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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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 지금 하는거 타이틀곡임???
ㅈㄴ취향
└ㄴㄴ수록곡임 타이틀곡은 이거 끝나고
└누가 들어도 파워 수록곡ㅋㅋㅋㅋㅋ
└그럼 1주차에만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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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 무대가 전파를 타자마자 음악 방송을 시청하던 커뮤니티 유저들은 바로 관심을 가졌다.
‘시작부터 해랑이 비주얼 공격을 하는데 시선이 안 갈 수가 없지.’
이번 활동에서 해랑은 엔딩 요정이 아니라 오프닝 요정이었다.
<달의 뒷면>은 마이너한 감성을 그대로 살린 곡이라 타이틀곡 느낌이 아니라는 것에는 대다수가 동의했다.
그런데도 이 곡으로도 활동을 해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서브곡은 서브곡일 때 살아나는 맛이 있는걸.’
타이틀곡으로 대중을 잡고 서브곡으로 덕후를 잡는 정석적인 구성이지.
그리고 보통 커뮤니티에 모여서 아이돌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덕후일 확률이 높다.
반응을 보니 다행히도 서브곡으로 시선을 붙잡는 전략이 잘 통하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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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름에 이런 곡 내도 됨?
└여름에 이런 곡 내면 왜?
└더운데 후끈하잖어
└ㄴㄴ이열치열하라고 여름에 낸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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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뒷면 저거 심의 통과한 거지?
대뜸 무릎꿇고 시작할줄이야.. 빨래 개면서 보다가 화들짝 놀람
└곡이랑 가사는 문제없다곸ㅋㅋㅋㅋㅋㅋㅋ
└무대는 문제 있는 것처럼 말하지마 바보야!
└카메라 왤케 갈팡질팡하는 것 같냐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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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활동하는 팀 중에서도 독보적인 섹시 컨셉이어서 그런지 방송 심의 통과 여부를 묻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달의 뒷면>은 분위기만 관능적일 뿐, 가사는 서정적이었기에 무사히 적격을 받았다.
그리고 반응을 보며 평소에 팬덤 밖 사람들에게 모노크롬이 어떤 이미지였는지도 확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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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 착한 줄 알았는데
무대 이런 거 하네
└착한게 뭔 상관이얔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어이없는데 무슨 소린지는 이해 감
└나 가만히 있었는데 훅 치고들어옴 이거 일방과실 맞지?
└모노크롬 신고해야겠네..
└혼인신고 미리 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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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의 평소 인상이 순한 이미지여서 반전된 모습이 그만큼 강렬하게 와닿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컬러즈는 이 표현이 마음에 들었는지 ‘모노크롬 착한 줄 알았는데 심장 폭격하네, 마음을 훔쳐 가네, 괴도였네.’ 등등 활용형을 내놓으며 주접 문구로 쓰기 시작했다.
‘팬들을 만족시킬수록 죄가 쌓여간다니.’
하지만 모노크롬이 유죄냐, 무죄냐 물으면 컬러즈들은 무죄라고 대답할 테니까 큰 상관은 없었다.
그리고 모노크롬이 활동을 시작하고 얼마 후, ‘착한 줄 알았는데’가 또 언급되는 일이 있었다.
바로 <아이돌부 방학캠프> 여름방학 편 방영일.
‘작년엔 촬영일도 꽤 더웠고 여름방학이 끝날 시기에 방영했는데.’
출연진도, 제작진도 많은데 대부분이 야외 촬영이다 보니 날이 더 더워졌을 때 촬영에 들어가면 두 배로 고생이라고 이번 <아이돌부 방학캠프> 촬영일에 스태프에게 전해 들은 바가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촬영일을 앞당겼고, 따라서 방영일도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시작될 시기로 앞당겨졌다.
모노크롬은 1편이 끝날 때쯤 나올 예정이라고 안내받았지만 엔터사 직원으로서 아이돌이 나오는 방송은 봐둘 필요가 있었기에 처음부터 시청하기로 했다.
올해 <아이돌부 방학캠프>도 작년처럼 각 그룹의 인터뷰 장면으로 시작했다.
[이번 촬영에 앞서서 포부가 있다면?]
[저희 작년 방송 돌려보면서 예습했거든요.]
지금 TV에 나오는 그룹은 타임즈원이라는 5인조 보이그룹.
‘사전 미팅 때 방송국에서 들었던 팀명이라 기억하고 있었지.’
누가 타임즈원이 올 줄 알았는데 모노크롬이 섭외됐다고 구시렁댔었는데 말이야.
좋지 않은 기억으로 이름을 외우게 되었지만 촬영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성실한 그룹이었다.
그런 그들이 작년에 모노크롬이 나온 회차를 여러 번 봤다고 한다.
[저희 목표는 1위입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1위를 노리는 그룹이 많았다.
여기엔 작년에 1위를 한 모노크롬도 영향을 미쳤으려나? 당시엔 인지도가 떨어졌던 모노크롬이 카메라에 많이 잡히기도 했으니까.
‘아니면 이렇게 1위를 노리는 게 보통인데 작년 참가팀들이 특이한 걸 수도 있고…….’
이담이 속한 더클랜도 1위를 노리는 그룹 중 하나였는데, 이들만큼은 정말 모노크롬의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 자꾸 모노크롬의 과거가 떠오르는 그룹이었으니까.
아무튼 인터뷰 때 보인 포부대로 각 그룹은 정말 열심히 포인트를 모아나갔다.
그리고 그 포인트를 위협하며 나타난 것이 바로 모노크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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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 점수고 포인트고 막 퍼주네ㅋㅋㅋㅋㅋ
└포인트 인플레이션 오겠다고요ㅋㅋㅋㅋ
└방금까지만 해도 다 좀 지쳐 보였는데 포인트 뿌리니까 텐션 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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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형식의 장기자랑 코너에서 모노크롬은 좋은 의견을 내거나 멋진 장기를 보여준 출연자에게 보너스 포인트를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를 알고 있는 내 눈에는 다르게 보였다. 이건 페이크였다.
촬영 당시엔 작가가 ‘진행하시면서 이 정도 포인트는 임의로 나눠주셔도 괜찮아요.’라고 해서 그 말대로 따른 것뿐이었으나, 지금 방송으로 보니 진의를 알 것 같았다.
‘도박판에서 그런다던데. 처음엔 보상을 퍼줘서 경계심을 줄인 다음에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탕진시킨다고.’
이 코너가 있었기에 다들 모노크롬을 믿고 맘 놓고 포인트 쇼핑을 즐긴 거겠지.
그리고 모노크롬은 계획대로, 책임지지 않고 퇴근했다.
컬러즈는 [아니 여기서 칼퇴크롬ㅋㅋㅋㅋㅋ]이라며 웃었지만 화면 속 출연진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근심에 휩싸였다.
파국을 맞이한 전 출연진들의 모습으로 오늘 방영분은 마무리되고, 다음 주 예고가 흘러나왔다.
[아! 포인트 10점만 더!]
[집에 보내주세요!]
작년 촬영 2일 차에는 기상 후 여유롭게 결승전을 펼치고 해산이었으나, 올해는 일정 포인트를 모아야 퇴근할 수 있는 포인트 지옥이 펼쳐진 듯했다.
퇴근길이 걸리자 다들 독기가 바짝 든 모습이었다.
평화롭게 면접 장기자랑을 감상하던 시청자들은 예고편에서 출연자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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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잠깐 일 있어서 끝부분 못 봤는데 왜 다음주에 다 포인트 거지 됨?
└모노크롬한테 털림
└모노크롬이 훔쳐감??
└괴도 스탈린?
└아 몬클 신곡 제목 복선이였냐고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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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 아니야. 궤도야……!’
그리고 훔쳐 간 것도 아니야! 옥장판은 좀 팔고 갔지만.
이 방송으로 모노크롬은 흑막 타이틀을 얻게 되었고, ‘모노크롬 착한 줄 알았는데.’라는 문구는 마치 관용구처럼 정착되었다.
***
모노크롬의 활동이 시작하자 재민은 갑자기 해랑을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멤버들은 평소에도 잘 붙어 다녔지만 이건 평소와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해랑을 둘러싸고 퇴근하던 보디가드 포지션이 떠오를 정도로 재민은 그를 밀착 마크하고 있었다.
‘그때도 신종 괴롭힘인가 했었는데.’
해랑의 귀찮아하는 표정을 보니 역시나 합의된 사항은 아닌 듯했다.
장난이라면 금방 지나가겠거니 했으나 재민의 그런 행동이 이틀, 사흘 이어지니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 요즘 해랑이한테 붙어 다녀?”
대기실에서 둥지 틀기가 특기인 해랑이 오늘도 대기실 소파에 자리를 잡고 쉬려는데 재민이 그 옆에 꼭 붙어 앉았다.
겨울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다른 사람과 붙어 있기는 좋지 않은 여름.
내 물음에 재민의 주의가 분산되자 해랑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른 자리로 도망가 버렸다.
“저번에 주인 님이 그러셨잖아요. 생일에 형한테 비 안 오게 해달라고 부탁하라고.”
“해랑이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해서 포기한 거 아니었어?”
“생각해 보니까 영화 같은 거 보면 보통 캐릭터끼리 초능력이 안 겹치잖아요. 그러니까 저한테 해를 불러오는 능력이 생기는 것보다는 형한테 부탁하는 게 빠르겠더라고요.”
별생각 없이 해를 불러오는 초능력을 연마해보면 어떻겠냐고 했었는데, 그것보다는 해랑의 마음을 바꾸는 게 더 빠르다는 합리적인 결론을 낸 모양이었다.
“그런데 아직 생일은 며칠 더 남았잖아?”
“소나기면 몰라도 장맛비는 두 기단이 팽팽하게 맞서서 생기는 거잖아요? 기단이 하루 이틀 만에 사라지진 않을 거란 말이죠. 그러니까 며칠 전부터 기도해야 해요.”
해랑을 쫓아다니던 것은 기우제의 반대, 기청제 활동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과학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비과학적인 결과를 얻어내려 하다니.
듣고 있자니 논리적으로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했다.
‘본인 나름대로 적극적인 극복 방법을 찾은…… 건가?’
그러나 그 방법이 해를 종종 불러오는 해랑 쫓아다니기라니.
해랑은 재민의 생일까지 재민을 달고 다녀야 할 위험에 처했다.
같이 다니는 거야 큰 문제 없지만 재민은 요새 전자악기를 들고 다녔다.
‘24시간 같은 멜로디를 듣기’ 형을 우형이 아니라 해랑이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우형이라면 몰라도 휴식을 중시하는 해랑이에게는 큰 위기야.’
해랑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서 대화를 듣던 우형도 리더로서 멤버를 구하러 나섰다.
“그렇다고 해랑이를 쫓아다니면 오히려 역효과일지도 몰라.”
그렇지. 신도 진노하면 오히려 재앙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스트레스를 주면 안 된다는 의미로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는데, 우형은 다른 이유를 꺼내 들었다.
“해랑이 지금 머리 색이 파란색이라 오히려 물을 불러올 거야.”
“……전엔 머리가 빨간색이어서 태양을 불러왔던 거야?”
“그렇지 않을까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접근 방향이었다. 불 속성 해랑이 염색으로 물 속성이 되어 버리다니.
하긴 판타지 설정의 게임 캐릭터들이 속성에 따라 머리 색이 달라지긴 하지.
해랑만 믿고 있던 재민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입을 벌렸다.
“그럼 내 머리는? 지금 나도 체리 맛인데.”
“체리 맛은 조금 어두워서 애매하다.”
“형은? 형도 밝은 색이잖아.”
“나는…… 여우라서. 여우비를 불러와.”
우형이 본인이 여우라는 말을 제 입으로 꺼냈다. 컬러즈가 들었으면 좋아했겠는걸.
기댈 미신조차 사라진 재민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변했다.
재민에게서 해랑을 구한 우형은 이번엔 재민을 달래기 시작했다.
“그러면 나도 이사님처럼, 비가 오면 받고 싶은 걸 하나 줄게.”
물 속성 얘기를 꺼낼 땐 사실 조금 황당했는데, 이번엔 꽤 괜찮은 방법이었다.
비가 왔을 때의 보상이 많아진다면 차라리 비가 오는 걸 기대하게 될 수도 있지.
재민은 내게 운동화를 받고 싶다고 했으나 운동화 하나로는 조금 약했을지도 모른다.
더 바라는 게 있나 하여 재민을 바라보자 그는 조금 주저하면서 입을 열었다.
“사실 받고 싶은 게 있는데…….”
운동화는 내게 부담 주지 않는 선에서 고른 선물이었던 걸까.
선물을 주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면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재민은 조금 더 진심으로 원하던 선물을 말했다.
그리고 그건 이전에도 그가 받고 싶은 선물로 꼽았던 물품이었다.
“1위 트로피…….”
그 말에 나는 바로 손에 있던 스마트폰 화면을 켜서 음원 스트리밍이 끊기지 않았는지를 확인했다. 다행히 잘 돌아가고 있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우형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열심히 해 보자.’
1위 강력 후보라고 해도 정말 1위를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안 그래도 컬러즈는 재민의 생일이 겹치니 꼭 1위를 만들어야 한다며 힘내는 중이다.
재민의 즐거운 생일 만들기는 날씨를 조종하거나 컬러즈와 힘을 합쳐 이뤄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