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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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 해도 되나
이담 주인 잃은 도베르만 같음
└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 상황에 웃으면 안 되는데 미안합니다
└이담 사나워보여도 맘 엄청 약하다고ㅠㅠ
└뷰이라이브에서 타돌 얘기하다 우는 아이돌이 있다?
└근데 여긴 그럴만도 함
└이코드가 뷰이라이브 안한 걸 다행으로 여겨야
└이코드는 갑자기 왜?
└걔네 몬클 1위할때 울었잖아ㅋㅋㅋㅋ
└모노크롬 중소돌들의 희망이라서 죽으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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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모노크롬은 더클랜에게 미리 이야기했다.
모노크롬이 회사 일로 잠시 시끄럽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테니까 안심하고 있으라고. 덩달아 팬들이 불안해한다면 안심시켜 달라고.
‘그런데 후배들을 생각해서 일부러 괜찮은 척하는 줄 알았나……?’
물론 모노크롬도 파란이 예상되는데 전혀 아무렇지도 않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이담이 이런 반응까지 보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선배님들도 머리 아픈 일이 있으실 텐데, 저희는…… 계속 도움받기만 하고…….]
그의 머릿속에서 모노크롬은 후배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주고 희생하는 선배들이 되어 있었다.
‘더클랜을 위해서 무리한 것도 좀 있긴 하지만…….’
이담도 그걸 알아서 더욱 미안함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너무 서러워 보여서 오히려 더클랜이 걱정되기 시작했지만, 우리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점은 고마웠다.
[부담 드리고 싶지는 않지만, 잘 해결되셨으면 좋겠어요. 선배님들은 저희 같은 후배들한테 정말 큰 의미가 있어서…….]
감정이 복받쳐 올라 훌쩍거리던 이담은 결국 리더인 동영에게 끌려나갔다.
그리고 이 클립 영상은 모노크롬을 중심으로 도는 온라인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함께 퍼져나갔다.
모노크롬이 곡을 줄 정도로 친한 후배가 이런 반응을 보이자 진지하게 상황을 분석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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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 계약해지 진짜 갑자기 얘기 나왔나 봄
자주 만나는 더클랜도 몰랐던 거 보면ㅇㅇ
└그럼 당장 갈 데가 없는거임?
└재계약 생각하고 있었으면 다른 소속사랑 얘기해 둔 것도 아닐 텐데
└이제부터 다른 데랑 계약 얘기 나눠보려면 오래 걸리지 않나
└이라솔네 회사는?
└거긴 솔로 가수 전문인데 친분 있다고 해서 들어가긴 좀..
└뉴레인이 제일 가능성 있을듯
└모노크롬 제일 무시하는 게 뉴레인임ㅋㅋ 무슨 염치로 데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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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모노크롬의 일정은 올스톱 상태.
당분간 활동이 어려우리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모노크롬이 다른 소속사로 옮길지 궁금해했고, 누군가는 터질 문제가 이제야 터졌다고 하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와중, 땅을 치며 탄식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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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나 몬클 입덕부정기였나봐
당장 활동 불투명하다니까 심장 쿵 떨어짐
지금 입덕하면 활중입덕이냐 컬러즈 할테니까 빨리 돌아와달라고ㅠㅠㅠㅠㅠㅠ
└원래 공백기 입덕이 재밌다 어서와
└파도 좋아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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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사람은 막지 않는 컬러즈는 입덕의 문턱에 선 자들에게 흔쾌히 손을 내밀었다.
‘컬러즈도 속이 편해서 드립 치고 다니는 건 아닐 거야.’
실은 불안하지만 모노크롬이 버텨달라니까 괜찮은 척하고 있다는 걸 잘 안다.
컬러즈는 해일에 몸을 맡기며 ‘모노크롬을 지키자’ 캠페인을 펼쳤다.
이들을 불안의 파도에서 최대한 빨리 건져내기 위해서라도 속전속결로 탈뉴마를 진행해야 했으나, 계약을 해지하고 새 회사로 옮겨가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회사 내부 일은 졸속으로 처리한다고 해도, 모노크롬의 이후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들은 꼼꼼히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미리 준비해두긴 했지만 시간이 부족하긴 해.’
서류를 읽고, 또 읽느라 침침해지려는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자 스마트폰에서 메시지 도착 알림음이 울렸다.
[이사님. 시간 괜찮으시면 같이 저녁 식사라도 어때요?]
‘잔상입니다만?’ 계획을 훌륭히 마친 라솔의 메시지였다.
***
시간이 없어도 쉴 때는 확실히 쉬어줘야 했기에 나는 바로 라솔과 약속을 잡았다.
작년에 피로가 쌓여 쓰러지는 바람에 하루를 날린 기억이 있어서, 그 정도로 과로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이사님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저도 보답하고 싶은데, 제가 뭘 도와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녜요. 이렇게 불러주신 덕분에 오랜만에 바람 쐬는 것 같아요.”
하마터면 회사와 집만 오가다가 남은 시간을 다 보낼 뻔했다.
언제 한번 라솔과 따로 만나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모노크롬과 뉴마의 직원들만큼이나 이곳에서 만난 인연 모두가 소중하니까.
“불안하진 않으세요?”
라솔도 모노크롬이 뉴마를 떠날 준비를 일찍부터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대강 알고 있다.
그녀는 회사 일로 고민이 있을 때 내게 상담하곤 했는데, 이번엔 반대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약속을 잡은 듯했다.
불안한 마음을 모노크롬에게 털어놓을 수는 없을 테니 자신이 대신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려고.
나는 그 마음이 고마워서 웃었다.
“조금 불안하긴 해요. 아직은 너무 정돈이 안 된 상태라.”
원래라면 내년 초에 맞춰 세팅을 다 해놓고, 계약이 만료된 모노크롬이 공백기 없이 옮겨갔어야 했다.
전부 내년 1월을 목표로 준비 중이었고, 송준오 피디의 회사 설립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런 큰일을 무작정 앞당기기는 어려웠기에 모노크롬이 소속사 없이 지내야 하는 시기가 생기고 말았다.
모노크롬이 다시 안정되게 자리 잡는 모습이라도 확인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시기의 문제로 그러지 못한다는 점도 불안을 가중시켰다.
“모노크롬이랑 동료분들이 잘해줄 거라고 믿어야죠. 아니, 믿고 있어요.”
“이사님은 빼고요? 어디 멀리 가시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그게…….”
경황이 없기도 했고 이걸 잘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아직 라솔에겐 얘기하지 않았는데.
아무 말 없이 사라지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지.
“잠깐 여행 같은 걸 가려고요.”
“정말요? 어디로, 얼마나요?”
“으음. 잘은 모르겠어요. 좀 길게, 발길이 닿는 대로 여기저기?”
이 세상에 신주인이 남아 있으면 언젠가 라솔과 만날지도 모른다.
라솔과 신주인이 마주칠지도 모르는 상태를 고려하려니 애매한 대답밖에 나오지 않았다.
“자아를 찾는 여행 같은 거요. 다녀오면 좀 다른 사람처럼 변해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 세상에 남을 신주인은 라솔과 친분을 쌓은 신주인이 아니다.
그러나 다시 만나면 신주인이 그녀를 잘 모르리라는 것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차라리 사이비 종교에 빠질 예정이라고 하는 게 더 신빙성 있겠어.’
사람이 확 바뀐 이유를 설명하는 데 그만한 변명이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곧 사이비 종교에 빠질 거예요’라고 하면 수상하게 여기고 어디로 못 가게 날 막을지도 모른다.
내가 자세한 상황을 말하기 곤란해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라솔은 더 묻지 않고 눈웃음을 보였다.
“얼마나 바뀌시려고요? 지금 이사님 모습도 좋은데.”
“……감사해요.”
역시 이런 상냥한 사람과 헤어지려니 많이 아쉽기는 해.
하지만 이 세상 사람들에겐 생각보다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 없는 게 아닐까.
“거창하게 얘기하긴 했지만 어차피 근본은 같은 사람이니까 크게 차이가 없을 수도 있고요. 신주인은 신주인이니까.”
나는 점점 ‘신주인화’하는 대표를 떠올렸다.
역시 대표가 이 세계에 신주인으로 남아서, 내가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 다시 친분을 쌓았으면 좋겠어.
그렇게만 된다면 내가 크게 아쉬워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야말로 신주인은 신주인이니까.’
그 생각이 내게는 확신을 가져다주었다.
***
“두목님, 이거 가지실래요?”
“뭔데?”
“저희 굿즈 담요.”
“……아니. 그거 이사실에도 있어. 너희가 가져가지, 왜?”
“보시다시피 짐이 너무 많아서.”
한이가 연습실 한구석, 상자가 모인 곳을 엄지로 가리켰다.
멤버들은 현재 회사에 있는 개인 물품들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박스에 담긴 물건 중 반 정도는 회사에 남겨두고 쓴 모노크롬 굿즈였다.
굿즈라면 나도 가지고 있고, 나 또한 이사실을 정리해야 했기에 짐을 더 늘릴 수가 없었다.
소중한 굿즈를 아무렇게나 처리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차에 정리를 돕던 윤희가 나섰다.
“이제 겨울이니까 사무실에 쓸 사람 있을 것 같은데.”
“누나, 그럼 이것도.”
멤버들이 건넨 미사용 텀블러나 담요들은 윤희가 회사 욕을 함께 나누는 동료들에게 나눠주겠다며 가져갔다.
‘모노크롬의 안방 같은 곳이었는데 정리하려니 되게 허전하네.’
익숙한 공간에서 자신의 흔적을 지워나가는 건 참 슬픈 일이지.
재민은 화이트보드 옆에 앉아 자신이 붙인 야광별을 긁어서 떼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행동이 매우 굼떠서, ‘깨작깨작’ 혹은 ‘깔짝깔짝’ 같은 의성어를 몸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정도는 그냥 놔둬. 나중에 쓸 사람이 별을 마음에 들어 할 수도 있잖아.”
“그럴까요?”
내 말을 듣고 재민은 떼려던 별을 다시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붙였다.
이렇게나마 흔적을 남기는 게 좋았는지 떼려 할 때보다는 표정이 훨씬 좋았다.
“와, 이거 뭐야? 엄청 옛날 포스터 같은데.”
테이블 아래, 창고처럼 물건이 쌓인 공간을 치우던 준해가 길쭉한 물건을 몇 개 발굴해냈다.
포스터를 포장할 때 쓰는 지관통이었다.
준해가 뚜껑을 빼내려고 하자 우형이 서둘러 그를 만류했다.
“그 봉인을 열지 마!”
“왜? 언제 포스터인지 궁금하잖아.”
“준해 너는 어릴 때랑 차이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난 가끔 과거 사진 보면 깜짝깜짝 놀라…….”
우형은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채로 과거 사진을 마주할 자신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준해는 개의치 않고 봉인을 해제했다.
그 안에서 나온 포스터는 알록달록한…….
“이거…… <생각이 안 나> 때 아니야?”
“맞네요.”
아티스트팀 사무실에도 앨범만 정리되어 있지, 이런 특전까지 종류별로 보관되어 있지는 않던데.
거기에 악동의 시초가 된 <생각이 안 나> 당시 포스터라니.
준해가 발굴해낸 레어템을 보고 분주하게 움직이던 멤버들도 금방 모여들었다.
원래 이삿짐을 정리할 땐 구석에 있던 사진 앨범을 발견해 펼쳤다가 추억에 빠져드는 게 정해진 패턴이지.
“이것 봐. 준해는 지금이랑 똑같다니까.”
“에이. 이땐 고등학생이었고 지금은 대학도 졸업했는데.”
세월이 느껴지는 말이었으나 정말로 준해의 얼굴은 지금이나 이때나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였다.
“해랑이는 확실히 귀여운 느낌이 남아 있다.”
“제가요? 지금이랑 똑같은 것 같은데요.”
“음, 아냐. 얼굴이 확실히 동글하다고 해야 하나.”
지금은 캐주얼한 스타일로 사진을 찍어도 어딘가 우수에 찬 느낌이란 말이지.
하범이 해랑을 만날 때마다 옛날에는 귀여웠다느니 하는 소리를 자주 했는데 이렇게 비교해보니 그 말이 정말이었다.
한이도 내 말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이때 확신의 미남상은 저였어요.”
그래서 자꾸 비주얼로 해랑이한테 경쟁심을 보였나.
‘그런데 누구 한 명이 특히 귀엽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귀여운데.’
재민도 조금 더 동글하긴 했지만 제이제이 막내 라인은 지금과 크게 다를 것 없었다.
한이를 포함한 형 라인도 확실히 어린 티가 났다. 대학 새내기 같은 느낌…… 아니, 실제로도 이때 나이가 그쯤이지.
“우형이 형이 이때 몇 살이었지? 지금 나보다 어리지 않았나.”
“와……. 믿을 수가 없다.”
준해가 찾아낸 포스터들은 대개 1, 2년 차의 앨범 특전들이었다.
‘3년 차부터는 활동이 뜸했고 디지털 싱글이 많았으니…….’
그래서 연습실 테이블 아래에 포스터를 모아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모두의 머릿속에서 지워진 모양이었다.
멤버들의 추억이 담긴 이 포스터들은 컬러즈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이유로 집에 가져갈 짐 상자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