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267화 (267/430)

# 267화

[??!?!??]

[한이 머리색 무슨일ㅇ이야]

“안녕, 컬러즈~.”

화면 속으로 들어온 한이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카메라에 대고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러나 이렇게 침착하게 인사할 때가 아니었다.

옆에서 우형과 재민도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너 아침 일찍부터 어디 다녀온다더니 염색하고 온 거야?!”

“헉. 나 방금 형 아니고 다른 사람인 줄 알았어.”

“서프라이즈~.”

[나 오늘 생일인가]

[한이 금발 진짜 잘어울린다ㅠㅠㅠㅠㅠㅠ]

검정, 브라운, 레드브라운 정도의 머리카락 색을 내내 유지하던 한이의 머리카락이 금발, 그야말로 아이돌 머리가 되어 있었다.

‘다음 앨범용 사진 촬영이 곧이었던가?’

우형과 재민의 머릿속엔 그 의문부터 떠올랐으나 비공개 일정을 뷰이라이브에서 공개할 수는 없었기에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오늘 당장 염색해야 할 만한 일정은 없었다.

한이에게 다른 스케줄이 생겼다는 말도 따로 듣지 못했다.

정말 이유 없는 탈색이었다.

“가, 갑자기 염색은 왜 했어?”

“말했잖아. 서프라이즈라고.”

[멤버들도 몰랐던거야?ㅠㅋㅋㅋ]

[허헠 컴백 준비?!]

[스포야? 아니야?]

컬러즈는 우형이 이렇게 당황하는 것이 한이의 머리카락 색이 컴백 스포일러여서인지, 정말로 느닷없이 염색한 것에 놀란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덩달아 혼란스러워하며 열심히 화면을 캡처했다.

“가발 아니야?”

“아얏! 생머리 맞거든?”

재민이 한이의 머리카락을 살짝 잡아당기자 한이가 생머리라는 것을 보여주듯 앞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냥 이 상황을 즐기기로 한 컬러즈는 깐머리도 좋다며 환호했다.

“컴백 스포 아니고요. 지금까지 어두운 머리만 해서 밝은 머리가 얼굴에 잘 받는지도 궁금했고, 나중에 탈색할 수도 있는데 그때 가서 두피 아프다고 못 하면 안 되니까. 어떤지 시험 삼아 해 봤어요.”

납득 가는 설명이었으나 정말 그것만을 위해서 머리카락 색을 이렇게 싹 빼서 나타나다니.

우형의 떡 벌어진 입은 반밖에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너 두피 괜찮아?”

우형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고, 재민이 마치 털을 고르듯 한이의 머리를 헤집으며 두피를 확인했다.

“어어. 두피가 튼튼한 편이더라고, 내가. 그래서 컴백 때는 무슨 색 머리 하냐고요? 그건 정말 스포일러가 되니까 비밀~.”

“너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보이냐.”

“나야 기분은 항상 좋지. 그리고 이렇게 컬러즈와 함께 있으니까…….”

급작스러운 전개였지만 새 헤어도 보고, 이런 멘트도 듣고. 컬러즈에겐 즐거운 뷰이라이브였다.

“형! 한이 형 좀 봐.”

잠시 후 재민에게 불려 온 해랑은 한이를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손을 뻗어 머리카락 몇 올을 잡아당겼다.

“그거 아까 재민이가 했어.”

“너 머리 왜 그래?”

“어감이 이상하니까 ‘머리카락 색이 바뀌었는데 무슨 일이니?’라고 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나타난 준해는 한이의 얼굴이 모니터 화면에 역광이 되어서 잘 안 보였는지 “누구세요?” 하며 낯을 가린 탓에 웃음을 주기도 했다.

뷰이라이브 종료 후, 컬러즈가 오늘의 캡처 이미지와 클립을 올리고 저장하는 동안 멤버들은 라이브 중에는 하지 못했던 질문을 했다.

“너 염색하는 거 이사님한테 허락받고 한 거야?”

“나도 생각이 있는데 당연히 허락받았지.”

한이가 눈앞에 흔들리는 밝은 색의 머리카락이 어색한지 손가락으로 정돈하며 대답했다.

가장 뒤늦게 나타나서 전말을 전해 듣긴 했지만 믿기가 어려웠는지 준해가 다시 한번 물었다.

“그래서 진짜 왜 염색한 건데? 진짜로 그냥?”

“응. 아이돌 머리 하고 싶어서.”

멤버들에게는 대충 무마하려고 하는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 말은 진짜였다.

사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돌 머리를 함으로써 부가적으로 나타날 효과를 노린 것이긴 했지만.

‘잘 어울리고 마음에 들면 됐지.’

한이는 스마트폰 셀카 모드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뿌듯하게 웃었다.

***

“한이 씨?”

“어! 권 실장님.”

연습생인 줄 알고 그냥 지나가려던 권 실장은 자신이 본 게 한이가 맞는지 확신이 안 선다는 말투로 한이를 불러 세웠다.

한이는 마침 할 말이 있었다는 듯이 바로 그에게 다가갔다.

“저 지금 배우팀으로 가려던 중이었는데.”

“전에 전달했던 대본…… 생각이 있으면 며칠 후에 미팅을 잡으려고 했는데.”

“어! 정말요? 그 얘기 전해주러 오셨던 거구나. 배우팀에서 찾아왔다는데 자꾸 엇갈려서 물어보러 가려던 참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머리는……?”

“다음 앨범 비주얼 컨셉 때문에 필요하다고 해서 잠깐 염색했어요. 아이고. 그럼 미팅은 어쩌죠? 드라마 배경이 70년대인데 이런 화려한 금발로 나타나면 캐릭터랑 너무 매치가 안 되겠죠……?”

한이는 곤란한 표정으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캐스팅은 아직 상의 단계였기에 한이가 배역을 맡으리라고 확정된 것이 아니었다.

다만 <기로>에서 보여준 캐릭터가 제작진 마음에 들어서 배역 제안이 들어온 건데, 이런 샛노란 머리를 하고 나타났다간 그 이미지를 깨트릴 가능성이 컸다.

“어쩌지? 이걸 검은색으로 다시 덮을 수도 없고. 제 두피가 너무 약해서 어제부터 나눠서 탈색했거든요. 헤어쌤이 염색 더 하면 두피 벗겨질 거라고, 한동안 건드리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알레르기 증상까지 나타나면 눈까지 팅팅 부을 수 있다고.”

한이는 생각만 해도 아픈지 작게 몸을 떨었다.

권 실장은 이게 진심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위해 한이가 말하는 모양새를 지켜보다가 이내 포기했다.

“그러면 차기작보다는 앨범을 우선하기로 정한 건가요?”

“제가 알아보니까 뮤직비디오나 앨범 제작 때문에 선금 지급한 업체도 있어서 너무 미루기는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좋은 기회라 배역 확정되면 최대한 조정해보려고 했거든요. 미리 아티스트팀에 말씀해주셨으면 염색을 좀 미뤘을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모노크롬은 웬만하면 회사에 있는데 최근 이상하게 한이와 만나기가 어려웠던 것은 둘째 치고, 아티스트팀과의 소통 부재도 이 일의 원인이기는 했다.

“알겠습니다. 저희도 좀 더 알아보고 다시 말씀드리죠.”

“네. 부탁드려요.”

꽤나 끈질기게 들러붙는 권 실장이 여기서 한발 물러선다는 것은 이번 차기작 기회를 반쯤은 포기했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이는 그 사실이 무척이나 아쉽다는 듯이 어깨를 늘어트렸다.

***

‘행동력 하나는 참 빨라.’

스마트폰으로 뷰이라이브를 틀어놓고 업무 중이었는데, 화면 속에 한이가 나타난 덕분에 그가 샵을 다녀온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건물 내에 있는데도 마치 펫캠으로 집에 있는 강아지, 고양이를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라이브 중이라면 그쪽으로 확인하는 게 멤버들의 현황을 파악하기 빨랐다.

‘아이돌 왜 하냐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아이돌 머리를 하고 올 줄은.’

두발 단속에서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 오랬더니 삭발하고 온 반항기 소년 같은 행보였지만, 여러 효과가 기대되었기에 허락했다.

가장 큰 목적은, 말 그대로 한이는 아이돌이라고 티 내는 것이었다.

아이돌 말고 다른 직업을 하지 그랬냐며, 원하지 않았는데도 대신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그리고 거기엔 배우팀도 포함이고.’

덕분에 한이는 지금 컬러즈에게 ‘완전 아이돌이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아이돌에게 아이돌이라고 칭찬하는 것은 팬으로서 아주 만족스럽다는 뜻이었다.

또 다른 목적은, 컬러즈의 불안을 줄이는 것이었다.

최근 한이의 개인 활동이 계속되자 컬러즈 사이에서도 불안해하는 반응이 나오곤 했다.

[뉴ㅁ.ㅏ 왜 또 갠활 뺑뺑이 돌리지 씁,, 뒤로 딴생각하고 있을까봐 불안한데]

모노크롬과 컬러즈는 멤버 중 한 명, 그것도 메인 보컬이 개인 활동을 반복하다가 그룹을 떠나는 경험을 해 보지 않았던가.

겉으로는 하하 호호 평화로운 컬러즈였지만 그들의 트라우마는 사소한 이유로 자극되기도 했다.

멤버들이 다음 앨범을 준비한다고 말은 계속 해 왔으나 준비는 몇 달이 걸릴지 모르는 법. 그냥 ‘준비 중’과 ‘대략 언제쯤 컴백 예정’은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런데 한이가 염색까지 하며 정말 본격적으로 뭔가를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자 컬러즈는 바로 행복 회로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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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클이들은 스포 아니라고 했지만 이건.. 그거다!

└그 말이 맞다

└아ㅇㅋㅇㅋ 모르는 척하면 되는 거지?

└다른 색으로 염색하면 금발은 스포 아닌 거 맞지ㅋㅋㅋ

└근데 금발도 박제해줬으면

└하 ㅈㄴ기대돼 이게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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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심장한 떡밥을 본 컬러즈는 예상대로 컴백에 대한 기대감을 마구 표현했다.

‘이 정도면 컴백은 뒤로 무를 수 없지.’

배우팀이 한이를 키우고 싶었다면 우리의 일정을 더 존중해줬어야 했어. 하지만 이미 늦었다.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은 웬만하면 티저로 공개하고 싶었지만, 여러 어수선한 상황을 아이돌 머리 하나로 정리한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간 해랑의 백발을 제외하면 파격적인 머리 색은 없었으니, 컬러즈에게 ‘모노크롬도 색색깔 머리를 하는구나!’ 하는 기대감을 줄 수도 있고.

‘그 기대감을 충족시키려면 앨범 활동 때는 더 특이한 색깔로 다시 염색해야겠지?’

틀이 잡혀가는 이번 앨범 컨셉에 맞추려면 무슨 머리색이 잘 어울릴까.

나는 팬덤명처럼 온갖 색을 기대하는 컬러즈의 기분에 이입하여 무지갯빛 염색 머리 사진을 검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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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펙트 데뷔 서바 재밋냐

저번 연습생프로 시즌2같아서 손이 잘 안 가네

└에이펙트 노잼 어디 안감

└뉴레인 있어서 그나마 볼만하던디ㅋㅋㅋ 아 이래서 중소구나 하면서 보면 꿀잼

└노잼 에이펙트에 불량식품맛 뉴레인 섞여서 의외로 퓨전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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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으면 하지 말지.]

연찬이 다른 연습생의 행동을 두고 개인 인터뷰 시간에 한 말이었다.

두 소속사의 연습생을 섞어서 진행하는 유닛 미션에서 연찬은 보현, 그리고 오지원이라는 뉴레인 연습생과 한 팀이 되었다.

그리고 연찬은 지원에게 임시 리더 자리를 맡도록 적극적으로 권했다.

에이펙트 엔터의 연습생도 노리던 자리였으나, 뉴레인 연습생이 한 명 더 많았기에 결국 지원이 임시 리더직을 맡았다.

방송에 조금이라도 더 잡힐 기회였기에 지원도 받아들였지만, 결국 부담감 때문인지 의견을 잘 펼치지 못했다.

[전 잘할 줄 알아서 추천한 건데. 맏형 라인이면 데뷔했을 때 리더 맡을 가능성도 있잖아요. 뉴레인은 보통 나이로 리더 정하거든요.]

연찬은 자신이 힘을 써서 기회를 줬는데, 지원이 그 기회를 받아놓고는 성실히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나도 방송을 보면서 ‘왜 그런 자리를 자기가 안 맡고 남을 주지?’라고 잠시 생각했는데, 이게 연찬과 뉴레인이 원한 그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연찬이 말대로 받아들이겠지.’

연찬은 본인의 성격을 일부 살려서 ‘할 말은 다 하는 캐릭터’로 나가는 듯했다.

그리고 이런 컨셉은 반대로 할 말을 제대로 못 하는 연습생이 옆에 있으니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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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찬 쟤는 말이 되게 직설적이네

그래도 몸 사려서 노잼되는 것보단 저게 낫다ㅇㅇ

└리더 자리 받은 애가 너무 답답하긴 했음

└걔도 방송 경험 없으니까 좀 어버버하는 건 이해하는데.. 결국 연예인으로 잘되는 건 걔보다는 박연찬 같은 애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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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들이 아직 팬이 안 붙은 연습생들인 데다가 방송도 초반이라 시청자들은 누군가를 응원하기보다는 재미를 원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연찬의 캐릭터가 먹혀들었는지 ‘쟤 데뷔하면 재밌겠다ㅋㅋ’라며 연찬의 데뷔를 바라는 사람도 생길 정도였다.

그리고 연찬을 향한 주목도에 부스터를 건 것은…… 예상외로 보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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