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4화
음악 방송이 없는 화요일, 모노크롬은 첫 음악 방송을 앞두고 응원법 안내 뷰이라이브를 진행했다.
응원법 안내야 한두 번 시범 삼아 보여주는 게 끝이었으니 10분도 되지 않아 끝났다.
그 후에는 뷰이라이브를 켠 김에 소소하게 대화를 나눴는데, 우형이 채팅 하나를 발견했다.
[껄렁즈한테도 인사해주세요]
“껄렁즈……? 껄렁즈가 뭐예요?”
이름이나 닉네임을 불러 달라는 채팅은 언제나 있었지만 닉네임도 달랐고 실명 같지도 않은 데다가 컬러즈와 어감이 비슷해서 저절로 눈길이 간 것이었다.
안 그래도 컬러즈는 최근 모노크롬을 잘 아는 것 같지도 않은데 비슷한 이름을 대며 팬 행세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던 참이었다.
결국 멤버의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오자 컬러즈는 분개하며 먼저 벽을 치고 나섰다.
[ㄴㄴㄴㄴㄴ무시]
[껄렁즈 그만좀 껄렁대]
[껄렁즈도 스밍했는데 왜 안알아줌ㅠ]
[알아달라고 스밍하는거 아니라고!]
멤버들은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인지했는지 잠시 눈치를 보고는 다른 평범한 채팅들을 읽어나갔다.
컬러즈는 뷰이라이브가 끝나고도 이들이 뷰이라이브까지 진출한 점에 불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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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껄렁즈 이름값하네
왜 뷰이라이브까지 와서 그러냐고 환장
└나 앨범발매기념으로 컬러즈 대상 추첨이벤했는데 당첨자가 자긴 껄렁즈래 하나참,,
└나 몬클만 팔로하고 다른거 안 봐서 잘 모르는데 그게 뭐야? 분탕이야?
└돌 안 파던 사람들이 돌팬덤 놀리려고 하는 거 같음 ㅠㅠ
└왜 여기저기 껄떡대면서 우리 이름 비슷하게 가져다쓰냐고~!
└ㅋㅋㅋㅋ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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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처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SPID 팬덤 내부 의견 충돌에 외부인들이 끼어들어 부채질하던 시점.
이들은 SPID의 팬덤인 스피디인 척하는 것보다 컬러즈의 이름을 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듯했다.
그 과정에서 어감이 웃긴다는 이유로 자신들만의 이름까지 만들었고 그걸 기점으로 ‘아이돌 팬 놀이’가 장난처럼 번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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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렁즈 덕친 구합니다
최애는 제임스구요 얼마전에 입덕했어요♡
@제임스 누군데
@제임스 얼마전에 탈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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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 이름을 아무렇게나 칭하기도 하고 멤버 탈퇴라는 민감한 이야기까지 꺼내는 것을 보며 컬러즈는 분통을 터트렸다.
놀리는 건지, 아이돌 팬 경험이 해 보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컬러즈인 척하는 놀이’는 컬러즈에겐 환영하지 못할 내용도 많았다.
문제는 이들이 겉으로는 모노크롬을 응원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어서인지, ‘관심은 조금 생겼는데 팬까지는 좀…….’이라는 생각을 지닌 라이트팬들이 이쪽에 편입되기 시작했단 것이다.
***
“윤희 씨도 아까 보셨어요? 채팅창에서 껄렁즈 얘기하던 거…….”
“네. 원래 사람들이 아이돌판 놀리거나 조롱하는 데 진심이긴 한데 이건 뭐라고 해야 할지…….”
이사실에서 뷰이라이브를 보다가 ‘껄렁즈’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듣고 윤희를 찾아 내려와 보니 다들 뷰이라이브를 마치고 정리하던 참이었다.
회사에서 누구보다도 온라인 반응을 많이 지켜봐 온 윤희도 이 상황은 도저히 갈피가 안 잡히는지 복잡한 얼굴로 말했다.
‘이번 일이랑 관련 없는 사람들은 금방 관심 끄고 지나갈 줄 알았는데.’
SPID의 팬덤인 스피디는 모노크롬이 생각보다 순위가 높아지자 물밑에서 모노크롬을 도와줄지 말지 눈치를 보고 있는지 전보다는 조용해진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이 껄렁즈라는 사람들은 스피디에는 관심을 끊고 대신 컬러즈에게 붙은 모양이었다.
스피디와 다르게 컬러즈는 외부의 관심에 면역이 많이 없다 보니 반응이 커서 놀리기 좋다고 생각한 걸까.
‘모노크롬은 언제 놀리기 좋은 그룹 반열에 들어선 거지.’
윤희 씨가 이전에 ‘어그로도 기왕이면 타격감 있는 그룹을 건드리기를 선호한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모노크롬은 그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보통 아이돌 팬덤에 붙는 어그로는 ‘너희 파는 그룹 수준 떨어짐’이라는 느낌인데, 이 껄렁즈라는 사람들은 ‘우리도 응원하는데 왜 팬 취급 안 해줌?’이라는 태도라 또 상황이 달랐다.
말로는 자기네들도 스트리밍을 하고 응원한다는데 말만 그런 건지 정말인지 알 길이 없지만.
‘또 모노크롬의 태풍의 눈 특성이 발동한 건가?’
실제로 그런 특성이 있을 리 없건만, 요즘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다 이상한 것들뿐이라 그런 생각부터 들었다.
내가 이 업계를 잘 몰라서 생소한 게 아니라, 그냥 모노크롬에게만 특이한 일이 많이 일어났다.
내가 윤희와 대화하는 것을 들었는지 우형도 아까 팬들에게 묻지 못한 질문을 다시 꺼냈다.
“껄렁즈가 뭐예요?”
“컬러즈는 아닌데 컬러즈 비슷하게 행동하는 사람들……?”
“저희 팬분들인가요……?”
“글쎄…… 팬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한데 팬의 정의를 넓게 보자면 완전히 아니라고는 할 수 없을 것도 같고.”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사람들? 어쨌든 모노크롬을 알고 있긴 한 사람들? 따지자면 싫어하는 쪽은 아닌 것 같은 사람들?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그냥 라이트팬 같잖아.’
그러나 라이트팬은 조심스러운 성향이 강한 데 반해서 이들은 매우 적극적이고 당당했다.
컬러즈에게 뭔가 물어볼 때도 라이트팬은 ‘모노크롬 노래 잘 듣고 있는 사람인데 질문 좀 해도 될까?’ 하면서 쿠션을 두는데 껄렁즈는 ‘그게 뭔데. 알려줘.’라고 요구하는 느낌.
이것도 나름의 관심이라면 관심인가.
“컬러즈가 싫어하던 것도 이름 따라 해서 그렇지, 막 이상한 짓을 해서 그런 건 아니니까 크게 신경 쓰지는 마.”
멤버들은 아직도 알쏭달쏭한 표정이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연습실로 돌아갔다.
장난처럼 나타난 이들이 시간이 지나 자연 소멸할지 다르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 지금은 나도 이 정도로밖에 설명하지 못하겠다.
나중에 이상한 일을 벌여서 손해를 끼친다면 대응이 필요하겠지만 아직은 별일 없으니까.
처음에 스피디를 놀리면서 등장한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스피디 쪽엔 큰 관심 없어 보이니 다툼이 일어나지도 않을 것 같고.
‘……그건 내 희망사항일지도 모르겠지만.’
애초에 윤희와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내려온 것이었다.
나보다 좀 더 현실적인 시점으로 이 사태를 바라볼 테니 그녀의 의견이 필요했다.
“이게 나쁜 쪽의 관심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호감으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아. 이사님이랑 비슷하게 생각한 컬러즈도 있는 것 같았어요.”
껄렁즈를 영입해보고자 시도하는 컬러즈도 종종 있다고 한다. 실제로 검색해 보니 껄렁즈에게 말을 거는 컬러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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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렁즈분들 지금 중요하니까 한 시간에 딱 한 번씩만이라도! 체크메이트 꼭 들어주세요 같이 1위 만들어봐요~
@스밍할 돈이 없어요~~~~ㅠㅠㅠㅠ
@곡에 하트라도 눌러주세요^^..
@레몬 아이디가 없어용
@시간날 때 뮤직비디오라도 봐 주세요(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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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선생님 같네요.”
작은 관심조차 못 받던 시절을 길게 겪어서인지, 일부 컬러즈는 이 한 톨의 관심조차 그냥 넘기지 않으려 했다.
내 비유에 윤희가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고는 이어서 말했다.
“노력은 하는데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솔직히 지금은 여기저기 시비 털고 다니지 않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봐요.”
그건 동감이다. 그룹이나 팬덤의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드는 행위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으니까. 이 정도면 온건한 편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확인한 인지도와 팬 지수를 떠올려보면…….
“그래도 최근에 공식 컬러즈 수가 좀 늘어났죠?”
“그거랑 연관 지어 생각해 보면 또 그렇긴 하네요. 정말 그쪽을 통해서 유입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말한 대로 최근엔 유입될 만한 경로가 많았다.
모노크롬의 인지도도 올랐고, 컬러즈의 수가 늘어난 만큼 영업력이 강해졌으며, 방송을 통해 유입되기도 하고, 이번 사고 등으로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을 수도 있다.
그런데 특히, 껄렁즈라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할 때를 기점으로 인지도와 팬 지수가 더욱 올랐고 그게 꾸준히 유지되는 중이었다.
‘그땐 스피디랑 엮여서 많이 언급되던 시기기도 해서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이 영향이 맞다면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해 볼 만해.’
진심이 안 담긴 듯 보여도 모노크롬을 응원한다는 말을 쉽게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모노크롬에 조금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컬러즈까지는 부담스러워도 껄렁즈까지는 쉽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라이트팬에게도 이름을 부여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이름에는 특별한 힘이 있고, 이름이 한번 붙으면 떼기는 쉽지 않은 법. 본인이 그저 호감을 넘어서서 ‘라이트팬’이 되었음을 인정하면 진짜 컬러즈가 되기도 더 쉽겠지.
“으음. 일단은 별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긍정적으로 지켜보도록 하죠.”
사실 지켜보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는 말이 더 맞겠지만.
싫어하는 컬러즈도 있지만 열심히 이들과 소통해 보려는 컬러즈도 있으니, 부디 감화되는 사람이 있길 바랄 뿐이었다.
***
활동도 며칠을 지나 <음악상상>의 출연일이 다가왔다.
지난주 <음악상상>으로 활동을 시작한 신셋은 마찬가지로 <음악상상>에서 막방을 맞이했다.
방송으로 만든 프로젝트 그룹이 스페셜 무대로 한두 번 나오고 마는 게 아니라, 2주 차까지 활동한 게 오히려 특이한 케이스였다.
음악 방송에 전부 나간 것은 아니지만 대신 라디오나 방송 출연 등 부수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바쁘게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 그들은 데뷔 2주 차 신인으로서 모노크롬의 대기실에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신셋입니다!”
“어, 바, 반가워요.”
분명 지금까지 신셋의 프로듀서로서 활약했건만, 아이돌 선후배 관계로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신셋과 함께 카메라가 같이 들어오자 리더로서 먼저 나선 우형이 조금 어색하게 반응했다.
“저희 데뷔 앨범이 나왔는데 잘 들어주십시오.”
신셋의 리더인 만호는 우형에게 앨범을 건네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저희 작곡가분이 엄청 대단한 분들이십니다. 무려 국민의 투표로 선출됐었죠.”
“어! 우리도 그중 한 분한테 곡 받았는데.”
“아, 아니. 뭘 그렇게…….”
한이가 마찬가지로 모노크롬의 앨범을 건네며 능청맞게 말했다.
본인을 지칭하는 이야기에 우형은 머쓱하게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재민 선배님은 이젠 괜찮으세요?”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도한이 재민에게 말을 걸었다. 이건 <쉰셋돌> 제작진과 미리 이야기해서 언급하고 지나가기로 한 것이었다.
출연자 중 한 명인 재민이 괜찮은지 궁금해하는 시청자들도 있을 테니까.
“나야 괜찮지. 춤추는 것도 문제없고.”
“얘 그때 울었는데.”
“내, 내가 언제! 이건 편집해주세요!”
제오가 류현을 가리키며 말하자 류현이 다급하게 손으로 제오의 입과 카메라를 동시에 막으며 말했다.
제오가 말하는 ‘그때’란 레몬 어워드를 말하는 것이었다.
‘……당황하는 거 보니까 진짜 울었나 본데?’
류현이 속한 러너스하이도 레몬 어워드에 출연했다. 그리고 류현은 퍼포먼스 무대 리허설도 지켜보고 갔고.
마찬가지로 레몬 어워드에 팀으로서 나왔던 제오가 그날 류현을 본 모양이었다.
재민이 그런 류현의 어깨를 토닥토닥해주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너도 연습하면 공중회전 기술을 터득할 수 있을 거야.”
“……네?”
메인 보컬에게 계속 댄서로서의 목표를 심어주는 재민이었다.
이렇게 보니 초반에 비해서 정이 많이 들었다는 게 새삼스레 느껴졌다.
그리고 이번엔 귀여운 스타일도 제법 익숙해진 이담이 우리 멤버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저희 마지막 뷰이라이브가 있는데 초대할게요.”
“뷰이라이브?”
“떡국 먹방회가 있거든요.”
“아…….”
해가 지나 만호는 이제 쉰넷. 그러나 ‘신셋’의 어원인 쉰셋을 유지하기 위해 새해가 되어도 떡국을 먹지 않겠다고 주장했었다.
떡국 먹방회란 신셋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원래 <쉰셋돌> 뒤풀이가 있어서 일정을 빼놓은 상태라 우리 스케줄이야 문제없었다.
해체도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고. 그러나 정이 많이 들어서 그런지 어쩐지 분위기가 숙연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