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262화 (262/430)

# 262화

‘단짠단짠 계획이라는 네이밍이 잘못되었던 걸지도 몰라…….’

저번 <송투유> 예고편의 어그로를 강아지 게스트라는 치트키로 무마한 후, 후련하게 천상식을 이겨 먹는 모습까지.

이렇게 ‘단짠단’까지 완성한 시점에서 끝났어야 했는데 마지막 ‘짠’이 짠 하고 나타나 버렸다.

‘아니, 이게 우리한테는 골치 아픈 일인데 컬러즈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네.’

<뉴 스타 이펙트>라고 명명된 에이펙트 엔터와 뉴레인의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방영 일자가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뉴’는 뉴레인에서 따왔을 테고, ‘이펙트’는 에이펙트 엔터에서 따왔겠지. 직설적인 제목이었다.

그리고 제작진의 의도대로, 멘토로 섭외된 모노크롬과 SPID의 팬들이 이 방송에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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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후배 서바 프로 볼거야?

나는 애들 분량 별로 없으면 그냥 편집본으로 보고 싶은데;;

└조금씩 계속 나올 것 같아서 나도 고민중

└시청률 올려주기 싫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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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좋은 쪽의 관심은 아닌 듯했지만.

‘예전엔 끼워 팔기라도 해서 모노크롬을 어디든 출연시키고 싶었는데 이제는 반대 입장이 됐네.’

새삼스러운 것과는 별개로, 뒤로 꾸미고 있는 일이 너무 많아서 걱정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혹여나 사람들에게 가족사가 알려지는 바람에 해랑이 상처를 입지 않을지도 걱정되었고.

컬러즈가 연찬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잘 예상이 안 가서 걱정되었다.

“컬러즈가…… 해랑이 동생이라고 연찬이를 응원하게 되진 않겠죠?”

컬러즈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윤희에게 이런 질문을 하자, 그녀는 “흐음…….” 하며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형제가 나란히 아이돌로 데뷔한 케이스가 몇 있는데, 서로 언급하거나 같이 방송에 나오는 거 아니면 팬덤한테는 그냥 남남이더라고요. 동생이라는 이유로 팬처럼 응원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데 컬러즈는 멤버들이 가족 얘기를 하면 좋아하던 것 같아서요. 민형 씨한테 평생 같이 일하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종신 계약을 종용하는 것이 그를 아껴서 하는 말은 아닐 테지만, 민형이 멤버들 옆에 있으면 안심되고 좋으니까 하는 말 아닐까?

그런데 이건 윤희도 비슷한 말을 들어봤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건 ‘너라면 문제는 안 일으키겠다’라는 안심 딱지랑 비슷한 거예요. 아이돌 주변 직원이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종종 있어서요.”

“그런가요……. 아, 그런데 최근에 한이 가족 얘기가 나올 때나, 우형이 누나, 준해 여동생 얘기 나올 때도 좋아하던 것 같던데요.”

“그건 가족을 좋아하는 거라기보다는, 그런 가족을 둔 멤버들을 좋아하는 거라고 해야 하나. 유명한 집안의 아들인 한이, 누군가의 남동생인 우형, 오빠인 준해. 그런 캐릭터 같은 거요.”

이해가 쏙쏙 되는 해설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긴, 떠올려 보면 가족 얘기는 주로 멤버들을 향한 주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 같긴 해.

‘나도 저런 동생이 있었으면’ 하고 상상하거나 ‘멤버들도 남매 사이는 똑같구나’ 하고 평범한 가족이라는 점에 공감하거나.

그런데 이번엔 한이만큼이나 가족 이야기를 하지 않던 해랑의 동생이 무려 방송 출연자로 나타난다.

“그래도 무관심으로 넘어가기는 어렵겠죠?”

“유의미하게 응원하지는 않더라도 주목은 하겠죠. 그리고 사이좋은 형제처럼 행동하라고 하셨다면서요?”

“네에…….”

해랑과 연찬은 서로 다른 이유로 애틋한 형제의 모습을 꾸며내는 중이다.

컬러즈도 그 모습을 보면 ‘서로 아끼는구나, 동생이랑 같이 있는 해랑이를 보는 것도 좋다’라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할 가능성이 컸다.

팬들이 자신의 동생에게 주목하는 상황을 해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 해랑 본인도 직접 그 상황을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모르겠지.

‘그래도 이게 최선이라 어쩔 수 없었어.’

팬들 시선을 신경 쓰는 것보다는 연찬에게 휘말리지 않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해랑을 걱정하는 마음이 표정으로 드러났는지 윤희는 말을 덧붙였다.

“가족이면 마음의 장벽이 좀 낮을 뿐이지, 팬들한텐 거의 남이에요. 그리고 팬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주변인이고요. 혹시라도 멤버들 대상으로 선 넘는다 싶으면 팬들이 먼저 벽을 칠걸요?”

팬들 걱정은 사서 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말이 사실인지 컬러즈는 연찬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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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서바 나온다는 백해랑 동생이 누구임?

출연자 중에 백씨 없는데

└박연찬<-얘

└엥 동생이라더니 친척동생인가?

└ㄴㄴ 재혼가정이라 그런듯

└아 헐;; tmi 알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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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은 역시나 이름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그것도 해랑과 같이.

‘아직 이 사회에는 색안경이 남아 있지…….’

어릴 적 연찬이 해랑에게 성씨를 바꾸면 안 되냐고 요구했던 것도 사실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게 강요가 된다면 문제였지만.

뜻하지 않게 해랑의 가정사를 알게 된 사람들은 대개 당황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멤버들에게 관심이 많은 컬러즈는 누구보다도 더 당황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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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잉? 동생 이름 백연찬인데 오타인가?

└아니 박연찬이 맞대

└형제가 아빠성 엄마성 각각 다르게 받을 수 있어?

└법적으로 가능하긴 한데 어.. 친형제가 아니라나봐. 이 댓글은 이따가 지울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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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이 몇 개 올라왔다가 민감한 사생활이라고 생각했는지 금방 지워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보가 지워지니까 오히려 같은 질문이 계속 올라왔다.

이내 컬러즈는 ‘해랑이가 뭐 잘못한 것도 아니고!’라며 분노하다가, ‘이걸로 뭐라고 하는 사람을 제거해버리자’로 자체적으로 결론을 냈다.

실제로 이런 가정사를 이상하다고 하는 글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금방 사라지기 일쑤였다.

예상된 혼란은 그렇게 진정되었으나, 계속 보다 보니 의외로 연찬을 향한 경솔한 평가들도 목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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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해랑 존잘이라 동생 얼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인상이 정반대네ㅋㅋ

형 닮았으면 서바 안 나가고도 데뷔 직행이었을 텐데

└둘이 친형제 아니라 함

└아 ㄹㅇ? 너무 안 닮아서 신기하다 했는데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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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그렇다…….’

사람마다 개인적인 취향이 있겠지만 연찬도 객관적으로 준수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연찬을 처음 봤을 땐 ‘동생이 귀여운 타입이네.’라고 생각했으니까.

‘따지자면…… 해랑이보다 준해 타입?’

아마 그의 행실이나 성격에 대해 전해 듣지 않았다면 호감형으로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외모로 화제 되었던 해랑의 동생’이라는 기대치 때문인지 그의 외모부터 평가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연찬에게 적대적인 것과는 상관없이, 누군가를 비교하면서 깎아내리는 글은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혹시 어릴 때부터 이런 비교를 당해와서 비뚤어졌다든지…….’

어린이들은 때때로 악의 없이 잔인한 말을 툭툭 내뱉기도 하지 않는가.

두 사람이 형제가 된 건 초등학생 때라고 들었는데, 주변 친구들에게 ‘형제인데 왜 안 닮았냐’라는 소리를 들어서 스트레스가 되었다거나.

나는 과몰입에 빠지려다가 고개를 저어서 상념을 털어냈다.

그렇다고 형의 죄책감을 자극하면서 괴롭히는 게 옳은 일이 되는 건 아니지.

‘그나저나 동생이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면 오히려 해랑이가 더 신경 쓸 텐데.’

생각보다 해랑 본인에게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었으나 이러나저러나 좋은 상황은 아니라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

“한보현 걔, 1차 탈락자 선정 때 내보내 버리면 안 돼요? 순서만 다르지, 어차피 탈락할 건데.”

투덜거리는 연찬의 말에 뉴레인의 진명희 기획팀장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미 데뷔조는 정해져 있었지만 그것을 ‘그럴싸한 결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시로 상황을 체크하고 원하는 쪽으로 이끌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연습생 개인 면담이라는 명목으로 이렇게 불러내 해야 할 일을 전달하고는 했다.

그러나 연찬이 보현을 유달리 싫어하는 것은 뉴레인이 시킨 일은 아니었다.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정해진 틀에선 변경 없어. 보현이는 마지막까지는 남길 거고. 그게 다 데뷔를 위한 거라니까?”

“아, 진짜 싫은데.”

일개 연습생의 발언권은 크지 않지만 이들은 남에게 들키면 안 될 비밀을 공유한 상태였기에 연찬은 거침이 없었다.

연찬은 당위성보다는 기분이 우선이었다.

뉴레인도 주변보다 자신을 우선하는 그런 성격을 알고 이용하기 위해서 그를 회사로 들이고 계획에 끼워 넣은 것이었다.

서로 이용하는 사이였기에 진명희 팀장도 건방지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연찬의 말을 한숨 한 번으로 넘겨버렸다.

“휴우. 보현이는 나중에. 뉴레인 1차 탈락자는 얘야.”

진명희 팀장이 테이블에 놓인 종이에서 한 명의 이름을 찾아 손가락으로 짚었다.

연찬은 첫 탈락자의 이름을 확인하고 수긍했는지 바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오지원도 나이 때문에 불안하지 않냐고 저한테 자꾸 공감 구해서 별로 안 좋아하긴 했어요.”

“다음 미션에선 각 소속사 연습생들을 반반 섞어서 네 팀으로 유닛을 짜게 될 거야. 거기서 네가 최대한 지원이랑 같은 팀으로 들어가.”

그리고 그가 실수하면 바로 지적하고, 할 말을 빼앗는 등 기를 못 펴게 만든다.

뉴레인의 프로듀서는 그가 무대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저평가한다.

그렇게 탈락의 빌미를 만든 후 원하는 연습생을 탈락자로 만든다.

그야말로 연기를 배웠던 배우 지망생들, 혹은 그와 비슷하게 말과 행동을 꾸며낼 수 있는 사람이 있기에 가능한 계획이었다.

그리고 연찬은 자신의 편이 아닌 사람에겐 철저하게 관심이 없었으며 관심을 두려 하지도 않았다.

죄책감이 가장 방해가 되는 이런 계획에는 최적의 인재였다.

***

‘얘가 같은 팀을 하겠다고 붙는 건 계획에 없었는데.’

뉴레인의 연습생 중 보컬에만 특화된 연습생은 세 명. 그중 둘이 연찬과 보현이었다.

에이펙트 엔터 연습생들의 포지션도 생각해야겠지만, 같은 소속사 연습생끼리 경쟁할 필요는 없으니 웬만하면 흩어져야 맞다.

“네가 이 팀으로 들어오겠다고?”

“네!”

연찬은 그의 의도를 알 수 없어서 의구심이 섞인 말투로 물었는데, 보현은 그저 해맑게 대답했다.

‘얘가 일부러 나한테 이러는 건가?’

탈락 예정자인 오지원과 한 팀이 되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그리고 남은 한 자리에 데뷔조 중 한 명을 불러오기 위해 몰래 눈짓을 하고 있었는데, 그 틈에 보현이 비집고 들어왔다.

방해물은 다시 내쫓을 수밖에.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어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은 연찬에겐 쉬운 일이었다.

“같은 보컬 포지션인 날 먼저 견제하는 건 이해해. 하지만…… 이건 유닛 미션이고 다른 팀원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는 없잖아.”

연찬이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곤란한 표정을 지어냈다.

촬영 기간 내에 ‘연찬과 친해지기’를 수행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가왔던 보현은 당황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선배들의 지침을 충실히 따르려다가 졸지에 보컬로 맞대결을 신청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카메라가 이 장면을 찍고 있는데, 지금 자신이 흐지부지 얼버무려 버리면 더 이상해 보이지 않을까.

적절한 해결책이 없을까 떠올리던 보현의 머릿속엔 모노크롬과 주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선배님이랑 이사님이 뭐라고 하셨더라.’

주변에 아무리 편한 사람이 있어도 카메라 앞에선 행동을 조심해라. 그리고…….

[방송은 아무래도 사람들이 재밌어할 만한 모습을 추구할 수밖에 없거든. 이 프로그램은 하나의 드라마고, 너는 카메라 앞에서 ‘데뷔가 절실한 한보현’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생각해.]

얼마 전까지 연기를 배우던 보현에게는 와닿는 조언이었다.

보현은 눈동자만 빠르게 슬쩍 굴려 주변을 파악했다. 카메라는 돌아가고, 주변에는 연기를 봐 줄 관객이 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조언처럼 연기를 할 순간임을 직감했다.

“전 그냥 같은 팀 하고 싶었던 건데…… 제가 같은 보컬이라서 형이 피한 줄은 몰랐어요…….”

연기를 가르쳤던 뉴마도, 보현에 관한 정보를 미리 수집했던 뉴레인도, 연기를 시킨 주인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보현의 ‘피해자 코스프레’ 재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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