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278화 (278/430)

# 2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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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뉴레인 개빡쳐 진짜

뉴레인 만들면서 회사 방향성을 잘못 잡은 것 같은데 뉴마 시절이 나았음 ㄹㅇ로

└애들 sns 올때마다 걱정말라고 하는거 진짜 복장터짐 회사는 뭐하고

└애들은 아무 잘못 없는데 회사 때문에 지친다는 게 더 짜증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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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를 잠시 맡는다고 해도 일단 내 본거지는 뉴마의 이사실이다.

단지 아이리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뉴마와 뉴레인을 많이 왔다 갔다 해야 할 뿐.

뉴레인의 데뷔 서바이벌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어차피 뉴레인은 오가야 했지만, 앞으로는 방문 빈도가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것도 잠시 들르는 손님이 아니라 관계자의 신분으로.

‘이게 나름대로 걷기 운동 아닐까?’

운동하겠다는 재민과의 약속을 이렇게 지키게 되는 걸까.

아무튼, 나의 주도로 아이리스 싱글 제작이 결정되었고 아이리스 멤버들에게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점심 이후에 뉴레인에서 모일 예정이었다.

잠시 후에 자리를 비울 예정이니 혹시 필요한 게 있을지 묻기 위해 윤희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다른 말을 꺼냈다.

“요즘 무지개 사이에서 무슨 얘기가 도는지 아세요?”

“무슨 얘기를 하는데요?”

“뉴마에 있을 때가 좋았다고요.”

“……그것참 재밌는 얘기네요.”

뉴레인이 크게 헛발질을 하고 있는 탓에 뉴마가 재평가를 받는 모양이었다.

지금 뉴마에 있는 우리는 탈뉴마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말이지.

‘소속사에 불만이 없는 팬이 어디 있겠냐마는, 무지개는 컬러즈보다야 뉴마에 훨씬 불만이 적었을 테니까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뉴레인으로 분리되자마자 해외 활동만 이어지고 최근엔 갑자기 활동 소식이 뚝 끊겨 버렸으니.

무지개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뉴마에 관한 기억이 더 미화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예전엔 아이리스랑 모노크롬이 같은 소속사였으니까, 당시에 모노크롬이 어땠는지 아는 무지개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그때 일 잘하던 사람은 다 뉴마에 남은 게 아니냐는 얘기도 하더라고요. 웬만한 사람들은 다 뉴레인이 데려갔는데.”

윤희는 코웃음을 치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처음 출근했을 때의 침울하던 회사 분위기가 떠올랐다.

‘윤희 씨 입장에선 황당한 얘기로 들리기도 하겠네.’

당시 뉴마 아티스트팀의 분위기는 폐업 정리 직전 같았다.

모노크롬을 아끼던 윤희도 미래가 안 보인다고 사직서를 내려고 했으니 말할 것도 없지.

“그나저나 윤희 씨가 그쪽까지 모니터링 안 해 주셔도 괜찮은데.”

“회사 얘기가 나와서 볼 수밖에 없어요. 저도 뉴레인에는 좋은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공감도 가고요. 애들만 걱정이죠.”

“그러게요…….”

대표가 내 기억을 가졌다면 아이리스에게 애정을 가지고 플레이하던 기억도 있을 터.

그런데 왜 이렇게 장기적으로 좋을 리 없는 선택을 하면서 회사를 운영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퀘스트가 단기적인 목표인가?’

그래서 나중 일은 될 대로 되어라 하면서 눈앞의 이익만 챙기려는 걸까.

이건 대표와 만나거나 대화를 해봐야 알 수 있겠지.

그걸 위해서 열심히 뉴레인의 일에 끼어들어야 한다.

나는 다시 한번 이번 목표를 되새겼다.

“아, 민형 씨.”

윤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민형이 지나가는 것이 보여서 그를 불러 세웠다.

생각해 보니 민형은 전에 내게 대표와 말투가 똑같다고 한 적이 있었다.

주변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이면서 은근히 감이 날카로운 사람이다.

그러니까 지금 아이리스의 상황도 예리한 시선으로 보고 있지 않을까.

“저 이따 뉴레인에 다녀올 건데. 혹시 무지개로서 의견 있어요?”

민형에게 부여했던 ‘무지개 역할’을 지금 요구하자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안무 영상…….”

“안무 영상이요?”

“카메라 그네 태우지 말고 풀샷으로 고정해 주세요.”

……정말 찐팬의 의견이잖아.

아이리스의 안무 영상을 검색해 보고 카메라가 그네를 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계속해서 줌인, 줌아웃을 반복하는 것을 두고 그네를 타면서 촬영한 것 같다고 비유하는 모양이었다.

민형의 말처럼 풀샷 영상을 올려달라는 댓글도 여럿 보였다.

‘모노크롬 안무 영상은 풀샷이 기본이라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는데.’

민형에게 무지개 역할을 부여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음을 깨달으며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어? 송 피디님!”

“팀장님!”

오늘 뉴레인에는 송준오 피디가 나와 동행했다.

아이리스 멤버들이 안심하고 대할 만한 사람이 있어야 덜 불안해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뉴레인 사옥에 들어서자 그를 알아본 뉴레인의 직원들이 그를 ‘팀장님’이라 부르며 다가와 반겼다.

“진짜, 그 어느 때보다 팀장님이 계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와 주시다니!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이는 것 같아요.”

“허허. 나는 잠깐 온 건데, 뭐.”

“그래도요…….”

요즘 아이리스와 회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던 탓에 마음을 졸였는데 송 피디를 보니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옛 상사를 이렇게 반길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만큼 그의 인망이 두텁다는 의미겠지.

“나는 일하러 온 거라서. 다들 가서 일들 해.”

“좀 일찍 왔으니까 잠깐 얘기 나누셔도 돼요. 이따 시간 맞춰서 정해진 회의실로 오시면 되니까.”

아쉬워하는 직원들을 뒤로하려는 송 피디에게 나는 그렇게 말했다.

“뭔가 정보라도 얻으면 말씀해 주시고요.”라고 작게 속삭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는 뉴레인의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없지만 송 피디는 가능하다. 이런 것도 활용하려면 활용해야지.

잠시 후에 아이리스 멤버들도 회의실에 모일 예정이었지만 나는 레드에게 먼저 연락해 보려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와서 고개를 들었다.

‘오렌지!’

레드와는 동갑이지만 아이리스의 둘째로 통하는 오렌지였다.

실질적 리더라고 불리기도 하는 아이리스의 카리스마.

그야말로 ‘쿨뷰티’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그녀는 그냥 지나가는 게 아니라 내 바로 앞까지 똑바로 다가와 섰다.

“수연이가 사람을 쉽게 잘 믿어요.”

수연은 레드의 본명이다.

오렌지는 냉한 표정 그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괜한 헛바람은 불어넣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헛바람?”

“괜한 기대감만 주면서 설득하려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얘기예요. 저희는 이제 확실하게 보장되는 말만 듣기로 했어요. 수연이는 이상하게 이사님을 잘 따르지만요.”

이건 나를 회사 관계자로 보고 하는 말이다.

내가 레드와 친분이 있으니까, 뉴레인이 그걸 이용하기 위해 날 불러왔다고 생각한 걸까.

아이리스에게 보여주기식으로 일을 진행하면서 불만을 잠재우려고.

‘우형이가 했던 말이 이거구나.’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한 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신뢰도가 없는 상태에서는 경계하고, 의도를 의심하고, 같은 말도 안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기 마련이다.

이런 날 선 반응을 봐도 오해하거나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말해준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지금 깨달았다.

“당장 날 믿으란 소리는 안 해. 그런데 헛바람인지 아닌지는 네가 직접 판단해.”

“네?”

“수연이한테 대충 전해 들었겠지만, 나는 내가 가져온 기획 그대로 진행할 거야. 뉴레인이 그러기 싫다고 해도. 난 그럴 지위가 있거든.”

나는 간접적으로 대표를 내 뜻대로 움직일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내가 당당한 소리를 내뱉자 오렌지는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는지 입을 뻐끔거렸다.

그러느라 잠시 대화가 멈췄는데, 그 사이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주인아!”

옆에서 들려오는 레드의 목소리에 오렌지와 내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주인……. 아! 저! 이사님 성함 막 부른 거 아니에요……! 인아! 인아 부른 거예요!”

레드는 말하다가 뭔가 깨달았는지 크게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 이름이…….’

그러고 보니 오렌지의 본명이 ‘주인아’였다. 성이 주, 이름이 인아.

나는 또 ‘주인 님’에 이어서 새로운 친근한 호칭이 생겼나 했지.

이름이야 알고 있었지만 빨주노초파남보로 외우던 탓에 본명이 바로 안 떠올랐어.

아무튼 오렌지를 다급하게 부른 레드는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왜 먼저 나와 있어? 이사님한테 이상한 소리 한 거 아니지?”

레드가 걱정할 만한 말이라면 이미 한 것 같은데…….

나는 별로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지만 말이다. 어차피 행동으로 보여줄 생각이었고.

그러나 대답이 없는 오렌지를 보며 레드는 미간을 좁혔다.

“내가 믿어보라고 그랬잖아! 이사님은 괜찮다고. 아니면 내가 못 미더워서 그래?”

“널 못 믿는 게 아니라……!”

“내가! 내가 먼저 말씀드린 거야. 그래서 이사님이 들어주신 거고. 그런데 왜 이사님을 그런 표정으로 대해?”

“……우리 일인데 왜 이사님 편만 들어? 나보다 이사님이 중요해?!”

……갑자기 이 분위기 뭐지?

오렌지도 뭔가 매우 속상한지 울상이 되었다.

분명 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마치 두 사람 사이에 내가 꼽사리 낀 기분이 들었다.

“저, 저기.”

내가 끼어들자 두 사람은 각기 다른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뭔진 몰라도 두 사람이 다툴 일은 아닌 것 같으니까 들어가서 다 같이 얘기하자.”

분명 우리 세 사람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감정 소모할 필요는 없지.

나는 두 사람을 진정시킨 후 둘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

***

예상외라고 해야 할까, 예상대로라고 해야 할까.

한자리에 모인 아이리스 멤버들은 전체적으로 표정이 그리 좋지 못했다.

사실 조금은 충격도 받았다.

옐로가 나와 잠시 시선을 마주치고는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다시 내려버렸기 때문이다.

‘일생일대의 위기니까 아무나 믿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데…….’

마주치면 항상 밝게 인사하며 먼저 다가왔던 옐로까지도 이런 모습인 것을 보니 다들 상상 이상으로 마음고생을 많이 한 듯했다.

하긴 퀘스트 보상이 그룹 유지일 정도면 말 다 했지. 멤버들도 그룹의 존속이 위태롭다는 것을 절절히 느꼈는지도 모른다.

‘뉴레인이 비협조적인 걸 제외하고도, 걸그룹한테 재계약은 더 부담이 크댔지.’

안 그래도 수명이 짧다는 아이돌 그룹인데, 걸그룹은 평균적으로 보이그룹보다 더욱 수명이 짧았다.

재계약 시기를 무사히 지나 그룹이 유지되는 수가 많지 않고, 선례가 적으니 현역 걸그룹에겐 재계약 시기가 더욱 부담으로 다가오겠지.

어쩌면 멤버들은 마지막 활동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주장을 관철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불안한 시기인데 회사까지 이 지경이니…….’

조금은 편한 사이가 되는 게 낫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 상태를 봐서는 오히려 날 받아들이라고 하는 게 더 부담될 터였다.

그렇다면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대신 할 말은 제대로 전해두었다.

“날 의심해도 돼. 그냥 너희가 판단해서 좋은 일이면 받아들이고 아니면 의견을 내. 내가 개인적으로 해 주고 싶은 말은 이게 끝이야.”

아까 오렌지에게도 한 말이었다.

내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멤버들이 괜찮다고 생각해서 자발적으로 하는 거라면 문제없잖아?

나는 다시 고개를 든 옐로에게 한번 작게 웃어주고는 내가 가져온 기획을 설명했다.

내가 게임을 플레이할 때 언젠가 하려고 생각해 뒀는데, 갑자기 이 세계에 와 버리는 바람에 꺼내지 못한 컨셉이 있었다.

“일단 내가 정해온 가제는 인데…….”

“저, 제목이 너무 어두운 이미지인 게 아닐까요?”

손을 들고 말한 것은 그린이었다. 방금 의견을 내라고 했던 내 말을 충실히 따르는 모습이었다.

레이니 데이. 비가 오는 날이라 하면 확실히 우중충하고 축축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가 아니었다.

“제목은 그렇지만, 비가 내리는 날이 아니야. 무지개가 뜨는 날인 거지.”

고난을 상징하기도 하는 비는 무지개를 만들어내기 위한 발판에 불과하다.

어쩌면 지금 아이리스에게 가장 필요한 스토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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