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308화 (308/430)

# 308화

활동 1주 차를 지나며 한껏 욕망으로 물든 어둠의 컬러즈가 정화되는 시간이 있었다.

컬러즈가 전부터 목 빼고 기다려온 떡밥이기도 했다.

바로, 시연과 함께한 <세대공감 아이+돌>의 방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노크롬과 시연이 뭔가 촬영을 함께 한 것 같다는 소문은 이미 컴백 전부터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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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 선배님 sns에 뜬 사진인데 이거 혹시 우리 애들..?

뒤에 발 보면 다섯 명 있고 선배님이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한 촬영이라고 적혀있는데..

└시기상 우리 애들 컴백 맞춰서 촬영한 거라고 보면 딱 맞긴 한데

└세트장 이거 그거 같다 뮤플 채널에서 하는 아이+돌

└헐 검색해보니 그 세트장 맞다 진짜 울 애들 아냐?!

└나 몬클이들 이 방송 나왔으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했는데ㅠㅠㅠㅠㅠ이거 진짜 힐링+귀여움 최고봉임

└시연 컬러즈 선배님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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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공감 아이+돌>은 게스트마다 세트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계속 같은 교실 세트장에서 촬영했기에, 사진만 봐도 얼마든지 방송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그래도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서인지 시연의 SNS에는 이 정도의 애매한 정보만 올라왔다.

공식 정보가 뜬 것은 아니라 컬러즈도 긴가민가하던 시점에 모노크롬의 스케줄 표에 이 방송 이름이 딱 나타났고, 컬러즈는 ‘시연 선배님’을 연호하며 환영했다.

‘시연이가 일부 컬러즈한테는 정말 선배님이긴 하네.’

원래는 한이가 시연을 ‘선배님’이라고 불러서 컬러즈도 따라 한 호칭이었는데.

시연이 준해를 보고 입덕한 시점이 모노크롬의 팬이 빠르게 늘어나던 시점과 겹쳤다. 따라서 시연은 꽤나 많은 컬러즈의 컬러즈 선배님이기도 했다.

참고로 모노크롬이 뒤늦게 부상했고 늦게 입덕한 컬러즈도 많아서 컬러즈 사이에선 ‘늦덕’이란 개념이 잘 통하지 않았다.

‘6년 차에 공식에 가입한 사람이 1기 컬러즈일 정도니까 말 다 했지…….’

자신을 ‘얼마 전에 입덕한 늦덕’이라 소개하면 ‘나도!’라는 소리가 돌아오는 게 일상이었다.

그래서 그냥 모두가 현재진행형 컬러즈이고, 5년 차 이전에 입덕한 컬러즈가 남들보다 빠른 컬러즈가 되었다.

뭔가를 하기에 늦은 시기란 없다. 그게 컬러즈의 지론이었다.

‘모노크롬도 그 말을 실천 중이고.’

뭔가를 하기엔 젊은 나이지만 아이돌로서는 항상 늦다는 소리를 듣곤 했으니까.

다들 늦다고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 덕분에 명언을 몸소 입증하는 멋진 그룹에 멋진 팬덤이 되었다.

어쨌거나 방송이 시작하고, 초반에 멤버들이 방송 컨셉에 관해 대화를 나눈 내용은 다른 아이돌 팬덤에도 흘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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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이+돌에 출연한 돌 덕들 있냐

니네 돌들 다 초등학생 설정이었대

└????

└잉 중고딩쯤 아니었음? 내돌은 교복 입었다고 고등학생 시절 얘기했는데

└방송이 원래 초등학교 설정이었다고 함 오늘 몬클편에 나옴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ㅁㅊ 뒤늦게 개귀엽네

└앜ㅋㅋㅋㅋㅋㅋ애들 아역이랑 초등학생처럼 논다고 웃었는데 그게 찐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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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민의 ‘저희 무슨 학교 학생이에요?’라는 질문은 그간 <세대공감 아이+돌>에 출연했던 많은 아이돌을 초등학생으로 만들었다.

그 아이돌의 팬들은 이 내용을 전해 듣고 당시 방송 캡처 이미지를 꺼내며 다시 앓이를 시작했다.

‘모노크롬은 종종 이렇게 다른 팬덤의 덕질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

이것도 카피바라의 특성인가.

예상치 못한 초등학생 설정에 앓는 소리를 내는 것은 컬러즈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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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악 울 애기들 초등학생이야ㅜㅜㅜ

울 갱얼지들 언제 이렇게 컸어 ㄱㅇㅇㅜㅜㅜㅜ

└186센치면 좀 많이 크긴 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애들 빨리 큰다는 말이 ㄹㅇ

└하.. 까까 한트럭 사줘버려

└무럭무럭 자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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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 컨셉으로 열심히 ‘으른’ 이미지를 적립 중인 모노크롬은 방송이 시작하자마자 주머니에 넣고 싶을 정도로 작고 소중한 아기 같은 존재로 돌아왔다.

팬들의 덕깍지는 오목렌즈인지 대상이 실물보다 작게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초등학생 설정 하나로 ‘귀여워’를 연발하는 와중에, 이런 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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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도 7년 차면 슬슬 초등학교 입학할 시기지

└그러네 몬클이들 초등학교 입학 선물 사줘야겠네

└나 7살 데뷔팬 컬러즈 어린이날 선물 받아두됨?

└아이고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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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팬 컬러즈들이 모노크롬을 따라 덩달아 7살이 되어버린 것은 둘째 치고, 이 글 하나로 갑자기 7년이라는 세월이 확 체감되었다.

‘와……. 모노크롬이 데뷔할 때 태어난 애들이 정말로 곧 있으면 초등학교에 입학한단 말이야?’

다르게 말하자면 오늘 방송에 함께 출연한 시연이 두 살일 때 모노크롬이 데뷔했단 말인가. 모노크롬이 연습생 시절을 보낼 때 시연이 태어난 거고.

이렇게 보니 정말 긴 시간이구나, 7년.

‘시간 정말 빠르다.’

이렇게 빠르게 지나는 시간 속에선 누구에게나 ‘뭔가를 하기에 늦은 시기란 없다’는 말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시연 선생님이 뽀짝뽀짝 걸어 나올 때부터 커뮤니티에는 더욱더 많은 ‘귀여워’의 향연이 펼쳐졌다.

귀여운 것을 보면 폭력성이 증가한다던데. 컬러즈는 집도 부수고 회사도 부수고 지구도 부수고, 열심히 무언가를 계속 부수며 방송을 시청했다.

그런 그들이 주먹을 집어넣고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한 것은 역시 본격적인 소꿉놀이 코너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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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여주인공 너무 잘생겼는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정도로 잘생겼으면 삼각관계 당연하지

└삼각관계에 못 낀 두 사람이 제일 즐거워보임 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남 사랑 이야기 옆에서 구경하는게 제일 꿀잼이라곸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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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아이돌 제이제이 왜 현실에 없어

당장 데뷔시켜

└당장 데뷔시켜22222

└뉴마야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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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나온 재민과 준해의 가상 팀명 ‘제이제이’를 접한 컬러즈는 막내 라인 유닛 소취글까지 올리기 시작했다.

‘언제 한번 해 봐도 재밌긴 하겠다.’

아이돌 그룹 내에서 유닛을 짜는 경우도 꽤 많으니까. 아마…… 올해는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시연과 한이가 제대로 연기를 해서인지 컬러즈는 전개를 예측할 수 없는 이 <스타가 될 거야!>의 스토리에도 금방 이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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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가 여주면 누구 선택할 것 같냐

썸타는 중인 인기 아이돌(그런데 강아지)vs예전부터 날 좋아한 동료 배우(연기는 못함)

└111111222222

└연기는 못함 왜 적었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

└둘다 선택하면 안 될까요,,,

└내가 남주가 된다는 선택지는?

└저 제이제이 팬인데 글 내려주세요

└난 엄마..(그런데 여우임)

└윗댓은 효녀냐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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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추측했던 대로 결국 진짜 남주는 준해였고, 해랑이 서브남주였다는 것이 밝혀지자 많은 컬러즈가 그를 데려가겠다며 줄을 섰다.

그리고 충격적인 혼성 그룹 엔딩을 접한 컬러즈는 촬영 당시의 나처럼 잠시 충격에 빠져 있더니 ‘시연 선배님 천재만재’를 외치며 기립 박수를 쳤다.

‘좋아. 이 반응이면 나중에 시연이가 몬클하우스에 놀러 왔을 때도 반응이 좋겠어.’

콘서트까지 마친 뒤가 되겠지만 아이들과 최대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을 기획 중이다.

귀엽고 상냥한 시연과 모노크롬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정화된 컬러즈는 1주 차의 응원 활동 성적을 검사받을, 활동 2주 차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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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 오늘은 달의뒷면 안 하네

결국 방송 잘린거냐

└잘린거 아니고 서브곡이라 2주차엔 원래 무대 없다고ㅋㅋㅋ

└자꾸 방송에 나오면 위험한 무대 취급하지맠ㅋㅋㅋ

└달의뒷면 다음 무대는 콘서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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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의 <궤도> 활동 2주 차.

해는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장마 전선은 아직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재민의 생일인 수요일의 강수확률은 50%. 정말 오거나, 안 오거나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재민의 소원에는 가까워졌다.

[모노크롬, 축하드립니다!]

월요일에 방송하는 <픽스테이지>의 MC가 1위 가수로 모노크롬을 호명했다.

<픽스테이지>는 모노크롬이 첫 음악 방송 1위를 달성했던 방송이었다.

‘그때 월요일의 <픽스테이지>랑 수요일의 <투데이스뮤직>에서 1위를 받았었지.’

오늘 여기서 1위 트로피를 받았으니, 재민의 생일 당일에도 1위 트로피를 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대기실의 모니터로 무대 위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우형이 트로피를 받아드는 동안 준해가 재민의 귓가에 대고 뭔가를 속삭였다.

그러자 재민은 고개를 들어 폭죽에서 터져 나온 꽃가루가 내리는 것을 바라보더니, 다시 준해를 보고 활짝 웃었다.

나는 그 내용이 궁금해서 대기실로 내려온 멤버들에게 물었다.

“아까 1위 했을 때, 준해가 재민이한테 뭐라고 한 거야?”

“무대 위에 서 있으면 폭죽이 터질 때 시야가 확 가려졌다가 반짝반짝하면서 내려오거든요.”

꽃다발을 든 준해는 뭔가 쑥스러운지 머쓱하게 웃고 재민이 대신 대답했다.

“꽃가루 내려오는 게 비가 내리는 것 같지 않아? 라고, 저한테 말해주더라고요.”

“멘트 뭐야! 멋있잖아!”

옆에서 듣던 한이가 마치 누군가에게 반한 사람처럼 양손을 모아 입을 가렸다.

소란스러운 무대 위에서 재민의 귀에 대고 말했기 때문에 다른 멤버들도 여기서 처음 듣는 것이었다.

‘이 멘트를 준비해 뒀다가 1위를 했을 때 말해주려고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비가 내리는 것 자체에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주려고.

시연이가 <스타가 될 거야!> 남주로 준해를 골랐던 건 사심만 작용한 게 아니라, 준해에게 이런 면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감동한 멤버들은 막내를 둘러싸고 한 덩어리로 뭉쳤고 그 옆에서 윤희가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이 훌륭한 멘트 컬러즈한테도 말해줘야겠다.”

“뭐 그런 걸 말해…….”

대기실에 있는 인원 모두의 주목을 받자 준해는 부끄러운 듯이 목소리가 작아졌다.

재민이 이전에도 비가 내리는 것보다 맑은 날이 좋다고 한 적이 있었기에, 컬러즈는 지금도 재민의 생일을 앞두고 열심히 기청제를 올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막내가 이런 멘트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컬러즈의 눈물로 다시 우기가 시작될지도 모를 일이다.

“비가 내리는 날이 좋아질지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오늘도 흐린 날씨와 졸음이 겹쳐 출근할 때 입이 댓 발 나와 있던 재민은 아직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창밖을 보더니 말했다.

“그래도 앞으로 비 오는 날엔 오늘이 생각날 것 같아.”

그리고 재민의 ‘비=꽃가루’ 연상법을 강화해주듯이, 재민의 생일에는 비가 그치지 않았지만 또 한 번 모노크롬의 1위를 축하하는 꽃가루 폭죽이 터졌다.

그리고 컬러즈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이는 재민의 모습을 TV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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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 1위 앵콜 저거 뭐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장난감 악기 연주 왜 하는 거임?

└연주하는 멤버 오늘 생일이라 1위 받으면 앵콜 때 하려고 연습했다 함ㅋㅋㅋㅋㅋㅋ

└딴짓하다가 티비에서 이상한 소리 나길래 보니까 웬 보컬 대신 음표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거예요

└재민아 네가 행복해보여서 나도 행복해^^(우형이는 환청들린다면서 괴로워했지만)

└음표에 화음넣는거 ㄱㅇㄱㅋㅋㅋㅋㅋㅋㅋㅋ

└텐션 미쳣넼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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