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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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넛츠라떼 회사에서 애들한테 한 박스 정도는 보내줘야 하는거 아닌가 했는데 진짜 받았엌ㅋㅋㅋㅋㅋㅋ
근데 박스 왜 저렇게 많아ㅋㅋㅋㅋㅋㅋ
└다 우유라 빨리 마셔야 하는 거 아냐?ㅠㅠ했는데 사진 잘 보니까 다른 음료도 섞여있었네ㅋㅋ 잘돼따
└몬클이들이 저거 다 마시긴 힘들 것 같고 회사에서 받은 거 보면 직원분들이랑 나눠먹을듯ㅋㅋㅋ
└뉴마 최대 복지 모노크롬..
└너무 유명해져서 애들도 못 구하면 어카나 했는데 회사에서 직접보내줄 줄은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못 사먹는건 우리뿐이었어,,,,
└안 되겠다 뉴마 취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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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헙. 이렇게 많이 보내주신다고요?”
회사 복도로 들어오는 박스 개수를 보고 우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멤버들도 복도로 나와 쌓여가는 박스를 구경했다.
음료 회사에서도 이 화제가 모노크롬의 언급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했는지, 품절 대란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뉴마로 연락이 왔다. 감사의 의미로 제품을 보내주겠다고.
애초에 멤버들이 즐겨 마시던 음료고 거절할 이유도 없어서 고맙게 받았는데.
‘회사에서 만드는 전 제품을 다 보내준 건가……?’
이 회사는 유제품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고 ‘데이드링크’라는 음료 전문 제조 회사였다.
이 넛츠라떼를 생산하는 ‘데이밀크’라는 브랜드명은 회사 이름이 아니라 유제품 라인에 붙은 이름이라나.
그래서인지 이번에 화제가 된 넛츠라떼뿐만 아니라 탄산수나 비타민 음료 등 각양각색의 제품이 같이 배송되었다.
그리고 배송 기사와 함께 음료 회사의 마케팅 과장과 대리라는 사람도 뉴마에 직접 찾아왔다.
“저희도 이렇게 갑자기 주목을 받을 줄은 몰라서. 갑자기 마케팅팀이 뒤집혔었죠. 어디서 소문이 난 거냐고 다들 컴퓨터 앞에 붙어서 인터넷 살피고.”
안 그래도 걱정했던 우형이 마케팅 과장의 이야기를 듣고 움찔했다.
“혹시 그것 때문에 곤란하셨던 건 아니죠……?”
“예에? 아뇨, 아뇨. 원래 마케팅팀에서 하는 일이 그런 건데요! 저도 이 회사에서 꽤 오래 일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당황했다고는 말하지만 곤란했다는 게 아니라 좋은 의미의 당황이었는지 그는 “허허허.” 하며 웃었다.
물건만 보내지 않고 이렇게 직접 찾아온 것만 해도 성의를 보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나도 책임자로서 같이 웃으면서 말했다.
“연락 주셔서 감사히 받겠다고는 했는데 이렇게 많이 보내주실 줄은 몰랐어요.”
“저희가 바로 드릴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 더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연락 주시죠. 이 넛츠라떼도 물량이 풀리기 전까지는 구하기 어려우실 텐데 말씀 주신다면 최우선으로…….”
“아, 아뇨. 지금도 충분히 많은데요.”
일단 멤버들이 못 구해서 못 마실 일은 없겠어.
이 많은 양을 우리가 다 마실 수는 없으니 일단 적당히 종류별로 추려서 애들 숙소에 두고 마시게 보내고. 나머지는 직원들한테 배분…… 아니, 탕비실에 가져다 두면 알아서 가져가려나.
복도에 마냥 쌓아둘 수는 없으니 어떻게 처리할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한이가 맨 위에 있던 상자에서 그 화제의 음료 하나를 꺼내 내게 양손으로 공손하게 건넸다.
“이사님, 여기요.”
“응?”
“전에 구하면 하나 드린다고 했으니까.”
“아, 전에 그랬었지.”
꺼낸 말은 착실히 지키는 한이였다. 직접 구한 건 아니고 알아서 굴러들어온 거지만.
당시엔 멤버들 입맛이 독특해서 호불호 갈리는 음료를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정말로 맛있는지 확인해 봐야지.
다만 그건 나중에 하면 되고, 지금은 일이 먼저다.
“기왕 받은 김에 인증샷 하나 찍을까?”
“네! ……근데 너희 머리 좀 정리해야겠다.”
우형이 대답하다가 멤버들의 상태를 보고 잠시 뜸을 들였다.
연습실에 있다가 나온 멤버들의 머리카락은 자유분방한 상태였다. 아이돌이라고 매일 세팅하고 다니는 건 아니니까.
재민은 그 말에 후드티의 후드를 써서 까치집을 감추고, 준해는 손빗질로 붕붕 뜬 부분을 안으로 잘 눌러 넣었다. 반곱슬이라 그 정도로도 대충 감춰지는 듯했다.
한이는 사진 찍기엔 앞머리 상태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두리번거리다가 해랑의 팔을 붙잡았다.
“형 모자 좀 빌려줘.”
“내 머리는 어쩌고.”
“에이, 형은…… 형은 얼굴이 있잖아!”
“너는 얼굴이 없어?”
해랑은 단호하게 팔을 뿌리쳤으나 한이가 억지를 부리며 그에게 들러붙었다.
결국 우형이 연습실에서 볼캡 두 개를 들고 나와 자신도 쓰고 한이에게도 씌워줬다. 어쩐지 이 작은 행동에서도 리더로서의 연륜이 느껴지는 듯했다.
인증샷을 찍겠다고 분주한 멤버들을 보며 마케팅 과장이 손을 가로로 내저었다.
“저희가 생색내려고 들고 온 건 아니라 꼭 그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되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진심은 아니었는지 그의 얼굴은 싱글벙글했다. 입만 비즈니스 모드고 표정은 솔직한 사람이었다.
“저희 팬분들도 멤버들이 품절 때문에 못 구하는 거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사진 올리면 좋아할 거예요.”
우리도 필요해서 찍는 거란 소리에 과장은 “오호.”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원 입장에선 신기한 광경인지 그는 함께 온 대리와 무언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뭔가 생각나는 게 있는 듯이 바로 나를 보며 말했다.
“안 그래도 팬분들이 회사로 문의를 많이 주셨습니다. 알아보니 예전부터 저희 제품 언급을 많이 해주셨더라고요. 소비자의 의견을 솔직하게 들을 얘기가 흔치 않은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좋게 봐주셨다면 다행이네요.”
컬러즈가 행동한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내가 듣는 게 맞나 싶지만…….
팬들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다 같이 움직이는 것을 마치 억지 부리는 진상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은데, 다행히도 이들은 좋게 봐 주는 듯했다.
‘컬러즈도 실제로 돈 내고 사 마신 소비자가 맞긴 하니까.’
멤버들을 따라 자주 사 마셨을 테니 그냥 소비자도 아니고 정기적 소비자였다. 회사 입장에선 소비자가 아이돌 팬이든 아니든 상관없겠지.
그가 방금 말한 것처럼, 제품의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컬러즈는 단종 취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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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단골 편의점에 넛츠라떼 유행이라고 계속 발주 넣어달라고 부탁하고 왔다
주문 많아지면 단종 안 될 수도 있겠지?
└잘했다잘했어
└근데 이미 사장님들도 다 알더라ㅋㅋ 찾는 사람 많았나봐
└나도 소심하게 제조사에 문의넣었는데 의견 감사하다구 답변옴 ㅎ휴ㅠ제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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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 회사에선 소비자의 반응이 미지근해서 단종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제품 홍보와 함께 많은 이들의 평가를 듣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일단 홍보부터 되어야 사람들한테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건 나도 잘 알지.’
그리고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컬러즈가 팬덤 내 화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걸 이용하려 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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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츠라떼 얘기 너무 많이 해서 퍼지면 안 좋은거 아냐? 유명해져서 몬클이들도 못 사먹으면 어떡하지ㅋㅋ 곧 단종된다는데..
@헉 그러게 서방이라도 해야 하나? 트렌드에 뜰 줄은 몰랐음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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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언급이 많은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에 윤희에게 물어보니, 그녀는 “그거 껄렁즈 보라고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라며 알려줬다.
꽁꽁 감추려 할수록 청개구리 같은 심보를 드러내며 퍼트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법. 그런 심리를 자극했다나.
뭐 하나 잘못 터지면 싸우는 거 아닌가 싶어서 내심 신경 쓰였는데 컬러즈는 생각보다 강했다. 팬덤에 모여드는 관심을 확성기로 이용할 생각을 하다니.
‘이쯤 되면 어그로에 가까웠던 사람들은 슬슬 ‘어라?’ 하면서 탈주하지 않을까.’
만일 해산하라면서 싸웠다면 오히려 분탕 성향의 껄렁즈를 신나게 만드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컬러즈도 제법 수난을 겪어온 팬덤이라 분탕질하는 이들한테는 관심을 주지 않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터.
모노크롬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 끌어나가면 그게 싫은 사람들은 흥미를 잃고 떨어져 나가겠지.
팬 코스프레를 하다가 실제로 호감을 지닌 사람들이 합세했고 그들이 컬러즈와 소통하며 지분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 초기 껄렁즈의 딜레마였다.
쉽게 말해, 컬러즈 친화 세력에게 이름을 빼앗기는 중이었다.
‘라이트 팬덤층까지 급증 중이던 팬덤을 건드린 대가라고 해야 하나…….’
이 정도면 컬러즈가 정말로 이 집단을 감화시킬 가능성도 보였다.
회사가 팬덤의 일에 직접 관여하기는 어렵지만 걷잡을 수 없어지면 공식 팬 전용 컨텐츠를 늘리면서 ‘컬러즈’ 명칭을 공고히 할 생각도 했는데, 일단은 컬러즈에게 맡겨놔도 될 듯했다.
‘팬까지 되기에는 높은 장벽을 느끼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하면……. 진짜 컬러즈로 만드는 건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할 일이겠지.’
멤버들이 인증샷 촬영을 완료하고 나는 직원들에게 음료 박스를 잘 배분해서 탕비실에 옮기기를 부탁했다.
데이드링크 마케팅부에서 직접 찾아온 과장과 대리, 두 사람도 물론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시간 괜찮으신가요? 오신 김에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는데.”
“물론입니다.”
멤버들은 각자 할 일을 하게 보내고 우리는 좀 더 사업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빈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노리는 바가 있는 나는 마주 앉은 두 사람을 보며 슬그머니 운을 띄웠다.
“이걸 제가 여쭤봐도 될지 모르겠는데…… 혹시 단종 계획은 그대로 진행하시나요?”
“저희도 고민이 많았는데 일단은 생산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생각 중입니다. 지금 들어오는 주문 물량도 있고요.”
잘됐다. 그러면 일단 여기서 컬러즈의 1차 목적은 달성되었다.
그러나 단종이 완전히 취소된 건 아니고 보류 상태에 가까운 모양이었다.
“패키지를 한번 리뉴얼해 보고, 그 후 판매량 추이를 보고 다시 논의해 보기로 했습니다.”
“패키지 이야기가 많았나 봐요.”
“저희가 모니터링을 해 보니 ‘커피 우유처럼 안 보인다’는 의견이 많아서요.”
“아. 저희 멤버도 패키지가 귀여워서 동생 사다 주려다가 처음 마시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정확히 말하자면 뉘앙스가 조금 다르긴 했지만.
얼마 전에 한이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출시 초부터 사 마셨다길래 뭔가 셀링 포인트가 눈에 들어왔던 게 아닐까 하고.
그런데 그가 처음 편의점에서 그 음료를 집어 들었던 이유는 ‘귀여운 노란색이라 어린이 음료인 줄 알고 준해 사다 주려고.’였다.
동생 사랑이 지극한 건지, 동생을 놀리는 데 진심인 건지…….
‘커피 우유보다는 견과류 우유처럼 보이긴 했어.’
일단 ‘라떼’라는 이름부터가 조금 애매하지. 단순히 우유란 뜻인지 카페라떼의 약어인지 바로 알 수가 없으니까.
넛츠라떼의 패키지 앞면엔 커피콩과 땅콩 캐릭터가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이 들어가 있었다. 같은 ‘콩’이니까 친구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던 걸까.
뒷면에는 밤, 호두에 코코넛까지. 넛츠 친구들의 대집합이었다. 영어 명칭에 넛이 들어가는 재료는 다 들어갔다.
‘약간 컨셉에 잡아먹힌 느낌도 있지만…… 맛 배합은 문제없었다면 역시 패키지가 문제였단 거지.’
멤버들과 컬러즈가 뷰이라이브에서 대화했던 것처럼 커피 우유는 카페인이 높았다.
게다가 견과류는 건강에 좋은 이미지가 있지 않은가. 한이처럼 어린아이에게 줄 생각으로 집어 드는 소비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커피 우유라면 바로 내려놓게 되겠지.
“그래서…….”
그래서?
나는 이어지는 마케팅 과장의 말에 다시 집중했다.
“기존 패키지에 익숙한 소비자분들이 있으실 텐데, 그분들에게도 새로운 패키지를 알릴 기회가 필요하니까요. 홍보를 해서.”
“그렇죠.”
“마침 이 화제를 만들어주신 분들이 연예인이시니…… 한번 이야기를 나눠볼 요량으로 직접 찾아뵙게 됐습니다.”
좋았어.
목표했던 이야기가 나와서 나는 책상 아래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