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315화 (315/430)

# 3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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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ㅠㅠㅠㅠ나 방금 공연장 옆에서 시연 선배님 봤다

어떤 애기가 어머님?이랑 꽃다발 들고 지나가는데 보니까 선배님인거야

혼잣말로 헐 선배님! 이러고 놀랐는데 알아들었는지 손인사 해줌(ㄱㅇㅇ!!!!)

한이나 준해가 초대한 건가?해서 물어봤는데 이사님한테 초대권 받았대

자기 초등학교 입학해서 이제 콘서트 와도 된다고 깨알 자랑도 하고 가심ㅋㅋㅋㅋㅋ

└아!! 초등학생 선배님!!ㅜㅜ 너무 귀여워ㅜㅜ!!

└하쒸 나도 선배님 볼래ㅠㅠㅠㅠㅠㅠ

└시연쌤 제자들 무대도 보러 오시고ㅋㅋㅋㅋ 거의 은사님

└근데 이사님이면 주인님인가?

└헐.. 주인님 실존하는 사람이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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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공연도 토요일 공연과 분위기는 비슷했다.

차이가 있다면 세트 리스트 등의 정보를 이미 알고 오는 컬러즈가 많다는 점이려나. 어제 공연을 보고 오늘 또 관람하는 사람도 꽤 있을 테고.

그래도 관객석의 반응은 첫날, 모두가 공연을 처음 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토요일 공연이 끝난 후부터 컬러즈가 나누는 화제는 크게 몇 가지로 나뉘었다.

세트 리스트, 울었던 얘기, 각 멤버들의 솔로 무대, 그리고…… 우형의 의상.

‘사실 반투명 노출이라 그리 파격적인 의상은 아니었는데.’

나도 지금까지 다양한 아이돌 공연 의상을 봐왔고, 콘서트 전에 여러 의상 레퍼런스를 찾아보기도 했다.

보이그룹 의상은 일반적으로 목 부근이 파이거나 소매가 짧아지는 것 외에는 노출이 적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형의 의상이 과한 노출은 절대 아니었다. 더군다나 위에 한 겹이 더 있으니.

그런데도 이렇게 주목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의상이 처음이기 때문인 듯했다.

‘하긴 제대로 된 섹시 컨셉도 처음이었는데. 악동 컨셉에 노출이 있긴 힘들지…….’

악동들도 옷은 소중히 입는지 옷을 찢어먹는 일은 없었다.

악동으로 정착하기 이전에 섹시 컨셉이 없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마이 엔터에 적응하느라 모든 컨셉을 눌러봤거든.

그러나 그땐 신인 시절이어서 그런지 어딘가 어설픈 섹시 컨셉이었다. 의상도 단순한 스타일이었고.

컬러즈는 어쩌다 보니 보수적인 뉴마만 보고 자라와서 이런 소소한 변화에도 크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실상이 어떻건 컬러즈가 좋아하면 됐지.’

팬들 보여주려고 입은 옷이니까 본 역할은 다했다고 볼 수 있었다.

몇 개의 무대를 마치고 다가온 멘트 시간에 멤버들은 어제에 이어서 또 우형의 옷차림을 언급했다.

“여름이라 덥다고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특별히 여우 형 의상에 통풍구를 만들어 주셨어요.”

재민이 말하자 컬러즈가 얼굴 모를 스타일리스트에게 큰소리로 감사를 보냈다.

스타일리스트 팀도 컬러즈의 반응을 보고 뿌듯해하지 않을까. 즉흥적인 수선 제안이 많은 이들의 즐거움을 가져왔다.

우형보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그의 등을 구경하던 한이가 마이크를 들었다.

“입어보니까 좀 어떠세요. 시원한 것 같나요?”

“아니요. 여러분의 열기가 느껴져서 오히려 뜨거운데요.”

아이돌다운 멘트에 컬러즈가 “오오~” 하며 반응하고, 우형은 정말로 더운지 수건으로 열심히 얼굴의 땀을 닦았다.

“사실 전 제 등이 안 보여서 잘 모르겠거든요? 뒤에 옷감도 있어서 별로 뚫려 있다는 느낌도 안 들고.”

우형이 재킷 때문에 별 느낌이 없다고 말하자 동생들은 재킷의 시스루 등판을 붙잡고 펄럭거렸다.

재킷 이야기가 나오자 생각나는 게 있는지 이번엔 해랑이 마이크를 들었다.

“제가 아까 얘기를 들었는데, 재킷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 팬분들이 계시다고…….”

그 말에 관객석에서 환호와 웃는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쭉 훑어보니 뜨끔한 사람도 있는 것 같았다. 어둠의 컬러즈인가 보군.

이번 콘서트가 모노크롬의 첫 단독 공연은 아니지만, 기념할 만한 첫 콘서트. 멤버들은 토요일 공연에 대한 팬들의 반응을 궁금해했다.

그래서 오늘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윤희가 멤버들에게 몇몇 반응을 대신 전해줬다. 그중에는 의상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컬러즈가 이 의상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 해랑은 재킷의 용도를 설명했다.

“이건…… 먼지 필터입니다.”

“요즘 미세먼지가 심해서 창문에도 필터 붙이고 그러잖아요.”

시스루 원단을 필터라고 표현하다니.

준해가 덧붙인 설명에 컬러즈는 이해했다는 것처럼 “아아-.” 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형은 황당해했지만 이보다 더 좋은 용도를 설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모노크롬의 공기청정기로 명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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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페셜 앨범에는 멤버들의 솔로곡이 수록되었는데 딱 하나, 두 명이 참여한 곡이 있었다.

바로 해랑의 솔로곡 .

원래 피처링이 들어간 솔로곡과 듀엣곡의 경계는 모호하다. 피처링 참여라고 해도 듀엣곡만큼이나 파트가 많은 경우도 있고.

색도 난색, 한색이 같이 있어야 각각의 색이 대비되어 더 도드라지는 것처럼, 고음 파트가 들어가야 해랑의 저음이 더 돋보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피처링 파트를 넣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피처링으로 최종 낙점된 가수는 바로 최근 활발히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의 보컬 멤버인…… 한이였다.

[그러면 해랑이 솔로 무대 때 한이도 같이 올라가야 하나?]

외부 가수라면 게스트로 초청하지 않더라도 콘서트용 MR에 피처링 파트만 따로 넣어 재생하면 되는데, 한이는 콘서트에 양일 참가하잖아?

[제가 안 올라가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요?]

[으음, 그렇지. 그래도 네가 쉴 타이밍이 없을까 봐.]

[저는 따로 춤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면 상관없을 것 같은데…… 제 솔로곡도 안무가 없으니까요.]

한이는 흔쾌히 피처링 무대를 받아들였고, 그의 체력과 목 피로도를 고려해서 세트 리스트를 잘 짜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내가 형 무대에 서 주는데 나한테 보답이라도 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돈이라도 받으려고?]

[성의를 표시해달라는 얘기지.]

한이의 장난스러운 요구에 해랑은 재민의 생일 컨텐츠 촬영 날 받은 복권 당첨금 200원을 그에게 건넸다.

동전을 쓸 일이 없어서 가방에 넣어뒀는데 마침 처리하게 되어서 잘됐다나.

2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으로 한이는 피처링 참여 및 솔로 무대 특별 출연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모노크롬은 첫 유닛 음원을 얻었다.

제이제이보다 먼저 공식으로 나오게 된 해랑과 한이의 유닛에 컬러즈는 역시나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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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해랑-한이 유닛명은 에이치에이치야?

에이치에이치 좀 긴데?ㅋㅋㅋㅋ

└재채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ㅜㅋㅋㅋㅋㅋㅋㅋ

└귀엽게 에치치로 줄이자

└길어도 괜찮아 해랑이 래퍼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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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활동 당시 블루베리 맛 해랑을 컬러즈에게 소개하면서 해랑은 또 ‘래퍼라서’를 시전했고, 이는 컬러즈의 새로운 유행어가 되었다.

는 <달의 뒷면>과 함께 해랑의 솔로곡 후보였던 곡이었다.

인류는 우주로 나아갈 기술력을 얻었지만 인간의 몸은 중력이 일정한 지구에 맞춰 설계되었고, 우주 공간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은 진통제로 현기증을 다스린다.

<궤도> 뮤직비디오 속 해랑은 그런 역할이었다.

‘그리고 <달의 뒷면>이 다크섹시라면, 는 퇴폐라고 할 수 있지.’

BPM이 낮고 무대 조명이 어두워서 이 또한 다크섹시라고 보는 컬러즈도 있었지만.

어딘가 불안정하고 아슬아슬한 느낌이 해랑의 다크한 감성과 잘 어울린다는 점에선 두 곡이 비슷했다.

(흐려진 두 눈, I’m still in the mood…)

해랑은 댄서들과 섬세하면서도 파워풀한 안무를 펼쳤다.

‘분명 해랑이가 전에 <달의 뒷면>을 혼자 하면 비어 보일 것 같다고 말했었는데.’

곡은 다르지만…… 역시 그런 우려는 필요 없었던 게 아닐까.

걱정이 무색해질 만큼, 관객들은 매료된 얼굴로 그의 솔로 무대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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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는 <송투유> 방송 이후로 컬러즈에게도 어릴 때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말에 컬러즈는 또 ‘현민 씨’를 찾았지.’

한이가 연기했던 웹드라마의 남주인공 박현민은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었다.

당시에 컬러즈는 한이가 피아노를 치는 비하인드 영상을 보면서 ‘한이가 피아노를 배웠었나?’ 하며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그 실력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뒤늦게 알게 된 거지. 한이가 음악가 집안에서 자라왔고 어머니와 형이 피아니스트라는 것까지.

멤버들의 가족은 모두 일요일 공연의 초대권을 받았고, 나는 오늘 공연 시작 전에 잠시 인사하러 온 한이의 형과 처음 만났다.

[한이가…… 회사에 두목님이 계시다고 했는데.]

그의 옆에는 연인, 그러니까 한이의 형수님이 있었는데 그녀는 그 말을 듣고 “두목님?”이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가족한테도 나를 두목님이라고 소개했을 줄은.’

한이가 강렬한 멜로 눈빛을 지니고 있어서 그의 형도 비슷한 느낌일지 궁금했는데, 두 사람은 상냥한 눈매는 닮았지만 인상이 제법 달랐다.

[한이가 어릴 때 이후로 피아노 근처에도 안 가서 피아노가 싫어진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피아노를 친다고 해서 놀랐어요.]

한이의 어릴 적 꿈이 피아니스트였다고 했었지.

꿈을 이룰 수 없게 되자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듯했다.

[저희가 시킨 게 아니라, 한이가 원하는 곡을 만들고 원하는 대로 무대를 구성한 거거든요.]

[네. 안 그래도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원하면 뭐든 할 수 있는 직업이라면서. 자긴 얼마든지 연주할 수 있고 들어줄 사람이 있다고.]

한이가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은 게 그의 의사였다는 것을 말해주려 했는데, 한이가 이미 말한 모양이었다.

[한이 정말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지켜봐 주세요.]

나는 학부모 초대 공연을 앞둔 선생님이 된 기분으로 그렇게 말했다.

이어서 어머님께도 보여드리기 위해 우리가 비하인드용으로 촬영한 한이의 무대 영상을 보내드리겠다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의상 체크로 바쁘던 한이가 다가왔다.

[나 오늘 완전 멋있을 예정이거든? 한눈팔지 말고 잘 보고 가. 재밌게 보고 가세요, 형수님.]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며 연습에 매진했던 한이는 당당한 모습으로 무대에 섰다.

우형의 솔로곡이 귀여운 사랑 노래였다면, 한이의 솔로곡은 달달한 사랑 노래였다.

그의 솔로 무대는 마치 뮤지컬을 보는 것 같았다.

가사의 흐름에 맞춰 무대 위의 소품들이 탁자, 공원 벤치 등으로 시시각각 바뀌고, 그 중앙에서 노래를 부르며 연인을 만나러 가는 과정을 연기하는 한이.

‘보컬 실력과 연기 실력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다니.’

아이돌 그룹의 메인 보컬들이 개인 활동으로 뮤지컬을 하는 경우가 꽤 많던데.

정극 연기와 뮤지컬 연기는 다르겠지만 한이도 뮤지컬을 해 보면 꽤 잘하지 않을까?

가요 발성뿐만 아니라 성악 발성도 잘한다고 하니까.

다재다능한 그는 또 다른 재능인 피아노 실력까지 선보였다.

‘한이의 모든 모습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무대 같아.’

이보다 더 한이를 잘 표현한 무대가 있을까.

음원에는 보컬 없이 피아노 연주만 흘러나오는 파트가 짧게 들어갔지만, 콘서트에서는 그 부분을 조금 더 길게 편곡해 무대를 꾸렸다.

무대 위에 준비된 피아노. 그 앞에 앉은 한이는 관객석을 한 번 보고는 씨익 웃었다.

그 모습에 컬러즈는 크게 환호했다가 연주가 시작되자 신호라도 맞춘 듯이 바로 조용해졌다.

한이는 오늘의 연주가 만족스러웠는지 무대를 마칠 때엔 그 미소가 더욱 짙어져 있었다.

***

멤버들은 오늘도 늑대가 되어 공연을 마무리했다.

첫날 공연이 기다리는 설렘이 더 컸다면, 마지막 공연은 여운이 더 길었다.

앵콜 공연을 마치고 내려온 멤버들은 가족들 앞에서 아들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팬미팅 때보다 인원이 많아!’

흐뭇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데,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대기실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복작복작해서 정신없는 와중에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시선이 향한 이유가 있었다.

‘미, 미인이다.’

처음 보는 사람의 외모부터 평가하는 건 좋지 않은 일이지만 보자마자 그 생각부터 들었다.

순간 ‘배우인가? 초대권을 받은 배우분이 있었나? 한이랑 같이 드라마 촬영한 배우 중에 저런 얼굴이 있었나?’ 하며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는데, 대기실 안쪽을 조심스럽게 살피는 모습을 보니 연예인은 아닌 듯했다.

‘그렇다면…….’

나는 근처에 있던 우형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지금 문 쪽에 서 계신 분들, 해랑이 부모님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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