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350화 (350/430)

# 350화

내가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 대표는 이미 해외로 나가 있었다.

그리고 내 스마트폰을 부숴버릴 때는 한국에 들어온 상태였지. 그러니 몇 달은 한국에서 지냈을 터.

원래 살던 집은 내가 차지했으니 새로 거주지를 구해야 했을 텐데 어디서 지내왔던 걸까.

그 점을 묻다가 대표가 생활비로 쓰는 자금에 관해서 알게 되었다.

“퀘스트가 뉴레인으로 돈을 버는 건데, 내가 뉴레인에서 나오는 돈을 마구 쓰는 건 좀 그렇잖아.”

“그렇지.”

그래서 혹시 안쓰럽게 생활하고 있을까 봐 물어본 것이었다.

이전에 내게 근검절약하면서 살라고 충고한 적도 있지 않은가. 물론 다른 이유가 있긴 했지만.

지금 거주지가 초라해서 돌아가기 싫은 거라면 내 집에 침대 하나쯤은 놔줘도 되지 않을까.

만일 이 세계에 신주인이 된 대표가 남게 된다면 이 집에서 생활하게 될 수도 있고.

그런 생각으로 질문했는데 대표에게는 돈 나올 구석이 더 있었다.

“그런데 뉴마는 상관없으니까.”

“…….”

모노크롬이 번 돈으로 생활하고 있었다는 거야, 지금?

‘아니, 아니지. 뉴마에는 배우팀도 있으니까.’

나도 뉴마에서 월급을 받고 모노크롬을 관리하며 일부러 회삿돈을 많이 탕진하기도 했으니 내가 발끈할 일은 아니었다.

대표와는 뉴레인에 관한 일로만 대화하곤 해서 아직 뉴마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는 것을 잊을 뻔했다.

“그렇지. 네가 뉴마 대표였지……? 뉴레인을 바꿔볼 생각이라면 이참에 뉴마도 같이 좀 관리해 줘. 배우팀이 아티스트팀을 못 건들도록 한다든지.”

모노크롬은 뉴마를 나갈 예정이지만 지금 당장 문제가 많았다. 중요한 시기에 발목을 잡으면 곤란하다.

그러나 대표는 썩 내키지 않는 표정…… 아니, 마치 남 일을 듣는 듯한 표정이었다.

“배우팀은 내가 관리 못 해.”

“왜? 네가 대표인데.”

“배우팀은…… 내가 플레이하던 뉴마가 아니잖아.”

마이 엔터에 없던 부서였으니까.

아주 단순한 이유였다.

뉴레인의 데뷔조 조작 건에도 배우팀이 한 발을 걸치고 있던 것이 의아해서 물어보니 이것은 기획팀이 알아서 진행한 일이라고 한다.

뉴레인의 연습생 수가 적어서 결탁한 것 같다나.

정말 대표 입장에선 말 잘 듣는 직원들이었다.

“원래 뉴마는 지우고 뉴레인으로 새로 시작하려고 했어. 그런데 뉴레인은 레이블로 분리만 되고 뉴마가 그대로 남아 있잖아. 그것도 배우팀이 붙어서.”

“너도 이유를 모른다고?”

“원래는 모노크롬도 해체시키려고 했다고…….”

뉴마가 모노크롬의 재계약에 소극적이었다고 했던 게 그 때문이었나.

정말 해체의 위기가 있었다면 모노크롬이 간절히 소원을 빌어 퀘스트를 발생시킨 것도 이해가 갔다.

“내 퀘스트 하기에도 바쁜데 뉴마를 관리할 정신이 어디 있어. 그래서 사장한테 알아서 하라고 했지. 난 나중엔 물러날 거라고.”

“으음…….”

뉴마의 사장이 언젠가부터 내 눈치를 보지 않던 것이 정확히는 이게 원인이었던 건가.

그건 둘째 치고,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이 엔터에 없던 배우팀이 나타난 것도 이유가 있어 보였다.

‘음악대상 퀘스트를 진행하려면, 모노크롬이 해체되지 않고 남아 있어야 하니까?’

그런데 대표가 뉴마를 뉴레인으로 바꾸려고 했던 탓에 뉴마의 인력 대부분이 뉴레인으로 옮겨갔다.

그래서 없었던 배우팀이 생겨난 게 아닐까. 회사가 굴러가긴 해야 하니까.

‘알고 보니 모노크롬의 기반을 만들어주는 생명 유지 장치였던 거 아니야?’

뉴마에 배우팀 없이 아티스트팀과 일부 경영팀 직원들만 덩그러니 남은 상황을 상상해 봤다.

뉴레인이 빠져나간 뉴마가 직원들의 월급을 꼬박꼬박 챙기고, 앨범 제작에 억 단위로 투자할 수 있었을까?

쓰러져가는 회사를 살리느라 음악대상은 꿈도 못 꿨을지도 모르지. 저예산 컨셉을 유지해야 했을 수도 있고.

‘그걸 방지하기 위해 배우팀이 자금 조달원 역할로 생겨난 거라면……?’

실상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니 성가시게만 느껴졌던 배우팀이 조금 불쌍해졌다.

이것도 일종의 업보라고 해야 하는 건가……? 그래도 내가 한 게 아닌데.

신주인의 업보가 아니라 게임 시스템의 업보 아닐까.

‘그럼 내 책임은 아닌 거로.’

시스템에 휘말렸든 아니든, 배우팀이 뉴레인 데뷔조 조작에 가담하고 모노크롬의 스케줄까지 가로챈 게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이 회사가 모노크롬에게 도움이 된 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전보다는 짜증이 나지 않았다.

뉴마의 기존 아티스트팀이 한 일까지 배우팀에게 책임을 지울 필요는 없지.

이 세계에 관해 더 알게 된 나는 약간 달라진 기분으로 출근했다.

그리고 우연히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배우팀의 권 실장과 마주쳤다.

‘모노크롬의 돈줄이었고, 나랑 대표의 생활비의 원천…….’

그 자금줄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면 껄끄럽게만 느낄 필요는 없지 않을까?

평소에는 바쁜 척하면서 피해 가지만, 지금은 스쳐 지나가는 중이니까 인사 정도야 괜찮겠지. 나도 사회성을 아주 버리진 않았으니까.

그런 마음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는데, 권 실장은 잠시 흠칫하더니 같이 고개를 꾸벅하고 지나갔다.

그가 내린 엘리베이터에 나와 최 비서가 올라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기 전, 권 실장이 이상한 장면이라도 목격했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이며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최 비서. 지금 내 표정이 이상했나?”

“아뇨. 이상하지는…….”

내 옆에 서서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최 비서는 내 얼굴을 흘끗 살피고는 바로 대답했다.

아니. 당연히 ‘네. 이상합니다.’라고는 대답 못 하겠지.

나는 질문을 바꿔서 다시 물었다.

“어떤 표정 같아?”

“……안쓰러운 사람을 목격한 듯한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최 비서의 말을 듣고 나는 엘리베이터 벽면에 붙은 거울을 확인했다.

눈썹 끝이 내려가서 가소로워하는 표정 같기도 하고.

‘마주쳐서 짜증 내는 표정으로 오해한 거 아니야?’

잘은 모르겠지만 그에게 그리 좋게 보이지 않은 것만큼은 확실했다.

조만간 히스테릭 두목님 타이틀에 다른 수식어가 붙는 게 아닌지 확인해 봐야겠어.

‘히스테릭이 심해져서 아침부터 사람을 아니꼽게 쳐다보는’ 같은.

***

나는 이사실에 앉아서 오늘 할 일을 대략 정리한 후 레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원하는 게 있으면 지금 대표님한테 요청해 보면 좋을 거야.]

[지금이요? 대표님이 저희 이야기 들어주신대요?]

[그럴 의향이 조금 생긴 것 같거든.]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대표의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한 지금이 기회였다.

게다가 지내는 집이 따로 있다는데 굳이 내 집에 하룻밤이나 죽치고 앉은 걸 보면, 실은 사람이 고팠던 게 아닐까.

‘아무리 사람이 싫어도 약 1년 반을 혼자 지냈으면 외롭게 느껴질 법하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과거의 나는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지만, 그건 사회와 격리되어서 지내고 싶다는 게 아니라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나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그걸 깨달았지만 대표는 계속 혼자 지내느라 몰랐을 테니까.

아이리스와 더 소통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면 이 세계에 더 정을 붙일 수 있겠지.

그래야 이 세계가 게임으로 남을 가능성이 줄어들 테고.

‘좋아. 하나 처리.’

뉴레인에 관한 걱정을 덜 수 있을 듯해서 마음은 편안해졌지만 많은 정보를 새롭게 알게 되어서 머리가 아파왔다.

나는 당분이 필요해진 참에 모노크롬에게도 음료를 사준다고 하면서 연습실을 찾았다.

‘역시 힐링 크롬.’

멤버들을 지켜보면 마음이 차분해졌다.

내가 계속 쳐다보자 재민은 핸드폰 액정에 자기 얼굴을 비춰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잘생김?”

팬 사인회를 여러 번 지켜봤더니 이런 고전 주접쯤은 ‘1 더하기 1은 2’처럼 무조건반사로 나왔다.

재민은 “그건 컬러즈가 하는 말인데.” 하면서 파하 웃었다.

그래, 컬러즈. 이 세계를 게임으로 남겨두면 안 되는 이유는 모노크롬뿐만이 아니다.

모노크롬을 응원하는 수많은 컬러즈는 또 어떻게 되겠어. 자기 아이돌이 미친 게임 세계관 속 회사에 갇혀 있으면.

나는 모노크롬을 구경하며 다시금 대표의 멘탈을 꼭 회복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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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몬클하우스 애매하게 끝났길래 편집 실수인가? 했는데

우리가 본 건 좀비 영화 예고편이었다고요???ㅋㅋㅋㅋㅋㅋ

└나도 왜 2편 안 올라오지 했다ㅋㅋㅋㅋㅋ 유아이티비에 올라올 줄이야

└아이들 특집>아이돌 특집으로 어감 맞추길래 신박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는 좀비 특집이었던 거예요

└힐링 다음 킬링이냐고ㅋㅋㅋㅋㅋㅋㅋ

└와 근데 몬클하우스 시작할 때부터 큰 그림 그렸던거 아닐까? 시골 아니면 이렇게 세트까지 설치해서 촬영 못 하잖아

└몬클하우스는 레전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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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좀비 서바이벌이 유아이TV 채널 여름 컨텐츠의 피날레라더니.’

유아이TV는 계절이 완전히 가을로 넘어가기 전, 여름의 기운이 남아있을 때 빠르게 좀비 서바이벌 영상을 업로드했다.

출연진들이 몬클하우스에서 놀고먹은 힐링용 촬영분은 모노크롬의 공식 채널에, 좀비 서바이벌은 유아이TV에 업로드되었다.

그래서 모노크롬 채널에 올라간 몬클하우스 영상은 초인종 소리를 듣고 해랑이 밖으로 나가는 장면에서 끝이 났고, 몬클하우스를 보러 온 사람들은 ‘이게 끝…?’ 하며 당황스러워했다.

그리고 하루 뒤에 올라온 유아이TV의 좀비 서바이벌 예고편.

각 그룹의 팬들은 이걸 보고 나서야 그간 품었던 여러 의문이 풀렸는지 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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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다 같이 고라니 보호 시설에 봉사라도 다녀온 줄 알았던 게 웃포

스포를 안 하려고 했던 건 알겠는데 너무 고라니 얘기만 해서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여러 명이 비슷한 시기에 고라니 얘기를 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요ㅁㅊㅋㅋㅋ

└ㄹㅇ로 고라니 캠페인 영상 같은 거 찍고온줄 알았다고ㅋㅋㅋㅋ 이게 뭔 구성이지 했는데

└고라니가 어디 나오는데? 좀비가 고라니 좀비임?

└아니 좀비는 사람 좀비 같은데 내돌이 고라니 울음소리 무섭단 얘기밖에 안 해서ㅋㅋㅋ

└근데 그럼 고라니는 대체 뭐였지??

└소품으로 고라니 모형같은 거 있었던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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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게 좀비 얘기를 한 것은 SNS에 좀비가 되어도 좋아해 달라는 글을 올린 종훈뿐이었다.

원래 마지막 기억이 가장 여운이 긴 법.

출연진들은 좀비 서바이벌 촬영이 끝나고 들은 고라니 울음소리가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는지 뷰이라이브 등지에서 고라니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덕분에 팬들은 ‘여러 그룹의 멤버들이 모여 고라니 보호 공익 캠페인 광고를 촬영했다’, ‘메인 보컬들이 모여 고라니 캠페인송을 녹음했다’ 등의 추측을 했다.

‘추측하면서도 의아함은 남아 있었던 모양이지만.’

환경 단체에서 여섯 보이그룹의 멤버들을 모아서 고라니 캠페인을 펼친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하지.

실은 좀비 서바이벌 컨텐츠 촬영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다들 기대를 불태우며 본편 업로드 일을 기다렸다.

그리고 본편이 업로드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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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랑아..?

해랑이가?? 배신을???

└ㅇㅓ..?

└아니 작년에 몬클이들 통솔하고 가장 먼저 희생했던 해랑이는 어디에

└희생이 아니라 희생양(속닥)

└그때 당한 게 있어서 복수의 칼날을 갈았던 건 아닐까?

└근데 해랑이가 배신자 역할인 거 존맛..아니 존멋^^

└음 미슐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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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차가 되어서 새롭게 발굴된 해랑의 면모에 컬러즈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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