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202화 (202/430)

# 2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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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팬싸한 아이돌 현황

생일 뷰이라이브 중이었는데 어쩌다보니 공개팬싸됨

사인 받아간 사람: 음악대상 시상자, 발라드 가수, 아이돌, 국악인, 관현악단원, 작가 등등

아래는 사인 인증샷들

(이미지)(이미지)……

└역시 0군아이돌은 팬싸 수준도 다르구나

└0군아이돌 밈 대체 어디서 밀고 있는 거냐 볼때마다 웃기넼ㅋㅋㅋㅋㅋ

└다들 앨범 사서 온거임?

└설마 이라솔이 앨범깡해서 왔겠냐고ㅜㅋㅋㅋㅋㅋ 이 편견없는 사람들아..

└반정도는 원래 아는 사이도 아니라며ㅠㅠ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초면에 팬싸하면 대체 무슨 대화하냨ㅋㅋㅋ

└이거 그냥 멤버들끼리 장난으로 하고 있었는데 퇴근하던 사람들이 생일 축하하고 노래 잘들었다면서 같이 받아감ㅋㅋㅋㅋ뷰이라이브 다시보기로 볼 수 있어..

└음악대상 참여 사은품이냐고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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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새벽에 퇴근한 모노크롬은 휴일을 맞이하여 늘어지게 늦잠을 잤다. 오늘이 컴백 전 마지막 휴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이 없을 때도 바지런히 회사에 나가던 멤버들이었으나, 오늘은 새해 첫 공휴일. 쉴 수 있을 때는 쉬어줘야 오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으니 군말 없이 휴일을 즐기기로 했다.

스케줄에 따라 해도 뜨지 않은 시각에 기상하는 일이 많던 우형은 느지막이 부스스 일어났다.

‘……어제 좀 들떠있었나?’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잠기운을 털어내고 있자니, 바로 몇 시간 전에 음악대상 무대 뒤에서 시끌시끌하게 생일 축하를 받았던 것이 꿈처럼 느껴졌다.

바로 일 년 전, 5년간의 계약이 종료되고 재계약 시작일을 하루 앞둔 날. 우형은 어수선한 마음에 새해를 밖에서 혼자 맞이했다.

조용한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TV 대신 스마트폰으로 타종행사를 지켜봤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 후에 바로 음악대상 발표 장면을 본 기억도.

무대 위에 있는 시상자와 수상자도, 축하해 주는 사람도 정말 대단해 보였다. 같은 가수였지만 자신은 평생 그 자리에 섞이지 못할 것 같았다.

‘1년이란 게 이렇게 확 바뀔 수 있는 시간인 줄은 몰랐어.’

스마트폰으로 봤던 그 대상 수상자 라솔과 바로 다음 회 음악대상에서 특별 무대를 함께한 것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생일 축하를 받았다.

심지어 사인을 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인 것 같은데 얼떨결에 사인까지 건넸다.

게다가 라솔이 대기실에 와 있자 음악대상에 참여했던 라솔의 후배들이 덩달아 우형의 생일 파티 현장에 찾아왔다.

그중엔 라솔의 소속사 후배인 솔로 아티스트 한은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는 우형을 보자마자 ‘성운을 갱생시켜 준 대단한 사람’이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덤으로 다른 아티스트 곡 작업도 예정이 있냐며 슬쩍 관심을 보이기까지.

대기실이 모두에게 열려있다고 어디서 소문이라도 난 건지 다양한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현재 한창 방영 중인 <쉰셋돌>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린 영향도 있는 듯 보였다.

그렇게 있다 보니 생각보다 귀가가 늦어졌고, 기분이 좀 붕 떠서 한이의 맥주를 나눠 마시다 자고 일어났더니 이 시간이었다.

“그런데…… 너네는 왜 집에 다녀올 생각이 없어 보이냐.”

“여기가 우리 집인데요?”

한이가 무슨 소리냐는 듯한 말투로 대꾸했으나 우형은 무시했다.

해랑과 준해는 아직도 침대에 누워있는 듯했고, 머리에 까치집을 지은 한이와 재민이 거실에 나와 멍하니 신년 특집 방송을 보고 있었다.

“형은 집에 안 갔다 와?”

“오후에 잠깐 다녀올 거야.”

“나도 형 나갈 때쯤 갔다 와야지.”

재민은 본가에 다녀올 계획이 있어 보였으나 한이는 여전히 답이 없었다.

이 모습을 보니 주인이 부모님 걱정시키지 않게 연락드리라고 말한 것도 이해가 갔다.

그래도 오랫동안 같이 지내오면서 원래 이런 타입이란 것은 잘 알고 있었기에 억지로 숙소 밖으로 내보낼 생각은 없었다.

“떡국이나 먹을래? 끓여줄게.”

“이럴 줄 알고 민형이 형이 먼저 집 간다고 도망갔나 봐.”

“……레토르트 있어서 떡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거든?”

한이는 아침에 민형이 나가는 것을 봤는지 그렇게 말했다. 민형이 우형에게 ‘넌 웬만하면 완제품을 사 먹어라’라고 말한 적도 있긴 했다.

그래도 떡국은 같은 떡 요리라도 시판 육수가 있기에 떡볶이와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을 터였다.

한이와 재민도 그 점은 납득했는지 고분고분하게 식탁에 앉았다.

“폭탄 아니면 건강식인데 이번엔 건강식이네.”

한이가 우형의 떡국을 한 입 떠먹더니 그렇게 평했다. 건강한 맛이라는 건 재료들의 본질적인 맛이 느껴진다는 뜻. 다르게 말하자면 재료들이 어우러지지 않고 따로 논다는 뜻이었다.

“소고기도 넣었는데.”

“이 소고기도 떡국에 들어가고 싶었을까? 물어보고 넣은 거 맞아?”

“조미료는 들어가고 싶었대.”

재민도 한이와 같은 생각인지 MSG와 나트륨을 찾았다.

건강하게 먹는 게 낫다, 맛없게 먹는 게 건강한 게 아니다 하면서 갑론을박하고 있을 때 해랑과 준해도 일어났는지 방 밖으로 나왔다.

“떡국 끓였으니까 앉아서 먹어.”

“…….”

해랑은 감흥 없이 떡국을 떠먹는 한이와 재민의 표정을 힐끔 쳐다보고 다시 들어가려다가 우형에게 붙잡혀 억지로 식탁 앞에 앉았다.

준해도 그 모습을 보니 피했다간 잔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 빈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새해 첫날부터 이런 거 먹어야 돼?”

“이런 거라니. 신셋은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고.”

“난 신셋 아니고 모노크롬이잖아.”

막내가 또 ‘나는 모노크롬이다’라는 말을 육성으로 내뱉자 다들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닌데 자꾸 그룹에 대한 자부심으로 받아들이는 멤버들 때문에 준해는 입을 다물고 부지런히 숟가락만 움직였다.

우형은 잘 먹는다며 또 기특하게 그를 바라봤다.

적당히 배를 채우고 각자 거실에 흩어져서 할 일을 하는데, 틀어놓은 TV에선 신년 특집 프로그램이 한창 방송 중이었다.

[작년 한 해, 방송계에 트로트 열풍을 불러일으킨 천상식 씨의 음악대상 수상! 천상식 씨는 신년 목표로 트로트와 다양한 장르의 융합과 후배 육성을…….]

다양한 유명인사의 신년 목표를 정리한 코너였다. 그중엔 바로 몇 시간 전, 음악대상을 수상했던 트로트 가수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우형은 그것을 보자마자 간밤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사님이 말씀하셨었는데.”

“뭐를? 아. 음악대상?”

소파에 반쯤 기대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던 재민은 우형의 목소리에 TV로 시선을 돌리고는 같은 기억을 떠올렸다.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주인의 소원은 제야의 종소리에 묻히지 않고 멤버들의 귀에 똑똑히 들어왔다.

아침 체조를 하듯이 스트레칭을 하던 준해도 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냥 하신 말 아닐까?”

“주인 님은 빈말 안 해.”

“하긴.”

실제로도 주인은 ‘언젠가 대상 꼭 받자!’ 같은 뉘앙스가 아니라,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마치 사명이라도 되는 듯이.

그녀가 진심으로 한 이야기라면 이번엔 그 내용이 문제였다.

해랑이 잠시 과거 기억을 헤집듯 가만히 눈만 끔뻑이다가 입을 열었다.

“최근에 아이돌이 대상 받은 적 있던가?”

“음……. 8년 전?”

마침 스마트폰을 들고 있던 재민이 검색했는지 바로 대답을 꺼내놓았다.

8년 전. 모노크롬은 데뷔도 하기 이전이었고, 지금보다 아이돌 그룹이 대중적인 가수로 받아들여지던 시기였다.

그래서 ‘지금 모노크롬이 음악대상을 꿈꿀 만한가’라는 주제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회의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난 완전 찬성인데. 꿈은 크게 가지면 좋지.”

“그야 그렇지만.”

“주인 님한테 소원 빌면 이뤄주실지도 모르잖아.”

“이사님이 신이냐…….”

한이의 긍정적인 미래 전망을 듣고 우형이 김이 빠진 듯이 픽 웃었다.

황당한 소리긴 했지만, 모노크롬만 있는 것과 주인이 함께 있는 것은 실제로 목표 달성률의 차이가 크긴 했다.

“소원이란 게 가만히 빌기만 한다고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언제는 소원 잘 이뤄지는 편이라더니?”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으면 이루려는 노력 정도는 해야지.”

“그러니까 이사님도 같이 노력해 보자고 말씀하신 거 아닐까?”

“으음…….”

평소에 맥 빠지는 말을 자주 하는 한이였으나 이렇게 가끔 옳은 소리를 할 때가 있었다.

음악대상은 많은 가수의 목표이자 소원이었다. 모노크롬의 목표로 삼는다고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런데 주인이 ‘언젠가’가 아니라 내년이라고 기한을 정해서 말한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내년이 안 되면 내후년, 안 되면 또 그 다음……으로 목표가 미뤄질 수도 있었지만 뉴마와 모노크롬은 계약으로 엮인 사이였고 현재 계약의 종료일은 딱 1년 후였다.

내년이라고 딱 잘라 말한 것은 모노크롬의 계약 종료를 상정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녀 자신이 그때를 뭔가의 기점으로 삼은 것일까.

“꼭 우리 잘되라고 말씀하신 게 아니라 이사님도 그걸 목표하는 이유가 있으신가?”

주인은 새로 부임한 후로 회사 내에서 입지를 키워간다거나 업무 범위를 넓혀가는 일 없이 오로지 모노크롬만 책임졌다.

모노크롬의 실적이 곧 주인의 실적. 어쩌면 그녀에게도 필요해서 음악대상을 목표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혹시 대표님이…….”

“대표님?”

“아니, 아냐.”

해랑은 ‘대표님이 지시한 게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하려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주인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식으로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 아버지인 대표의 지시를 따라 대상을 목표하는 것이라면 복잡한 사정이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아버지 이야기는 해랑에게만 했던 이야기라 여기서 말하기엔 좋지 않은 듯해서 해랑은 얼버무리며 입을 닫아버리고 말았다.

모노크롬의 성공을 통해 결과적으로 그녀가 얻게 될 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대상이 절대 쉬운 게 아니지만 우리가 대상이나 좋은 상을 못 받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준해도 생각에 빠졌는지 혼잣말처럼 그런 말을 내뱉었다.

재계약이 만료되는 시기는 바로 1년 후. 작년엔 많아진 활동에만 집중하느라 아직 다음 재계약에 관한 것은 자세히 생각해보지 않은 상태였다.

멤버들은 왠지 다음 음악대상에 많은 게 걸려있을 것 같다는 본능적인 직감이 들었다.

***

이 세계에 온 지 딱 1년 되는 날. 혹시나 게임 시스템이 변동을 보이거나 새 퀘스트라도 올까 봐 긴장했으나 결국 별일 없이 하루가 지났다.

날씨도 좋았고, 따로 업무 연락도 오지 않았고, 익숙해진 집에서 느긋이 보내는 휴일일 뿐이었다.

‘딱 하나. 새해 인사 오는 건 좀 신기했어.’

업무차 뿌린 명함에 적힌 번호로 다양한 곳에서 새해 인사 메시지가 오기에 정말 내가 이사 자리에 있다는 게 실감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내가 먼저 챙겨 보내야 할 입장이었을 텐데 갑자기 받는 입장이 되니까 기분이 이상했지.

물론 나도 인사를 받기만 한 건 아니고, 언제 무슨 일로 엮일지 모르는 사람들이니 열심히 답장하고 나섰다. 무례한 것보단 예의 바른 게 당연히 좋으니까.

그렇게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하루를 보내고 오늘은 새해의 첫 출근 날.

업무에 참고하고자 출근하면 연예면 기사들을 확인하고는 했는데, 1월 2일 오늘 아침의 연예면을 장식한 것은 한 아이돌이었다.

“참…… 새해부터 별일이 다 있네요.”

“그러게요. 기사에선 B그룹의 A씨라고만 하는데 인터넷에 목격자가 글을 올리는 바람에 누군지 퍼져나가고 있다나 봐요. 요새 꽤 안정권에 돌입한 그룹이었는데.”

[현직 아이돌, ‘조용히 해 달라’ 요구에 술집서 욕설 난동]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기사는 바로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가더니 결국 사회면까지 진출했다.

기사에는 실명이 적히지 않았기에 윤희에게 물어보니 이미 그녀는 A씨가 누구인지 파악한 상태였다.

혹시나 모노크롬과 친분이 있는 그룹일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아침에 이런 기사를 접한 소속사 직원은 얼마나 식겁했을까. 팬들은 더 충격받았겠지.

그런 팬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커뮤니티에선 ‘아이돌판 새해 첫 병크’라면서 혼돈의 장이 펼쳐져 있었다.

‘일부는 신나 보인다는 점이 더 무서워…….’

내가 여기에 신경 쓸 시간은 별로 없었으니 ‘아이고, 저런.’ 하고 남 일 보듯이 넘어갔는데, 몇 시간 후.

뉴마로 들어온 섭외 연락으로 인해 완전히 남 일이 아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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