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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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이터널 퇴근길 기다리는데 모노크롬 봤대
공연장에 같이 있었나 봄
└오ㅋㅋ 상상카페 인연인가?
└이라솔 목격담도 있었음
└갑자기 라솔느님?
└이라솔 회사에 그 사람 있지 않나? 몬클 리더랑 같이 작곡하는
└헐 어쩌면 신곡 작곡한 게 그분들일 수도?
└그럼 너무 은인인데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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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의 음원은 특별 라이브에서 깜짝 선물로 처음 공개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 전에는 곡의 정보가 일절 뜨지 않았다.
곡이 온라인 음원으로 공개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신곡의 작곡가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특별 라이브에선 모노크롬에 관한 이야기는 안 하기로 미리 얘기해 뒀으니.’
어차피 나중에 곡 정보가 뜨면 알게 될 텐데, 7년 만에 만나는 소중한 시간을 1분이라도 잡아먹기는 원치 않았으니까.
거기에 자세한 비하인드는 <상상 카페>에서 이터널과 모노크롬을 전부 모아놓고 풀길 바라는 임주미 PD의 요청도 있었고.
그런데 라솔과 모노크롬이 공연장에 있었다는 목격담이 나오면서, 신곡의 작곡가가 우형과 성운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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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추측이 그럴싸한 게 신셋 작곡팀이 최근에 아이돌들 데리고 작곡 앨범 냄
그거 작업하면서 포에버도 같이 준비한 거 아닐까?
└마자 거기 예전부터 다른 가수들이랑 자주 작업함ㅇㅇ
└근데 작곡앨범은 자기들 이름 달고 내던데 포에버엔 아무 말 없어서 다른 사람 같기도
└일부러 주목 안 받으려고 숨기고 있는 거면?
└ㅋㅋㅋㅋ 작곡가가 이름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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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을 안 받으려고 나서지 않은 건데 오히려 사람들이 정체를 추리하느라 주목하고 있잖아.’
기존에 이터널과 자주 협업했던 작곡가도 몇 번 언급되었지만, 사람들은 우형과 성운을 가장 가능성 있는 후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터널 라이브의 뒤풀이까지 끝난 후, 의준은 본인의 SNS에 글을 올렸다.
감사한 사람들을 나열한 그 글에는 모노크롬의 이름도 있었다.
[7년이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 시간이다. 7년 전에 데뷔한 모노크롬이 7년 전에 흩어진 우리가 다시 모이도록 도와줬다는 게 감회가 새롭다.]
박도박이 감성글을 올리기를 좋아한다면 의준은 SNS를 일기처럼 쓰는 스타일이었다.
그의 글은 간결했지만, 이터널이 모이는 데에 모노크롬이 많은 도움을 줬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하나하나 언급해주는 마음이 고마워서 흐뭇해지려는데, 맨 뒤에는 이런 추신이 붙었다.
[쉰셋돌 안무 연습 장면은 현실보다 순화됐더라.]
다소 느닷없는 <쉰셋돌> 얘기에 에버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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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안무 연습 어쨌길래 쉰셋돌 얘기가 나와??ㅋㅋㅋㅋㅋㅋㅋ
요즘 연습은 예전이랑 시스템이 다르단 소리인가?
└모노크롬이 안무 연습 도와줬다는 얘기 같은데
└몬클이 신셋 트레이너잖아(=트윙클챌린지 창시자) 좀 빡셌나봄ㅋㅋㅋㅋ
└아
└아222
└아니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런 ps를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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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이후에 온라인 음원이 공개되며 작곡가 또한 확실하게 밝혀졌다.
에버들은 고마워했고 사람들은 ‘역시나’ 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일에 아이돌 그룹이 붙어서 도움을 주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데, 모노크롬이라면 그럴 법하다는 것이 주된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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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은 되게 특이한 노선 타는듯
제작쪽?으로ㅋㅋ 요즘 아이돌 자체제작은 많은데 한창 활동하면서 남 제작해주고 다니는 건 또 처음 보네
└예전에 몬클 자가복제곡만 주구장창 받아서 낸 적 있었는데 그것땜에 한 맺혔나 싶기도 하고;;
└아 ㅁㅊ 곡 없는 서러움 겪어봐서 아는 거냐고ㅠ
└진짜 그런 것 같은 게 친한 가수들 아니면 곡 줄만한 사람한테 주더라
└그래서 그날그대 오스트 부른 가수중에 몬클 광팬 있잖아ㅋㅋ 인터뷰 보면 거의 예수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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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댓글은…… 서정수 씨 얘기인가.’
다른 곳에서 모노크롬이 언급되면 컬러즈가 자신들이 모인 공간으로 가져오기 때문에 나도 그의 인터뷰를 몇 개 본 적이 있었다.
서정수는 소속을 옮긴 후 OST 부문에서 자주 보이는 가수가 되었다.
그가 부른 OST 중에는 꽤 유명해진 곡도 있었던지라 전보다 그의 이름이 많이 알려진 듯했다.
‘이름만 들으면 긴가민가해도 ‘이 노래 부른 가수’라고 하면 ‘아!’ 소리가 나오는 느낌?’
그런 그가 얼마 전까지는 가수가 아니라 보컬 트레이너로 전향하려 했다는 점이 인터뷰어들의 구미를 돋웠는지 매체 인터뷰에서는 그 점이 많이 언급되었다.
이 과정에서 서정수의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모노크롬의 이름이 나왔다.
그는 모노크롬을 매우, 아주, 정말 많이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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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른 매체 인터뷰에서, 가수 생활의 아버지가 셋이 있다는 말을 하신 적이 있는데 이건 무슨 말인가요?
A. 제게 먼저 노래를 준 사람이 셋이었거든요. 이전 소속사 사장님인 용만 선배, 모노크롬, 그리고 유성운 씨요.
Q. 그렇게 치면 셋이 아니라 총 일곱 명이 아닌가요?
A. 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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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를 보고 컬러즈가 많이 웃었지.
모노크롬은 하나기 때문에 하나로 치는 게 올바르다면서 그의 계산식을 옹호하기도 했다.
연예계에는 공식 컬러즈로 불리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는데 이런 인터뷰들 덕분에 최근에는 서정수도 컬러즈의 동료 목록에 추가되었다.
준해로 입덕한 시연에, 도한을 비롯하여 모노크롬에게 대놓고 호의적인 아이돌도 있고.
모노크롬의 팬층은 아무래도 젊은 여성이 많지만, 연예계에서만큼은 나이와 성별이 다양했다.
‘실은 서정수 씨도 가수가 정말 하고 싶었던 거겠지.’
상황이 안 따라줘서 진로를 바꾸려는데 모노크롬과 함께한 것을 계기로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 이후론 물 만난 물고기였다. 가수 활동을 이어가면서 곳곳에서 이렇게 모노크롬도 언급하고. 그가 여기저기 많이 불릴수록 모노크롬의 이름도 같이 퍼져나갔다.
다양한 과정을 거쳐 모노크롬의 프로듀서의 면모가 부각되면서 이런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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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은 자기들 앨범은 안 내?
다른 가수들만 너무 도와주는 거 아닌가 자기들 일만 해도 바쁠 텐데
└본인들 일 다 하고 다른 일까지 하는거..
└작년에 4컴백 올해도 벌써 2컴백에 콘서트함
└아 ㅇㅋ 열일하네 몰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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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의 열일 유전자는 아무도 부정하지 못했다.
‘전부 회사가 시킨 것도 아니고 멤버들이 먼저 일을 가져오기도 하니까…….’
그런데도 멤버들은 바쁘다고 느끼지 않는 듯했다.
“흐아암. 싱가포르 다녀온 이후로 쭉 쉬었는데 왜 이렇게 쉰 것 같지가 않지.”
“형 계속 선배님들한테 참견하고 다녔잖아.”
“아, 맞다. 그랬구나.”
……계속 회사에 나와놓고 ‘쭉 쉬었다’라고 표현하는 걸 보면 말이지.
한이가 하품하며 말하자 준해가 멀뚱멀뚱하게 그를 바라보며 피곤함의 원인을 알려주었다.
멤버들에게 이터널 라이브를 도운 것은 ‘개인적인 참견’이었고 일을 했다는 자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이런 노동 망각 증세가 가장 심한 것은 제일 바빴던 우형이었다.
“저희 활동이 좋은 반응을 얻을 때도 기쁜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정말 정말 뿌듯한 것 같아요. 제가 확실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우형은 피곤해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분이 들뜬 듯 보였다.
‘정말 뿌듯하다’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인지 ‘정말’을 두 번이나 붙여 말했다.
이게 바로 러너스하이 상태가 아닐까……?
‘아니, 우형이는 원래 이랬지.’
곡을 받은 가수가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우형은 항상 이런 표정이었다.
예전에 엔피버에게 곡을 준 이후에는 이런 상태였다가 작곡 레벨이 오르기도 했다.
우형의 작곡 레벨이 8로 오른 후에도 많은 곡이 공개되었다.
신셋 활동 직후에 <체크메이트>가 5관왕을 달성했을 땐 레벨이 한 번 더 올랐지.
우형이 꾸준히 작업하는 만큼 그의 작곡 경험치도 꾸준히 올라서 레벨 업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다음은 레벨 10.
두 자릿수라는 거대한 벽이 있기에 ‘가능할까?’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 모습을 보면 정말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런데 제가 너무 프로듀싱 쪽에만 집중하나요……? 저도 본업이 있는데…….”
그를 바라보며 작곡 레벨을 떠올리던 내 시선을 우려로 오해했는지 우형의 어깨 각도가 내려갔다.
아까까지 자신감을 내뿜더니 왜 갑자기 현실로 돌아오는 거야.
역시 우형은 우형이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이돌 여우형도 프로듀서 여우형의 프로듀싱을 받는 대상인 거지. 꼭 한쪽만 골라야 하는 게 아니라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그런가요.”
“응. 네가 아이돌 일을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고. 할 일은 다 하고 있잖아?”
우형은 내 말에 안심했는지 다시 얼굴이 환해졌다.
“사실 요즘, 작곡가로서도 안정되게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어요.”
“갑자기?”
굳이 이렇게 말한다는 건, 다른 뚜렷한 계기가 있는 듯했다.
“나중에 곡을 주기로 약속한 사람이 있어서요.”
“누군데?”
“어어…….”
“비밀이야?”
“으음. 네. 일단은요. 나중에 정식으로 의뢰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해서.”
누구지? 상당히 마음에 드는 가수를 물어온 모양인데.
궁금하지만 비밀이라고 하니 캐물을 수는 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우형이 예약까지 해놓을 만큼 실력 있는 작곡가가 되었다는 사실이겠지.
“힘이 닿는 대로 열심히 해 봐. 또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레벨이 올라서 실력으로는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는 우형이 되길 바랐다.
내가 레벨 업이라는 사심이 섞인 기대를 보이자 우형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
이터널 완전체의 <상상 카페> 출연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지금 촬영해야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있을 때 방송할 수 있다면서 임주미 PD가 곧바로 촬영일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후배들은 요즘 바쁜 것 같더니 오히려 더 쌩쌩해져서 왔네요.”
<가요차트> 싱가포르 특집 때문에 촬영 일정을 조정한 적이 있었기에 배명희도 모노크롬의 스케줄을 대략 알고 있었다.
그녀는 주방에서 기이한 음료를 만들고 있는 이터널과 모노크롬을 두고 뒤로 빠진 상태였다.
젊은 남성 아홉 명이 와글와글하니 본 촬영이 시작하기도 전에 기가 빨린다면서, 카페 사장님 역할에 충실하게 쉬어야겠다고 한다.
나도 배명희가 권해서 그녀가 내려준 커피를 앞에 두고 옆에 앉았다.
“어느 직업이든 그렇지만, 아이돌은 특히 불안정한 직업이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이터널이 좋은 쪽의 선례가 된 것 같아요. 멤버들도 그걸 느껴서 더 힘이 생겼나 봐요.”
이터널은 해체했지만 이번 일은 확실히 긍정적인 선례였다.
본인들의 의지로 그들이 바라는 행복한 마무리를 지었으니까.
의준은 라이브에서 “이터널은 졸업했지만 언제든 동창회처럼 다시 만나서 추억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꼭 영원한 이별로 끝나지는 않아도 된다. 이 사실은 다른 아이돌 팬이나 동종 업계 사람들에겐 안심이 되는 일이었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팀도 있는 것 같고.’
그린과 함께 <타임스테이지>에 출연한 1.5세대 걸그룹 멤버 채나도 이터널 라이브를 보고 멤버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우리도 기회가 되면 저렇게 모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그 말을 전해주는 그린이 목소리가 대단했지…….’
걸그룹 팬으로서 설레는 감정을 참을 수 없는 듯했다.
채나의 그룹인 판도라는 솔로 가수로 활동하는 멤버들이 있어서 다시 모이기엔 더 수월한 상황이라나.
이처럼 ‘저기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 할 이유가 있나?’라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아주 좋은 현상이었다.
조금은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렇게 재밌을까.”
앉아서 주방 안쪽을 구경하던 배명희의 목소리에 나도 고개를 들었다.
조금 전까지 주방 안에선 정이혁이 이터널 멤버들에게 차분차를 영업하고 있었다.
여기에 ‘긴장에는 진정 효과가 아니라 각성 효과가 잘 먹힌다’라는 준해의 새로운 이론이 등장했고, 에스프레소가 세 잔이나 들어간 강력한 비타민 카페인 음료가 탄생했다.
현재 이터널과 모노크롬은 ‘차분차’와 ‘각성차’ 중 어느 게 나은지 투표 중이었다.
배명희는 아이돌 선후배 간의 정다운 모습을 바라보다가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가수 후배들한테는 좋은 선배가 비교적 부족한 것 같아요.”
무슨 의미인지 몰라 다시 그녀를 바라봤으나 배명희는 옅게 미소 짓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