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211화 (211/430)

# 211화

우형과 성운이 만들었던 데모곡은 만호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어 하기도 했고, 앨범에 꼭 넣겠다고 주장한 덕분에 수록곡으로 들어갔다.

앨범 공개 일시가 되자마자 사람들은 우선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부터 감상했고, 그다음으로 스트리밍 플랫폼에 공개된 수록곡 음원을 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감상글이 우르르 올라왔는데 눈에 띄는 것이 이 데모곡, 2번 트랙에 관한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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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트랙 예전에 타이틀곡 후보에 있던 다른 곡이랑 비슷하지 않아?

└1번 곡이었나 그거 맞음?

└그때 후보곡들이 다 컨셉 하나에 맞춰서 만들어진 거라 비슷하게 들리는 거 아닐까?

└아 나도 어디서 들은 것 같다 싶었는데 그거였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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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후보곡을 들었을 때 비슷하다고 느낀 게 우리 착각만은 아니었어.’

그때 내가 후보곡을 확인하며 느꼈던 기분을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었다. 멜로디 라인은 다르지만 사용한 악기 조합이나 분위기가 흡사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후보곡을 먼저 접했기 때문에 이번엔 반대로 우리가 후발주자처럼 되어버린 상황.

‘분명 작가님이 작곡팀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미리 작곡가로 내정되어 있었던 건 얘기하지 말아달라’라고 했었을 텐데.’

그러면 우리가 이 곡을 먼저 만들었다는 걸 증명하기 어려워지는데.

사람들도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라는 태도라 우리가 먼저 나서서 뭐라고 해명하기도 어려웠다.

그렇게 좀 찝찝해지려는 기분도 잠시, 이 문제는 데모곡을 앨범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만호가 곧바로 해결했다.

[다들 앨범은 잘 받으셨습니까?]

[형님. 앨범은 아직 배송 중.]

앨범 공개 직후, 신셋의 채널에서 발매 기념 뷰이라이브가 시작되었다.

만호가 실물 앨범을 들어 보이며 말하자 옆에서 제오가 정정했다. 아이돌이 되고 싶다던 그는 정식 데뷔를 마치고도 아직도 아이돌 공부 중이었다.

아이돌 팬 경험이 없는 시청자들을 위해서인지 신셋 멤버들은 뮤직비디오와 곡에 코멘트를 붙여가며 차근차근 소개했다.

그리고 이 2번 트랙의 순서가 되자 만호가 나섰다.

[이 곡! 타이틀곡 후보를 여러 작곡가분께 받기로 되어 있었는데, 젊은 친구들이 딱 이 곡을 들고 오지 뭡니까. 곡이 아주 좋아서 타이틀곡 후보까지 받게 되었죠. 그리고 모두의 투표로 멋지게 타이틀곡까지!]

우리가 모르는 새에 이야기가 그렇게 정리되었나 보군.

우리가 먼저 데모곡을 만들었고 타이틀곡을 공모받기로 한 게 나중이었으나 그 순서가 바뀌었다.

그래도 타임라인이 조금 다를 뿐, 사실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었다.

‘덕분에 우리 데모곡이 후보곡보다 먼저 만들어졌다는 건 밝혀졌네.’

만일 투표에서 다른 후보곡이 타이틀곡으로 선정되었다면 우리 데모곡은 쓰지 못했을 것이다. 만호는 그 이야기를 나중에야 듣고 “안 돼!”라며 외쳤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데모곡을 꼭 앨범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이렇게 제작진과 정리를 마치고 말해준 듯했다.

애초에 우형과 성운이 작곡팀으로 들어가게 된 것도 만호의 의견이 크게 작용했다고 했는데, 본인이 말한 것은 확실히 책임지는 사람이었다.

[그러면 첫 정식 데뷔 무대는 이번 주 <음악상상>에서!]

[다음에 만나요!]

뷰이라이브는 그렇게 종료되었다.

신셋은 QBC 소속 아이돌이라 QBC의 <음악상상>에서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 후에 다른 음악 방송에도 특별 출연으로 나가는데, 아무래도 방송국끼리의 관계가 있다 보니 ZBS 계열 채널의 음악 방송은 건너뛰고 나간다나.

‘이러면 또 프로듀서였던 우리도 ZBS 눈치가 살짝 보이긴 하는데…….’

방송국 전속으로 활동하는 게 아닌 이상 여러 채널의 방송에 나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대신 월요일 컴백인 우리가 수요일에 방송하는 ZBS 뮤직 채널의 <투데이스뮤직>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음악상상>에서는 갓 데뷔하여 활동 2주 차가 된 신셋과 컴백한 모노크롬의 만남.

이것도 우리가 컴백을 미뤘으면 무산될 뻔했는데 멤버들의 노력 덕분에 일정이 틀어지지 않았다.

길었던 신셋 프로젝트도 이렇게 끝을 보이고 있구나. 새삼스레 감회에 젖어 있다 보니 불쑥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나저나 정말 그 곡은 누가 작곡했던 걸까.’

만호가 우리 곡을 못 쓰게 될 뻔했다는 이야기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걸 보고 옆에서 안 PD가 헛기침했었지.

만일 유사한 게 우연이 아니라 꾸며진 일이었다면 꼭 누군지 얼굴을 한번 보고 싶다.

어쩌면 사람들에게 얼굴이 이미 알려진 작곡가일 수도 있다. 만일 다른 후보곡이 타이틀곡으로 선정되었다면 그 곡의 작곡가가 성운 대신 방송에 나왔을 테니까.

‘만일 안 PD까지 협력했다면, 그 작곡가가 그만큼 방송을 함께 하기 좋은 사람이었다는 뜻이겠지?’

얼굴을 본다고 내가 뭐 어쩔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작곡 활동으로 빛을 보려는 두 청년의 창창한 앞길을 막으려 했던 사람이 누군지는 알고 싶을 수 있잖아?!

하면서 앙심을 품고 있는데, 나처럼 이상함을 느낀 사람들도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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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트랙이랑 저번 후보곡이랑 비슷하다고 잠깐 말 나왔었잖아

난 그게 타이틀곡 말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이 만든 후보곡이었네;

└타이틀곡이랑 수록곡이 같은 작곡가니까 당연히 비슷할 수 있지ㅋㅋ했는데 다른 후보곡 말하는 거였음?

└내 귀엔 너무 비슷해서;; 솔직히 따라 만든 게 아닌가 싶을 정도..

└ㅋㅋㅋ방송국도 생각이 있는데 설마 남 따라한 곡 쓰려하진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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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위기를 봐서는 아무래도 얼굴은 못 볼 것 같네.’

반응이 이런데 굳이 정체를 밝히며 나오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만일 우연이었다면 안타까운 거고, 그게 아니라면…… 그냥 우연이었다고 생각하자.

***

컴백을 그대로 진행한다고 해서 일정이 전혀 바뀌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일단 컴백 때마다 우리를 불러주던 유아이 TV. 이번에도 그림자 안무 영상 스케줄을 잡아놨었는데 갑자기 파트를 바꿔 안무를 새로 익히느라 여유가 없어서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하라메 쇼케이스 컨텐츠로 방향을 틀기에는 이번엔 정규 앨범이 아니라 곡 수가 많지 않아서 알맞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스케줄이 취소되었는데 유아이 TV의 작가는 상당히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가 앉아서 할 수 있는 컨텐츠가 부족한가 봐요……. 새 코너를 한번 짜보겠습니다!]

[네, 네? 그렇게 매번 새 컨텐츠로 초대해주지 않으셔도…….]

[아뇨! 마침 새 컨텐츠가 필요하다고 말이 나오던 중이어서요!]

……라고 하면서 활동 후에라도 꼭 다시 불러주겠다는 말을 남겼다.

혹여나 우리를 부를 때마다 새 컨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힐까 봐, 부상이 완전히 괜찮아지면 안무 영상 컨텐츠로 다시 불러주셔도 감사할 것 같다고 했지만…….

우리 사정으로 취소하게 됐는데 더 아쉬워해 주는 건 고마운 일이었다. 여전히 우리를 행운의 아이템처럼 여겨주는 것도 고맙고.

게다가 “이번 컴백 응원할게요.”라는 개인적인 응원까지 건네줬다.

‘모노크롬이 특히 좋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건가?’

잠시 시련이 있었으나 그 이상의 응원을 받는 기분이었다. 덕분에 힘든 일이 있어도 마음고생을 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찾아온 <체크메이트> 발매 당일.

앨범 발매일엔 뮤직비디오와 음원 공개 전에 기자들 앞에서 프레스 쇼케이스를 먼저 진행한다.

프레스 쇼케이스는 인터뷰뿐만 아니라 라이브 무대도 선보인다. 이게 외부에 공개하는 첫 라이브 무대였다.

그리고 바로 이날을 위해 가장 고생했던 준해가 심각한 얼굴로 대기실 거울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무슨 문제 있어?”

“아뇨. 우형이 형이 예전엔 자주 이랬는데 효과가 있나 해서요.”

맞아. 우형이가 예전에 긴장되면 거울에 자주 달라붙어 있었지.

최근엔 그런 모습을 별로 못 본 것 같은데…… 대신 그 습관을 준해가 물려받았다.

“할 수 있다, 걱정 없다…….” 하며 중얼거리는 것까지 딱 우형이 하던 그대로였다. 역시 나보다 우형을 더 길게 봐 와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확실히 아나 보네.

그런데 그 당사자인 우형은 그 모습을 보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제가 저렇게 음침했어요?”

“음침했다기보다는…… 조금?”

본인은 자각이 없었구나. 구석에서 혼자 거울 보면서 중얼중얼하고 있는데 밝아 보이긴 아무래도 좀 어렵지.

제삼자의 시선으로 보고 나서야 자기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게 된 모양이었다.

준해는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집중하라고 그대로 두기로 하고, 나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최근 준해는 연습 탓에 활동량이 많아져서인지 살이 조금 빠졌는데, 그와 반대로…….

“재민이는 얼굴이 조금 동그래진 것 같아.”

별 의미 없이 내뱉은 말이었는데 재민이 빵을 집어 먹으려다가 충격받은 얼굴로 내려놓았다.

“저…… 살쪘어요?!”

“푸하하하! 내가 너 언젠가 그럴 줄 알았다!”

항상 다이어트로 놀림당하던 한이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끼어들었다.

무리하지 않도록 웬만하면 정해진 연습 시간 외엔 쉬도록 하고, 빨리 나으라고 법인 카드로 고기 먹고 오라고 부추기긴 했는데…… 그게 원인이었던 걸까?

재민은 이런 소리를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나, 나 체중은 별로 안 늘었는데.”

“원래 같은 체중이라도 근육량에 따라서 달라 보이잖아. 너도 이제 해랑 형한테 운동 끌려가야겠다.”

“그럴 리 없어!”

연습실을 지휘하는 게 재민이라면 헬스장에는 해랑이 있었다.

재민은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듯 벌떡 일어나 해랑에게 가서는 자기 팔에는 근육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 만져보라며 체력 비축 중인 그를 귀찮게 했다.

해랑이 인간 인바디 측정기도 아니고…….

“지금도 보기 좋아서 한 소리였는데…….”

평소에 너무 말라 보여서 저러다 픽 쓰러지는 거 아닌가 생각했었다고.

지금 보니 원래 살이 안 찌는 체질이었던 게 아니라 활동량이 남들의 배 이상이라 유지된 체격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재민은 이미 충격을 받아서 보기 좋다는 내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귀찮게 구는 재민에게 재촉당해 그의 팔을 만진 해랑은.

“지금은 살쪄도 돼. 나중에 운동해.”

……라는 상냥한 듯 잔인한 한마디를 남기고는 다시 눈을 감고 체력 비축 모드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한이가 옆에서 통쾌하다는 듯이 박장대소했다.

“아하하하! 그래. 지금은 최대한 살찌우고 나중에 탄수화물 끊으면 되지.”

“돼지?”

이제 재민의 귀에는 모든 말이 왜곡되어 들리는 듯했다. 한이는 그것조차 웃긴다면서 웃었다.

‘재민이가 평소에 한이를 좀 많이 놀리긴 했어.’

그 대가를 치르게 된 재민이 좌절하고 한이는 누구보다 신나 보였다. 이제 또 저러다가 나중에 회복한 재민에게 복수 당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재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충격에서 헤어 나와 다시 간식을 집으며 폭주했고, 준해는 아직 긴장한 얼굴이었으나 멘탈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이 정도면 준비는 완벽하지.’

하마터면 오늘 컴백하지 못할 뻔했는데, 이런 모습들을 보니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오늘은 멤버들이 준비한 것뿐만 아니라 회사가 준비한 것도 선보일 차례였다.

‘아이돌은 가수지만 눈으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단 말이지.’

작년에 탕진을 컨셉으로 잡고 열심히 돈을 소진하고 다닌 것처럼, 이번에도 나 혼자서 정한 다른 컨셉이 있었다.

바로 화려한 비주얼.

오늘 쇼케이스를 위해 준비한 화려한 제복 의상들이 옷걸이에 나란히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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