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8화
“모노크롬, 축하드립니다!”
첫 음악 방송 1위를 달성했을 땐 다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었다.
‘6년 차가 될 동안 속으로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터져서 그랬지.’
기쁜 날인데 한편으로는 슬펐던 기억들도 떠올라서인지 멤버들도 컬러즈도 눈물부터 흘렸다.
그 후에 잠깐 모두가 당황한 1위 달성도 하나 있었지만 그건 예외로 넘어가고.
첫 공중파 음악 방송 1위를 달성한 오늘, 멤버들은 눈물 대신 온전히 기쁨을 담아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평일의 케이블 음악 방송에서 모조리 1위를 달성한 후라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기도 했지만, 이제는 힘들었던 기억보다 좋았던 기억을 먼저 떠올리게 된 것 같아서 더욱 흐뭇한 1위였다.
1위 소감을 위해 마이크를 받아든 우형은 눈가가 조금 촉촉하고 목소리가 떨렸지만, 눈물이 나서가 아니라 마음이 떨려서인 듯했다.
“<가요차트>에서는 첫 1위인데 우리 컬러즈에게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고,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컬러즈의 응원이 가장 컸을 테지만, 이번 활동에선 컬러즈가 아니라 모노크롬에게 관심을 가진 이들의 응원도 적지 않았다. 우형은 그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건넸다.
모노크롬의 리드 래퍼인 우형의 랩 실력은 최근 이런 1위 소감에서 더 진가를 발휘하는 기분이었다.
“앞으로도 더 성장하는 모노크롬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힘찬 목소리로 소감을 마무리한 우형은 곧바로 1위 트로피를 동생들에게 넘겼다.
무대 위에서 멤버 전원이 트로피를 한 번씩 들어보는 게 모노크롬의 수상 후 패턴이었다.
‘패턴이 생길 정도로 트로피를 받아봤다는 게 감개무량하다.’
아무리 받아도 부족하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과였다.
그리고 이번 활동의 목표는 공중파 1위 달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하나가 더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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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5관왕 진짜 하고 싶지 않냐
내일 투표 파이팅이다
└알지알지
└하씨 벌써 떨려ㅠㅠㅠㅠㅠ
└서동요 기법으로 간다. 모노크롬 음방 5관왕 축하해!!
└천재만재 아이돌 모노크롬 5관왕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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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한 주차 음악 방송 전체 1위 달성!
케이블 음악 방송 셋, 공중파 음악 방송 둘을 합쳐 총 5개. 이 5개 음악 방송에서 전부 1위를 하면 5관왕이었다.
컬러즈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모노크롬이 5관왕 달성을 눈앞에 둔 상황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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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클 음악상상 1위 유력하지?
└ㅇㅇ
└활동 막방인데 받았음 좋겠넹ㅋㅋ
└왜 활동 2주만 해? 연차 때문인가
└멤 부상 있었잖아
└아 맞다 다 빡세게 춰서 부상 생각도 못하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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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기간은 나도 조금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지.’
활동 기간에는 팬들과의 소통도 많아지고, 컨텐츠나 떡밥이 늘어나기 마련. 그래서 아이돌 팬들은 이런 앨범 활동 시기에 많이들 입덕한다.
음악 방송은 보는 사람만 본다는 평도 많지만, 노래뿐만 아니라 무대를 보여줘야 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이런 음악 방송 무대는 기본으로 제공해야 하는 컨텐츠에 가까웠다.
지금은 신규 컬러즈도 한창 늘어나고 있는 중. 팬층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서 활동 기간을 더 두고 싶었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크게 아쉽지 않은 게, 다른 쪽에서 계속 화제가 되어서 그만큼 커버가 되는 것 같아.’
다른 방향에서 팬들이 많이 유입되기에 음악 방송에 출연해서 얻는 홍보 효과에 기대지 않아도 되었다.
저번 주 일요일에 방영한 <쉰셋돌>에선 모노크롬의 대기실 풍경이 예고편으로 잠깐 나왔다. 그래서 TV만 보는 시청자들도 모노크롬이 컴백한 것을 알게 되었는지 스트리밍 플랫폼의 음원 이용자 수가 늘어났다.
어떻게 되려나 궁금했는데 SPID의 총공 화력도 일부 붙었는지 이용자 수는 더 늘었고, 지오엘의 기행을 보고 궁금했는지 모노크롬의 신곡을 찾아 듣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지막은 좋은 일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온라인에서 종종 보는 말이 있었다. [모노크롬 팬덤은 심심하진 않겠다]라고.
좋은 일인가? 재밌어 보이면 입덕하지……. 아니, 실제로 그래서 컬러즈가 늘어나고 있는 걸지도.
짧지만 그만큼 알차게 보냈던 이번 <체크메이트> 활동. 마무리하는 시점에 좋은 일이 하나 더 생기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
멤버들과 컬러즈가 첫 공중파 1위 달성을 기뻐하던 것이 바로 어제였는데 아쉽게도 곧바로 활동 막방일이 찾아왔다.
음악 방송 스케줄이 더 없으니 체력 안배를 할 필요가 없어서일까, 멤버들은 어제도 새벽까지 연습실에 있었다.
사전 녹화 없이 본방송뿐이었으므로 남은 무대는 딱 한 번.
준해는 남은 것을 모두 쏟아내겠다는 마음인 듯, 기합이 바짝 들어간 상태로 몸을 풀었다.
“오늘 그거 하는 거니? 진화형.”
재민과 준해가 진화형을 해 보자고 말했던 게 금요일이었다.
그 진화형이란 것은 하루 만에 갑자기 완성되는 게 아니었는지 어제 <가요차트>에서는 진화형이 아니라 안정된 기본 완성형 안무를 선보였다.
“연습실에선 됐는데 무대 위에서는 또 다를 수 있으니까 상황을 봐야겠지만…… 가능하면 시도는 해 보려고요.”
실수하고 난 후엔 계속 주눅이 들어 있던 준해도 성공하고 나니까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었다.
‘몸 푸는 방식 하며 대답이 당당해진 점까지 재민이를 닮아가는 것 같아. 막내라서 형들 닮아가나?’
모노크롬이 무대를 위해 대기실을 나선 후, 우리 스태프들도 대기실 모니터 앞에 모여들었다.
활동을 함께하면서 준해가 안무에 특히 신경 쓰는 것을 알았기에 다들 그가 잘 해낼지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2주간의 활동을 거치며 안무가 더욱 몸에 익었는지 다른 멤버들도 전체적으로 안정된 느낌으로 무대를 선보였다.
그리고 대망의 아웃트로 파트. 준해는 평소보다 더 앞에 서더니 바닥을 차며 힘차게 도약했다.
“와.”
“방금 거의 두 바퀴 돌지 않았어?!”
화려하게 회전하며 센터로 서는 준해의 모습에 다들 시선을 빼앗겼는지 한마디씩 반응했다.
나도 순간 LA에서 팀 미로의 댄스 대회 무대를 봤을 때가 떠올랐다.
‘모노크롬에 날다람쥐가 둘이나 있었다니!’
모노크롬의 댄스 멤버들은 특징이 전부 달랐다. 해랑이 타고난 피지컬로 파워풀한 댄스를 펼친다면, 재민은 날렵하고 속도감 있게 움직이는 이미지였다.
준해는 유려한 춤선이 특징이었는데 거기에 재민에게 전수받은 날렵함이 더해지니 마치 체조 계열 스포츠를 보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의 반응만큼이나 본인도 만족스러웠는지 오늘의 엔딩 요정을 맡은 준해의 표정에서도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마이 엔터: 아티스트의 능력치가 올랐습니다. 확인해 보세요!]
‘이건 설마?!’
무대를 마치자마자 온 마이 엔터 알림.
예상대로 준해의 댄스 레벨이 오른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한층 화려해진 무대를 보며 “오.” 하고 놀라던 민형은 갑자기 벌떡 일어난 날 보고 더 놀랐다.
“갑자기 왜 그러세요?”
“아, 아뇨. 너무 잘해서.”
너무 잘해서 레벨이 올랐어요! 라는 말이 하고 싶었지만 사회적 이미지를 생각해서 뒷말은 생략했다.
지금껏 혼자 있거나 아무도 나를 안 볼 때만 레벨 상승 알림을 받아봐서 주변 상황을 생각 못 했어.
나는 직원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다시 주춤거리며 제자리에 앉았다.
‘7의 고지가 바로 앞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올랐어.’
레벨이 올라서 현재 그의 댄스 레벨 7. 모노크롬엔 차원을 달리하는 재민이 있지만, 만일 다른 그룹이었다면 메인 댄서를 맡아도 될 만한 실력이었다.
TV를 보던 컬러즈, 시청자들이 방금 무대를 보고 준해의 실력 향상을 확실히 깨달은 모양이었다.
뒤이어 멤버들이 대기실로 돌아오고, 땀을 식히는 그들 옆에서 민형이 말했다.
“너네 주인님이 무대 보고 잘한다고 엄청 좋아하시더라.”
“저기, 제 이름 가지고 놀리지 말아 주세요.”
주인 님 소리는 많이 들어봤지만 이상하게 말하는 사람에 따라 뉘앙스가 많이 다르단 말이지.
호칭 문제는 둘째 치고, 무대를 보고 좋아했다는 소리에 준해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제가 너무 걱정 끼쳤나 봐요. 아슬아슬하게 완성해서…….”
“아냐. 안 될 것 같았으면 나도 모험은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해서 맡긴 거니까. 그리고 진짜…… 잘했어.”
준해는 쑥스럽게 웃었다.
그런 막내가 기특했는지 우형이 그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며 쓰다듬다가 멈칫했다.
“아차. 이따가 또 올라가야지.”
“내 머리 어쩔 거야.”
엔딩 무대에서 1위 후보로 맨 앞에 서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우형은 손빗질로 다시 흐트러진 준해의 머리를 정리했다. 결국은 스태프가 다시 손을 봐야 했지만.
연차 덕분에 무대 순서가 엔딩에 가까웠던 모노크롬은 잠깐 휴식을 취하고 다시 무대로 올라가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대기실을 나서려던 한이가 또 내 앞에 섰다. 이제 뭘 하려는 건지 예상이 갔다.
“주인 님, 1위 받게 해 주세요.”
“꼭 받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멤버들에게도 나의 의지가 전해졌는지 끄덕임으로 대답했다.
음원 성적만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지만 1위란 쉽게 확신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멤버들을 무대로 돌려보내고 직원들은 아까처럼 다시 대기실 모니터 앞에 자리 잡았다.
“저 일하면서 이렇게 성취감이 드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그렇…… 그런가요?”
윤희의 말에 순간 “그렇겠죠.”라고 대답할 뻔했다.
윤희도 모노크롬과 함께 그 뉴마에서 버텨왔으니 그간 성취감을 못 느꼈던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내가 올해 대상까지 꿈꾸고 있다는 건 모르겠지.’
대상이라는 목표는 아직 멤버들에게만 말한 상태였다.
현실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윤희가 알게 된다면 뭐라고 반응할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힘들다고 할까? 아니면 또 날 믿어줄까?
‘믿어주면 좋겠다.’
옆에서 안 된다고 하면 난 뭘 위해 달려가야 할지 모르고 흔들릴 것 같으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멤버들이 내 목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준 것이 놀라운 일이었다.
내가 잠시 좀 더 먼 미래를 보고 있는 동안, 모노크롬은 또 하나의 기록을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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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몬클 문투 점수 만점ㅋㅋㅋㅋㅋㅋㅋㅋㅋ
2위랑 점수 차이나는 거 보면 표 엄청 몰렸나 보네
└일단 신셋난민은 거의 다 투표한듯ㅋㅋ
└나도 투표했당
└2주 활동 깔ㅡ끔
└6년차에 첫 1위에 7년차 바로 다음 활동에 음방싹쓸이 실화냐ㅋㅋㅋㅋ
└재계약 뉴마하고 한 거 맞아? 악마하고 한 거 아녀?
└아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악마랑 계약 ez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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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너희 숙소 가면 해 줄 게 있는데.”
활동 종료 인사 뷰이라이브까지 마치고 나자 멤버들은 2주간의 피로가 한 번에 몰려오기라도 한 듯 흐늘흐늘해졌다.
앨범 준비 기간부터 방송 촬영을 병행한 데다가 연말 시즌까지 겹쳐서 거의 쉴 틈 없이 달려왔으니 피곤할 만도 하지.
숙소에 도착하면 바로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부탁할 게 하나 더 남아있었다.
“숙소에 장식장 있잖아. 트로피 넣어두는 거.”
“네.”
“그 앞에서 이번 주에 받은 트로피 전부 들고 사진 하나만 찍어서 보내줄래? SNS에 올리게.”
힘없이 소파에 기대 있던 우형이 내 말을 듣고는 몸을 벌떡 일으키며 멤버들을 둘러봤다.
“우, 우와. 우리 이번 활동에서 받은 트로피 하나씩 들 수 있어.”
그러자 마찬가지로 소파 등받이에 몸을 파묻고 있던 멤버들도 하나둘씩 몸을 세워 일어났다. 무슨 미어캣인 줄.
이번 주 받은 트로피가 5개. 멤버도 5명. 각자 하나씩 들면 딱 맞는 수였다.
사진 찍을 것이 기대되는지 멤버들은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귀갓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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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 5관왕 진짜 축하해 ㅠㅠㅠㅠㅠㅠㅠ
아니 근데 뒤에 미니크롬 뭐야?
└사진 보고 울다가 미니크롬 보고 ???한거 나만 그런 거 아니었구낰ㅋㅋㅋㅋ
└누가 저렇게 해둔 거지 개ㄱㅇㅇㅠㅠㅠㅠㅠㅠㅠㅠ
└미니크롬이 둘러싸고 있는 거 뭐야 음악대상에서 받은 상이야??ㅋㅋㅋㅋㅋㅋㅋ
└다음 서동요 기법은 수상 축하해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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