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2화
내 스마트폰. 업무용 폰이 아니라 마이 엔터가 설치된 그 폰.
내가 이사실을 비울 때면 꼭 서랍에 넣어두고 다니는데.
“없어…….”
책상과 바닥, 가방, 외투 주머니까지 살펴봤으나 어디에도 없었다.
그 스마트폰은 원래 살던 세계와의 유일한 연결고리다. 그게 사라지는 것은 나 개인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 중 가장 심각한 일이었다.
나는 날아가려는 정신을 겨우 붙잡았다.
‘아냐. 잃어버린 게 아닐 수도 있잖아. 차분히 생각하자.’
떨어트리거나 어디 흘리기라도 할까 봐 출퇴근 때를 빼고는 웬만하면 들고 다니지 않았다.
그래도 소지품을 챙길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은 바로 그 스마트폰이었다.
1년 넘게 그렇게 버릇이 들었을 텐데, 오늘은 집에 놓고 나왔나?
‘아침부터 기억을 되짚어 보자.’
아침에는 분명…… 가방에 넣어 들고 나온 기억이 있다. 출근하는 차 안에서 일과처럼 한 번씩 확인하기에 이건 틀림없었다.
그리고 이사실에 도착하면 항상 스마트폰을 모니터 아래에 둔다. 없었다면 위화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사실을 나가기 전에 서랍에 넣은 기억도 있는 것 같은데…….
‘맞아. 회의가 길어질 것 같아서 메시지가 와 있나 분명히 확인한 후에 서랍에 넣었었어.’
만일 내가 정신이 없어서 서랍에 넣지 않았더라도, 이사실에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돌아오니까 감쪽같이 없어졌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움직이다가 엉뚱한 곳에 잘못 떨어트렸을까 봐 소파 아래까지 확인해 봤는데도 없었다.
“최 비서……. 혹시 내 스마트폰 봤어?”
“……손에 들고 계신 그거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 이거 말고. 내가 따로 들고 다니는 거.”
업무용 스마트폰으로 계속 전화를 걸어 봤으나 벨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내가 무음으로 해뒀던가? 엄마한테 메시지가 오면 바로 확인하기 위해 무음으로 해 두지는 않았을 텐데.
최 비서도 모르겠다는 표정이라 마음이 더욱 불안해졌다.
“내가 회의 갈 때 이 폰만 들고 나왔었지?”
“네. 스마트폰을 두 개 들고 나오시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내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바닥을 두리번거리자 최 비서도 자신의 자리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사실은 최 비서도 노크하고 들어오는 곳이다. 내가 없는 사이에 누가 출입할 리 없었다.
‘한이가 뷰이라이브에서 말했던 도둑…… 아니, 귀신이 아니고서야.’
이사실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게다가 직원들이 전부 근무 중인 시간이라 수상한 사람이 오갔다면 누가 봤을 텐데.
내가 오늘 오갔던 장소를 전부 돌아다니며 찾아봤으나 결국 스마트폰도, 별다른 흔적도 찾지 못했다.
‘내가 아는 곳엔 없어…….’
거센 스트레스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서 대답하니, 같이 내 스마트폰을 찾아다니던 최 비서가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이미 퇴근 시간이 한 시간이 지난 뒤였다.
“이사님. 우선 귀가하시고, 내일 다시 찬찬히 찾아보시는 게 어떨까요?”
최 비서는 뒤집어엎어서 난장판이 된 이사실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이미 같은 곳을 뒤지고 또 뒤졌는데. 이렇게 소득 없이 같은 곳을 계속 뒤지고 있다가는 이대로 여기서 밤을 새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최 비서의 말대로 조금 더 차분해진 마음으로, 밝을 때 다시 찾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니. 그래도 그게 없으면…….”
마이 엔터. 아니, 마이 엔터는 사실 업무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에 없어도 될지 몰라.
그런데, 엄마와 연락할 수단이 없어진다고.
마이 엔터는 당연히 누구에게도 말 못 하고, 엄마와 연락하는 것도 ‘업무용 폰으로 하면 되지 않나?’라고 하면 할 말이 없었기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내가 미련을 보이며 어수선해진 이사실 바닥을 보고 있으니 최 비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누군가 습득했다면 연락이 올지도 모릅니다. 분실물 신고를 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일 수도 있고요.”
“맞아……. 내가 뒷면에 번호를 적어 놨었지.”
혹시 몰라서 분실했을 경우를 위해 업무용 핸드폰 번호를 적어뒀었다.
내가 잃어버린 거라면 연락이 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결국 난 최 비서의 권유에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 집이라는 혼자만의 공간은 잡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결국 못 찾으면 어쩌지?’
조용한 공간에 혼자 남겨지자 부정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만일 엄마한테 메시지가 와 있었다면. 그런데 내가 그걸 평생 확인 못 한다면.
이렇게 기분이 곤두박질치는 경험은 퇴사했을 때, 그리고 이 세계에 처음 들어왔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래도 이 일을 해오면서 멘탈이 단단해졌다고 느꼈는데, 그게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엄마와 다시 못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는 아니었어.
나는 지금 이 상황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이불 안으로 파고들었다.
***
모노크롬이 오늘의 작업을 끝마친 것은 꽤나 늦은 시간이었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회사를 나서던 멤버들은 건물 앞에서 누군가와 마주쳤다.
“이사님 아직 퇴근 안 하셨나?”
“음? 거의 11시 다 돼가는데?”
한이의 말을 듣고 멤버들이 전방을 쳐다보니, 최 비서가 있었다.
최 비서가 회사에 있다는 것은 아마 주인도 아직 회사에 있다는 것.
준해가 시간을 확인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최 비서는 그냥 지나가는 게 아니라, 뭔가를 찾는 것처럼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렸다.
“그러고 보니 주인 님도 오늘 계속 왔다 갔다 하시던데.”
재민은 녹음실 문에 달린 창 밖으로 주인이 지나가는 것을 봤었다.
짧은 시간 내에 여러 번 지나가기에 ‘많이 바쁘신가?’ 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데 바빴던 게 아니라 저렇게 뭔가를 찾아다닌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
“왜, 왜 나를 시켜…….”
한이가 우형의 옆구리를 찌르자 우형은 머뭇거렸다.
멤버들과 최 비서는 팬미팅 준비 과정에서 잠깐 따로 대화해 본 이후로는 예전과 같은 어색한 사이로 돌아갔다.
프로듀스 팀이나 매니지먼트 팀, 그리고 뉴레인이 분리하기 전까지 있었던 아티스트 기획실은 종종 직원이 바뀌기도 했는데, 최 비서는 내내 차가운 얼굴로 대표 옆에 있었기에 아직도 그 기억이 강렬했다.
네가 물어봐라, 형이 물어봐라 하면서 실랑이를 벌이는 멤버들을 보고 결국 해랑이 나섰다.
“이사님이 스마트폰을…… 잃어버리셨다는데?”
“스마트폰?”
요즘 세상에서 스마트폰은 없으면 안 될 물건이지만, 주인에게는 특히 애지중지하면서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있었다.
항상 스트랩이 달린 파우치에 넣어 다녔고 잘 들고 다니려 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연락처나 정보가 있으면 백업하거나 새 스마트폰에 옮기면 편할 텐데 그러지 않은 것을 봐서는 뭔가 사정이 있는 듯했다.
그런 걸 잃어버렸다면 이렇게 늦은 밤까지 찾아다니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잠깐이라도 찾아볼래?”
우형이 제안하고, 멤버들은 별 이견 없이 회사 내부나 주변을 살폈다.
주인은 주로 자신이 오갔던 곳을 왔다 갔다 하며 찾았으나, 멤버들은 주인이 어딜 오갔는지 잘 모르기에 다른 장소들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스마트폰이 발견된 곳은 주인이 출퇴근 시 빼고는 간 적 없는 곳이었다.
“이거…… 스마트폰인가?”
준해는 바닥에 있는 물체가 플라스틱 조각인지, 스마트폰인지 확인하기 위해 플래시 조명을 비췄다.
주인의 스마트폰은 주차장에서 박살이 난 채로 발견되었다.
***
이불 속에 웅크려 있다가 벨소리를 듣고 다시 정신을 차렸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던가? 지금 몇 시지? 전화…….’
비몽사몽인 머리로 빠르게 현실을 파악했다.
어두운 걸 보니 지금은 밤. 그리고 오늘,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었지.
‘누가 스마트폰을 주워서 연락한 걸지도 몰라!’
나는 이불을 확 걷고 나와 바로 업무용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화면을 확인하니, 전화를 건 것은 최 비서였다. 그와 동시에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이 시간에 누가 찾아올 리는 없었다. 집 주소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전화를 받을까, 찾아온 사람을 먼저 확인할까 잠깐 고민한 나는 현관으로 향했다.
외시경으로 문 앞에 있는 사람을 확인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최 비서?”
“아, 이사님.”
현관문 앞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던 최 비서는 내가 문을 열자 통화를 끊었다.
초인종을 눌러도 내가 응답이 없자 전화를 건 모양이었다.
출퇴근할 땐 항상 내가 아래로 내려갔는데, 그가 이렇게 현관문 앞까지 찾아온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 이 시각에 나를 찾아왔다는 건…….’
나는 최 비서의 손으로 시선을 내렸다. 예상대로 그의 손에 뭔가 들려 있었다.
“스마트폰을 찾았는데…….”
그가 손을 들자 작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들고 있던 것은 지퍼백.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것은 액정과 뒤판이 분리되어 처참하게 깨져 있는 스마트폰이었다.
깨진 뒤판 일부에 내 글씨체로 업무용 핸드폰 번호가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그냥 잃어버렸을 땐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이건 아니잖아.’
작동될 리 없는 처참한 모습이었지만 나는 지퍼백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손 다치십니다.”
“이거 수리……, 수리할 수 있지 않을까?”
“제가 이 시간에 수리가 가능한 곳을 찾아가 봤는데.”
액정이나 뒤판은 그냥 겉면일 뿐이잖아. 데이터는 살아 있지 않을까?
희망을 안고 최 비서의 대답을 기다렸는데 그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출시된 적이 없는 모델이라고…….”
“…….”
그리고 최 비서는 메모리칩이 깨져서 데이터를 복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이어나갔으나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출시된 적이 없어?’
이건 내가 이 세계에 오기 얼마 전에 바꾼 신형 모델이었다.
이 세계에도 똑같은 제조 회사가 있고, 같은 라인 스마트폰도 멀쩡하게 신형 모델을 줄줄이 출시 중인데 왜?
분명 이상한 일일 텐데 최 비서는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자신의 얘기를 할 뿐이었다.
“그리고 대표님이…… 한국에 와계신 것 같습니다.”
“뭐?”
출시된 적 없는 모델이라는 소리에 의문만 떠올리고 있던 내 머리에 다시 다른 의문이 떠올랐다.
지금 나한테 대표 이야기를 왜?
내 스마트폰을 찾아와서, 이 세계에 없는 모델이란 걸 담담하게 얘기하고, 느닷없이 대표 이야기를 꺼낸다.
‘대표는…… 나잖아.’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나였잖아. 게다가 스마트폰도 이상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건…….
“최 비서……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
모두가 아는 것은 외국에서 살다 온 대표 딸 신주인이다.
나도 한발 물러선 태도로 설정상의 신주인으로 살아왔지, 원래 신주인으로 지낸다는 기분은 별로 들지 않았다.
그런데 최 비서가 지금 말하고 있는 상대는 그 설정상의 신주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최 비서는 이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