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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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클 요새 갑자기 빵 떴네 언급 엄청 늘어난 느낌ㅋㅋㅋ
역시 쉰셋돌 때문인가? 아이돌 관심없는 지인들도 쉰셋돌은 재밌다고 보더라고
자기도 한번 덕질해보고 싶다고 ㅋㅋ
└돌판 발들였다가 수렁 겪고 도망가는거 아니냐ㅠㅠ돌판이 미안해
└몬클은 팬 유입도 많았고.. 근데 최근에 언급 많은 건 라이트 팬이랑 유사 팬? 많아져서 그런듯
└유사팬은 뭐옄ㅋㅋㅋㅋㅋㅋ
└팬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있음
└그럼 그냥 팬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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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 말에 자기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까지 안무를 체크하던 재민과 준해까지도 움직임을 멈췄다.
그만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믿기 힘든 소리였다.
‘아, 아니. 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예상은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직전 앨범인 의 진입 순위가 약 70위대였고 <너의 별>도 비슷했다. 여러 상황이 맞물려 차차 오르기도 했지만 그게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이렇게 발매 직후 차트에 오르는 건 발매를 기다렸던 사람들, 팬들의 화력인 경우가 많은데 갑자기 10위라니.
……잘못 집계됐다거나 오류인 건 아니겠지?
“잘못 뜬 건 아니지……?”
순간 내 마음의 소리가 밖으로 튀어나온 줄 알았다. 그러나 방금 들린 것은 우형의 목소리였다.
다들 어버버 하는 와중 우형이 이 상황을 납득하고자 가장 쉽게 떠올릴 만한 그럴싸한 이유를 찾은 듯했다.
분명 좋은 일이긴 한데 너무 예상 못 한 순위라서 나도 그 생각부터 들었다.
“아냐. 사람들이 순위에 얼마나 민감한데 오류 나면 큰일이지. 이건…… 10위가 맞아.”
“나 소름 돋았어.”
윤희의 말을 듣고 나서야 입을 떡 벌리고 있던 한이가 이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인 듯 팔을 쓸어내렸다.
해랑은 가만히 스마트폰 화면을 계속 쳐다보고, 준해는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겠는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리고 재민은 잔걸음으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가 내 앞에 섰다.
“지금 컬러즈한테 자랑하고 오면 안 돼요?!”
“마음은 알겠지만 그건 이따 하자. 그리고 우리보다 컬러즈가 먼저 확인했을걸.”
지금 가장 이 상황을 기뻐할 사람은 당사자인 모노크롬과 그들을 끌어올리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는 컬러즈였다.
단지 벽 몇 개가 사이에 있을 뿐인데 당장 만날 수는 없었다.
잠깐 나가서 후딱 자랑만 하고 들어오는 것도 재밌기야 하겠지만…… 기대감이 최고조로 올랐을 때 만나는 게 가장 임팩트가 클 테니까.
어차피 시작도 얼마 안 남았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되고.
다만 멤버들과 달리 나는 마음껏 움직일 수 있었다.
‘다들 무슨 대화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반응을 대신 보고 와서 알려주겠다 하고 내 호기심을 채우러 잠시 관객석이 보이는 곳으로 이동했다.
방금 소리까지 지른 걸 보면 아직도 술렁이고 있을 것 같단 말이지.
관객석 옆으로 슬쩍 들어가 보니 예상대로 다들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들고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와. 이렇게 좋은 노래를 사람들이 왜 안 듣나 엄청 답답했는데 드디어 속 뻥 뚫리는 기분이다.”
“멤버들도 순위 봤을까요?! 봤으면 좋을 텐데!”
“쇼케 준비하느라 아직 모르지 않을까요?”
설렘이 담긴 대화 내용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컬러즈가 소리를 지른 덕분에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는데. 멤버들이 아직 모른다면 빨리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한 듯했다.
“레몬 말고 여기는 2위래요!”
“아, 대박.”
레몬 외에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은 많았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주목하고 기준으로 삼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레몬일 뿐. 그래서 레몬 순위를 올리기가 제일 어려웠다.
컬러즈도 예전에는 레몬 차트에 진입하지 못할 바에야 다른 플랫폼에 화력을 집중하는 게 낫지 않냐, 그래도 가장 큰 레몬을 포기하기엔 아깝다 등등 의견을 나누고는 했었는데.
타 플랫폼에서도 순위가 높다면 레몬 한 곳에 화력이 몰린 게 아니라 이용자들이 두루두루 있다는 뜻이었다.
‘……기념할 만한 날이니까 팬서비스를 조금 해 볼까.’
다들 쇼케이스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잊고 스마트폰 화면에 정신을 빼앗긴 상태.
쇼케이스 시작 몇 분 전, 컬러즈가 기다리는 공연장 안에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잠시 후 정각에 모노크롬 <체크메이트> 쇼케이스가 시작됩니다. 관객 여러분께서는 미리 핸드폰을 무음 상태로 설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난히 낮은 남자 목소리. 바로 해랑의 목소리였다.
‘잠시 후’부터 목소리의 정체를 알아챈 컬러즈가 하나둘씩 파도타기 하듯이 놀라고, 삽시간에 관객석 전체가 소란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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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 시작 안내방송 해랑이 목소리 나와서 방금 난리남ㅋㅋㅋㅋㅋㅋㅋㅋ
한이인가? 누가 마이크에 대고 쳌!하곸ㅋㅋㅋㅋㅋ시끌벅적하다가 뚝 끊김 ㅠㅠㅠ
└누구 녹음한 컬러즈없냐ㅠㅠㅠㅠㅠ
└너무 갑자기 나와서 ㅠㅠㅠ녹음했어도 컬러즈 소리에 묻혀서 안 들렸을듯ㅋㅋㅋ큐ㅠㅠㅠ
└뉴마 이거 비하인드로 안 올려주면 바보 멍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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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의 쇼케이스는 뷰이라이브에서 라이브로 중계했다.
컬러즈가 공연장 혹은 뷰이라이브 채널에 모여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는 동안, 그 외의 사람들은 커뮤니티에서 모노크롬의 성적에 대해 열심히 토론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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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몬클에 스핃 총공팀 화력 붙은거?
└ㄴㄴ 그쪽 총공 담주라 아직 시작 안함
└스핃 팬덤이 좀 붙긴 했을듯? 스밍 인증 계속 올라오는거 보면
└그럼 여기서 더 오를수도 있다는거 아냐 ㅋㅋ
└근데 몬클 순위가 생각보다 너무 높아지면 그쪽 총공 화력이 오히려 더 안 붙을 수도 있음ㅋㅋㅋㅋㅋ 자기네들 총공하는 것보다 타돌 곡이 더 위로 올라가면 좀 그렇잖아
└넘사 1위로 올라가면 또 모르지 합세해서 1위로 올려줬다는 그림으로 만드는게 좋으니까ㅇㅇ
└솔직히 ㅈㄴ 흥미진진
└약간 나만 아는 아이돌 이런 느낌이었는데 갑자기 일케 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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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쇼케이스로 바쁜 와중에 분석을 대신 해주네.’
다 맞는 소리는 아니겠지만 외부에선 이 상황을 어떻게 지켜보고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이 ‘이전 성적을 생각하면 갑자기 순위가 상승한 게 놀라운 일이긴 한데 최근 인지도를 보면 이해도 된다.’라는 의견이었다.
다만 이게 방송 등으로 얻은 반짝 화력인지, 모노크롬 자체의 인기가 오른 것인지는 의견이 조금 나뉘고 있었다. 그건 나 또한 궁금했다.
‘지금 팬 지수보다 인지도가 훨씬 빠르게 오르고 있는데, 그 인지도가 얼마나 팬 지수로 옮겨가느냐가 관건이겠지.’
태블릿으로 뷰이라이브 채팅창을 보니 한창 쇼케이스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구경하러 들어오는 사람도 있는 듯했다.
저번 팬미팅 쇼케이스에선 라이브로 보는 컬러즈와도 실시간 소통을 했지만 그게 특이한 케이스였고, 이번엔 그런 실시간 소통 없이 일반적인 방식으로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2부작으로 엮인 무대로 시작해서, 이번 앨범의 곡과 뮤직비디오에 관한 소개를 위주로 중간중간 다른 코너들도 들어갔다.
프레스 쇼케이스에서는 차분하게 신곡을 소개했지만 팬 쇼케이스는 팬들에게 보여주는 공연이니만큼 재미 요소도 빼놓을 수 없으니까.
앨범 소개 후 준비된 코너에선 소품으로 체스 세트가 준비되었다.
“저희 앨범이 <체크메이트>잖아요. 저희가 여러분께 진정한 체크메이트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오오. 자신감.”
우형이 체스말 하나를 들어 보이고는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한이가 웬일이냐는 듯이 반응했다. 가끔 저렇게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인단 말이지.
체스란 대표적인 두뇌 게임이었다. 어려워 보이는 게임의 등장에 컬러즈도 “오오-.” 하며 반응했다.
그러나 공연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컬러즈가 예상하는 차분한 체스 게임을 보여줄 순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준비한 것은 생각할 새도 없이 2초 안에 턴을 마쳐야 하는 스피드 체스 게임.
“자. 블랙조에서 한 명, 화이트조에서 한 명 나와.”
“방금 누가 진정한 체크메이트를 보여준다고 했었는데.”
“블랙조가 한 명 많아서 수가 안 맞잖아. 나는 심판이야.”
당당하게 나섰던 우형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서자 멤버들이 황당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체스 프로들이야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계산하여 이런 빠른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겠지만 멤버들은 아니었다.
체스말을 잘못 옮기면 해당 체스말 압수라는 룰까지 붙자 ‘얼마나 어이없게 지는가’ 대결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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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 보여준다던 진정한 체크메이트 어디 감
킹 압수로 게임 끝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바로 진정한 체스..?
└바보 체스,,,
└설레발쳐서 체크메이트만 한 열 번 외친 것 같은데 그중에 진짜 체크메이트가 없었다는게ㅋㅋㅋㅋㅋㅋ
└진정한 체크메이트는 무대에서 보여주겠다는 뜻인 거지? ㅠㅠ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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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와 재민, 해랑과 준해가 시합하여 승자끼리 결승전.
총 세 번의 게임을 진행했으나 마지막엔 체크메이트를 외치지도 못하고 준해의 킹이 압수되는 허무한 결말로 끝나버렸다.
“너도 이제 대학을 졸업하게 되니까 우리랑 수준이 같아지는구나.”
“악! 3선승제로 해요.”
최종 승자가 된 한이가 놀리자 준해는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승부욕을 불태웠다.
준해가 미련을 보이는데도 스태프들이 자비 없이 체스 세트를 치우자 관객석에선 웃음이 흘러나왔다.
‘리허설 때만 해도 이렇게 웃긴 게임이 될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허무하게 끝났지만 덕분에 준해의 긴장은 좀 풀린 듯했다.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안무 때문에 표정이 심각해서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쇼케이스가 중후반부에 들어서서, 드디어 팬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체크메이트> 무대의 순서가 찾아왔다.
뷰이라이브 중계 채팅창에는 재민의 안무 파트를 걱정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컬러즈는 아직 뮤직비디오밖에 못 봤으니까 재민이 센터에 서서 시작할 거라고 생각하겠지.’
<체크메이트>의 시작은 구두 소리와 함께 앞으로 걸어 나오는 재민. 이는 뮤직비디오에서도 나온 장면이었다.
그러나 잠시 암전되었던 조명이 다시 켜졌을 때 중앙에 서 있는 것은 재민이 아닌 준해였다.
재민과 준해의 자리가 서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채자 현장의 컬러즈는 함성을 지르다 말고 숨을 삼켰다.
“헙.”
“준해가?!”
예상치 못한 포지션 변경에 놀라는 것도 잠시. 컬러즈는 응원의 의미가 포함된 듯한 환호성을 질렀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컬러즈는 보자마자 멤버들이 얼마나 고민했을지, 얼마나 연습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걱정했던 아웃트로만 잘 해내면 되는데.’
컴백 직전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덕분에 연습실에선 겨우 완성했었다는데, 실제 무대는 환경이 달라서인지 혹은 부담이 되었는지 마음처럼 안 되는 듯했다.
문제의 아웃트로 파트에 들어서서 준해는 재민의 충고대로 조금 더 뒤에서 점프하며 회전했는데.
‘부딪힌……!’
착지점이 재민과 너무 가까웠다. 두 사람의 발이 꼬여 넘어지고 말까 봐 나도 모르게 양손을 쥐었다.
그러나 그때, 재민이 과감하게 뒤의 동작을 생략하고 몸을 틀어 다치지 않은 쪽 팔로 준해의 균형을 잡아냈다.
순간의 기지가 아니었는지 자연스럽게 음악에 맞춰 본래 동선으로 돌아온 덕분에 엔딩은 완벽하게 해낼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원래 이렇게 정해져 있는 콤비네이션 안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까 만일의 경우엔 좀 다르게 넘어가도 되냐고 묻더니 이걸 말하는 거였어.’
타이틀곡 무대도 무사히 마치고, 가장 큰 고비를 넘겨서인지 이후 쇼케이스 순서들도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무대 뒤에선 걱정이 많았지만 컬러즈에겐 완벽한 쇼케이스였을 것이다.
엔딩 인사까지 마친 멤버들이 무대 뒤편으로 내려오고, 준해도 실수를 보여주지 않고 넘어갔다는 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되는지 내게 물었다.
“프레스 쇼케이스에선 원래 버전으로 무대 했는데 괜찮을까요? 거기선 미완성된 버전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원래 다양한 버전이 있었다고 하자. 이번 무대는 체스가 모티브잖아. 그러니까…… 게임이 항상 다르게 전개되는 것처럼 무대도 그런 거지.”
내가 다른 버전 안무에 이유를 붙이자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는지 준해의 얼굴에서 근심이 옅어졌다.
“실수할 것 같으면 내가 커버해 줄 테니까, 이번 활동 기간 안에 완성해 보는 거야.”
이어서 재민도 준해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방금 안무도 좋았지만 그게 완성형은 아니었다. 많이 연습해왔던 만큼 준해도 기존 안무 버전으로 완성해서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겠지.
재민이 제대로 커버해준다는 믿음이 있어서인지 준해도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성장형인 그가 이번 활동 기간 내에 댄서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을지 나도 기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