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2화
대표는 정말 대표 입장으로만 뉴레인을 운영해 온 듯하지만, 마이 엔터에서 플레이어의 권한은 대표 업무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
스타일링도 하고, 앨범 컨셉도 짜고, 스케줄도 고르고.
아마 내가 플레이어고 이 세계가 게임이었을 땐 대표가 어느 정도 세세한 방향 제시를 하면 실무자들이 그 지시에 따라 일하는 방식으로 회사가 굴러가지 않았을까.
‘그래서 내가 딱 플레이어처럼 여기저기 간섭하면서 일하고 있지.’
아티스트와 대표가 직접 소통할 방법은 없었지만, 레드는 당시에 대표가 직접 진두지휘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니면 해외 프로듀서가 들어오고 갑자기 스타일이 바뀌었으니 이전의 방식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일 수도 있고.
뉴레인의 기획실은 아이리스에게 ‘이 사람이 싫으면 프로듀싱 해 줄 사람은 없다’라면서 반협박까지 했잖아?
뉴마 시절부터 프로듀싱을 맡던 송 피디는 다시 뉴마로 넘어왔으니 말할 사람이 대표밖에 없었던 거지.
“뉴레인 기획실에 말해봤자 또 해외 프로듀서한테 맡기려고 할걸? 네가 직접 나서야 좀 바뀔 거야. 그 해외에서도 이름 날린 프로듀서란 사람이랑 아이리스는 잘 안 맞는 것 같거든.”
나는 뉴레인에서 보고 들었던 것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면서 대표에게 조언했다.
대표는 지시에 따라 직원들이 알아서 처리한 결과만 보고받아 왔을 것이다.
그런데 직원들이 상사에게 ‘아티스트가 거부해서 지시하신 대로 못 했습니다~’ 하고 보고하고 싶겠어?
대표가 옆에서 감시하는 것도 아닌데, 자기들 선에서 잘 처리해서 실적으로 보일 만한 것만 보여주고 싶겠지.
그러니 대표는 뉴레인 내에서 어떤 갈등이 있었고 어떤 의견이 묵살당했는지는 자세히 모를 터였다.
‘그 말 잘 듣는다는 기획실이 아이리스 앞에서 해외 프로듀서 편을 든 것도 모르겠지.’
내 예상대로 대표는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기획실에서는 아이리스 스타일에 잘 맞아서 반응이 좋았다고 했단 말이야.”
“그 기획실이랑 프로듀서가 아이리스의 스타일을 오해하고 있어. 넌 ‘귀여운 일곱 빛깔 무지개의 요정’이 아이리스의 컨셉이라고 생각해?”
“……요정이 아니라 신인데.”
기억하는구나. 역시 아이리스를 좋아하던 신주인은 어디 가지 않았다.
어쨌든 아이리스의 인기 덕분에 해외 활동 수익이 짭짤하긴 했는지, 대표는 지금까지 해온 요정이나 인형 같은 컨셉이 잘 먹혔다고 판단한 듯했다.
‘하지만 수익만 보고 속단하면 안 돼.’
모노크롬도 그나마 신인 시절에 잘 팔렸던 게 악동 컨셉이었다고. 돈이 잠시 잘 벌린다고 그걸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은 판단이 아니다.
그룹의 색은 계속 유지하더라도, 컨셉은 때에 따라 변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중심축이 되는 그룹의 색은 기획실보다는 대표가 잘 알고 있었다.
아이리스 멤버들이 원하는 것도, 대표가 더 잘 알 것이다.
“뉴레인이 섭외했다는 해외 프로듀서가 실력이 없는 건 아닐 테니까 필요하다면 신인 기획 쪽에 붙이든지 하고. 아이리스 앨범 기획은 네가 지휘해 봐. 뉴마에서 옮겨간 프로듀스팀 직원들이 잘 보조해 주더라고.”
송 피디 아래에서 일했던 직원 중엔 송 피디와 비슷한 타입인 사람이 많았다.
이번에 를 제작할 때도 임시로 프로듀서 역할을 맡은 송 피디와 합이 잘 맞았던 기억이 있다.
그 해외 프로듀서가 자존심이 센 탓에 최근엔 기를 제대로 못 폈던 것 같은데, 대표가 지원해주면 일선에서 잘 진행해 줄 터였다.
“그런데 내 마이 엔터에는 그런 세부적인 일에 관련된 기능은 다 닫혀 있는데. 내가 직접 나서는 게 맞을까? 나한테는 대표의 일만 허용된 게 아닌가 해서.”
“처음부터 없었어?”
“그건 잘…….”
갑자기 환경이 바뀐 탓에 마이 엔터를 살필 경황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럴 수 있지. 나도 처음엔 이곳을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그러다 모노크롬의 프로필 사진을 찍자는 이야기가 나온 후에야 마이 엔터의 스타일링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게다가 나도 뉴마에 프로듀서나 스타일리스트로 취직한 게 아니라 이사로 부임했는데.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대표가 사용하지 못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
“네가 직원들한테 전권을 일임해서 비활성화된 거 아니야? 그리고 네가 대표인데 업무에 관여한다고 누가 뭐라고 하겠어.”
“그건…… 그러네.”
“그리고 마이 엔터 기능이 일하는 데에 크게 도움은 안 되더라고. 능력치 확인이나 스타일링 참고에나 좀 도움 되지.”
다른 곳에서는 들을 수 없는 정보여서 그런지 대표는 꽤나 착실하게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좋아. 이제 좀 마음이 많이 기울었나 봐.’
내가 초반에 경험해왔던 길을 대표가 뒤늦게나마 다시 걸으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선구자로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훈수뿐이다.
“혼자 다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앨범을 만들 거면 기획실 말고 아이리스랑 직접 소통해 보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아이리스한테 믿을 만한 직원들은 가까이하라고 했거든. 아이리스 전담팀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는 인원이 모일걸.”
기획실은 원래부터 대표가 집중하던 신인 기획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했던 것 같으니, 이제 아이리스의 업무에선 빠져도 괜찮지 않을까.
‘이렇게 조금씩 좋은 쪽으로 바뀌어가는 거지.’
대표가 다시 아티스트를 아끼기 시작하면 자기들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신인한테도 뭐라고 하면 그때 가서 고치면 되겠지. 이제 대표도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으니까.
아티스트의 자신감을 깎아내리는 직원을 굳이 계속 데리고 있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컨셉 같은 건 특히 그린이 아이디어가 좋으니까 같이 고민해 봐도 괜찮고. 그리고 나도 조금 생각해 본 게 있었는데…….”
발매 이후로 대표가 반쯤 손을 놓은 탓에 내게 아이리스에게 관여할 권한이 일부 생겼다.
내가 뉴레인의 임원은 아니지만 아이리스가 나를 따르는 바람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어 버렸다.
아이리스는 계속 앨범을 내고 싶어 했으니, 나도 시간이 날 때 생각해 본 것이 있었다.
갑자기 앨범 제작을 진두지휘하라고 떠미는 것보다는 예시를 들어주는 게 이해가 빠르리라 생각하며 나는 아이디어 창고를 개방했다.
“내 생각에는 앨범을 낼 거면 랑 조금 이어지게 했으면 좋겠어. ‘무지개의 신’이란 걸 강조해서 말야. 나른하고 권태로운 고딕풍 이미지로……. 앨범 재킷은 최후의 만찬을 모티브로 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거든.”
대표는 이제야 마음이 조금 열린 것뿐인데 나만 너무 앞서나갔나.
상상해왔던 컨셉을 열심히 설명하던 나는 갑자기 걱정이 들어 조용한 대표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나 대표가 대답이 없던 것은 내 이야기에 몰입해서였는지, 흥미롭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 대표도 마이 엔터에 빠져 있던 애인데, 이런 게 재미없을 리가 없지!’
이제 멀리 돌아온 대표를 원점, 기존의 ‘아이돌을 아끼는 대표’로 되돌릴 시간이었다.
***
대표는 레드에게 연락이 오면 내게 달려왔고, 레드도 대표에게 답장을 받아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이 되면 내게 문의했다.
서로가 어떤 스타일인지 잘 모르기에, 혹시라도 말을 잘못해서 틀어질까 봐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마치 썸 타는 두 사람의 연애 상담을 각기 받아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두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하고 이렇게 요구해 보라고 조언을 하면 둘은 내 말을 따르고, 막히면 또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면 내가 또 조언을 하고, 두 사람은 내 조언대로 대화를 하고…….
‘이렇게 되면 결국 내가 나랑 대화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레드는 원하는 게 뚜렷하기에 할 말 또한 명확했다. 내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대개 말투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표는 일일이 ‘이래도 괜찮아? 저래도 괜찮아?’ 하고 묻곤 했다.
내가 뉴레인의 직원들을 못 믿을 사람이라고 표현했더니 가장 믿을 만한 나를 찾는 모양이었다.
나도 이 세계에 와서 처음 앨범을 낼 때 송 피디에게 ‘이렇게 하면 되나요? 이 정도면 빠진 건 없는 거 맞아요? 괜찮아요?’ 하면서 계속 묻곤 했는데.
‘그때 송 피디님의 기분이 이랬나 봐.’
반대로 말하자면 내가 당시의 송 피디처럼 조언을 줄 만한 위치가 되었다는 거겠지.
지금 나는 딱 초보 플레이어를 도와주는 고인물과 같은 위치였다.
지금까지는 주로 멤버들이 성장하는 것만 지켜보고 살았는데, 나 또한 성장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요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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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카페 누가 힐링 토크 예능이라고 했냐?
차분하게 티비 앞에 앉았는데 보면서 꺽꺽 웃었넼ㅋㅋㅋ 몬클이들 요리하는 거=확신의 재미 포인트ㅋㅋㅋㅋㅋ
└웃기려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생각보다 더 우당탕탕이잖아ㅋㅋㅋㅋ
└배명희 선배님 진짜 허당 알바생들 보는 사장님 표정ㅋㅋㅋ 저희 애들이 착하긴 한데 요리 실력이 좀 독특해요..
└시작할 때 눈물 내길래 방심했는데 이렇게 예능으로 훅 치고 들어오기 있냐고
└울다가 웃으면 엉뎅이에.. 이번 겨울은 덕분에 따뜻하겠어 보온까지 책임지는 우리애들 ^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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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택 PD가 담당하는 <타임스테이지>가 종영에 가까워지고, 교대하듯이 <상상 카페>가 방영을 시작했다.
<타임스테이지>에서는 박형주도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막내로 출연한 에니가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방송에 모인 관심이 베터 엔터테인먼트의 차기 걸그룹을 향한 관심으로 이어질 정도였다.
‘관심이 분산된 건 다행인데…… 같은 베터 엔터라 호재로 판단해야 할지는 모르겠네.’
박형주는 지금 러너스하이를 담당하지만, 에니가 포함된 차기 걸그룹의 프로듀싱까지 맡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언뜻 들었다.
‘대박 프로듀서’라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려면 좋은 방법이긴 하지.
그런데 러너스하이도 아직 신인인데, 신인 두 그룹을 맡으려면 바쁘지 않나?
<쉰셋돌>이 방영할 때 보니까 러너스하이의 팬덤이 까칠한 편이던데……. 한쪽에 조금이라도 소홀해지는 티가 나면 크게 반발이 일어나지 않을까.
대상을 조작할 정도로 간이 크면 팬덤을 크게 신경 쓰지는 않겠지만.
‘뭐, 그건 그쪽이 알아서 할 일이고.’
<상상 카페>의 첫 화가 방영되며, 사람들은 그간 TV에 얼굴을 잘 비치지 않았던 배명희가 예능 프로그램의 호스트로 출연한다는 점에 매우 놀랐다.
그리고 놀라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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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카페 섭외력 미쳤네;;ㅋㅋㅋㅋㅋㅋㅋ
배명희에 다음화 게스트 천상식? 어케 섭외한거임; pd가 국장이라도 됨?
└아 천상식 선배 앞에선 다소곳한거 ㄱㅇㄱ
└저기 상식을 뛰어넘는 유한이도 있잖아 이게 대체 무슨 조합이냐고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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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를 ‘천상식 구마 리턴즈’라고 불렀다.
<송투유> 방영 이후로 ‘천상식’이라는 이름에는 이를 가는 컬러즈들도 있었다.
하지만 예고에서 그가 배명희 앞에서 공손한 것을 보고 한결 마음을 놓은 듯했다.
‘멤버들도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잘 넘어갔지…….’
그리고 반쯤 장난인 것 같기는 하지만 커뮤니티 유저들은 고맙게도 모노크롬을 음악대상과 연관시키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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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모노크롬 음악대상 수상자들한테는 강함 ㅋㅋㅋㅋ
이라솔이 대상 받은 후에는 이라솔 회사랑 친해지더니 천상식이 대상 받으니까 천상식 잡고다니자너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이러면 모노크롬 차기 음악대상설이 신빙성 있어지는데
└작년 음악대상 잡으면 대상 받을 수 있음?
└챔피언 쟁탈전이냐고ㅋㅋㅋ
└사람들이 아이돌보고 맨날 그사세그사세 하는데 진짜 아이돌이 대상 받았으면 좋겠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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