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3화
이번에 개최되는 모노크롬의 콘서트 은 토요일, 일요일에 각 1회씩. 총 2회 공연이었다.
이렇게 주말 이틀 공연인 경우 토요일 공연을 첫콘, 일요일 공연을 막콘이라고 불렀다.
또한 양일 공연을 전부 관람하는 관객들도 있지만 사정상 하루만 관람하는 관객들도 많다.
꼭 한 공연만 선택해야 한다면 일반적으로는 막콘의 선호도가 조금이나마 더 높은 편이다.
‘공연 전체를 마무리하는 자리에 멤버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겠지.’
첫콘만 보고 올 경우, 자신은 여운을 즐기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전부 막콘으로 들떠 있으면 부럽거나 아쉬워지는 마음도 있을 테고.
그런데도 첫콘을 선호하는 비율도 만만치 않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무대를 먼저 볼 수 있다는 점이지.’
특히나 이번 모노크롬 콘서트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나 티켓팅 경쟁률에 큰 차이가 없었다.
콘서트를 정기적으로 해왔다면 몰라도, 모노크롬은 이번이 첫 단독 콘서트.
음악 방송이나 쇼케이스에서 공개한 무대 외에는 처음 보는 무대가 상당히 많을 테니까.
‘그중에서도 특히 멤버들의 솔로 무대!’
각 멤버의 솔로 무대가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은 컬러즈에게 아주 큰 메리트였다.
컬러즈는 콘서트 전부터 각 멤버들의 솔로곡을 들으며 무대가 어떤 느낌일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중에서도 준해의 솔로곡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요약하자면 ‘파워풀일 것 같다’와 ‘섹시일 것 같다’로 컬러즈의 의견이 갈렸다.
‘멤버들과 이렇게 똑같은 화제로 대화를 나눌 수가 있다니.’
컬러즈는 멤버들이 ‘준해가 섹시 컨셉 무대를 솔로로 해도 될지’에 관해 한차례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는 사실은 모른다.
그런데도 역시 오래 봐오면 닮는 건지 자연스럽게 같은 화제로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다만 당시 멤버들과는 다르게 지금 컬러즈는 완전체 섹시 컨셉 무대를 본 적이 있지 않은가.
섹시 컨셉이란 말에 반응하는 어둠의 컬러즈에 의해 두 진영은 제법 팽팽했다.
이내 토론은 ‘섹시 컨셉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주제로 발전하더니 ‘도 내겐 섹시 컨셉이었다.’라는 컬러즈의 등장으로 논의 자체가 흐지부지되어버렸다.
좁은 의미로는 <달의 뒷면> 같은 무대만이 섹시 컨셉이지만, 넓은 의미로는 모든 무대가 섹시 컨셉이라나. 보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무슨 뜻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준해가 보여주고 싶다고 한 건 성장한 모습이었으니까.’
뉴마 내 앙케트 당시 준해가 한 말처럼 성숙과 성장은 다르다.
준해의 이번 솔로곡은 우리 기준으로 섹시 컨셉은 아니었다.
뮤직비디오에 나온 준해의 객실은 이른바 ‘공상의 방’.
우리 기준으로는 <궤도>의 배경 자체가 공상 속 세계이지만, 그 세계를 사는 준해는 게임 모니터 속 또 다른 공상의 세계에 빠져 있다는 컨셉이었다.
‘컬러즈가 준해 솔로곡 섹시 컨셉 논쟁에 빠졌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지.’
뮤직비디오에서도 준해의 객실은 네온사인 등 형광 조명이 많이 사용된 사이버 펑크풍 세트였다.
모노크롬의 타이틀곡 중에서 ‘은근히 섹시하다’라는 평을 받았던 <이리>와 분위기가 비슷했다.
해랑의 믹스테이프와 연결되는 점도 있어서 <이리> 활동 당시에는 해랑을 모노크롬 대표 늑대로 밀었는데, 이젠 아기 늑대였던 준해가 성장해서 그 뒤를 잇는 느낌이었다.
“아니, 왜 이렇게 잘 춰?!”
“이 정도면 거의 메댄 아니야?”
준해의 솔로곡 무대가 시작되고 관객석에서 들려오는 반응은 대개 의문형이었다.
원래 준해는 리드 보컬에 서브 댄서로 보컬과 댄스 포지션을 둘 다 가지고 있었지만, 보컬 라인에 조금 더 가까운 이미지였다.
그런데 요즘, 댄스 레벨이 오른 후로는 점점 댄서 라인에 가까워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저 공중회전 기술.’
<쉰셋돌> 촬영으로 인해 재민에게는 제자가 몇 명 생겨났지만, 재민이 사랑하는 공중회전 기술을 몸소 전수받은 건 준해뿐이었다.
만일 제이제이가 실제로 데뷔하면 엄청난 무대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솔로 무대는 우형의 솔로곡이었다.
음악이 시작되면서 조명이 켜지고, 무대 중앙에 설치된 소파 위에 올라가 있는 우형의 모습이 보였다.
누워있는 게 안무 연습이라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우형의 무대 중간중간에는 소파에 편하게 앉거나 기대는 안무가 들어가 있었다.
(여보세요?)
시작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
(지금 통화할 수 있어?)
(어어, 내가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이렇게 우형이 건 통화가 끊기며 노래가 시작된다.
바쁜 연인과 통화하고 싶지만 방해할까 봐 핸드폰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귀여운 사랑 노래.
이 음원을 듣고 ‘사실 통화 상대가 나다’를 주장하는 컬러즈가 반, ‘어떻게 우형의 통화를 먼저 끊을 수가 있냐’고 분개하는 컬러즈가 반이었다.
앨범 준비 과정에서 ‘준해가 섹시 컨셉을 해도 괜찮은가’에 이어서 ‘연장자가 귀여운 컨셉을 해도 괜찮은가’라는 화제가 잠깐 나왔지만 이는 금세 지나갔다.
“아! 여우 완전 돌아버려.”
“악. 너무 귀여워!”
귀엽다고 환호하는 컬러즈의 반응을 보니 역시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밝은 분위기의 노래에 표정 연기를 조금 추가한 것만으로도 컬러즈는 치사량의 귀여움을 마주한 것처럼 심장을 부여잡았다.
세트 리스트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멘트 시간에는 이 곡을 녹음할 때 있었던 에피소드 이야기가 나왔다.
“우형 씨 솔로곡인 . 시작할 때 여성분 목소리가 나오잖아요. 그게 누구인 줄 알아요?”
한이가 관객석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이렇게 물어본다는 것은 컬러즈도 알 만한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정답을 알면 큰 웅성거림으로 대답하는 컬러즈이지만 지금은 정답에 확신이 없는지 다들 작게만 웅성웅성했다.
“유명한 분 아닌가요?”
“맞아. 컬러즈들은 다 알지.”
해랑이 힌트를 주듯이 말하자 재민이 확신이 넘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준해가 고개를 갸웃했다.
“모르는 분도 있지 않을까? 여기 이렇게 많은 분이 있는데 한 명도 빠짐없이 다 알기는 어렵잖아요.”
“그런가? 그런데 이분을 모르면, 음…… 그분께 너무 죄송하고 저도 슬플 것 같아요.”
재민이 생각만 해도 슬프다는 것처럼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냈다.
이 말에 컬러즈는 어떻게든 정답을 떠올려보겠다는 듯 웅성거림이 조금 더 커졌다.
컬러즈가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면 일단 연예인일 확률이 높다.
컬러즈는 모노크롬과 협업한 적이 있던 여성 연예인을 떠올리는 듯했다. 내 귀에도 “혹시 라솔느님?”, “아니, 그런데 목소리가…….” 하는 말이 들리는 걸 보면.
관객석에 가까이 가서 컬러즈의 정답을 청취하던 우형은 재밌는 대답을 들었는지 마이크를 들었다.
“저희 누나요……? 저희 누나는 전화 받을 때 ‘여보세요?’라고 안 해요. ‘아, 뭐.’라고 하지.”
느닷없는 누나 디스에 컬러즈가 박수를 치며 웃었다.
그 말에 한이가 손으로 입을 막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누님 얘기 그렇게 해도 돼?!”
“괜찮아. 오늘 안 왔어.”
우형의 말대로 각 멤버의 가족들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 공연 초대권을 받아갔다.
‘다행이야. 우형이가 오늘 누님을 만나서 등짝 맞을 일이 없어서.’
안 그랬으면 내일 등짝 노출에 지장이 생겼을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세게 때릴 것 같지는 않지만 여기저기서 얘기를 들어 보면 남동생을 둔 누나들은 생각보다 강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어쩌면 공연이 끝나기 전에 이 말이 그녀의 귀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내일의 등짝은 지켜주지 못하는 점에 애도를 표하는 사이에도 컬러즈의 추측은 계속되었다.
“우리가 아는 사람이면…… 한이랑 드라마 같이 했던?”
“그런데 여기 목소리는 좀 애교 있지 않아?”
온라인에서도 뉴마 소속 배우가 아닐까 추측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일반인이면 자연스러운 목소리 연기를 하기가 어려울 테니까.
‘그런데 다른 사람 목소리가 들어갈 거면 아예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낫긴 해.’
‘유명인 누구의 목소리가 들어간 곡’이 되어 버리면 곡 자체에 다른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느낌이란 말이지.
그래서 우리는 딱히 ‘외부의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구했다.
멤버들이 ‘누구나 다 알 유명인’이라고 말한 것과는 상반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마침 목소리로 참가해 주신 그분이 특별히 이 자리에 와 주셨는데요.”
목소리의 주인이 이미 여기 와 있다고 우형이 말하자 관객석이 술렁거렸다.
‘누가 올라오나?’ 하며 컬러즈가 두리번거리며 고개를 움직이고, 한이가 바로 마이크를 들었다.
“여보세요?”
한이가 가성으로 ‘여보세요?’를 재현하자 옆에서 재민과 준해도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고음을 내며 동참했다.
고음 알레르기인 해랑은 참여하지 않았다.
“여기서 누구 목소리인지 맞혀 볼 컬러즈?”
재민이 숨넘어갈 듯한 가성을 유지한 채로 물어보자 컬러즈는 진상을 알아채고 폭소했다.
‘목소리의 주인이 멤버라면 여기 있는 컬러즈 전원이 알 수밖에 없지.’
컬러즈에겐 멤버들이 최고 유명인.
누군가가 모노크롬의 멤버 구성을 잘 모르는 친구를 데려온 게 아니라면 관객 전원이 알 수밖에 없다.
평소 말투가 나오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 녹음한 목소리에 피치를 올리고 노이즈를 깔아서 잘 변조한 덕분에 오늘까지 목소리의 정체는 들키지 않았다.
이제 멤버들의 시선은 혼자 ‘여보세요?’에 동참하지 않은 해랑에게 몰렸다.
“형도 ‘여보세요?’ 해 주세요.”
“해랑이는 누가 들어도 아니지 않아?”
“왜요. 해랑 형일 수도 있잖아요?”
해랑이도 녹음을 한번 해 보기는 했지.
같은 남성 목소리여도 피치를 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고음이 되는 목소리가 있고 아닌 목소리가 있다.
그리고 해랑의 목소리 같은 저음은 무리하게 고음으로 피치를 조절하면 기계음 같아질 확률이 높았다.
‘원본 그대로가 가장 좋다는 점도 매력 레벨 원톱다웠어.’
멤버들이 가성으로 ‘여보세요?’를 해 달라고 둘러싸고 조르자 해랑은.
“……여보세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저음을 냈다. 그의 고음 알레르기는 불치병이었다.
곡의 주인인 우형은 컬러즈에게 힌트를 더 제공했다.
“이 목소리가 누구냐면, 아주 귀엽고 깜찍한…….”
멤버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수식어에 준해가 묘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본인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말한다고요?”
“아, 이 형 변함이 없네.”
한이 또한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작년에 잠깐 유행했던 ‘우형 나르시시스트 설’이 다시 부상하겠는걸.
“귀엽고 깜찍한 거 완전 해랑이 형 아닌가요?”
재민이 누가 봐도 정답이 아닌 해랑을 지목하자 컬러즈는 동의한다는 뜻인지 열심히 응원봉을 흔들었다.
“아니면 나인가?”
재민이 이번엔 해랑을 가리켰던 손가락을 자신에게 돌리며 말하자 컬러즈는 여기에도 동의하며 환호했다. 황희 정승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당분간 누가 제일 귀엽다느니, 본인인 것 같다느니 하는 대화를 나누다가, 곡의 주인인 우형이 이렇게 말하며 화제를 마무리했다.
“목소리 주인 맞히는 건 컬러즈의 숙제로 남겨둘까요?”
궁금한데 당장 정답을 알려주지 않겠다는 소리에 컬러즈는 “예에?” 하며 한목소리로 당황하고, 멤버들은 그 반응이 재밌었는지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