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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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이미지에 doppel써있는거=도플갱어 컨셉 이거 맞아?
모노드라마 뮤비 마지막에 나온 장면에서 재민이가 우형이 도플갱어였던 거야? ㅎㄹ
└지금까지 나온거 봐선 이게 젤 신빙성 있는듯
└돕펠?이 뭐지 했는데 독일어였구나
└와 나 지금 소름돋았어;; 체스말이 색만 다르고 똑같이 생겨서 도플갱어였어
└크 컨셉 설정 돌아버렷다
└아니 그럼 체크메이트는 도플갱어끼리 만나면 한쪽이 죽는다는 그거 말하는 거임? 안 돼 어느쪽이든 죽지마ㅜ
└다음 컨셉 소생이나 무승부 같은걸로 해서 3부작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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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몬클이 둘 이상이야??
개이득이네 드디어 1가정1몬클 실현에 가까워지는구나
└이게 나라지
└그럼 한쪽은 당장 내가 들튀하면 되겠네
└난 둘다^^
└제발 몬클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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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가 차례차례 공개되면서 컬러즈의 컨셉 추측도 거의 정답에 가까워졌다.
도플갱어 컨셉을 그냥 ‘모노크롬이 여럿 있다=좋은 일’로 받아들이는 컬러즈도 있는 것 같지만……. 원래 좋을 대로 생각하는 것도 이들의 즐거움 중 하나니까.
그리고 최근 티저를 올리면서 눈에 띈 점이, SNS나 커뮤니티에서 나타나는 반응의 규모가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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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도 1월 컴백하네?
신셋이랑 같은 시기에 활동하나?
└신셋 활동 되게 짧게 할 것 같은데.. 2주 이상 가면 잠깐 겹치기야 할 듯
└근데 쉰셋돌 세계관에서 몬클은 아이돌 아니고 프로듀서인데 만나면 처음 보는척 하는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
└신인이라고 대기실 인사가는 거 방송 나오면 재밌겠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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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방영 중인 <쉰셋돌>의 영향이 가장 큰 듯했다. <쉰셋돌>은 신셋의 활동 종료 모습까지 방송한 후 종영할 예정이라 아직 몇 주가 남았다.
방송의 재미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연예계 대선배인 원만호가 신인, 후배 취급을 받는다는 점.
신셋의 활동 시기가 모노크롬 컴백주와도 조금 겹쳐서 아이돌 선배와 후배 그룹 구도도 보여주는 게 좋겠다며 QBC와도 조율 중이다.
‘역시 컴백은 알맞은 시기를 고르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
원래부터 1월 컴백을 노리고 있었는데 방송과도 시기가 잘 맞아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반응이 늘어난 이유는 ‘신셋의 선배’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순수하게 모노크롬을 향한 관심이 늘어나기도 했다.
이는 마이 엔터의 인지도와 팬 지수를 확인하여 알 수 있었다.
‘처음 확인했을 땐 둘 다 세 자릿수에 그쳐서 막막했었는데…….’
두 지수는 <아이돌부 방학캠프> 방영 때 한 번 급상승한 후 꾸준히 오르다가 <쉰셋돌>이 방영하며 더욱 크게 상승했다.
특히 <쉰셋돌>은 정규 편성 프로그램이라 그 기세가 오랫동안 이어졌기에 더욱 상승 폭이 컸다.
그래서 현재 모노크롬의 지수는 내가 플레이 당시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아이리스의 지수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팬 지수는 3000에 가까워지는 중이고 인지도는 이미 5000을 넘어선 상태.
분명 인지도가 네 자릿수에 막 정착했을 때만 해도 ‘지금 TV 나오는 쟤네는 누구냐.’ 하는 글이 굉장히 자주 올라왔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모노크롬이라고 확실히 인지하고 그룹명을 언급하는 게 그 증거였다.
‘아이리스의 인지도나 팬 지수는 지금 확인 못 하지만 그때보다는 더 올랐겠지?’
해외 위주로 활동했다고 하지만 아마 해외 인지도도 포함될 테니 지금은 수치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그래도 저 수치가 내가 마이 엔터를 플레이하며 달성했던 가장 높은 수치였다. 현재 모노크롬이 그 수치를 따라잡은 것은 내겐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다만 이 두 항목의 수치는 계속 오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올랐다고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었다.
‘여기서 피크를 찍고 내려가는 게 아니라 유지하거나 상승세를 이어나가는 게 관건이지.’
인지도와 팬 지수는 게임 레벨처럼 오를수록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힘든 게 아니라, 오르면서 탄력을 받는 듯했다.
정말로 팬이 팬을 불러온다는 말이 맞았다. 사람들도 분위기 축축 처지는 팬덤보다는 한창 상승세를 보이며 즐거워하는 팬덤에 더 발을 들이고 싶겠지.
무한히 올라갈 수는 없을 테고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오르면 상승 폭이 작아지긴 하겠지만 모노크롬의 한계점은 더욱 위에 있다는 뜻일 터.
나만 확인할 수 있는 수치지만 꾸준하고 착실하게 최고점을 갱신해나가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러니까 이번엔 1위 하고 싶다!’
그게 최근 나의 목표였다. 이번에야말로 꼭 공중파 음악 방송 1위를 달성하고 싶어!
새해도 맞이했겠다, 이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의욕을 불태우며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데 최 비서가 이번 앨범 홍보 관련 서류를 들고 왔다. 그리고 그 위에는 손바닥만 한 작은 상자도 있었다.
“이건 뭐야?”
“최근 스트레스를 받으시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 요즘 상도 받고 좋은 성적이 예상돼서 한창 기분 좋았는데.
상자를 열어 보니 작은 생초콜릿 네 알이 들어 있었다. 요즘 내가 당 부족한 사람처럼 보였나?
최 비서가 시선을 슬쩍 옆으로 향하기에 그 방향을 따라가 보니, 책상 옆에 둔 내 다이어리가 보였다.
펼쳐진 페이지엔 내가 오전에 회의하며 적었던 낙서가 한가득했다. 1위, 1위, 1, 1…….
“……크흠.”
난 헛기침을 하며 다이어리를 슬쩍 닫아 구석으로 밀어뒀다.
사람들이 통화하면서 별 의미 없는 낙서를 하는 것처럼 나도 회의에 집중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적은 거였는데.
‘누가 보면 1위에 목숨 건 사람인 줄 알겠네.’
대상에 인생이 걸린 건 맞고 대상으로 가려면 1위도 거쳐야 할 테니 틀린 말은…… 아닌가?
사실 내 마음은 1위를 ‘하고 싶다’보다는 ‘해야 한다’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이번 컴백에서 제대로 공중파 1위를 달성하지 못하면 남은 1년이 더 막막하게 느껴질 것 같거든.
“신경 써 줘서 고마워. 잘 먹을게.”
“새해부터 무리하시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올해가 막 시작한 참이니까요.”
“으응……. 그래야지.”
내가 이번 연도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마음 먹고 좀 의욕적으로 나섰던 것이 최 비서 눈엔 조급해하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그는 내게 주어진 기한을 모르니 이렇게 말하는 거겠지만, 초장부터 너무 스퍼트를 내면 도중에 지쳐버릴 테니 적절한 충고였다.
다른 사람들이 신경 쓸 일 없도록 좀 철두철미하게 굴고 싶었는데 아직도 그런 부분에선 부족했다.
‘어쩌면 나보단 최 비서의 눈이 더 정확했을 수도 있지.’
정말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내가 자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뇌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엔도르핀을 내보내서 기분이 좋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방금까지 계속 성적 생각만 하면서 고무적인 기분에 빠져 있었으니까.
그의 조언을 듣고 나니 머리가 좀 차분해졌다.
냉철해진 머리로 확인해야 할 서류를 처리하고 나서 기분 전환 겸 카페인과 당을 같이 섭취하니 다시 은은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직장인의 포션.
‘멀리 있는 목표만 계속 생각하지 말고 일단 눈앞에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잘하는 거로 하자.’
1위도 좋지만 그때까지 티저 내고 홍보하며 무사히 발매하는 것부터 집중하면 조급해하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 전에 올해 첫 번째 공식 스케줄부터.
어쩌다 보니 개인 스케줄로 올해를 시작하게 됐지만, 재민의 레몬 어워드 출격이 바로 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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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니 레몬어워드 특별출연이래!! (기사 링크)
└오잉 갑자기 레몬어워드??!?
└헐 댄스 무대 하는구나 개좋아
└춤 잘 추는 거 동네방네 소문나서 불렀나봐ㅠㅠ
└컴백 준비도 바쁠 텐데 이건 또 언제 준비했대 진짜 울 애들 존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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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민이 레몬 어워드 특별 무대에 참가한다는 소식은 개최일 며칠 전, 최종 라인업을 소개하는 홍보 기사 내용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공식적으로 대타라는 것은 밝히지 않았다. 그래도 라인업 중 재민만이 그룹 소속임에도 개인 참가여서 그런지 사람들은 재민이 참여하는 경위를 바로 추측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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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댄 콜라보 무대에서 몬클 재민은 용병 뛰러 나오는 거?
혼자만 팀 아니고 개인으로 나온다네
└라인업 중에서 메댄 한명 자숙하느라 빠졌는데 다른 메댄 추가된 거면 대타일 가능성 80퍼 이상이라고 봄ㅇㅇ
└ㅋㅋㅋㅋㅋㅋ병크 터져서 며칠만에 바로 구했나보네 진짜 개민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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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상 대타인 게 뻔해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안 밝히고 깜짝 등장하는 것도 이상하니까…….’
레몬 어워드는 웹으로 생중계되었기에 컬러즈도 볼 수 있게 재민이 참가한다는 소식을 미리 알려주기도 해야 했다.
그리고 새해 첫 논란을 일으킨 해당 아이돌 멤버의 팬들, 혹은 팬이었던 것이 과거형이 되어버린 사람들도 한마디씩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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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어워드 메댄 콜라보 무대 걍 ㅈㄴ 잘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놈도 집에서 보면서 후회했으면.
└하,,, 레몬도 꽤 무대 신경써서 준비하는것 같은데 왜그랬냐 어오
└지 기회를 지가 발로 찬거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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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는 건 고마운데 그 이유가…….’
글에서 느껴지는 복잡한 심경만큼이나 나도 복잡한 감정이 되었다.
돌아선 팬이 가장 무섭다고들 하던데, 돌아서고 싶어도 애정을 차마 다 못 버린 팬은 이렇게 슬퍼 보이다니…….
그렇게 이상한 기대감까지 받으며 찾아온 레몬 어워드 당일.
“와. 무대 넓다…….”
레몬 어워드 개최 장소는 콘서트장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경기장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콘서트장 규모를 그렇게 신경 쓰는 거구나. 콘서트 등으로 사용되는 공연장은 많지만 규모가 정말 천지 차이였다.
모노크롬이 팬미팅을 개최했던 체육관보다 더욱 컸고, 처음 쇼케이스 팬미팅을 진행했던 공연장보다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훨씬 컸다.
지금은 아직 리허설 시간이라 관객석이 텅텅 빈 상태여서 더욱 크게 보인 것일 수도 있지만.
‘댄서들이 있긴 해도 이 큰 무대에서 퍼포먼스 하려면 휑해 보이진 않으려나?’
그런 마음으로 리허설을 지켜봤는데,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동안에는 무대 크기가 그리 신경 쓰이지 않았다.
퍼포먼스 무대에 깔리는 음악은 해외 유명 힙합곡의 리믹스 버전. 시작부터 적절히 강약조절을 하며 칼군무가 이어져서 시선을 빼앗길 틈이 없었다.
‘이 정도 무대를 준비 중이었으면 한 명이 빠진다고 수정하기는 확실히 어렵긴 했겠네. 취소하기에도 너무 아깝고.’
후반부엔 한 멤버가 마치 공중을 걷듯이 회전하는 하이라이트 구간이 있었는데 SPID의 윤규가 나서고 그 밑에서 재민이 보조했다.
이 파트의 메인은 윤규지만 보조하는 쪽도 만만찮게 힘이 들어가는 그런 기술이었다. 재민이 뭔가 재밌는 걸 한다고 했던 게 바로 이것인 듯했다.
다섯 명의 비중도 균등하고, 전체적인 균형도 잘 맞고. 무대는 만족스러운 퀄리티로 완성되었고 재민은 거기서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냈다.
‘아니, 넘칠 정도로 잘한 것 같아.’
리허설이 끝나자마자 같이 무대에 서는 멤버들이 모여들어 손짓, 발짓을 해 가며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재민이었다.
잘 해내겠다더니 서포트가 아니라 하드캐리 역할이었나 보네.
이 큰 공연장의 관객들이 전부 이 퍼포먼스를 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현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아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류현?”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 재민의 임시 제자였던 류현이 덩그러니 서서 무대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