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194화 (194/430)

# 194화

[연말 결산이니까 1위 후보에도 올랐던 <이리>를 같이 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요?]

[보다는 덜하긴 한데, <이리>도 꽤 편곡이 많이 들어가야 하지 않아?]

계절에 맞춘 것은 아니었지만, 여름에 활동했던 <이리>는 꽤나 에너지 넘치는 곡이었다. 가을에 활동한 는 좀 더 시크한 느낌의 곡이었고.

걱정되어서 물어봤는데 우형은 색다른 시도일수록 의욕을 보였다.

[점점 섞여드는 것처럼, 비슷한 느낌의 악기를 쓰면서 중간이 이어지게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아요.]

음악은 우형과 프로듀스 팀에게 맡기고, 나는 멤버들이 나서지 않는 분야를 담당했다. 바로 연말 무대에서 특별히 선보일 스타일링을 정하는 일.

이번엔 사전 녹화, 본방송처럼 다른 의상으로 무대를 진행하는 게 아니라 한 의상으로 두 곡을 연달아 선보여야 한다.

그러나 두 곡은 활동 의상의 차이가 있었다. 이리는 스트리트 패션 계열, 모노드라마는 좀 더 심플한 수트 계열.

‘팬미팅 때 수트 이리를 보여줬으니까, 이번엔 캐주얼 모노드라마를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나 또한 재밌는 부분에선 의욕이 넘쳤기에 스타일리스트 팀과 이리저리 의견을 나누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찾아온 <뮤직더라이브> 연말 결산 방송일. 연말 결산이라고 방송 시간까지 늘려가며 많은 아티스트를 초대했는지, 방송국은 같이 출연하는 가수들로 북적였다.

‘역시 다들 일반 음악 방송보다 신경을 많이 썼나 봐.’

솔로 아티스트들도 그렇지만 아이돌 그룹은 특히 의상이 화려하거나 메이크업이 화려하거나, 혹은 둘 다거나.

평소 음악 방송에선 좀 더 캐주얼한 의상인 그룹들도 많았는데 오늘은 대부분 특별 제작 의상으로 보였다.

시기를 정해 여러 번 활동하는 음악 방송과 달리 딱 한 번 있는 무대이니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겠지.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모노크롬은 보다는 <이리> 스타일에 맞췄다.

‘활동할 땐 인간 사회에 스며든 늑대인간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좀 더 야생 늑대를 표현한 느낌?’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컨셉을 듣고 평소보다 더 진하게 메이크업하는 것에 동의했다.

아이돌의 메이크업이란 컨셉이 판타지에 가까울수록 강렬해지는 법이었다.

특별 무대란 점을 생각해서 평소에는 과한가 싶던 메이크업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러나 강해진 것은 아이나 립 메이크업 위주고, 컨투어링은 그리 강하게 하지 않았는데 메이크업을 마친 멤버들의 얼굴이 평소보다 더 날렵해 보였다.

“너희 최근에 갑자기 살이 더 빠진 것 같아. 운동이라도 더 했어?”

평소에도 항상 운동한다, 다이어트한다 말하긴 했었다. 올해 활동이 바쁘게 계속 이어졌으니 관리를 쉴 틈이 없기도 했고.

그런데 얼마 전보다 지금이 조금 더 홀쭉해진 느낌?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그랬다.

‘두꺼운 겨울 옷차림이랑 비교되어서 더 그래 보이는 건가?’

겨울에 동물들 털 찌듯이 두꺼운 옷을 입은 것만 내내 보다가 오랜만에 몸에 피트되는 무대 의상을 입은 모습을 봐서 그런 걸까.

그런데 내 착각만은 아니었는지 한이가 턱에 손을 대고 고개를 까닥이며 말했다.

“흐음. 원인으로 의심되는 게 하나 있긴 해요.”

“뭔데?”

“이번에 안무 연습을 빡세게 한 거?”

그렇게 말한 한이는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한 재민에게 흘끗 시선을 보내더니, 한 손을 들고 멤버들을 보며 동의를 구했다.

“소신 발언 하나 하겠습니다. 솔직히 <쉰셋돌> 촬영 시작하면서 신셋이 대신 굴러서 편했다. 같은 생각 한 사람, 손.”

그러자 우형과 준해가 말없이 손을 들고, 해랑까지 팔은 움직이지 않은 상태로 손의 각도만 올려 들었다.

이 질문의 대상에 재민은 포함되지 않았는지 재민만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뭐야? 뭐가 편해?”

“<쉰셋돌> 촬영 중에도 연습을 안 하던 건 아닌데…… 그렇지, 응.”

“그러니까 뭐가?”

“네 집중이 다른 데에 가 있어서 우린 몸이 좀 편했다고.”

우형이 한마디 거들고,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인 재민에게 한이가 직접 정답을 알려주었다.

재민과 팀 미로가 신셋에 집중하는 동안 모노크롬 멤버들은 조용히 달달한 휴식을 즐기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연말 무대를 준비하느라 다시 같이 안무 연습을 하게 되면서 힘들었단 소리.

‘물론 그랬다고 살이 쪽 빠졌을 리는 없고 내가 방금 생각했던 옷 두께 차이도 한몫했겠지만.’

한동안 모노크롬 신경 쓰랴, 신셋도 신경 쓰랴 정신없었는데 이런 대화를 들으니 왠지 일상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어 픽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팬미팅 한 지도 얼마 안 됐잖아. 그때도 예능 촬영 중간이었지만 안무 연습 하지 않았어?”

“그땐 딱 필요한 정도로만 굴렀었거든요.”

평소엔 필요 이상으로 넉넉하게 굴렀었나.

자신의 안무 연습 스타일에 대해 말이 나오자 재민은 불퉁한 표정이 되었다.

“주인 님. 멤버들이 저 따돌리려고 그래요.”

자신이 뭐라고 반박하거나 나서기 어려운 화제가 나올 땐 일단 나한테 이르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나 내가 대화를 정리하기 전에, 한이가 먼저 말을 꺼낸 책임을 지려는 건지 변명하고 나섰다.

“아니, 뭐, 나쁘단 건 아냐. 대신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고 해야 하나. 그만큼 네 스타일이 좋단 소리였어. 다이어트도 덜 해도 되고 좋다, 야.”

“그렇게 좋으면 다음에 민후 형이랑 안무 짤 때 형도 같이 껴 있어.”

“와……. 말 잘못 꺼냈다.”

멤버들끼리 안무 연습하는 것과 팀 미로의 단장인 민후까지 같이 있는 건 또 천지 차이인가 보다.

재민을 놀리려고 했던 것 같은데 사면초가에 빠져버린 한이는 혼자만 죽을 수 없다는 듯이 다시 멤버들을 둘러봤다.

“아까 내 말에 동의한 사람들 다 어디 갔어.”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방금 손 들었잖아.”

“그냥…… 기지개 켜려고 그런 거지. 아이고, 뻐근하다.”

준해가 몸이 찌뿌둥하면서 시치미를 뗐다. 제스처가 크지 않았던 해랑은 이어폰을 꽂고 가만히 있었던 척하고, 방금 한마디 거들었던 우형은 시선을 외면할 뿐이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자 한이는 창밖을 보며 날이 참 좋다며 딴청을 피웠다. 오늘 하늘은 회색빛인데도.

‘특별 무대라 수정한 안무를 아예 새로 익혀야 해서 더 힘들긴 했을 거야.’

게다가 편곡이 들어가 조금 짧아지긴 했지만 두 곡 안무를 연달아서 하느라 체력 소모도 더 컸을 것이다.

딱 한 번만 하고 끝나지만, 그 한 번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부족한 결과물이 남아버리니 부담되기도 했을 거고.

그래도 이렇게 여유 있는 대화를 나눌 정도면 충분히 연습한 모양이었다. ……연말 스케줄이 얼마 안 되어 연습할 시간이 많아서 그런가.

“모노크롬 잠시 후에 리허설 들어갈 테니 준비해 주세요-.”

“네!”

스태프의 안내 덕에 딴청을 피우며 각기 다른 곳에 시선을 두던 멤버들은 다시 오늘 무대 준비를 위해 모였다.

멤버들도 첫 연말 특별 무대를 잘하고 싶은지 결연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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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씨 무대 해석 이거 봤어??

(SNS 링크)구독하는 분이 해석해주신 거 들고옴

이리+모노드라마는 늑대 시점의 이야기고 오늘 무대로 늑대인간이 늑대의 자아를 찾은거래

└헐

└뒤에 달 배경 있길래 뭔가 이어지는 것 같다 했더니!!

└아니 그냥 최신 타이틀곡으로 무대 한 줄 알았는데 모노드라마를 이렇게 이어버리네ㅜㅠㅜㅠㅜ천재냐구요

└미쳐따 이리세계관의 완성..

└그래서 애들 오늘 완전 늑대 그 자체였자너ㅜㅜㅜ 흑흑 늑대몬클 더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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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편곡버전 그대로 재컴백하면 좋을것 같지 않냐

물론 7분짜리 그대로ㅇㅇ

└저도 동의합니다

└야 정말 좋은 생각이다 이 컬러즈를 뉴마로

└리패키지 앨범 안 나오나 했는데 타이틀곡 이걸로 결정됐네ㅇㅇㅇㅇ

└그럼 제목 이리드라마로 하자

└이리드라맠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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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드라마의 후속 앨범을 추측하며 기다리던 컬러즈들은 <뮤직더라이브> 무대 이후 다음 앨범으로 ‘이리드라마’를 소원하기 시작했다.

‘뭔데, 이리드라마…….’

정식 타이틀도 아니건만 왜 입에 착 붙는 거지.

활동기가 아닌데 무대를 보게 되어서 기뻐함과 동시에, 특별 무대라 한 번밖에 보지 못한다는 점에 슬퍼하는 그들.

이리드라마 무대를 또 하게 된다면…… 아마 콘서트 무대 위에서가 아닐까.

열심히 활동한 덕분에 나중에 할 콘서트 세트리스트 후보도 착착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중요한 건 이리드라마가 아니지.’

이번 무대로 과거 곡인 <이리>에서 가장 최신곡인 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다음엔 에서 신곡인 <체크메이트>로 이어질 차례였다.

컬러즈도 아직 다음 앨범 떡밥이 본격적으로 뜨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눈앞에 있는 무대에 미련을 보이는 거겠지.

이제 다음 앨범 예고가 뜨면 분위기는 또 달라질 터였다.

[monochrome New album coming soon #monochrome #20xxxxxx]

처음 뜬 <체크메이트>의 티저는 체스판 위에 체스말이 가지런히 놓인 사진이었다.

이번엔 타이틀명도 밝히지 않고 새 앨범이란 것과 앨범 발매 일시만 먼저 공개했다.

얼마 전까지 와 이어지는 내용만 예상하던 컬러즈는 갑자기 뜬 체스 사진에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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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걸 여기서 꺼내네!!!

나 체스 컨셉 언제 하나 예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구ㅠㅠㅠㅠㅠ!!

└나만 생각한거 아니구나ㅋㅋㅋㅋㅋㅋ 아 모노크롬하면 체스 한번 해줘야죠

└다들 마음속에 체스 하나씩은 품고 있었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씨 니들 천재냐? 나만 몰랐어 체스 컨셉 찰떡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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헠 체스처럼 블랙조vs화이트조 이런거면 존잼이겠다

└3대 2인데 화이트조가 불리하지 않아?ㅜㅜㅋㅋㅋㅋㅋㅋ

└체력전으로 하면 딱히 불리하진.. 크흠..

└어흐흐흠커흠 아니 화이트조 메댄 두명이라 체력면에선 못이긴다..

└블랙조살려 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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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나만 올렸을 뿐인데도 컬러즈는 앨범 컨셉 예상이라는 새 컨텐츠에 빠져들었다.

체스판 사진은 여러 개를 준비했다. 처음 올린 사진은 게임이 시작하기 전, 체스말이 초기 상태로 배치된 사진.

발매일이 다가올수록 사진 속의 체스말들은 체크메이트 상황에 가까워진다.

<체크메이트>라는 타이틀명은 트랙리스트가 공개될 때 다들 알게 되겠지만, 그냥 쓱 보고 지나가는 것보다 숨은 요소를 찾으면서 자세히 보는 게 더 재밌으니까.

‘그런데 다들 체스에 정신이 쏠려서 그런지 오히려 전보다 컨셉 예상이 더 다른 쪽으로 뻗어가네.’

저번 뮤직비디오의 엔딩신이 다음 앨범과 이어진다는 것도 예상이었을 뿐이지, 확신이 있던 게 아니었으니까.

저번 앨범과 이어진다는 떡밥은 티저보다 먼저 <가요 페스타>의 무대에서 슬쩍 나올 예정이었다.

‘다들 무대 보고 알아챌 수 있을까?’

저번 <뮤직더라이브> 무대의 늑대 스토리도 거의 정확하게 알아챘던데.

왠지 퀴즈 출제자가 된 기분이란 말이지. 컬러즈만큼이나 나도 이 컨셉 예상 시기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찾아온 <가요 페스타> 당일.

방송국이 QBC인 덕분에 우리는 QBC의 다른 방송에서 함께했던 그룹들과 많이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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