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화
QBC 연예대상은 연말의 가장 말일에 방송하는 음악대상보다 하루 빠른, 12월 30일에 방송된다.
<쉰셋돌>이 ‘하루 차이로 대상을 받은 두 사람의 콜라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이 바로 그 때문이었다. 작년 연예대상에서 만호가 대상을 받고, 다음 날 음악대상에서 라솔이 대상을 받았다.
그리고 만호가 뷰이라이브에서 ‘올해 연말 시상식에서 신셋을 볼 수 있을 거다.’라고 사람들에게 언질을 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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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셋 시상식 무대 준비중이라는데 연예대상으로 가냐 음악대상으로 가냐?
└음악대상 나오면 웃기겠넼ㅋㅋㅋㅋㅋㅋㅋㅋ
└음악대상에서 신인상 주려고 연예대상에서 데뷔무대 하는거 아님?
└ㅋㅋㅋㅋㅋ하루만에 신인상을 받는 그룹이 있다??
└진지하게 따지자면 공식으론 1월 데뷔라 내년 신인상 후보지
└내년에 데뷔랑 해체 같이해서 못 받잖아
└ㅠㅠㅠ..아픈곳 후벼파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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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셋은 아직 정식으로 데뷔한 그룹이 아니고, 만호가 전년도 연예대상 수상자여서 특별 공연을 하는 것뿐이었기에 연예대상에만 출연했다.
‘이미 다 완성된 상태여서 모노크롬이 이것까지 준비를 도와줄 필요는 없었지.’
노래는 더 건드릴 것이 없고, 만호를 위해서라도 안무 연습을 더 해야 했는데 팀 미로의 단장인 민후가 따로 신셋이 연습하는 곳으로 가서 무대 준비를 도와줬다고 한다.
신셋 멤버들은 활동 끝까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연습실을 빌려서 이제 뉴마에는 오지 않았지만, 라솔만큼은 예능 촬영 때처럼 계속 뉴마를 찾아왔다.
“저희 정말 자주 함께하네요.”
“바쁘신데 수고스럽게 계속 이쪽으로 부르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저는 좋은데요? 처음에 피처링 작업으로 연락 드렸을 땐 이렇게 자주 오게 될 줄 몰랐어요.”
라솔과 처음 만났던 건 조금 습도가 높은 초여름이었다. 해랑과 피처링 작업을 하게 되어서 뉴마로 초대한 게 예능으로 이어지고, 이번엔 이렇게 특별 무대 준비로 이어지고.
“라솔 씨는 음악대상에서 시상도 한다고 하셨죠?”
“네. 전통이거든요. 저번 음악대상이 대상 시상자로 나서는 거.”
라솔은 특별 무대도 선보이지만 그건 전년도 음악대상 수상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녀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가수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같이 프로듀서를 맡은 <쉰셋돌>이 한창 QBC에서 방영 중이었고 마침 모노크롬과 함께한 노래도 있어서, 우리도 그 특별 무대에 함께하게 되었다.
라솔과 모노크롬이 음악대상에서 펼칠 특별 무대는 <너의 별> 라솔 피처링 버전과, 기존에 발매되었던 라솔의 곡에 모노크롬 피처링 파트를 추가해 편곡한 것.
<너의 별>은 지금도 스트리밍 플랫폼의 리스너 수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었다. 책으로 치자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느낌?
‘다음에 성운 씨랑 또 작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형과 성운이 함께 작업한 곡은 많지는 않지만 하나같이 실패가 없었다.
계속 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나중에 기회 될 때 슬쩍 물어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라솔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먼저 말을 꺼냈다.
“이번에 제 노래 편곡한 버전도 정말 좋아요. 들어보셨어요? 모노크롬 파트엔 우형 후배가 도움을 많이 줬는데, 정말 탐난다니까요.”
“저도 두 사람이 좀 더 작업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쵸? 모노크롬 후배들이 많이 바쁘지 않으면 꼭 다시 작업해요.”
빈말로도 할 수 있는 소리였지만, 라솔이 말하니 빈말 같지가 않았다.
‘전에도 식사하자고 해서 빈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 만나서 같이 식사했지…….’
만일 빈말이더라도 난 절대 빈말로 넘기지 않을 생각이다. 기회는 최대한 잡으면 좋잖아?
내년엔 1년 4컴백까지는 하지 않을 예정이니까 중간에 또 라솔, 성운과 함께 작업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우리는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멤버들이 있는 연습실로 향했다. 연습실 문을 열자마자 들리는 것은 준해의 근엄한 목소리였다.
“이리 오너-, 앗.”
크리스마스 이리 게임의 승자는 준해였다.
마지막까지 울지 않은 해랑과 준해를 둘 다 승자로 삼을 생각이었는데, 꼭 한 명을 가려내야겠다는 탈락자들의 성화로 마지막 승부가 추가되었다.
결국, 일대일 눈싸움에서 이긴 준해가 마지막 승자가 되었다.
‘해랑이가 좀 봐준 것 같긴 하지만…….’
그 요크셔테리어 표정을 보면 봐주고 싶어질 수도 있지.
이리 게임의 벌칙 기간은 영상이 올라간 후부터 3일간. 현 매니저와 똑같이 이리들도 9 to 6 근무였다.
인턴 기간이 끝난 준해는 열심히 멤버들을 부리고 있는지 재민이 그의 어깨를 통통 두드려 주고 해랑이 그 옆에서 보온병에 담긴 물을 따라주고 있었다.
극진한 대접을 받던 준해는 우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멈췄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배우분 사극 연습하는 연습실에 잘못 들어온 줄 알았어.”
“아니, 그게……. 형들이 저한테 갚을 게 있어서 그래요.”
준해는 민망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복수 중이다’를 순화해서 표현했다.
긁적이느라 흐트러진 준해의 머리칼을 라솔이 손가락으로 집어 내려주었다. 말티푸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그녀의 강아지 ‘레미’에게 하듯이 퍽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역시 복슬파셨군.’
컬러즈의 다양한 논쟁 주제 중 하나가 ‘준해 머리 복슬파vs짧머파’였다.
한번 판이 깔리면 각 측은 꽤나 팽팽하게 의견을 펼치고는 했다. 결론은 ‘어쨌든 둘 다 좋다’였지만.
예전 단군대 축제 때 준해가 잠깐 머리를 짧게 친 것을 보고 라솔이 살짝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이기에 ‘혹시?’ 했는데, 오늘 라솔이 또 준해의 머리카락에 저절로 손을 뻗는 것을 보니 확신이 들었다.
‘자, 그럼 무대 연습은 라솔 씨와 모노크롬에게 맡기고.’
이들은 이제 이미 서로의 스타일에 익숙해서 알아서 잘할 테니 전혀 걱정 없었다.
나는 든든한 마음으로 의상 준비 과정 체크 등 내가 할 일을 하기 위해 자리로 돌아왔다.
***
음악대상은 조금 성격이 특이한 시상식이었다. 다른 시상식과 다른 점 중 하나는 타종행사 중계를 겸한다는 것.
‘내가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난 후에 라솔 씨의 음악대상 수상 소감을 들었으니까.’
잠결에 어렴풋이 들었는데도 그게 이곳에서의 첫 기억이었기에 아직도 강렬하게 뇌리에 남아 있었다.
많은 가정에선 TV로 타종행사를 지켜본다. 온 가족이 모여서 보기에 음악대상은 시청자층이 매우 넓었다.
그래서인지 전 연령에 맞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는 음악회 같은 성격도 지니고 있었다. 아이돌의 댄스곡 무대도 있고, 트로트 가수도 출연하고, 어린이 합창단이나 국악단이 나오기도 했다.
다 같이 한 해의 다양한 음악들을 들으며 좀 더 즐겁게 새해를 맞이하자는 것이 취지라나.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참여자들도 즐기는 행사 같은 분위기였다.
참여자가 워낙 많아서 1층 관객석은 전부 참여자들을 위한 자리였으나, 3부나 할 정도로 길게 이어지는 시상식이라 모두가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석에 앉아 있을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왜 관객석에 있어 달라고 요청이 왔을까요.”
“이건…… 그거 아닐까요. 상 하나 주겠다는?”
“역시 그 이유밖에 없죠?!”
나는 윤희의 대답을 듣자마자 내가 원하던 답이 바로 그것이었다는 것처럼 반응했다.
내 생각에도 그래. 그게 아니면 왜 굳이 요청하겠어. 그냥 심심하니까 방송에 얼굴이나 한번 내보내려고? 설마.
……라고 생각했으나 상대가 QBC라는 게 떠올랐다. QBC의 뒤통수 전개가 여기서 또 나오는 건 아니겠지?
아니, 예능 방송이 아닌데 설마 그러겠어. 드는 생각이 전부 ‘설마’뿐이라 좀 불안하긴 하지만.
‘미리 정확하게 알려주는 게 아니라 잘 모르겠네.’
음악대상엔 후보가 있는 상이 있고, 없는 상이 있었다.
예를 들면, 대상과 최우수상은 후보가 있었다. 최우수상을 먼저 발표하고 남은 후보 중에서 대상을 발표하는 방식이라 두 부문의 후보는 같았다.
그리고 신인상은 후보가 따로 없이 바로 수상자를 발표했다.
‘신인상은 한 번밖에 못 받는 상이라 그런가? 다른 음악 분야로 바꿀 게 아니면 가수 인생에 기회가 딱 한 번 있는데 후보에 들었다가 못 받으면 슬프니까.’
그런 인도적인 이유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모노크롬에게 2부엔 관객석 쪽에서 대기해 달라고 콕 집어 요청이 왔다. 특별 무대는 3부였고 무대 뒤에서 대기하다가 등장하는데도 말이다.
“예전에 아이리스가 시상식에 참여하면 종종 회사에 따로 이런 요청이 들어왔던 것 같아요. 꼭 참여해 달라거나, 지정석이 아닌 경우엔 카메라에 잘 비치는 곳에 있어 달라거나.”
윤희는 아이리스 전담팀이 아니었으나 기억에 의존해 과거 사례를 알려주었다.
아이리스는 데뷔 이후에 신인상 외에도 여러 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마이 엔터에선 많은 시상식을 전부 ‘연말 시상식’이라고 통칭하고 신인상,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 정도로만 표시되어서 난 모르고 있었지만.
그만큼 시상식에는 상의 종류가 아주 많았다.
“2부에 어떤 상을 시상하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죠?”
“매번 상 종류도 달라지고 순서도 달라서요. 일단 상을 받더라도 대상이나 최우수상이 아닌 것만큼은 확실하죠……. 신인상도요.”
“그, 그렇죠.”
대상과 최우수상은 가장 마지막에 발표하니 2부일 리가 없다. 6년 차인 모노크롬이 신인상을 받을 리도 없고.
줄 것 같다는 예감 외에 어느 하나 정확한 것이 없어서 들떴던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일단 멤버들도 알고 있는 게 좋겠지……?’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아닐 수도 있는데 일단 마음의 준비만 일단 해 두라고?
괜한 기대감을 키웠다가 실망하게 만들기는 싫었지만 매번 확실한 것만 알려줄 수는 없는 일.
방심한 채로 수상하는 바람에 머리가 하얘져서 제대로 말을 못 하고 내려오는 게 더 큰일이었다.
수상자로 이름이 불릴지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애매한 사실을 전달하니, 멤버들도 지금 기뻐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일단 수상 소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마음의 준비는 해 두라고 말해준 거야.”
“역시 이런 건 리더가…….”
“나?!”
해랑은 할지 못 할지 불확실한 수상 소감 준비를 리더에게 넘겼다. 갑자기 임무를 하나 떠맡게 된 우형이 어버버했다.
“혹시나 받게 되면 말 더듬지 않을 정도로만. 음악 방송 1위 소감이랑 비슷하게 해도 괜찮으니까.”
“아, 그 정도라면…….”
다행히 1위 소감은 말해 본 적이 있어서 우형도 내 말을 듣고 다시 진정했다.
받게 될지도, 무슨 상인지도, 소감을 말할 시간이 얼마나 있을지도 아무도 모른다.
만일 받게 될 경우, 너무 길게 준비하면 전부 말하지 못해서 오히려 더 당황할 수도 있으니까 정말 마음의 준비 정도만 해두길 바랐다.
“……아직 알 수 있는 게 없어서 딱 잘라 말해 주지도 못하겠네.”
“주인 님은 어떨 것 같아요?”
이 질문을 한 것은 재민이 아니라 한이였다.
한이가 ‘주인 님’이라고 불렀다는 건, 토템으로서의 내 능력이 발휘하길 바라는 거겠지.
“일단은…… 노력해볼게.”
뭘 노력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전에 기도하는 노력이라도 하는 게 아예 안 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
그리고 다가온 음악대상 당일.
“모노크롬. 축하드립니다!”
반신반의했지만, 다행히 QBC의 뒤통수 전개는 음악대상에선 발휘하지 않았다.
멤버들도 ‘상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것만 알았지, 무슨 상을 받을지는 몰랐기에 호명되자마자 깜짝 놀라는 얼굴이 카메라에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