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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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클하우스 고정코너 뭐냐ㅋㅋㅋ
게스트한테 매번 밥해달라고 하더니 이제 직접 밥을 하기로 결정한 거임?
└원래부터 밥을 직접 해먹긴 했음.. 근데 더클랜 리더의 손이 탐난듯
└케돌중에 당근꽃 만드는 녀석은 흔치 않지
└영상으로 보면 맛있든 맛없든 다 똑같이 생겨서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별 감흥이 없는데 걔가 만든 건 생긴것부터 때깔이 다르긴 하더라
└어머님이 호텔 쉐프라고함ㅋㅋㅋㅋ
└이건 금수저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하나 밥수저?
└수저의 용도가 원래 밥수저이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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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름 컴퍼니의 실장은 사회생활이 체질인지 내 앞에선 그냥 넉살 좋은 소속사 직원일 뿐이었다.
그러나 남 앞에서 감춰지지 않는 모습도 있었다.
“하하. 저희 애들이 쓸데없는 재능만 있는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쓸모가 생기네요.”
“쓸모……야 발굴하면 되는 거죠. 쓸모없는 재능이 어디 있겠어요.”
“그것도 맞는 말씀이십니다.”
아이돌이 요리를 못해도 활동하는 데에는 하등 상관이 없기는 하다만, 실력이 있으면 써먹어야지.
실장도 맞는 말이라고 대답은 했지만 마음에 없는 소리라는 것이 느껴졌다.
막 대해도 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이들은 많이 봐와서 별로 기분은 좋지 않았다.
‘어쨌든 원하는 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으니 그거나 생각하자.’
얼마 후 우리는 공식 SNS에 슬쩍 예고를 올렸다.
[즐거운 몬클하우스 생활을 위한 특별 강습. 처음 찾아온 선생님은 누구? COMING SOON!]
함께 올린 사진은 비밀 회동 날 모노크롬의 요청대로 밥을 해주고 간 동영, 그리고 그의 요리를 보조하던 우형의 뒷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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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구석에 누가 재료 집어먹고 있는데요ㅋㅋㅋㅋㅋㅋ
└손 보니까 한이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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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만 있는 사진인 줄 알고 올렸는데 손만 특별 출연한 멤버가 있는 건 둘째 치고.
더클랜을 위해 만든 코너가 아니고 반응이 좋으면 다른 시리즈도 이어질 것처럼 보이는 것이 포인트였다.
더클랜 때문에 기획하긴 했지만 모노크롬 컨텐츠의 중심은 모노크롬이어야 한다. 남을 더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 서로 좋지 않다.
그리고 후속 코너의 여지는 남겨둬서 나쁠 건 없으니까. 나중에 몬클하우스를 정리하더라도 누군가 원하면 포맷을 이어갈 수도 있고.
‘감사하게도 모노크롬한테 큰 관심을 보이는 유아이TV라든가, 유아이TV 같은…….’
내 사심은 마음속에 넣어두고.
첫 타자가 요리 선생님인 것도 반응이 괜찮았다.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하잖아. 밥을 안 먹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고, 사람들은 보통 음식에 관심이 많다.
컬러즈가 모노크롬의 홈카페 레시피를 열심히 따라 하는 것을 봐왔기에 떠올릴 수 있었던 기획이었다.
‘아이돌이 기존에 나온 레시피를 보고 따라 한 적은 많겠지만, 아이돌이 레시피를 직접 알려주는 경우는 많지 않을 거 아냐?’
유명인이 알려주는 레시피는 그 사람의 이름이 붙어서 퍼져나가니까 더클랜의 이름을 알리기에도 효과적이었다.
이렇게 많은 것을 고려하여 완성된 첫 정기 코너는 더클랜 리더인 동영만 고정으로 두고, 모노크롬과 더클랜 멤버들은 일부가 번갈아 가며 출연하기로 했다.
느긋하게 힐링을 즐기는 기존 몬클하우스 컨텐츠와 다르게, 두 그룹 멤버 전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시청자도 요리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터였다.
‘없던 일정이 늘어난 거니까 적당히 노동력을 분담하는 게 낫기도 하고.’
원래 우리가 준비하던 모노크롬의 미니 앨범에 더클랜의 곡까지 준비하려면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해랑과 준해가 모노크롬 대표로 출석했다.
동영을 포함한 더클랜 멤버들은 도착하자마자 쪼르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어, 그, 그래.”
더클랜이 <쉰셋돌> 섭외 당시 2년 차였으니 지금은 3년 차.
그래도 아직 신인 티가 남아 있었고, 선배들 앞이어서 그런지 이들은 90도 인사를 했다.
‘뉴마에서도 두목님 흉내를 내긴 했지만…….’
더클랜의 인사는 박력이 달랐다.
강렬한 인상은 무대 위에서만 보여줘도 충분했기에 최대한 순한 메이크업을 부탁했는데도 피어싱과 눈썹 스크래치가 시선을 강탈했다.
냉미남 해랑도 이들 옆에선 상대적으로 말랑말랑해 보일 정도였다.
이담이 활동에 대한 반응 대신 무섭다는 말만 들어서 고민을 품은 게 이해가 되었다.
그래도 다들 대학에 다닐 나이라 어린 티가 나긴 했지만.
“그러고 보니 이담이는 어쩌기로 했어? 숙소로 돌아갔어?”
“네. 실장님도 일단 나중에 얘기하자고 하셔서요.”
동영이 오늘 나오지 않은 이담 대신 그의 상황을 전해주었다.
혼이라도 낼 줄 알았는데 이담이 모노크롬과의 콜라보를 물어온 덕분에 일단은 보류 상태인 듯했다.
이 콜라보가 잘되면 숙소 가출 건도 좋게좋게 넘어가려는 거겠지.
더클랜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하느냐에도 달린 것 같아서 어쩐지 책임감이 느껴졌다.
촬영을 기다리고 있는데 동영이 주머니에서 아대를 꺼내 착용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건 요리할 때 편하려고 끼는 거야?”
“아, 저 손목에 타투가 있는데 <아이돌부 방학캠프> 나갔을 때 가리는 게 낫다고 하셔서…….”
나는 또 전문가의 비법 같은 건가 했지.
우리는 타투가 있는 멤버가 없어서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웹 컨텐츠라 공중파와 같은 수준의 규정을 지킬 필요는 없지만 촬영을 앞두고 나름대로 많이 준비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성실한 모습을 보면 역시 응원할 수밖에 없지.
그렇게 시작된 본 촬영.
“어머니한테 물어보니까 특별한 날에 만들 거라면 제철 음식이 가장 좋다고 하셔서요.”
동영을 제외한 출연진은 오늘의 메뉴를 모르고 있었다.
제철 음식이라는 말에 다들 떠오르는 가을 식재료를 하나씩 내뱉었다.
“가을 제철 음식 뭐 있지?”
“사과.”
“그건 디저트잖아요.”
준해가 해랑의 대답을 듣고 ‘그건 아니지.’ 하는 반응을 보였다.
식단 관리하면서 운동하는 사람은…… 식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탄단지를 챙기려면 단독으로 먹지는 않겠지만.
옥수수나 무 같은 평범한 가을철 식재료도 언급되었으나 동영은 “아뇨. 다른 거요.”라며 전부 오답 처리를 했다.
단풍나무에 코스모스라는 기상천외한 대답까지 나올 때쯤, 동영이 예상을 뛰어넘는 오늘의 메인 식재료를 발표했다.
“가을은 꽃게 철이에요.”
“우와, 맛있겠…… 아니, 꽃게로 직접 요리한다고요?”
“네. 그리고 ‘꽃게’ 하면 공식 밥도둑 메뉴가 떠오르잖아요.”
밥도둑이라고 하면 특정되는 요리는 하나였다.
우형의 요리 실력을 자주 놀리던 준해는 자신의 요리 실력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기소침해졌다.
“저희 다 그 정도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요…….”
“가게에서 파는 것처럼 어렵게 만들려면 재료도 엄청 들어가고 복잡한데, 집에서 쉽게 만드는 방법도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동영이 테이블 아래에서 꽃게가 담긴 상자를 꺼냈다.
자취생도 만들 수 있는 간단 요리를 상상했던 출연진들은 생각보다 본격적인 메뉴 선정에 술렁거렸다.
준해가 가만히 닫혀 있는 상자를 바라보다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이거 손질된 거죠?”
“어어…….”
“손질……된 거죠?”
동영의 대답을 대신하듯이 상자 안에서 ‘툭’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영을 제외한 출연진들은 일제히 움직임이 멈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노크롬 내에서도 담력이 센 편인 해랑이 날것의 해산물에는 약하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서, 선배님! 이거 탈출하는, 으아악!”
게를 씻으려던 더클랜 멤버가 해랑을 불렀으나 그에게서 돌아오는 건 매력 11짜리 미소뿐이었다.
차분하고 듬직해 보이는 해랑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 듯했는데 해랑은 생각보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
“찬물에 넣으니까 안 움직이는 것 같은데.”
“으, 정말요? ……아, 아니잖아요!”
해랑은 손을 대기를 거부하며 물러서서 바라보기만 했다.
‘회사를 상대할 땐 의지 되지만, 꽃게를 상대할 땐 의지가 안 되는 선배라니.’
준해는 이미 후배의 등 뒤에 숨어 있었다. 더클랜 멤버는 선배한테 ‘당신이 해라.’라고 지시할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앞에 서 있고.
초장부터 최종 보스를 마주하고 바싹 얼어버린 이들은 무서워 보이는 인상과 달리 매우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건 의외의 소득이 아닐까.
재료 손질이 익숙한 동영은 출연진들이 이렇게 겁을 먹을 줄 예상하지 못했는지 이들을 진정시키며 본인이 나섰다.
“빠르게 기절시키려면 칼로 이렇게.”
“끄악!”
방금까지 게가 무서워서 소리를 지르던 이들은 반대로 게가 당할 땐 게에 이입해서 소리를 질렀다.
촬영 전에 ‘된소리 감탄사 금지, 특히 쌍시옷’이라는 규칙을 단단히 일러뒀더니 감탄사 대신 소리라도 마음껏 지르려는 모양이었다.
‘몬클하우스의 장점이 이런 데서 발휘되다니.’
몬클하우스의 장점. 소리를 질러도 이웃에게 피해가 안 간다.
칼을 휘두르는 사람이 있고 비명이 울려 퍼지는 현장. 남들이 보면 오해할 여지가 있었다.
좀비 서바이벌에 이은 킬링 컨텐츠가 될 뻔한 요리 강습 컨텐츠는 꽃게를 냉동실에 넣고 나서야 정상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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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장 만들기도 의외로 간단하다던 동영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살아있는 꽃게와의 전투가 험난했을 뿐, 냉동실에서 기절한 꽃게의 손질이 끝나니 정말로 간단한 과정만 남아 있었다.
메뉴 하나만 만들기엔 시간이 많이 남는 관계로, 오늘의 메인 메뉴로는 게장 외에도 꽃게탕이 준비되어 있었다.
요리가 끝난 후 꽃게탕의 맛을 음미하던 준해가 오늘 수업의 감상을 내뱉었다.
“난…… 맛있는 음식은 그냥 사 먹을래. 전국의 요리사분들 감사합니다.”
요리 배우기가 목적이었는데, 요리 지식 대신 전문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자는 교훈과 겸손만 얻은 모양이었다.
“저는 이제 게랑 싸울 수 있을 것 같아요.”
해랑 대신 꽃게와 사투를 벌이던 더클랜 멤버는 전투력이 올라 버렸고.
“다음엔 좀 더 쉬운 걸 준비해야 할까 봐요.”
“아냐. 난 재밌었어.”
가장 도움이 안 되던 해랑은 동영의 말을 듣고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자기는 다음에 안 나오면 되니까, 다른 멤버들에게도 이 즐거움을 맛보여주고 싶은 듯했다.
오늘 만든 게장은 양이 많아서 반은 모노크롬이, 반은 더클랜이 나눠 가져가기로 했다.
그러나 준해는 게장이 담긴 통을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난 얘네의 살아있는 모습을 봤잖아……. 이사님 드실래요?”
“……아니. 나도 살아있는 모습을 봤잖아.”
맛있고 귀한 음식이긴 하지만, 출연진들이 비명을 지르던 모습이 같이 떠올라서 음식보다는 전리품처럼 느껴졌다.
오늘은 기력이 다 빠져나가서 입맛이 안 돌더라도, 게장이 숙성되는 동안 치열했던 전투의 기억도 희석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나는 멤버들과 같이 먹으라고 해랑과 준해의 손에 전리품을 들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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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윙클, 트윙클 스타아-.”
“중독 증세 정말 오래간다.”
아이리스의 숙소. 거실에 앉아 있던 블루가 이제 일상이라는 듯이 옐로의 흥얼거림을 무시했다.
옐로는 한 곡에 꽂히면 같은 구간을 계속 반복하는 습관이 있었다. 아이리스 멤버들을 그런 상태의 옐로를 앵무새라고 불렀다.
거실 테이블에서 교양 수업 과제를 하던 퍼플이 노트북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가볍게 입을 열었다.
“우리 타이틀곡 나올 때까지 계속 저 상태일 것 같은데?”
“그럼 몇 주는 더 저러는 거 아니야?”
“아니면 수록곡 녹음을 들어가거나. 언니 수록곡 작업하는 걸 빨리 완성시켜 봐. 가이드 버전이라도.”
“노력 중인데…… 작업하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트윙클 스타 멜로디가 나올 것 같아.”
옐로가 계속 트윙클 스타를 흥얼거리는 것은 큰 문제가 안 되었다.
트윙클 챌린지에 참여하지도 않은 블루가 옐로에게 흥얼거림이 옮는 것이 문제였다.
남들에게는 말 못 할 블루의 표절 걱정에 퍼플은 웃음이 터졌다.
그런 단란한 대화가 오가는 와중, 레드가 본인의 방에서 나와 이들 옆에 앉았다.
“있잖아. 대표님 2년 동안 해외 순방 하신댔지?”
“그랬을걸. 갑자기 그건 왜?”
레드는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고 한 번 더 곰곰이 생각하더니, 마음속에만 있던 의심을 밖으로 꺼내놓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에 계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