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239화 (239/430)

# 239화

최근 여러 경로로 모노크롬에게 다가오는 연예인들이 꽤 있었다.

일단 SPID처럼 몬클 하우스에 놀러 오고 싶다는 모노크롬의 지인들.

우형의 병아리들인 엔피버와, 뉴마를 친정처럼 여기는 도한의 이코드도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SPID에게 그랬던 것처럼 촬영도 가능하면 회사 허락을 받고 오라고 전달했다.

‘SPID는 모노크롬이랑 최근에 엮인 일이 있어서 그런지 쉽게 촬영도 허가해줬는데, 다른 그룹은 좀 어려우려나?’

다른 연예인을 초대하는 것을 컨텐츠로 삼은 아이돌 그룹은 모노크롬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열려 있다고, 남들도 우리에게 열려 있으리라고는 볼 수 없지.

과연 모노크롬과의 컨텐츠를 다른 소속사가 득으로 받아들일지, 실로 받아들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만일 허락을 못 받더라도, 모노크롬도 아무 용건 없이 몬클 하우스에 있는 날이 있기에 그런 날 자유롭게 놀러 오면 될 일이었다.

‘일단 온세계 엔터는 모노크롬에게 호의적인 걸 나도 알고 있고.’

엔피버의 소속사인 온세계 엔터테인먼트는 흔쾌히 집들이 촬영을 허락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활동 준비 중이라 바로 오지는 못하고 차차 편할 때 일정을 잡기로 했다.

‘이코드 쪽은 잘 모르겠지만 따지자면 배타적이진 않은 것 같은데.’

이코드 멤버 둘이 컬러즈인 건 둘째 치고, 회사가 모노크롬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나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이코드의 소속사인 이엠유 엔터테인먼트는 도한의 디스랩 공개를 허락했던 것처럼, 이득이라고 생각하면 시원하게 진행하는 타입.

그런데 엔피버네 회사처럼 바로 대답이 오지 않기에 ‘역시 타 그룹 컨텐츠 출연이 쉬운 게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고민하는 듯하던 이코드네 회사가 바로 허락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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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범규 전에 자기들끼리 어디 놀러갔다 왔다고 자랑하더니 몬클님들 숙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얘기듣고 누구 부모님네 다녀온 줄 알았잖아 산 타고 왔다고 해서

└222친구네 다녀온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설명이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

└저거 그럼 영상 어디 올라오는 거야? 몬클분들 채널?

└ㅇㅇ그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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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D 멤버들의 집들이 현장은 몬클 하우스 시리즈의 번외편처럼 공개했다.

대체 뭘 하고 온 걸까 궁금해하던 SPID의 팬덤, 스피디는 영상이 공개된 후 웬만한 건 자르지 않는 우리의 편집 스타일에 감사해했다.

[우리 애들 낮잠 자는걸 여기서 보네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힐링 반 노동 반.. 이게 바로 단짠단짠..?]

힐링을 메인으로 가벼운 고생도 곁들이는 우리의 몬클 하우스의 컨셉이 잘 전해진 모양이었다.

스피디가 감상하는 것은 주로 ‘친구 집에 놀러 간 내돌의 편한 모습’이었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다른 아이돌의 생활환경을 직접 보게 된 것이다 보니 이에 대한 반응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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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돌 소속사 부러운 거 정상이냐

내돌 연차 차서 그런지 후배들 푸쉬하느라 뒷전인 것 같은데 타돌 소속사는 빵빵하게 지원해주는 거 보니까 개부럽네 아

└글쓴이 ㅅㅍㄷ냐

└ㅇㅇ

└ㅋㅋㅋ나두..

└아 근데 그 소속사 거기도 예전 소문이 좀..

└그렇긴 한데 걍 지금 부럽다는 거니까

└어디가 그렇게 빵빵하게 지원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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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뉴마 PPL이 됐네.’

소속사를 홍보한다고 다른 아이돌이 소속을 옮겨오는 일은 없겠지만, 이만큼 아이돌을 존중하는 소속사란 인식이 퍼지면 다른 아이돌도 놀러 오기 쉽지 않을까.

우리는 장소를 내주고 화제를 얻을 수 있는 제법 좋은 컨텐츠가 될 예감이 들었다.

특히나 스피디에겐 최근 다쳤던 윤규가 아픈 손가락이었는데, 그가 편하게 뒹굴뒹굴하며 쉬는 모습을 보니 많이 안심된 모양이었다.

팬들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윤규 본인도 좋은 시간이었는지 뷰이라이브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모노크롬 숙소 놀러 간 거요? 그때 진짜 좋았어요.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되게 조용하고 한적해서 저만의 시간을 가진 느낌? 다 같이 있었지만, 같이 있는 것도 좋았어요. 그냥 그 환경에 위로를 많이 받고…….]

‘이렇게까지……?’

영상을 봐도 잘 놀고 갔다는 건 알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한 감흥을 받고 간 듯했다.

그가 거의 자아 성찰을 하고 온 것처럼 표현하자 스피디도 [윤규는 템플 스테이를 하고 온 거야?]라며 되물을 정도였다.

일부 스피디들은 ‘활동하면서 얼마나 쉴 틈이 없었으면 저렇게 좋았다고 몇 번을…….’ 하며 비탄에 빠지기도 했다.

그가 너무 극찬해놓은 통에 팬 중에선 이런 사람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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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돌이 ㅁㄴㅋㄹ을 너무 좋아함

ㅋㅋㅋㅋㅋ질투난다 쒹..

└니돌 혹시 이ㅋㄷ?

└ㄴㄴ s그룹임

└난 또 엔ㅍㅂ인줄

└제목 보고 지오엘 생각났네

└미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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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오엘이 아직도 모노크롬의 관심을 얻으려 어필하고 그와 엮인 래퍼들이 해랑에게 자꾸 연락하는 건 무시하고.

아무튼 모노크롬이 여기저기서 주목받고 컨텐츠를 향한 관심도 올라가자 이코드의 소속사도 괜찮다고 판단했는지 촬영 허락이 떨어졌다고 한다.

자기계발에 힘쓰는 멤버들과 알아서 몰려드는 사람들, 늘어나는 컨텐츠가 어우러져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런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서 멤버들 인맥도 잘 구축해나가야지.’

연예계엔 인맥이 꽤 중요하고 멤버들은 오래오래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까.

그런 생각으로 몬클 하우스 쪽 기획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다른 컨텐츠에서도 반응이 왔다.

“주인 님 이거 봤어요?! 저한테 답장 온 거.”

“방금 윤희 씨가 먼저 알려줘서 나도 봤어.”

재민의 개인 댄스 영상은 올린 적 있었지만 개인 노래 영상은 이번 커버 영상이 처음.

재민은 첫 노래 영상의 반응에 만족스러워하며 의욕 넘치게 다음 곡을 고르던 중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재민이 커버한 곡 <눈길>의 원곡자인 서정수가 나타나 댓글을 달았다.

[와~~~ 제 노래를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들으니까 너무 신선하네요^^ 저도 팬분들처럼 자주 듣게 될 것 같아요~~]

당사자와 직접 연락한 건 아니지만 노래는 저작권이 있기에 영상을 올리기 전 미리 그의 소속사에 허락을 받긴 했었다.

미튜브 시스템상 영상에 음원이 들어가면 자동으로 영상을 분석해 라이선스가 걸리기도 하지만, 재민의 노래는 자체 기타 연주에 0.5배속이라 자동 식별이 안 될 것 같아서.

그도 영상이 올라올 것을 알고 있었겠지만, 이렇게 직접 찾아와 댓글을 달아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

그래서 모노크롬 계정으로 댓글에 좋아요를 눌러 뒀는데, 며칠 후 그가 재민처럼 모노크롬의 노래를 커버해서 본인 채널에 올렸다.

‘가만히 있다가 디스가 날라온 적은 있었어도 답가가 날라온 적은 없었는데.’

알아보니 원곡을 궁금하게 만드는 재민의 라이브 덕분에 그의 채널에 컬러즈가 많이 유입되었던 모양이었다.

재민이 불렀던 <눈길>의 뮤직비디오에는 좋은 곡을 알게 되었다며 흔적을 남기고 간 컬러즈의 댓글이 많이 있었다.

‘이 곡도 숨겨진 명곡이었나 보네.’

나도 처음 듣고 노래가 좋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뮤직비디오의 조회 수나 음원에 달린 하트 수를 보면 생각보다 반응이 없었던 듯했다.

뮤직비디오의 댓글 수는 최근 컬러즈가 댓글을 달아 이제 막 세 자릿수가 된 참이었다.

우형과 작곡 팀을 이뤘던 성운도 방송을 타고 나서야 뒤늦게 대중에게 싱어송라이터로서 주목을 받지 않았던가.

노래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들의 눈에 드는 데는 운이 필요했다.

그러면 이렇게 묻혀 있던 곡을 우형은 어떻게 찾아냈는지가 궁금해지는데.

“우형이 넌 이 곡을 어떻게 알았어?”

“예전에 방송에 나오신 걸 봤거든요. 그때부터 종종 노래 찾아 듣고 그랬어요.”

“그래? 어느 방송?”

“<스타를 찾다>…….”

“…….”

그 방송은 윤환이 모노크롬에 합류하기 전에 출연했던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목소리가 작아지는 걸 보니 윤환이랑 같은 시즌에 나왔던 사람인가 봐…….’

우형은 아마 리더로서 윤환이 나왔던 방송을 챙겨 봤다가 같이 출연했던 이 서정수라는 가수도 알게 된 듯했다.

지금 우리가 윤환과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웃으며 편하게 말할 이름도 아니었기에 나도 “그, 그렇구나.” 하며 대충 얼버무리며 지나갔다.

서정수가 커버해서 부른 곡은 의 어쿠스틱 버전.

어쿠스틱 버전은 정식 음원이 없으므로, 그가 모노크롬의 영상을 따로 찾아보고 선곡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준해도 보고 좋아했겠다.”

“그렇죠. 재민이랑 같이 몇 번 돌려 보더라고요.”

은 준해의 첫 작사 참여곡. 특히 어쿠스틱 버전은 준해의 무대를 위해 만들어졌기에 준해에겐 특별한 곡이었다.

재민도 신나고, 준해도 기뻐하고, 컬러즈도 좋아하고. 서정수 본인도…… 이 상황이 반가운 듯했다.

“댓글 되게 잘 달아주신다.”

“그래요?”

내 말에 우형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그의 영상을 확인했다.

그의 채널엔 영상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이번 커버 영상도 두 달여 만의 업로드였다.

커버 영상 댓글은 대부분이 컬러즈인 듯했다. [음색 너무 좋아요!]라는 등의 칭찬 댓글에 서정수는 [감사합니다^^~] 하는 답 댓글을 일일이 전부 달아주고 있었다.

언뜻 뮤직비디오 댓글 창을 봤을 때를 떠올려보면 아마 이 영상뿐만 아니라 다른 영상에도 답 댓글을 전부 달아둔 듯했다.

‘이렇게 반응에 일일이 인사할 정도면 업로드 빈도가 낮은 것도 원해서는 아닐 것 같은데.’

활동을 활발히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상황이 여러모로 안 받쳐 준다거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우형의 시선은 계속 스마트폰 화면을 향해 있었다.

***

모노크롬의 일은 지금 당장은 골머리 썩일 만한 것도 없고 나름대로 잘 풀리고 있어서 큰 걱정이 없었다.

나도 열심히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퇴근하면 충실한 하루 일정은 끝.

이제 또 내일을 위해 열심히 쉬면 되는데, 집에 혼자 있으면 자연스레 여러 가지 사념에 잠기고 만다.

‘……아이리스는 어떻게 하고 있으려나?’

레드와 퍼플이 이곳에 직접 찾아왔던 기억이 떠올라서인지, 집에 있으면 문득문득 아이리스가 생각났다.

그때 퍼플이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로 나타났던지라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뉴레인과 대화를 해보겠다는 말을 듣고 헤어진 뒤, 레드에게서 별다른 연락은 없었다.

‘하긴 한두 번 대화해서 결론 날 일은 아니지.’

어떻게 결론이 났다는 소식을 듣기까지는 몇 달이 걸릴지도 몰랐다.

그래도 퍼플은 좀 괜찮아졌는지가 궁금한데…… 내가 연락하면 부담스럽겠지?

평소에도 소소하게 안부 인사를 전하고 했던 레드였으니 뭔가 알려줄 게 있다면 그녀가 먼저 연락해 올 것이다.

‘아, 마이 엔터로 확인해 볼까?’

어쩌면 몸의 부상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부상도 상태 이상으로 표시될 수도 있잖아.

대표가 같아서인지 마이 엔터로는 뉴레인의 그룹 관리 창에도 접근할 수 있었다. 능력치나 세세한 기능은 비활성화되어 있었지만.

상태 이상은 멤버의 캐릭터 옆에 뜨니까 지금 상태로도 확인할 수 있겠지. 그런 생각으로 뉴레인의 그룹 관리 창을 열었는데.

“이건 또 뭐야.”

아이리스와 윤환 아래에, 이름 없는 보이그룹 하나가 생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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