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1화
시작은 재민에게 관심이 많은 SPID의 메인 댄서 윤규였다.
재민이 트윙클 댄스 챌린지 연습 사진을 SNS에 올리자 그가 흥미를 보이며 [트윙클 뭐야? 챌린지 어디서 봐?]라는 댓글을 남겼다.
최근에 트윙클이라는 곡이 나온 것도 아닌데 댄스 챌린지로 검색해도 제이제이 외에는 나오는 게 없어서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SPID의 팬덤, 스피디가 재민보다 빠르게 그 댓글에 답글을 줄줄 달았고 그는 트윙클이 초등학생과 중학생으로 이루어진 2D 아이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갑자기 이건 왜 하는 거야?]
윤규는 이런 정당한 의문을 댓글로 남겼다.
‘그래. 친구가 갑자기 2D 아이돌에 빠져 있으면 당황스럽겠지.’
나도 제이제이의 챌린지를 응원하는 입장이지만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는 아직 잘 이해를 못 했는걸.
하지만 나는 윤규가 재민과 같은 과라는 것을 간과했다.
그는 ‘이걸 왜 해?’라는 의미로 물은 것이 아니었다.
이게 개인적인 활동인지, 혹은 모노크롬에게 따로 홍보 의뢰가 들어왔는지 궁금했던 것이었다.
만일 제작사의 요청으로 하는 홍보 활동이라면 자신이 참여하기 어려우니까.
그가 재민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했는지 어느 날 재민이 내게 물었다.
“윤규가 자기도 챌린지 해도 되냐고 물어보던데요.”
“그걸 도전하려는 애가 이 세상에 또 있다니……가 아니라, 우리보다는 제작사에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트윙클 노래의 저작권이 <시크릿 히어로>의 제작사에게 있어서 우리는 이미 허락을 받은 상태였다.
‘제작사도 처음엔 당황스러워하기는 했지만…….’
제작사가 말하기를, 간단한 안무는 아이들이 따라 하기 쉽게 만든 게 맞지만 재민이 어려워한 고난도 안무는 그냥 화려한 모션이 필요해서 집어넣은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 고난도 안무에 도전하겠다고 하자 “그걸 따라 하신다고요? 진짜 무대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인데…….”라며 못 믿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우리는 이미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얻어내지 않았던가.
[전문 댄스팀이 분석해 봤는데 연습하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네요. 그래도 어렵긴 어려운지, 트윙클이 실존하는 팀이었으면 꼭 같이 일해보고 싶을 거래요. 퍼포먼스가 엄청나다고.]
제작사의 관계자는 이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우리가 이렇게 진심으로 나올 줄은 생각지 못한 모양이었다.
[만일 성공하면 저희한테도 알려 주세요. 직원들이 많이 궁금해해서요.]
제작사의 관계자는 반신반의하는 말투였지만 응원해주겠다고 했다.
다만 어린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아이들의 환상을 깨지 않도록 트윙클을 실제 있는 아이돌처럼 잘 표현해달라는 조건이 붙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재민의 ‘트윙클 선생님들’이란 표현이었다.
아이돌 연차로 따지자면 7년 차 모노크롬이 선배였으나 대단한 댄서를 향한 존경심을 담았다나.
그래서 트윙클을 모르던 컬러즈는 잠시 혼란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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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윙클이 누구? 어린이 미튜브 채널 같은 거?
└어허 어찌 킹갓트윙클선생님의 존함을 함부로 부르느냐. 개쩌는 트윙클님들의 무대를 보고 오도록 하여라(링크)
└잉 이게 트윙클이야?ㅋㅋ 애니?
└(속닥)재미니가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트윙클선생님이라고 부르래
└헐 죄송합니다 견문이 부족하여 위대하신 트윙클 선생님을 몰라뵈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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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조금 놀리는 것도 같은데.’
그러나 컬러즈에게는 트윙클을 좋아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따지자면 트윙클이 있었기에 제이제이가 탄생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시연이 <시크릿 히어로>를 보고 트윙클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세대공감 아이+돌>에 아이돌이 등장하는 대본을 써오지 못했을 터.
아직 데뷔도 안 한 제이제이에게는 트윙클이 선배가 맞았다.
더 나아가서는 제이제이의 시초라고도 할 수 있었다.
‘제이제이가 트윙클 댄스 챌린지에 도전하는 건 운명이었을지도 몰라.’
시연과 함께한 몬클하우스 영상이 올라가면 컬러즈도 이런 사정을 깨닫고 진심으로 트윙클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게 되겠지.
아무튼 제이제이는 원래부터 트윙클과의 인연이 있었으나 우리가 하는 것을 보고 다른 아이돌도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다.
“그럼 윤규가 따로 물어보라고 하지 말고, 우리가 이걸 진짜 댄스 챌린지로 하는 건 어떨지 제작사에 물어볼까?”
“저희가 하는 게 진짜 댄스 챌린지 아니에요?”
“아니. 진정한 의미의 댄스 챌린지 말고 일반적인 의미의 댄스 챌린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해서 홍보 효과도 노리는 거지.”
재민 같은 댄서가 세상에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누군가가 윤규처럼 챌린지에 참여하고 싶어 할 수도 있잖아?
트윙클의 ‘트윙클 스타’가 우리 곡도 아닌데 우리가 독점하는 건 불가능하고.
<시크릿 히어로>의 홍보가 되겠지만 이 챌린지를 처음 시작한 제이제이를 향한 주목도도 올라갈 것이다.
재민이 내 이야기를 듣더니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럼 누가 먼저 성공시키나 경쟁처럼 되겠네요.”
“다 같이 도전하면 아무래도 순서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되면 너희가 좀 부담스러워지나?”
“아뇨. 더 재밌는데요.”
그의 얼굴에서는 정말로 부담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춤 바보 재민…….’
이런 애가 모노크롬 메인 댄서라 정말 다행이야.
<시크릿 히어로> 제작사에 내 의견을 전하자 그들은 홍보 기회가 생기는 게 좋았는지 크게 기꺼워하며 자사의 미튜브 채널에 트윙클의 무대 영상을 정리해 올렸다.
공개된 트윙클의 무대는 총 세 개.
이 세 개의 무대는 안무별로 아이들도 따라 출 수 있는 초급자용, 조금 어려운 중급자용, 가장 고난도 안무인 상급자용으로 나뉘었다.
공식이 여는 댄스 챌린지가 천하제일 댄스대회로 진화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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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윙클 화제성 뭔데ㅋㅋㅋㅋㅋ
웬만한 라이징 뺨침;;
└저 실력에 안 뜨는 게 더 이상하지
└음원 있었으면 역주행했음ㅋㅋㅋㅋ
└어쩐지 조카가 영업하더라 이모 아이돌 좋아하지 않냐고.. 선견지명이었다
└근데 입덕은 신중히 하길 루이 곧 스캔들 뜰 각ㅇㅇ상대가 같그룹이라는 썰이 있음
└아 ㅁㅊ 2인조잖아
└얘들아 선 잘 지켜라 어린이님들 무서우시다 여기서 하는 것처럼 드립쳤다간 평생의 원망 다 받을 수 있음
└경험담인가요?
└어린이 장르 조심해야 하는 거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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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님……. 저번 컴백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
옆 건물 뉴레인에 있는 옐로가 메시지로 내게 구조 신호를 보냈다.
천하제일 댄스대회에는 아이리스의 퍼포먼스 라인, 옐로와 퍼플도 참가했다.
아니, 로아가 참가를 독촉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한번 제자는 영원한 제자라는 거지.’
제이제이에 이어서 몇몇 아이돌들이 도전장을 내밀자 로아는 그녀의 지도를 받은 아이리스도 질 수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가벼운 걸그룹이라면 더 쉽게 성공할지도 모른다면서 그녀는 옐로, 퍼플의 지도에 나섰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설 바에는 팀 미로도 직접 시도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
나도 트윙클의 무대를 3D로 보면 어떨지 궁금하거든.
그러나 팀 미로는 다른 퍼포먼스 대회 출전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그들은 트윙클의 무대를 완벽 커버할 때까지 힘을 쏟는 것보다는 대회에 더 집중하며 부수적으로 모노크롬과 아이리스의 성공을 서포트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기왕 할 거면 모노크롬이나 아이리스가 먼저 성공하는 게 낫지. 나도 그 생각에는 동의했다.
[힘들겠지만 성공하면 그만큼 보람이 있을 것 같아. 열심히 해!]
그런 마음으로 나는 옐로에게 격려의 한마디를 보내며 그녀의 구조 요청을 완곡하게 돌려보냈다.
모노크롬을 시작으로 보이그룹 SPID, 걸그룹 아이리스의 참여로 성별 구분 없이 널리 퍼져나가기 시작한 이 댄스 챌린지는 의외로 좋은 홍보의 장이 되었다.
<시크릿 히어로>의 홍보뿐만 아니라, 아이돌 그룹의 홍보까지.
참가 제한이 없었기에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지 못한 아이돌 그룹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이었다.
그야말로 아이돌계 대통합. 사람들도 이런 유행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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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까 돌대회보다 흥미진진
예능 아니고 진짜 실력으로만 진검승부하는 거잖아ㅋㅋㅋㅋㅋ 누가 먼저 성공시킬지 궁금하다
└돌대회도 이 정도로 아이돌 많이 동원 못함ㅇㅇㅋㅋㅋㅋㅋ
└사심을 말하자면 내돌 빨리 성공해서 이 기회에 떴으면 좋겠음 무대존잘인데ㅠㅠ
└너랑 같은 생각으로 응원하는 팬들 102487843명일듯
└근데 이거 진짜 가능한 거 맞어? 아무리 봐도 인간의 영역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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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미로 내에서도 가능 여부에 관해 의견이 분분했던 만큼, 정말 가능한 게 맞냐며 의심하는 글도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이렇게 되면 댄스 챌린지를 시작한 제이제이가 이걸 빨리 성공해서 가능하단 걸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야?’
실제로 사람들은 누군가 성공한다면 모노크롬일 확률이 크다며 기대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자신들에게 모여드는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이제이는 연습실에서 민후와 함께 트레이닝에 골몰해 있었다.
재민과 준해의 댄스 레벨은 각각 11과 7.
숫자의 차이는 있지만 두 사람이 시너지를 일으킨다면 준해도 기대 이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
‘이 기회에 댄스 레벨이 올라도 좋고.’
레벨 업 알림은 언제 들어도 기쁘니까!
멤버들도 제이제이의 챌린지를 응원하는지 두 사람의 연습을 묵묵히 지켜봤다.
특히 ‘이거 정말 가능하긴 한 거야?’라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말은 금지 문구가 되었다고 한다.
최근 모노크롬의 연습실 풍경은 마치 수험을 앞둔 고3 아들이 있는 가정 같았다.
어느 날은 동생들을 챙겨주려는지 아이스크림을 한 아름 사 들고 가는 한이를 발견했다.
“이제 네가 심부름도 하는 거야?”
“옆에 있으면 저한테도 불똥 튈까 봐 도망쳐 나온 거죠.”
“너한테도 챌린지 시키겠대?”
“연습하다 보니까 좀 될 것 같았는지 단장 형님께서 다른 멤버들도 시도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이제이의 연습을 옆에서 계속 지켜봤던 한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는 메인 보컬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인 보컬이어도 참가할 수는 있잖아. 지나가는 이야기로는 류현도 대놓고는 아니고 몰래 연습 중이라더라.”
“걔는 <쉰셋돌> 촬영할 때 재민이한테 너무 물들어 버렸어요.”
한이는 류현의 소식을 듣고 참담한 이야기라도 듣는 듯이 미간을 짚었다.
한이는 메인 보컬이지만 한이의 춤선을 좋아하는 컬러즈도 많은데.
해랑 다음으로 키가 커서인지 팔다리를 뻗는 게 시원시원하다는 평을 듣고는 했다.
그러나 댄스 레벨 11인 재민도 고생 중인 챌린지를 몸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이해했다.
장난스럽게 눈물을 찍어내며 류현에게 애도를 보내는 모습이 웃겨서 웃으려던 나는 한이의 등 뒤로 낯익은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발견했다.
가장 피해 다니던 야생의 권 실장이 나타난 것이었다.
‘아차. 나 지금 회사에서 두목님 행세 중이었지.’
제이제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분위기가 너무 평화로워지고 말았어.
나는 서둘러 웃음을 갈무리하고 눈물을 닦는 척하던 한이에게 황급히 주문했다.
“한이야, 울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