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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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터널이 진짜 멤버가 도박하는 걸 몰랐을까?
7년에 연습생 기간까지 포함하면 거의 10년을 같이 지냈을텐데
└박도박이 도박한 게 숙소 나간 후인데 어케 알아 ㅂX아
└와 ㅁㅊ 예전에 멤버들은 뭐 했냐고 난리치는 애들 있었는데.. 이 글 보니까 기억난다ㅋㅋㅋㅋㅋ
└으악 냉동인간이다
└나 진짜 7년 전으로 돌아온 것 같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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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활동 중인 의준이 배우 매니지먼트를 겸하는 뉴마의 임원과 접촉한다는 것이 남들에겐 다른 뜻으로 비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와 우형은 따로 약속 장소를 잡아 의준과 만났다.
“이혁이가 한 번 거절했는데, 이렇게 다시 연락드리자니 참 죄송스럽지만…….”
“아뇨! 제가 먼저 제안 드렸던 건데요.”
우형은 작곡과 관련된 일에는 참 적극적이었다.
의준이 꺼내는 서두에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보니 기대가 큰 모양이었다.
의준은 목이 탄다는 듯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본론을 꺼냈다.
“멤버들을 제가 다시 한번 설득해보고 싶어서요.”
“이혁 씨는 인사만 하고 끝나는 것으로 이미 마음이 정해져 있었다고 하시던데……,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고 보시는 거겠죠?”
내 말에 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그냥 두면 좋은 추억으로도 못 남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역시 그…….”
“네. 멤버였던 애가 지금 나타나는 건 역시 아닌 것 같아서요.”
의준은 정이혁을 포함한 이터널의 멤버를 ‘멤버들’이라고 칭하면서 박도박은 ‘멤버였던 애’라고 과거형으로 표현하며 선을 그었다.
“7년이나 지나서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제가 리더였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책임을 지고 정리하고 싶어요.”
“잘못한 사람이 따로 있는데 의준 씨가 책임을 느끼실 필요가 있나요……?”
그는 바쁜 우리를 자신이 멋대로 불러왔다고 생각하는지, 우리를 이해시키기 위해 자세히 설명했다.
“당시에는 걔가 정말 가정 형편이 나빠져서 안 좋은 길에 손을 댔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우리라도 말 얹지 말고 조용히 있자고 했거든요. 저희 한 마디 한 마디가 일을 크게 만들 수 있으니까.”
정답이 없는 일이지만 나는 당시 그가 내린 결정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두의 이목이 쏠렸을 때 조금이라도 말을 잘못 꺼냈다가는 괜한 구설수까지 만들 수 있다.
게다가 박도박은 멤버들에게까지 가정 형편이 안 좋아졌다고 거짓말을 했던 모양이다.
‘사람들이 괜히 오래된 친구나 가족한테 사기를 당하겠어.’
정이란 게 한순간에 끊어지는 게 아닌데.
한때는 가족보다 더 많은 일상을 공유하던 사이였으니까 팔이 안으로 굽었던 것도 이해가 간다.
“그땐 동료고 친구였으니까 믿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까 그게 아니었더라고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실히 태도를 정하고 싶어요.”
박도박은 시간이 지났으니 추억 보정으로 자신도 묻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죄를 은근슬쩍 묻으려다가 같은 자리에 묻혀 있던 분노를 발굴해 버렸다.
‘분노는 아주 좋은 땔감이지.’
과거엔 정이나마 남아 있었을 텐데, 지금은 물리적 거리가 멀어진 지 오래되어서 동료깍지마저 떨어진 상태였다.
“괘씸해서 이런 마음을 먹은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아니요. 팬분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 이상할 것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아도 에버들이 커뮤니티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보고 온 참이었다.
에버들도 도박 사건 이전의 박도박을 좋아했던 점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에게 지금의 박도박은 남이었다.
‘다른 멤버들이면 몰라도 박도박만큼은 과거의 인물로 남아 있는 게 서로에게 좋을 거야.’
이터널의 현재 심정은 이쯤 설명을 들으면 충분했다. 의준은 다시 본론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저번에 해 주신 제안이 아직 유효하다면 부탁드리고 싶은데요…….”
“저는 선배님들만 괜찮으시다면 당연히 좋은데요……!”
우형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이야기가 잘 풀리자 의준은 한결 긴장이 풀린 얼굴로 미소 지었다.
“이혁이가 촬영 마치고 나서 요즘 아이돌 후배들은 참 다정하다고 칭찬하던데 저도 알 것 같네요.”
“요, 요즘 아이돌…….”
우형이 ‘요즘 아이돌’이라는 표현에 잠시 시선을 흩트렸다.
<상상 카페> 촬영을 마친 정이혁의 머릿속에 모노크롬은 ‘요즘 아이돌’의 대표로 각인되었던 모양이다.
나는 우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아서 슬쩍 웃음이 나왔다.
“너도 예전에 후배들 보고 ‘요즘 애들’이라고 했던 거 기억해?”
그게 작년 봄이었던 것 같은데. 당시 모노크롬은 6년 차였는데도 우형은 후배들을 보며 세대 차이를 느꼈다.
그런데 앞에 있는 의준의 그룹, 이터널은 중간에 해체하기는 했어도 데뷔부터 따지자면 14년 차.
우형도 의준의 앞에선 그야말로 요즘 애들이었다.
내가 그때의 일을 꺼내자 우형이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그땐 제가 나이 차 나는 선배라고 생각했는데 저도 애송이였네요…….”
“천상식 씨도 배명희 선생님 앞에선 깍듯한 후배잖아.”
활동하면서 고연차 아이돌 선배를 볼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지. 아이돌 그룹의 평균 수명이 짧은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해체한 고연차 아이돌도 활약할 기회가 생긴다면, 모노크롬과 동료들이 앞으로 가는 길에도 좋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
의준은 우리와 대화를 나눈 후 이터널 멤버들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이터널 멤버들이 동의한다고 모든 게 일사천리로 풀리는 것은 아니었다.
[이전 소속사와도 이야기해 봐야 해요. 한 명이라도 남아 있으면 몰라도 저희가 전원 계약 해지한 상태라.]
의준은 우리에게 진행 상황을 알려주며 이렇게 말했다.
‘이터널’이라는 그룹명의 상표권은 기존 소속사가 소유하고 있었다.
‘맞아. 해체한 그룹은 그룹명 문제가 있지…….’
그래서 나도 모노크롬의 탈뉴마를 준비하면서 모노크롬에게 상표권을 넘길 계획을 짜고 있었다.
실제 선배 아이돌의 케이스로 접하니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기존 소속사가 허가해준다면 ‘이터널’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영원이라는 뜻의 영단어를 달고 활동했던 네 명의 모임’이 되어버린다.
‘이터널이 해체한 지도 오래됐고 회사가 상표권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니 법적으로 가져올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룹이 재결성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저 팬들과 추억 하나를 더 쌓으려는 건데 그런 소모적인 분쟁은 어렵겠지.
그렇다고 기존 소속사와 손을 잡고 음원을 내기에는 여러 문제가 있었다.
여러 회사가 개입할수록 순수한 목적이 아니라 사업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의준도 그걸 알아서 최대한 자기들끼리 진행할 방법을 찾는 듯했다.
‘최선은 이터널의 기존 소속사가 협조해주는 건데…….’
박도박을 실드치다가 그룹을 해체하게 만든 곳인데 괜찮을까. 마지막이 좋지 않아서인지 이터널의 팬들도 회사 이름을 들으면 이를 갈던데.
그래서 나는 조금이나마 협조 가능성을 높여줄 방법을 떠올렸다.
‘도와줘요. 라솔 버스……!’
이터널의 새 음원을 뉴마가 앞장서서 제작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라솔의 회사 이름을 앞세우는 것이다.
현재 우형과 성운의 프로듀싱 앨범도 기획사는 라솔의 회사 이름으로 되어 있다. 뉴마가 방해할 구석을 줄이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이터널 기존 소속사에는 지금도 아이돌 그룹이 소속되어 있으니까.’
같은 아이돌 기획사인 뉴마가 나서면 경쟁 상대로 보고 거부감을 보일 수도 있단 말이지.
라솔의 회사는 솔로 아티스트들이 소속되어 있으니까 그나마 허들이 낮을 터.
비즈니스를 생각하더라도 음악대상 수상자인 라솔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현명하고.
우형이 성운과 미리 이터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듯이, 라솔도 이와 관련된 내용을 알고 있었다.
이건 라솔과도 상담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그녀의 회사를 찾아가 이 점을 설명하자 라솔은.
“이것도 그 ‘잔상입니다만?’ 작전에 포함되는 건가요?”
“잔상……. 네, 맞아요.”
내가 이전에 라솔을 음악대상 경쟁자로 내세우는 작전을 ‘어딜 보시는 거죠? 이건 잔상입니다만.’이라고 명명했는데, 그게 재밌었던 모양이다.
그녀의 말대로 라솔의 회사가 앞장서면 다른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라솔 씨 회사가 전면에 나서면 이터널의 팬분들은 라솔 씨가 도와주신다고 인식할 테니까요.”
“수고는 우형 후배랑 성운이가 할 텐데. 제가 숟가락을 얹는 기분이네요.”
라솔은 계획 자체에는 이견이 없는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참 신기해요.”
“뭐가요?”
“후배들 눈에 잘 보이는 건지, 이사님 눈에 잘 보이는 건지. 항상 위기 상황에 있는 가수들을 도와주고 계시잖아요.”
“그런가요……?”
생각해 보면 주변에 그런 사람이 많았던 것 같긴 해.
누군가를 돕는다기보다는 서로 윈윈하기 위한 협업에 가깝지만, 그래도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수고를 아끼지는 않았지.
“저보다는…… 모노크롬 멤버들의 시야가 넓은 것 같아요. 모노크롬도 그룹이 위기였던 적이 있으니까.”
“그래요? 제가 보기에는 이사님 시야도 굉장히 넓은 것 같은데.”
라솔은 “그래서 후배들도 이사님을 의지하고 잘 따르잖아요. 두목님이라고 하면서.”라는 말을 덧붙였다.
재민은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주인 님’이라고 잘 안 부르는데, 한이는 ‘두목님’이라고 크게 말한단 말이지. 라솔은 그것도 재밌었던 모양이다.
“제가 심사위원이라면 이런 분들께 대상을 주고 싶을 텐데 말이에요. 가요계의 발전에 힘써주시는 거잖아요?”
“라솔 씨가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마음이 상당히 든든해지네요.”
반쯤은 음악대상 내정 카르텔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지만, 우리도 훌륭한 대상감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해졌다.
음악대상 수상자의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우리가 일해온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보람이 느껴졌다.
“다른 분들이 도와주시지 않았으면 저희도 주변 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거예요. 라솔 씨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이번 일도 그렇고.”
“이 세상에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도 능력이죠. 뭐, 저도 조금은 바빠지겠지만…….”
그 점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라솔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웃었다.
“저 바쁜 거 좋아해요. 성운이도 그렇지?”
라솔은 자기 자리에 앉아 할 일을 하던 성운을 느닷없이 불러 동의를 구했다.
‘성운 씨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
그러나 라솔은 ‘아니요’라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결국 성운은 눈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터널 계획에 참여한다고 했던 것도 저번처럼 공식적으로 회사를 벗어나기 위함이었던 걸까.
‘그래도 라솔 씨가 성운 씨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같이 잘되자고 하는 거니까.’
성운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얼마 후 의준은 이터널 멤버들을 설득해냈고, 라솔 효과인지, 아니면 여론을 신경 써서인지 이터널의 기존 소속사도 그룹명과 기존 곡 MR 사용을 허가했다.
우형과 성운의 프로듀싱 앨범이 수월하게 진행된 덕분에 생긴 시간은 이터널 프로젝트로 다시 메워졌다.
***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오면서, 모노크롬에겐 아주 중요한 기념일도 같이 다가왔다.
“준해 생일이 다가오니까 생일 컨텐츠를 찍으려고 하는데.”
“오오, 가을 남자.”
내가 준해의 생일을 언급하자 한이가 추임새를 넣었다.
‘그러고 보니 멤버들 생일이 어디 몰려 있지 않고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다 있네.’
겨울인 1월 1일부터 시작했으니. 준해의 생일이 올해의 마지막 생일 기획이다.
나는 아이디어 제안을 받기 위해 멤버들을 모았다.
“준해 생일이 한글날이잖아요. 그러니까 하루 종일 영어 안 쓰기?”
“한글날은 영어 안 쓰는 날이 아니야.”
“알아. 그런데 재밌잖아.”
재민의 게임 아이디어는 준해에게 바로 기각되었다.
영어 안 쓰기 게임은 아무 때나 해도 괜찮으니까 다음에 하고.
한글날이라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해랑도 언어와 관련된 기획을 제시했다.
“백일장 같은 건 어떨까요?”
“준해한테 사랑 편지 써 주기 하자.”
‘백일장’까지는 나쁘지 않았는데, 한이가 그것을 ‘사랑 편지’로 발전시키자 준해가 얼굴을 찌푸렸다.
“저한텐 벌칙 아니에요?”
“백일장은…… 컬러즈 이벤트로 하면 좋겠다.”
뛰어난 ‘현준해’ 3행시를 지어준 컬러즈에게 준해 폴라로이드 사진을 증정해 주는 거지.
멤버들도 생각나는 게 있으면 컬러즈와 같이 참여해도 괜찮고.
형들이 막내에게 해주고 싶은 게 있을 것 같아서 멤버들을 모아온 건데, 의외로 생일 당사자인 준해가 의욕적으로 손을 들었다.
“저…… 사실 하고 싶은 거 있었어요.”
그렇게 준비된 것은 바로, 준해의 하극상 특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