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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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방에서 달의뒷면 해??
이거 우리만 봐야하는데vs이걸 남들도 봐야하는데
지금 마음속에서 팽팽하게 싸우고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네맘=내맘
└아 이거 참 좋은데..^^.. 뭐가 어떻게 좋다고 설명하기엔 좀 그렇고 하 이거 참^^ㅎ
└나만 알고 싶은 맛집인데 사장님 돈은 많이 벌었으면 하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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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 무대가 공개된 쇼케이스 이후, 욕망에 휩싸인 어둠의 컬러즈가 대대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언제나 물밑에 있는 듯했지만 이전에도 수면 위로 올라온 적은 있었다.
‘드라마에서 한이가 맡은 캐릭터 사망 장면이 궁금하다는 컬러즈들이 있었지.’
결국 <기로>에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섹시 컨셉은 컬러즈에게 좋은 충격을 준 모양이었다.
쇼케이스 당시부터 컬러즈는 ‘여우형 백해랑 유죄’를 외쳤고, 곡을 냈다는 이유로, 그리고 이런 무대를 만들어냈다는 이유로 모노크롬은 죄 많은 남자 집단이 되어버렸다.
의 취조실 티저를 보며 없는 죄도 만들어서 자수하던 컬러즈를 생각해 보면, 덕질의 현장에서 죄라는 건 오히려 좋은 것이었다.
‘나는 정말 죄인이 되어 버렸는데…….’
발매 후, 컬러즈와 무지개의 입장은 반대가 되었다.
아이리스의 싱글에 내가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탓에 얼마 전까지 컬러즈에게 인력 유출 의심을 받고 있었으나, 이제는 무지개들을 그대로 두고 돌아가 버린 매정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줬다 뺏는 게 더 서글픈 법인데.
“혹시…… 무지개들이 요즘도 뉴마 얘기를 하던가요?”
유명인도 뭣도 아닌 내가 어디 소속이든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컬러즈와 무지개는 둘 다 절실하게 바라는 게 있는 팬덤이다.
사소한 변동도 크게 느낄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윤희에게 질문하자 그녀는 바로 대답했다.
“네. 뭐, 그렇죠. 무지개들이 요즘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많다 보니까.”
“분위기가 별로 좋지는 않죠……?”
좋은 이야기는 알아서 들고 와주는 그녀가 무지개들의 최근 여론을 보고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다면 분위기가 좋을 리 없겠지.
조심스럽게 묻자 윤희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사님의 토템 소문을 듣고 소원을 빌던 무지개들도 있었는데, 뉴레인에 계속 계시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으니까요.”
팬매니저인 윤희는 다양한 반응을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무슨 글을 봐도 감정에 잘 휩쓸리지 않지만, 뉴레인에 고통받는 무지개들의 상황이 씁쓸한 모양이었다.
그녀 또한 아티스트에게 진심이었고 회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으니까.
차라리 화를 내고 있으면 모르겠는데 희망의 끈 하나가 사라져서 허탈해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죄책감이 가중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레드가 뉴레인 안에서 어떻게든 해 보려고 하는 것 같으니까…….’
대표는 여전히 레드의 메시지를 무시 중이라고 한다. 당연히 나도 대표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레드는 정말 끈기 있는 사람이었다.
[대표님께 저희 무대 영상 링크를 보내드리면 봐 주실까요?]
레드가 메시지로 그렇게 물었고, 나는 ‘아마도……?’라는 대답을 건넸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아티스트보다는 사업에만 관심을 보이는 책임자도 있긴 하지만…….
‘대표가 나라면 실물 아이리스가 궁금하긴 했을 거야.’
내가 아이리스를 좋아했듯이, 대표도 아이리스를 좋아했다.
그리고 그 아이리스 멤버 본인이 자신들을 봐달라고 자꾸 연락하는데 언제까지고 무시할 수 있을까.
이곳에 들어오게 된 시점과 목적은 다르지만, 대표와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게임 시스템은 같지 않은가.
이곳은 아이돌 친화적인 세계관.
나는 그것을 깨달았고 대표는 수익을 중시하는 악덕 대표의 길을 걷느라 깨닫지 못했다.
‘좋아했던 마음을 다시 일깨운다면 흑화했던 마음을 빠르게 되돌릴 수도 있지.’
아니면 아이리스가 계약 기간을 끝내고 떠나거나.
이건 대표에게 주어진 또 다른 퀘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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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모노크롬 활동에 방청을 오는 컬러즈들에게는 소소한 역조공 물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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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녹 왔는데 덥다고 음료수 나눠줌
다들 감동하고 있는데 제품명 확인해보니까 데이드링크 아이스티ㅋㅋㅋㅋ
└데이드링크 ppl 여기까지 침투하냐곸ㅋㅋㅋㅋㅋㅋㅋ
└광고주님들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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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클하우스의 음료 냉장고 덕분에 작년부터 꾸준히 노출되고 꾸준히 연락했던 그 데이드링크.
음료 회사의 진가는 날씨가 더운 여름에 발휘된다.
컬러즈는 모노크롬이 데이드링크 홍보대사처럼 활동하는 것을 보며 ‘올해도 광고 하나 더……?’ 하며 은근히 기대를 보였는데…….
‘그게 맞아.’
여름엔 청량. 청량 하면 청량음료.
데이드링크의 제품 중에서도 스테디셀러라는 이 아이스티가 바로 모노크롬이 광고하게 될 제품이었다.
사실 이번 활동에 역조공으로 제공된 음료 또한 데이드링크 협찬이었다.
모노크롬이 그간 장난처럼 열심히 PPL을 해온 덕분에 다들 ‘또ㅋㅋㅋㅋ’ 하면서 웃었지만, 활동 기간 내내 역조공 물품이 같은 것을 보면 슬슬 눈치채는 컬러즈도 있지 않을까.
그 전에 광고가 공개될지도 모르지만.
멤버들과 스태프들에게도 음료를 건네주자 멤버들은 습관처럼 PPL 멘트를 내뱉었다.
“아니, 이건 데이드링크의 아이스티?”
“무려 두 가지 맛이라고.”
이제는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일상 대화처럼 덤덤하게 말하는 지경까지 도달했다.
데이드링크를 입력하면 저절로 광고 멘트가 출력되는 로봇 같았다.
“너희 머리 색깔만 보면 비타민 음료 같아.”
“어! 그럼 나 딸기 맛…… 아니, 체리 맛이다.”
“블루베리 맛 해랑! 와서 음료를 받도록 해.”
한이의 부름에 메이크업 의자에 앉아 있던 해랑이 이곳으로 와 아이스티를 받아갔다.
그리고 한이와 재민은 아직 메이크업 중인 우형과 준해에게도 오렌지 맛 우형, 포도 맛 준해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해랑은 대기실을 쭉 둘러보고 아이스티 병을 한번 보더니 말했다.
“레몬 맛이랑 복숭아 맛은 없네.”
“그 부족한 점을 이 데이드링크 아이스티가 채워주는 거지.”
이번 PPL 멘트는 아주 자연스러웠어.
멋진 광고인으로 거듭난 한이는 이번엔 자신의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집었다.
“그럼 나는 무슨 맛 하지?”
“으음…… 우주 맛?”
“우주 맛은 무슨 맛이야?”
한 단어로 형용할 수 없는 한이의 우주 머리 색은 과일 하나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웠다.
음료 중에는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펄 들어가서 은하수처럼 반짝거리는 와인이 있는데. 그거 닮았어.”
“제가 와인을 닮았다고요?”
“너 맨날 술 마셔서 그러잖아.”
혼자 비타민 음료가 아니라 알코올음료가 되어버린 한이를 보고 해랑이 느닷없이 디스를 날렸다.
한이는 “저 맨날 안 마셔요.”라고 변명하면서도 과일 중에는 마땅한 것이 없다는 데에 동의했는지 결국 와인보다는 상큼해 보이는 칵테일 맛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재민은 체리 맛이라는 타이틀이 마음에 들었는지 새 아이디어를 냈다.
“우리 인터뷰 할 시간 있으면 이렇게 소개할까? 체리 맛 재민! 포도 맛 준해! 입니다! 이렇게.”
“블루베리 맛 해랑만 너무 길지 않아?”
소개는 짤막짤막하게 넘어가는 게 포인트인데.
그런 생각에 나와 재민이 동시에 해랑을 쳐다보자 해랑은 담백하게 대답했다.
“저 래퍼라서.”
해랑에게 대체 래퍼란 뭘까.
그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래퍼라서’라는 말로 넘어가고는 했다. 나름의 래퍼부심이 있는 듯했다.
옆에서 과일 얘기로 들떠있자 칵테일 맛을 맡은 한이는 뭔가 아쉬운 듯이 어깨를 늘어트렸다.
“아! 나도 과일 하고 싶다.”
“이따 컬러즈한테 우주색 과일 있는지 물어보자.”
컬러즈의 집단 지성은 대단하지만…… 과연 저 유니콘 오로라 홀로그램 색 과일을 찾을 수 있을까?
차라리 자신들이 농업진흥원에 들어가서 새로 연구해 만들어주겠다고 할 것 같은데.
이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스타일리스트가 다가와 재민에게 의상으로 준비된 타이를 장착시켰다.
“오늘 타이도 체리 맛이다.”
재민은 모든 색깔을 맛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오늘 멤버들의 의상은 뮤직비디오에서 입었던 체리 맛…… 아니, 와인색 타이를 활용한 의상.
쇼케이스에서는 <궤도> 의상으로 <달의 뒷면> 무대까지 펼쳤지만, 오늘은 <달의 뒷면> 의상도 따로 준비되었다.
섹시 컨셉에 맞춘 것은 아니고 그냥 깔끔한 스타일이었다.
섹시함이란 것은 의상에 가려지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건 쇼케이스에서 두 눈으로 확인했지.
“그러고 보니 컬러즈가 본방에서 <달의 뒷면> 볼 수 있다고 좋아하더라.”
해랑의 모노크롬 앨범 첫 참여곡에 좋은 반응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해랑은 아이스티를 마시다 뚜껑을 잠그고 고개를 끄덕했다.
한이가 그 옆에서 당당한 표정으로 말을 얹었다.
“역시 두목님 의견을 전달하길 잘했어요.”
회의 때 내가 이 곡과 관련해서 뭔가 의견을 낸 적이 있었던가?
나는 기억을 되짚으며 한이에게 되물었다.
“내 의견?”
“형들 섹시 컨셉이 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의견을 잘 전달했죠.”
아. ‘준해 섹시 컨셉 앙케트’ 때.
내가 그런 소리를 한 게 아니고 한이가 그렇게 해석했었지.
‘당장 알려주러 가야겠다더니 결국 가서 얘기했구나.’
마치 내가 원해서 이 곡을 만들었다는 듯한 뉘앙스여서 해랑을 쳐다보니, 그는 눈동자만 움직여 한이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작게 절레절레 저었다.
한이가 또 아무 소리를 한 모양이었다.
“해랑이가 그때 준해 섹시 컨셉 강경 반대했었다며.”
“그건 한이가 신났길래 반대하고 싶어서…….”
한이가 완전 찬성파여서 그 반대편으로 갔다는 얘기인가.
그런데 해랑은 메이크업을 받는 중인 포도 맛 머리를 한번 보고는 다시 말했다.
“그런데 역시 혼자 하기 전에 일단 다 같이 먼저 하고…….”
해랑도 나와 마찬가지로 섹시 컨셉 장유유서파였다.
준해에게 시키는 문제 외에도 모노크롬에게 제대로 된 섹시 컨셉 곡이 없었던 것도 한몫했다.
다 같이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니 해피 엔딩이다.
‘컬러즈가 좋아하니까 잘됐지.’
역시 멤버 시너지가 있어서인지 컬러즈는 아기 늑대가 섹시해졌다는 점에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청소년 늑대가 되었다며, 어른 늑대를 기대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가만히 앉아있느라 졸려서 꾸벅꾸벅하는 지금 준해 얼굴은 완전히 아기 늑대였지만.
옆에서 메이크업을 먼저 마친 오렌지 맛 우형이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려다가 준해가 ‘아빠 안 잔다’를 시전하며 눈을 번쩍 뜨는 바람에 대기실은 또 한바탕 소란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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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는 보다 조금 더 어른스러워진 청량이었다.
뮤직비디오로 먼저 접했다가 그 후에 쇼케이스로 무대를 접한 컬러즈는 종종 두 가지를 비교하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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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뮤비로 볼 때랑 무대로 볼 때 느낌 다른 거 좋지 않냐
뮤비는 아기자기하게 포장했는데 무대 보면 약간 미쳐버린 청량.. 몬지알지?
└가사 뜯어보면 완전 우주급 집착이라곸ㅋㅋㅋㅋㅋ
└누가 그랬는데 뮤비는 널 찾아갈게!라면 무대는 널 찾아내겠다<<이게 ㄹㅇㅋㅋㅋㅋㅋ
└하,,, 골라먹는 맛 미슐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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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6년 차의 청량’이었다면 <궤도>에는 ‘집착 청량’이란 별명이 붙었다. 이른바 ‘어른의 청량’이었다.
그리고 <궤도>가 발매 전부터 팬덤 밖에서 괴도 스탈린으로 이목을 끌었다면, <달의 뒷면>은 음악 방송 시청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