자 빠르게 선을 긋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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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ㅎㅈ 그사람 베터 차기 걸그룹도 맡는다 그러지 않았나

그래서 총괄 프로듀서처럼 이름만 올리는 사람인가 했는데

└아 근데 우리 애들 곡 중에 그 사람이 작곡에 참여한 곡 많아서;

└작곡가 여럿 중에 한 명이잖아 실제로 그 사람 참여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

└ㅠㅠ연말 싱글 나오기 전에 해명하려나 시끄러워질 것 같은데

└이때싶인데 런하 커리어를 자기 커리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별로긴 했음ㅋㅋ 울 애들이 열심히 한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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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론을 무시해서 팬들과의 갈등을 길게 끌고 나갈 것이 아니라면 빠르게 해명해야 하는데.

‘1번 후보곡을 박형주가 만들었다는 것만 밝혀져도 불리해지는 데다가, 표절이 사실이면 해명할 것도 없잖아.’

베터 엔터테인먼트는 태도를 정해야 했다.

박형주의 편을 들어줄지, 말지를.

***

“저 오디션 보고 섭외된 건데…….”

“알지, 알지. 현이는 신경 쓰지 마.”

베터 엔터테인먼트의 A&R 팀장이 류현의 어깨를 다독였다.

박형주 및 베터 엔터테인먼트의 직원들이 안지택 PD에게 따로 접근하기 시작한 것은 류현이 신셋의 멤버로 뽑히고 난 후였다.

그런데 베터 엔터가 안지택 PD와의 친분을 이용하여 류현을 <쉰셋돌>에 꽂아 넣었다는 소문이 돌아 류현은 억울해졌다.

‘아니, 내가 억울해할 일이 아닌가.’

류현은 표절과 관련된 일은 몰랐다.

하지만 박형주가 안 PD에게 입김을 불어 넣어 이미 정해져 있던 타이틀곡 작곡가의 자리를 빼앗으려 한 것은 알고 있었다.

본인도 박형주의 곡을 밀어주고자, 더 나아가서 모노크롬의 자리를 빼앗고자 남몰래 제오를 부추기기까지 했다.

당시엔 이득을 봐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던 류현이지만, 모노크롬과 친해진 지금은 그때의 일이 그렇게 후회될 수가 없었다.

‘선배님들은 왜 계속 이런 일에 휘말리는 거지…….’

착하고 만만해 보이는 게 문제인 걸까.

하지만 이런 방해를 딛고 험난한 길을 걸어서 지금까지 왔다는 게 더 대단해 보였다.

그러나 베터 엔터테인먼트가 팬들의 비난을 가라앉히려면 모노크롬의 피해 사실을 묻어야 했다.

베터 엔터테인먼트에겐 모노크롬이 활동을 멈춘 지금 상황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선배님들 빨리 복귀했으면 좋겠는데.’

예전엔 베터 엔터가 하는 일에 일조했던 류현이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모노크롬의 앞길을 막지 않기를 바랐다.

설령 그 방해물이 베터 엔터테인먼트나 박형주일지라도.

이 마음은 뷰이라이브에서도 티가 나고 말았다.

“러너스하이는 누구의 그룹도 아니고 그냥 러너스하이잖아요.”

팀을 향한 자부심을 표현한 것 같지만, 러너스하이가 자주 ‘박형주가 프로듀스한 아이돌’로 홍보되는 점을 꼬집는 말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룹에 다른 이가 엮이지 않기를 바라는 팬들은 환영할 만한 멘트였다.

“어…… 뭐, 그렇습니다. 저희는 저희끼리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할 테니까 잘 지켜봐 주세요.”

마치 할 말은 많지만 생략하겠다는 듯한 말투.

거기에 ‘멤버들끼리 잘 활동하겠다’라는 당연한 말이, 지금 상황에선 박형주와 선을 긋는 태도처럼 보였다.

이 뷰이라이브 이후로 러너들은 거리낄 것도 없이 더욱 당당하게 회사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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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도 많이 참았나 보다 싶음

신인인데 무슨 힘이 있겠어ㅠ 회사에서 까라는 대로 까야지

└그렇지 런하는 런하지. 누가 만든 그룹이 아니라.

└속시원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된 거 일찌감치 털어내고 깔끔하게 갑시다

└베터 고인물 운영 문제인 거 지들만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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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반응이 더 거세지자, 매니지먼트 팀장이 한숨을 푹 쉬었다.

“아니, 류현아. 팬들 앞에서 말을 그렇게 하면…….”

“팀장님도 뷰이라이브 보셨잖아요. 전 그냥 올해 활동 돌아보다가 새벽 감성에 그런 건데…….”

매니지먼트 팀장은 딱히 반박할 말이 없어서 끄응 앓는 소리를 냈다.

류현은 말실수도 하지 않았고, 그 상황에 충분히 할 말만 했다.

다만 그 말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팬들의 마음이었다.

팀장도 엔터사에서 일하며 사소한 말이 오해를 불러오는 경우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봐왔기에 류현을 더 탓할 수가 없었다.

베터 엔터테인먼트도 저지른 일이 있어서 최대한 넘어가 보려 했지만, 비난 여론이 쉽게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직원들은 연일 회의를 소집했다.

“팬들 여론이 이래서. 어떡하죠? 일이 생각보다 커지는데요.”

“러너들 독한 거 아시잖아요. 그냥 넘어가면 연말 스케줄 하나 할 때마다 이 일을 계속 끌어올릴 텐데.”

차기 걸그룹으로 데뷔할 에니 또한 <타임스테이지>에 출연한 사실 때문에 박형주와 함께 언급되고 있었다.

러너스하이와 차기 걸그룹, 그리고 박형주를 저울질하자면…….

“피디님. 역시 이번에 기획했던 캐럴 싱글은 다음으로 미루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뭐? 너희가 그러고 싶다는 거야, 아니면 그렇게 결정이 난 거야?”

“저, 그게, 대표님도…….”

박형주는 직원의 말을 듣고 하마터면 욕을 내뱉을 뻔했다.

같은 가요라도 캐럴은 특수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전 국민이 캐럴을 찾아 듣는 데다가, 잘되면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차트에 오르는 스테디셀러가 될 수도 있다.

대상을 주기에는 대중의 인상에 남는 활동이 부족하다는 소리에 기획한 것이었는데 그걸 다음으로 미루겠다니.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수그리고 있으라는 말이나 진배없었다.

“대표님이랑 직접 얘기를 해 봐야겠어.”

박형주는 이를 으득 악물고 대표실로 직행했다.

“김병식!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아이, 형님. 저희 지금 중요한 시기인 거 아시지 않습니까. 러너스하이도 잘나가고 있고, 또 몇 년 만의 걸그룹 런칭인데…….”

“그래서, 나보고 넙죽 엎드리고 있으란 말이야? 지금까지 공들인 게 얼만데!”

“크흠. 올해는 아무래도 배명희 선생님이 대상을 가져가실 것 같고…….”

“야!”

대상 수상자를 한번 만들어보자고, 회사 이름값 올려보자고 같이 뒷공작을 펼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발을 쏙 뺀단 말인가.

‘또 기회를 내년으로 넘기자고?’

만년 후보로 조롱받는 것만큼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은 없었다.

거기에 회사도, 방송국도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가는 이 ‘표절 작곡가’ 이미지를 덮는 데에 협조해 주지 않는다면 앞으론 기회조차 없을 수도 있다.

모든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박형주는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막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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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클랜 개쎈것만 하더니 이번엔 분위기 다르네

예전엔 컨셉에 잡아먹힌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무대 잘하는듯

└원래도 약간 퍼포먼스 주력이었어

└ㅇㅇ 항상 너무 과했는데 이번에 맞는 컨셉 잘 찾아감

└저게 몬클이 만들어준 곡임?

└소속사보다 그룹 잘 살리는 선배;

└더클랜 성격 알고보니까 왤케 처연해보이냨ㅋㅋ

└처연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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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1위는…… 더클랜! 축하드립니다!”

한 케이블 음악방송.

더클랜은 모노크롬이 프로듀싱해 준 곡, 으로 데뷔 이래 첫 1위를 달성했다.

연말엔 휴방하는 음악방송이 많기에 더클랜은 올해 1위 달성 막차를 탔다고 할 수 있었다.

더클랜은 1위 소감에서 팬들 다음으로 회사도 아니고 모노크롬을 언급했다.

다른 아이돌 그룹이 만들어 준 곡이란 점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 모노크롬이 계약 해지에 이어 표절 피해자로 휘말리며 덩달아 화제가 되긴 했지만.

“너희가 잘한 거지.”

“흐어엉…… 선배, 선배님들이, 허엉…….”

1위 트로피를 들고 대기실로 돌아온 더클랜은 여기까지 찾아와준 모노크롬을 붙잡고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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