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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329화 (329/430)

# 329화

몬클하우스는 모노크롬의 메인 숙소가 아니기에 멤버들의 짐을 많이 둘 필요가 없었다.

처음엔 약간 허해 보일 정도로 공간이 비어있는 편이었고, 그런 곳들은 임시 창고 대용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역시 공간이 남으면 물건이 알아서 들어차는 것 같아.’

거실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음료 냉장고를 비롯한 협찬 물품들도 들어왔고, 시골이라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손님들이 필요하면 쓰라고 가져다 놓은 짐들도 있었고.

그래서 나는 몬클하우스 주변에 있던 빈집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몬클하우스에선 오늘 같은 게스트 초대 컨텐츠만 촬영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끔씩 자체 컨텐츠 세트장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말 세트장이 아니기에 촬영팀이나 촬영 장비가 전부 들어가면 비좁아져서, 마당에 작게 마련된 창고 외에도 다른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마당도 있지만 마당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

그렇게 몬클하우스를 구할 때 통했던 중개사무소에 부탁하여 이 집의 주인과도 연락이 닿았다.

어차피 빈집이어서 단기로 빌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구한 집은 의외로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여기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한적하고.”

“그쵸? 처음엔 밖이 풀로 덮여 있어서 많이 낡았을 줄 알았는데, 전기랑 수도만 약간 고치니까 쓸 만하더라고요.”

윤희가 집들이 온 사람처럼 몬클하우스 제2기지를 살폈다.

그녀는 원래 스케줄에 따라 외근이 잦았기에 꼭 사무실에만 붙어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나도 민형도 몬클하우스 쪽에 와 있는 상황.

‘내가 회사를 벗어나 있어야 최 비서를 재택근무 시키기에도 편하고.’

원래부터 나는 밖으로 잘 나돌았는데 요즘은 휴가 갈 생각이 없는 최 비서에게 ‘출근하지 않는 날’의 장점을 알려줘야 한다는 명분도 생겼다.

최근 사내에서 모노크롬 전담팀의 위치가 묘했으나 프로듀스팀은 배우팀과 크게 마주칠 일 없는 데다가 송 피디 아래로 잘 뭉쳐 있으니 문제없고.

매니지먼트팀에 혼자 남을 윤희가 좀 걱정이었는데 오늘은 그녀도 자처해서 이곳으로 찾아왔다.

나는 그녀에게 새집을 소개하듯이 말했다.

“여기 보조 사무실로 써도 될 것 같지 않아요?”

출퇴근하기에는 좋지 않은 위치지만, 멤버들이 몬클하우스에서 쉬는 것처럼 직원들도 가끔 기분 전환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책상도 몇 개 있고, 거실 중앙에 큰 탁자를 두니 공용 오피스 같은 느낌도 났다.

‘……내가 상사라서 괜찮아 보이는 건가?’

혁신에 꽂혀서 사원들에게 불편한 것을 강요하는 사장들이 이런 마음이었던 걸까.

그래도 일반적인 회사의 직장인과 다르게 윤희는 할 말을 다 하는 사람이다. 별로면 별로라고 하겠지.

윤희는 내 질문을 듣고 제2기지를 다시 한번 크게 둘러봤다.

“사무실……. 약간 스타트업 회사 분위기도 있네요.”

인테리어가 감각적이라는 소리인가……? 돈 없는 회사처럼 보인다는 말에 더 가까우려나.

다행히 윤희는 큰 불만이 없는지 바로 자리를 잡고 앉아 스타트업 회사 사원이 되었다.

지금은 모노크롬과 아역들이 알아서 자율 활동 중이지만 잠시 후엔 스태프들이 필요한 촬영도 할 예정이었다.

내가 마련한 공간이 스태프들의 대기실 용도로도 잘 쓰이고 있는 장면을 보며 나는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그럼 이제 시간이 슬슬…….’

나는 시계를 확인하고는 잠시 나와 몬클하우스로 향했다.

아이들을 초대한 책임자로서 어머니들에게 아이들이 잘 있는지를 중간보고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었다.

몬클하우스의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안에서 웬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거실에서 제이제이와 시연, 나윤이 방방 뛰며 칼로리를 소모하고 있었다.

‘웬 춤판이 열려 있어?’

전후 사정은 모르겠으나 TV 화면에 애니메이션이 재생된 것을 보니 같이 TV를 보다가 신이 난 모양이었다.

재밌어하니까 여긴 이대로 두면 되겠지.

해랑과 한이가 이끄는 야외조는 나가서 아직 안 돌아온 듯하고.

나는 다음으로 우형과 시우가 있을 주방으로 향했다.

‘이쪽은 조용하네.’

제이제이 쪽은 저렇게 시끌벅적한데.

시연 옆에 꼭 붙어서 낯을 가리던 시우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조용한 것도 이해는 되었다.

다만 시우를 맡기로 한 우형이 아직 친해지지 못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궁금함 반, 걱정 반으로 향한 주방에서 내가 목격한 것은 의외로 단란한 모습이었다.

“맛있어?”

우형은 간식 시간에 아이들이 먹을 아이스크림 토핑을 시우와 함께 준비 중이었다.

시우는 미취학 아동이지만 어린이집에도 방학 숙제는 있었다. 그중에서 만들기 체험을 우형과 함께 하기로 한 것이었다.

칼을 써야 하는 과정은 우형이 담당하고 손만 써도 되는 것은 시우가 담당했는데, 우형은 과일을 자를 때마다 한 조각씩 시우의 입에 쏙쏙 넣어주고 있었다.

새끼 새가 어미 새에게 먹이를 받아먹듯이 우형이 주는 대로 과일을 받아먹던 시우는 작은 손을 자신의 배 위로 가져다 대며 말했다.

“배불러…….”

“허헙. 미안해. 형이 너무 많이 줬나 보다.”

먹는 모습이 귀여워서 계속 먹여준 듯한데 애정이 과도했던 모양이다.

간식 시간도 오기 전에 배부르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며 시우를 꼭 안아주던 우형은 주방을 기웃대는 나를 발견했다.

“아, 이사님.”

“멤버들 먹는 거 생각하고 먹인 거 아니야?”

“그런가 봐요. 이렇게 조금밖에 못 먹는 줄 모르고…….”

시연과 <세대공감 아이+돌>을 촬영할 때 샌드위치를 한입에 넣겠다던 한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들도 몸 크기에 비해 생각보다 많이 먹긴 하지만 역시 성인 남성의 위장 크기에 비할 수는 없겠지.

더욱이나 칼로리 소모가 큰 멤버들 같은 성인 남성이라면.

“거실에 제이제이 댄스 교실 열렸더라. 같이 움직이다 보면 좀 소화되지 않을까?”

“아, 어쩐지 그림 그리겠다더니 계속 노래를 부른다 했어요. 시우도 누나 있는 데로 갈래?”

주방에서 할 일은 끝마쳤는지 우형은 시우를 데리고 주방을 나와 거실로 향했다.

나도 아이들이 잘 놀고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다시 제2기지로 돌아가기 위해 현관을 나섰다.

그리고 마침 대문을 넘어서는 해랑, 한이와 마주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활기찬 야외 활동을 하고 온 사람 같지 않게 생각이 많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이사님 왜 여기 계세요?”

“으응? 여기 있으면 안 되나? 잠깐 중간점검 하러 온 건데…….”

“그게 아니라…….”

무슨 이유에선지 날 보고 놀란 해랑이 부자연스럽게 날 가리듯이 서서 뒤를 힐끔거렸다.

“이사님이 안 계실 줄 알고 말해놓은 게 있는데…….”

해랑의 시선을 따라 그의 뒤를 확인해봐도 별다를 것은 없었다.

‘한이랑 아이들밖에 없는데?’

평소와 다른 그의 행동에 의아해하고 있는데 한이도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두목님, 연애 상담 받아보셨어요?”

“연애 상담……?”

“저희끼리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어서 두목님 이야기를 약간 했는데 여기 두목님이 서 계실 줄은.”

무슨 소리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날 가로막고 서 있던 해랑의 뒤에서 아역 중 한 명인 주원이 나타났다.

“두목님이 이사님이에요?”

“응? 내가 이사긴 한데.”

“모노크롬 연습생은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어요?”

“……연습생?”

뒤이어 사정을 전해 들은 나는 해랑과 한이처럼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모노크롬 책임자가 이사님이라 우리 재량으로는 멤버에 넣어주기가 어렵다.’라고 답변의 책임을 내게 미뤄놨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여기에 떡하니 서 있었던 거지.

‘모노크롬의 인기가 많아져서 이런 일이.’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주원의 짝사랑 상대도 컬러즈였을 줄이야.

모노크롬과 컬러즈가 둘 다 엮인 사건이긴 한데…… 이런 개인적인 고민을 우리가 머리를 맞대서 해결해 줘도 되나?

하지만 잘 모르겠다고 피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떠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주원이가 형들 말 잘 듣는지 지켜보고 연습생으로 들어와도 될지 생각해 볼게.”라는 답변으로 몇 시간의 유예를 벌었다.

‘이런 임기응변으로 괜찮은가.’

결국 아이들이 귀가하기 전에 무슨 대답이든 내놓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집에 갈 때쯤엔 피곤해서 내 답변을 듣는 것을 잊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도 있었으나, 아이들은 작은 몸 어디에서 에너지가 솟아오르는지 쌩쌩하기만 했다.

거기에 주원의 짝사랑 사건은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거 나 주는 거야?”

“네!”

오늘의 간식은 아이스크림 위에 우형과 시우가 열심히 준비한 토핑을 얹어 만드는 파르페.

시연이 자신이 받은 아이스크림 컵을 열심히 꾸미더니 준해에게 건넸다.

어쩐지 과자보다는 젤리를 좋아한다는 시연이 과자만 잔뜩 올린다 했어.

만들기 전에 준해에게 과자를 좋아하냐고 묻더니 그것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그럼 나도 시연이 만들어줘야겠다.”

본인 취향대로 초콜릿과 견과류를 올리던 준해는 방향을 틀어 시연이 좋아한다는 과일을 토핑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오늘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면 컬러즈가 또 아역이 되겠다며 성화겠는걸.’

뭐, 커갈수록 꿈도 희망도 없어지기 마련인데 꿈이 많아지는 건 좋은 일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시연의 순수한 선물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때였다.

“이거 너 먹어.”

두 사람의 오붓한 분위기를 깨듯이 옆에서 과일이 듬뿍 담긴 다른 파르페 컵이 끼어들었다.

컵의 주인은 방금까지 사랑 고민에 빠져 있던…… 주원이었다.

“헉. 설마.”

한이가 그 모습을 보고 헉 하고 놀라더니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해랑도 흠칫하며 주원과 시연을 번갈아 바라봤다.

간식 시간에는 촬영 스태프가 한 명 붙었는데 그 뒤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던 나도 놀라고 말았다.

‘아까 말하기로 관심이 있는 애가…… 모노크롬을 좋아한다고.’

그리고 이곳에 있었다. 모노크롬을 좋아하는 주원의 또래 아이가!

이 상황은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되었다. 눈치가 있는 이상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해랑과 한이에게 사정 설명을 들을 때 옆에서 수민이 주원에게 가서 말하라는 둥 대담한 고백 방법을 코치하더니만.

안에 시연이 있으니 마음을 털어놓으라는 소리였던 모양이다.

시연에게 파르페를 만들어주겠다던 준해도 평소와 다른 기류를 감지했는지 자신에게 온 시연의 파르페, 그리고 시연에게 간 주원의 파르페를 번갈아 보고는 말을 더듬었다.

“내, 내가 만든 건 시우 줘야지.”

“시우 건 내가 만들고 있는데?”

또 어미 새 모드로 돌아간 우형은 준해에게 별생각 없이 대꾸하다가 촬영 스태프 뒤에 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의 순정을 동네방네 소문낼 수는 없어서 실내조는 사정을 모르는 상태였다.

내가 오디오에 들어가지 않게 손짓과 표정으로 사인을 보내자 우형도 눈동자만 굴려 상황을 파악했다.

“그, 그럼 시우가 먹을 건 시우가 만든 파르페 받은 사람이 만들어주기로 할까?”

그러면서 은근히 시우가 자신에게 주기를 바라는 저 눈빛이란.

하지만 시우의 마음은 오늘 댄스 선생님으로 활약한 재민에게 가고 말았다. 재민은 보답으로 젠가 블록처럼 열심히 쌓던 토핑의 탑을 선물했다.

‘아니, 이건 재민이가 아니라 파르페 비주얼에 끌린 건가.’

한이는 기지를 발휘해 아직 토핑을 올리기 전인 아이스크림 컵을 시연에게 건네고, 시연도 보답으로 주원에게 파르페를 만들어주었다.

그 와중에 나윤이 해랑에게 파르페를 선물하는, ‘아이에게 해랑의 매력 레벨은 통하지 않는다’ 법칙을 깨는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지만…… 이리저리 오가는 파르페에 눈이 어질어질해져서 차마 그쪽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미래의 모노크롬 연습생…… 아니, 다가오지 않을 미래지만. 아무튼 모노크롬을 희망하는 아이의 연애 전선을 나는 마음을 졸이며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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